2024년개봉영화(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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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다 갈매기는]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박이웅 감독, 2024)
바닷마을의 30대 남자는 무엇을 꿈꾸는가. 치열한 생활전선을 보여주는 TV 프로그램을 통해 어촌마을 사람들이 열심히 사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바다에서의 거친 삶과 뭍에서의 힘든 생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풍어와 만선의 꿈은 사라지고 낙오된 삶에 대한 회환과 분노가 많은 작품을 통해 보여주었으니. 여기에 ‘베트남 신부’가 끼어든 풍경이 있다면? 영락없이 오늘의 한국사회의 이면일 것이다. 로 평단의 주목을 받은 박이웅 감독의 두 번째 작품 이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에 이어 곧바로 극장에서 개봉되었다. 이 영화는 부산영화제에서 ‘뉴 커런츠상’, ‘KB 뉴 커런츠 관객상’,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 등 3개의 트로피를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어떤 이야기일까. 강원도 양양의 남애항에서 ..
2025.01.11 -
[1승] 1등만 기억하는 세상, 1승을 기원하는 사람들 (신연식 감독,2024)
코트 위에서 불꽃 스파이크가 작렬하는 스포츠 ‘배구’를 소재로 한 영화 이 관객들을 만난다. ‘페어러브’, ‘조류인간’, ‘프랑스 영화처럼’, ‘로마서8:37’ 등 개성적인 작품을 감독하고 와 의 각본을 쓴 신연식 감독이 작심하고 만든 대중적 작품 은 승리와는 거리가 멀었던 사람들이 해체 직전의 여자배구단 ‘핑크스톰’에서 단 한 번의 승리를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충무로 최강의 아우라를 가진 송강호가 절망의 배구팀을 이끄는 감독으로, 충무로 최고의 연기변신을 자랑하는 박정민이 그 배구팀의 운명을 쥐락펴락하는 ‘관종’ 구단주로 출연하여 장윤주 등 오합지졸의 선수들이 코트 위에서 울고 웃게 만든다. 과연 프로의 세계에서 선수를 춤추게 하는 것은 돈일까, 칭찬일까. 서브한 공, 토스한 공, 스파..
2025.01.11 -
[소방관] 화염 속으로 (곽경택 감독, 주원 곽도원 주연)
불(火)은 고마우면서도 위험한 것이다. 가장 스마트한 전기차에서도 불이 나고, 인덕션을 건드린 고양이 때문에도 화재가 발생한다. 불이 나면 119로 전화할 것이고, 소방차는 긴급 출동한다. 불이 얼마나 더 번질지 모르니, 한 대만 달랑 출동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소방차는 좁은 골목길 초입에서부터 난관에 부딪친다. 이중주차, 불법주차 차량 때문에. 이제부터 육중한 소방복을 입은 소방관은 각종 장비를 메고, 지고, 긴 소방호스를 들고 불구덩이 속으로 달려간다. 소방관의 임무이다. 그 판단이 숙명이기도 하다. 지난 4일 개봉된 곽경택 감독의 은 그런 대한민국 소방관의 애환을 다룬 작품이다. 순전히 지어낸 억지감동의 드라마가 아니다. 2001년 실제 발생했던 화재를 모티브로 해서 만든 인간극장이다. 화재는 ..
2025.01.11 -
[대가족] 영광의 가문 (양우석 감독, 김윤석 이승기)
영화 은 이승기가 머리를 삭발해서 놀란 것이 아니라 양우석 감독이 휴먼드라마를 찍었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양우석 감독은 ‘인권변호사’ 노무현의 이야기를 담은 (2013), 북한의 군사정변으로 촉발된 한반도의 전쟁위기를 막으려는 정치스릴러 (2017), 그리고 첨예한 남북 군사대립의 한복판에 미국대통령까지 끌어들인 (2020)까지 드라마틱한 정치적·군사적 이야기를 만들어왔다. 그가 한반도와 동북아의 시한폭탄을 접고, 가족이야기에 집중한다. ‘내 아들의 이야기’를 정자은행과 만두로 빚어낸다. 서울 시내 고층빌딩 사이의 금싸라기 땅에 자리 잡은 오래된 한옥식당 ‘평만옥’은 한국전쟁 때 피난 온 함무옥(김윤석)이 오랫동안 운영해온 맛집이다. 화장실 종이 한 칸까지 아끼며 모든 것을 만두 빚는 것에만 쏟아 부..
