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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영화리뷰60

[만주의 호랑이] 호랑이는 그곳에 있어 (BIFAN2022) 최근 열린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는 소개된 중국 영화 중 흥미로운 작품이 하나 포함되었다. 중국 극장가에서 지난 1월 개봉되었던 겅쥔(耿軍) 감독의 [만주의 호랑이](원제:東北虎/Manchurian Tiger)라는 작품이다. 감독도, 출연하는 배우도 낯선 작품일뿐더러 우리가 기대하는 혹은 상상하는 중국영화는 아니다. 후보 감독의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2018)라는 작품에 가까울 듯하다. 풍광은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는 ‘먼 훗날 우리’(後來的我們) 느낌이다. 헤이룽(흑룡)성의 한 스산한 탄광촌을 배경으로 ‘중국 동북부’지방 특유의 무겁고, 답답하고, 둔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쉬둥은 지금 탄광촌에서 중장비를 운전하고 있다. 광산노동자는 아니었다. 학교 선생님이다. 아내 .. 2022. 10. 24.
[열대왕사] 무더운 여름밤, 외로움과 죄책감의 무게 (중국 원쓰페이 감독,2021) 오랜만에 극장에서 만나게 되는 중국 범죄영화 [열대왕사](熱帶往事)의 영어제목은 ‘Are You Lonesome Tonight’이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1960년 불러 아직까지 사랑받는 곡이다. 그런데 이 노래는 1927년 찰스 하트가 처음 불렀었다. 프랭크 시나트라도 불렀고. 영화 분위기로 보자면 양덕창 감독의 [고령가소년살인사건]에서 꼬마친구가 부른 곡에 가깝다. 영화는 광동성 광저우를 배경으로 한다. 낡은 승합차를 타고 다니며 에어콘을 수리하는 수리기사 왕쉐밍(펑위엔)은 어느 늦은 밤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다. 누군가를 들이받은 것이다. 겁에 질린 왕은 시신을 강가에 내다버린다. 그리고 무더운 여름밤 죄책감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왕은 양후이팡(장애가)의 집에 에어콘 수리를 나갔다가 자신이 친 사람이.. 2022. 10. 24.
[원 세컨드] 필름시대의 부성애 (一秒鐘 장예모 감독,2021) 중국현대사를 ‘중국입장’에서 약술하면 이렇다. 1949년 모택동이 천안문광장에서 ‘5천년의 폐악’을 일거에 뒤집고 인민의 나라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을 선포한다. 그런데, 나라가 틀을 잡기도 전에 한국전쟁이 터지고 ‘미 제국주의’가 중국을 집어삼킬까 전전긍긍한다. 전쟁이 끝나자, 이번엔 자연재해가 이어지고 수백만이 굶어죽는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공산국가 중국이 생존할 길은 암담하다. 모택동은 홍위병을 앞세워 문화대혁명을 일으킨다. 전혀 문화적이지 않았던 인성말살의 10년동란(十年動亂)이 이어진다. 그리고 1976년, 모택동이 죽고 4인방이 몰락한다. 이 때 등소평이 전면에 등장하며 ‘돈이면 최고’인 현대중국이 비로소 탄생한 것이다. 10년간 문을 닫았던 대학도 다시 열리고, 신입생을 다시 뽑기 시작한.. 2022. 5. 22.
[엔드게임:나는 킬러다] 프로로 살다가 잃은 것이 있다면 (요효지 감독,2021) 한때 홍콩영화가 한국극장가의 흥행보증수표였던 적이 있다. 성룡과 주윤발을 필두로 장국영, 유덕화, 주성치 등이 극장가를 쥐락펴락하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유덕화는 지금도 영화를 찍고 있단다. 작년 개봉된 황정민 주연의 [인질]은 유덕화가 제작하고 출연했던 영화 ‘세이빙 미스터 우’를 한국에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내일(20일) 개봉하는 영화 ‘엔드게임: 나는 킬러다’는 유해진 주연의 한국영화 ‘럭키’를 중국에서 리메이크한 것이다. 물론, ‘럭키’는 일본영화 ‘열쇠도둑의 방법’(2012)을 리메이크한 것이다. 즉, ‘열쇠도둑의 방법’과 ‘럭키’, ‘엔드게임:나는 킬러다’는 같은 내용이라는 것이다. 무명배우와 청부살인업자의 뒤바뀐 인생을 담고 있다. 마크 트웨인의 ‘왕자와 거지’의 또 다른 버전인 셈이다... 2022. 1. 24.
[청춘적니] 그녀와 함께 한 3650일 (굴초소+장정의) 최근 중국영화 한 편이 개봉되었다. 얼핏 보면 말랑말랑한 대만 청춘영화로 오해하기 쉬운 ‘청춘적니’(靑春的你)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다. ‘청춘의 너’라는 뜻이다. 중국 원제목은 ‘我要我們在一起’이다. ‘난 우리가 함께 하길 원해’란 뜻이다. 무슨 사연이 있기에 이렇게 간절하게 ‘함께 하기’를 기원할까. 영화는 눈보라가 몰아치는 벌판에서 시작된다. 이곳은 중국 서북부 신장지역. 뤼친양은 눈보라 속에서 위태롭게 측량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오늘은 그녀를 안지 3650일. 내일은 그녀의 결혼식. 달려갈 것이야.”라고 말한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영화는 곧장 10년 전의 청춘의 한 때로 달려간다. 고등학생 뤼친양은 그야말로 ‘일견종정’(一見鍾情), 첫눈에 링이야오에게 반하고 만다. 하지만, 모든 청.. 2022. 1. 24.