2025.01.11 -
[조명가게] 강풀이 그리고, 김희원이 켜다 (디즈니플러스)
디즈니플러스 최고의 '아웃풋'이라고 할 수 있는 의 성공에 힘입어 강풀 작가의 또 다른 원작 웹툰이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2011년 연재된 이다. 이 ‘우리 안에 숨어있는’ 초능력자들의 커밍아웃이었다면, 는 사바세계와 겹친 사후세계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명운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그들이 이승의 인연을 끊고, 영원히 저 세상을 사라질지 아니면 생의 불꽃을 다시 피울지. 바로 그 림보(Limbo)의 공간이 ‘조명가게’이다. 필라멘트가 파르르 떨면서 마지막 숨을 쉬는 곳이다. 강풀 작가의 원작 웹툰처럼 드라마는 사연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어두운 골목을 헤매다가 불빛이 빛나는 ‘조명가게’를 찾아오는 모습을 그린다. 그들은 친구가 있고, 가족이 있고, 연인이 있으며, 삶이 있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그들의 ..
2025.01.11 -
[오징어게임 2] 업라이징 게임 (황동혁 감독,2024)
지난 2021년 9월 공개된 황동혁 감독의 (시즌1)은 K콘텐츠의 위상을 적어도 몇 단계 끌어올린 엄청난 작품이었다. 흥행지표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한국 콘텐츠의 산업적 측면을 다룬 수많은 논문이 쏟아졌다. 은 하나의 현상이었고, 이후 ‘K-콘텐츠’는 확실히 글로벌 시장에서 트렌드가 되었다. 3년 만에 그 속편이 나왔다. 작품에 대한 고민으로 치아가 7개 빠졌다는 황동혁 감독의 피와 땀과 눈물, 그리고 영혼을 갈아 넣어 만든 속편이라 아니할 수 없다. 시즌1이 9개의 에피스드였고, 오늘(26일) 공개되는 시즌2는 7개의 에피소드로, 그리고 내년 공개되는 시즌3도 7개의 에피소드로 이야기가 완성될 예정이다. 시즌1에서는 쌍문동의 성기훈(이정재)이 엄마가 시장에서 고생하며 번 돈을 ..
2025.01.11 -
[가족계획] “주목! 땡냥꿍의 비밀, 특교대의 그랜드디자인” (쿠팡플레이)
2020년 10월 런칭한 쿠팡플레이는 꾸준히 오리지널 드라마와 예능 콘텐츠를 내놓고 있지만 여타 OTT 플레이어에 비해 작품 수도 적고 완성도도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스포츠 관련 콘텐츠 제외하고!) 그나마 (2022)와 (2023)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올해, 단 한 편의 쿠팡작이라면 이 될 것 같다. 은 '쿠팡플레이'만큼 미스터리한 작품이다. 김선, 김곡이라는 개성 넘치는 창작자 형제감독의 첫 번째 OTT 연출작품이지만 제작발표회에서부터 감독은 보이지 않고 극본가 김정민을 내세웠다. 김정민 작가는 드라마 [슈츠](18)와 [허쉬](20)의 극본을 썼던 작가이고, 이번 작품에서는 일종의 쇼러너로 참여했다. 은 6부작으로 심플하다. ‘위대한 가족’의 탄생을 그린다. 영화는 ‘특교대’(특수교육대..
2025.01.11 -
[디즈니+ 왓 이프.. 시즌3] "만약, 황동혁이 감독했다면...”
디즈니플러스의 앤솔로지 시리즈 (원제:What If...?)가 이번 크리스마스 즈음하여 ‘시즌3’으로 돌아왔다. ‘왓 이프’는 마블 코믹스 시리즈를 기반으로 MCU 영화에서 주요 사건의 결정적 순간이 달라진다면 그 후과(後果)가 어떻게 되는지 멀티버스의 대체 타임라인을 그린다. 2021년(9편), 2023년(9편)에 이어 또 한 번 마블 팬들에게 그들 슈퍼 히어로 군단의 무궁무진한 조합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번 시즌이 마지막 시즌이라고 한다. 왜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상상력이 고갈 되었든지, 이런 무한증식이 더 이상 참신하지 않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는 '마블 만화책'에서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존재 '왓쳐'(Watcher) 우아투의 내레이션으로 무한대의 상상이 펼쳐진다. '왓쳐'는 전지적 시점..
2025.01.11 -
[밀레니엄 맘보] 타이베이의 청춘은 나이 들고, 유바리의 눈은 녹을 것이다 (허우샤오셴감독, 2001)
지금은 한낱 우스갯소리로 들리겠지만 서기 2000년 1월 1일 00시를 앞두고 IT업계에서는 ‘밀레니엄 버그’(Y2K)라는 것이 초미의 관심사(혹은 마케팅 수단)였다. 수십 억 년의 지구, 수백 억년의 우주의 나이와 비교하면 단지 새로운 ‘1000년’의 시작일 뿐인데 ‘밀레니엄’의 공포와 환희를 당시 지구인은 그렇게 즐긴 것이다. 대만의 명감독 후효현은 이 때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제목에서부터 시대의 미묘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 가 2001년 개봉되었었다. 그때 감독 나이는 54살이었다. 장년의 그는 인류역사의 한 획을 긋는 밀레니엄에 즈음하여 대만의 청춘을 이렇게 바라보고, 스크린에 담은 것이다. 영화는 ‘밀레니엄 그 해’에서 10년의 시간이 지난 뒤에 ‘10년 전’을 회상하는 여자 주인공의 내..
2025.01.11 -
[하얼빈]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이 이등박문을 총으로 척결하였다”
의사(義士) 안중근(1879~1910)의 거사(擧事)를 다룬 작품이 또 한 편 만들어졌다. 오래 전 충무로에서는 (1959)과 (1972>을 만들었고, 서세원도 (2004)을 직접 감독했었다. 하다못해 유튜브에서는 북한에서 만든 안중근영화를 찾아볼 수 있다. MZ세대에게는 정성화의 장엄한 뮤지컬 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과 의 우민호 감독이 지금 이 시점에 안중근 의사를 다시 불러낸 이유가 무엇일까. 이 시점에 구국, 항일, 애국을 내세우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하얼빈은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 의사가 ‘FN M1900’ 자동권총으로 이토 히로부미(이등박문)를 쏘아죽인 곳이다. 우민호 감독과 함께, 그리고 홍경표의 카메라와 함께 그날의 현장으로 떠나보자. 영화는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동토를 하..
2025.01.09 -
[서브스턴스] 노인을 위한 TV쇼는 없다 (코랄리 파르자 감독,2024)
영화 는 정말 놀라운 영화이다. 일단 데미 무어의 용감함에 놀라고, 마가렛 퀄리의 대담함에 놀라고, 코랄리 파르쟈 감독의 공격성에 놀라게 된다. 영화는 남성적 시선의 욕망을 다루는 듯하지만 결국은 젊음에 맞서려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담고 있다. 다시 젊어질 수 있다면, 다시 모든 이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다면, 당신은 무엇을 기꺼이 내놓을 수 있을까.온라인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Walk of Fame)에 황금빛 별을 수놓은 엘리자베스 스파클(데미 무어)은 오스카 수상자로 모든 이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여배우이다. 지금은 TV 아침 방송에서 타이트한 옷으로 에어로빅을 펼치고 있다. 영광은 사라지고, 몸매만 TV화면을 가득 채우면서. 하지만 더 젊고 더 핫한 여배우를 찾는..
2025.01.09 -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특히 청년에게는..
세상이 워낙 초광속으로,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한국사회다보니 1997년의 국가적 비상사태를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그해 연말 우리나라는 ‘IMF사태’를 맞았다. 제대로 말하자면 ‘흥청망청, 우왕좌왕, 오리무중’의 상태에서 외환위기를 맞았고, IMF(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리를 받아들이며 체질개선을 위한 ‘펀더멘털’ 구조조정에 나서야했다. 그때 나락에 떨어졌던 많은 사람들이 자살에 내몰렸다. 그리고, 일부는 한국 땅을 떠나기도 했다. 살기위해, 재기하기 위해. 그 중에 국희네 가족도 있었다. 지난 31일 개봉한 김성제 감독의 영화 이다. 그들은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로 향한다.온라인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 19살 국희(송중기)는 IMF 직격탄을 맞아 도산한 아버지(김종수)와 함께 한국을 떠나 보..
2025.01.09 -
[더 폴] 스토리텔러와 리스너가 함께 완성하는 판타지
인도 북부 펀잡 주 출신의 타셈(타르셈/Tarsem Singh) 감독이 제니퍼 로페즈 주연의 사이파이 심리호러 (2002) 이후 내놓은 두 번 째 작품 이 최근 ‘4K 복원’이라는 거창한 명분으로 극장에 다시 내걸렸다. 이 영화는 2008년 연말 이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되었었다. 그 때 관람객 수는 2만 8천명. 을 기억한다면, 그리고 의 미학적 소문을 들었다면 극장에서 확인해볼만한 작품이다. 영화는 1915년, 미국 캘리포니아가 배경이다. 오렌지농장이 있고, 넓은 들판과 강물이 흐는 이곳은 나중에 ‘할리우드’가 되는 곳이다. 영화의 시작은 아마 흑백무성 촬영현장인 듯하다. 강물을 가로지르는 철교 위. 기차가 달려오고, 배우가 다리에 뛰어내리는 액션을 펼친다. 마치 사고가 난 듯 모든 사람들..
2025.01.09 -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2024)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최근 들어 가장 각광받는 일본 영화감독이다. 로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칸영화제 각본상을, 으로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심사위원 그랑프리)을 수상하더니 신작 로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심사위원대상)까지 거머쥐었다. 세계 3대영화제를 석권한 감독이라니! 대단하지 않은가. 그야말로 초(超)기대작이다. 이 영화는 의 음악작업을 한 이사바시 에이코의 의뢰로 시작되었다. 먼저 기존방식으로 영화를 완성한 뒤, 라이브공연을 영상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그 기획대로 영화 와 라이브 무성영상 [GIFT]가 완성된다. 영화는 음악가의 작업실이 있는 나가노현 야쓰가타케산(八ヶ岳)에서 촬영이 진행되었단다. 도쿄에서 차로 두어 시간 달리면 도착하는 곳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아직 눈이 녹지 않은 산림을 보여준..
2024.04.09 -
[댓글부대] 여론은 막는 게 아니고, 만들어내는 거야~ (안국진 감독, 손석구 주연)
‘생계밀착형 코믹잔혹극’이라고 홍보된 를 감독했던 안국진 감독이 신작 로 다시 한 번 ‘한국사회’를 잔혹하게 들여다본다. 이번엔 ‘여론’이다. 사람들은 어떤 말에 귀가 솔깃하여 자신의 주의주장을 보강/합리화하고 개인과 사회의 운명을 결정지을 ‘판단’을 내리게 될까. 이건 결국 인간의 뇌를 자극하는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발휘되는 대중심리전이다. 단순한 루저들의 키보드전쟁으로만 봐서는 절대 안 될 고도의 정치적 수단인 것이다. 정.말.로! 2015년 출판된 장강명 작가의 는 ‘온라인으로 대동단결한’ 한국사회의 맹점을 지적한다. 온라인(인터넷)세상이 얼마나 대단하고도 허술한지를. 인간 자체의 순진함에 기댄 온라인 댓글부대의 위력을 실감하게 된다. 먼저 원작소설부터 읽어보자. 소설은 임상진 기자라는 인터넷매체..
2024.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