[BIFF리뷰] 장예모 감독 ‘원 세컨드’ , 시네마천국이 '항미원조'를 만날 때 중국 ‘5세대 감독’에서 아직도 작품을 발표하는 사람은 장예모(장이머우)와 진개가(천카이거)이다. 그중 장예모의 창작열은 대단하다. 을 거쳐 30년 동안 여전히 중국영화계의 장인으로 남아있다. 이나 , 만 떠올릴지 모르겠지만 그의 작품은 대부분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소개되었다. , , , , , 가 중국영화의 깊은 유산, 장예모의 열정을 확인하게 해 준 작품이었다. 이번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중에도 그의 신작이 포함되어 있었다. (원제:一秒鐘/One Second)이다. 영화는 장예모의 영화에서, 그리고 그의 인생에서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 ‘문화대혁명’을 다룬다. 그런데, 천안문의 광기가 아니라 저 먼 (중국의) 서북지역 감숙성 오지 마을에서 펼쳐지는 ‘문혁의 그림자’를 담아낸다. 장예모의 장기.. 2021. 10. 31.
[공작조:현애지상] 장예모의 항일 첩보전 최근 중국영화 한 편이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한국전쟁 당시 중국 포병대와 공병부대의 활약을 담은 중국(입장에서의) 애국영화 ‘금강천’(한국제목: 1953 금강대전투) 수입을 둘러싼 소동이었다. 그 영화에는 한국군과 북한(인민)군은 한 사람도 등장하지 않는다. 의외로 미군도 몇 명 등장하지 않는다. 하늘에선 미군 전투기가 시도때도 없이 나타나서 밤낮없이 포격을 퍼붓고 중국의 인민지원의용군이 금강천을 건너기 위해 사투를 펼친다는 내용이다. 여하튼 그 영화 수입은 좌절되었고, ‘한국전쟁을 다룬 중국영화는 한국극장에서 상영해서는 안 된다’는 기준이 생겨버렸다. 이 즈음 또 한 편의 중국영화가 소개된다. 이번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다. 외교용어로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지혜가 필요한 모양이다. 서로 이견을 .. 2021. 10. 31.
[내가 날 부를 때] 나의 누나, 나의 동생 부산국제영화제에서나 만나볼 수 있던 중국영화가 조금씩 국내극장에서도 소개되고 있다. 9일 개봉되는 [내가 날 부를 때](원제:我的姐姐)는 올 4월 중국에서 개봉되어 8억 5천만 RMB(1533억 원)의 흥행수익을 올린 흥행작품이다. 중국의 스타급 감독의 작품도 아니고, 흥행 대배우가 출연하는 영화도 아니며, 중국공산당 창당100주년에 즈음하여 최근 몇 년간 극장가를 호령한 중국현대사 관련 영화도 아닌데 이렇게 높은 흥행수익을 올린 것은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현재의 중국 여성의 지위를 엿볼 수 있다. 중국에서의 여성 지위라니?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자유롭고, 자의식 강하고, 존중받을 것 같은데 말이다. 영화는 중국 사천성 성도(成都 청뚜)를 배경으로 한다. 집을 떠나 간호사로 힘.. 2021. 10. 31.
[여름날 우리] 15년, 사랑이 지나가면 “여름날 우리?” 여름이라고 특별한 추억이 있을까. 그래도 누구에게나 불꽃처럼 솟아오르는 사랑노래가 들려오는 짧았던 여름의 추억이 있을 것이다. 김영광, 박보영 주연의 한국영화 [너의 결혼식]을 리메이크한 중국영화 [여름날 우리](중문제목: 你的婚禮)는 고등학생 때, 그녀가 처음 내 눈앞에 나타났던 그 여름날을 이야기한다. 저우슈치(허광한)는 수영부 특기생. 공부에는 관심 없고 수영실력도 특출하지 않다. 대신 싸움 잘하는 사고뭉치이다. 이날도 교무실에서 선생님에게 잔소리 듣는 데 그녀, 요우잉츠(장약남)가 눈앞에 들어온다. 전학 온 것이다. 이후 저우슈치는 요우잉츠의 눈에 들기 위해,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수영도 열심히! 둘이 좀 친밀해 지는가했더니 어느 날 그녀가 연기같이 사라진다. 그.. 2021. 10. 31.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 청춘, 용서하는 용기를 배우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당연히 주동우 주연의 [소년시절의 너]를 떠올렸을 것이다. 단지 중국영화라서, 중국 청소년이 겪고 있는 문제를 다루었기 때문은 아니다. ‘중국’영화라는 큰 틀 안에서 그들은 부대끼고, 고민하고, 갈등하고, 제 살 길을 찾아 자신의 앞날을 개척해 나간다. 그런 의미에서 성장영화의 전범이라고 할만하다.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감독 주순)이라는 다소 시적인 제목으로 개봉된 이 영화의 중국어 원제는 ‘소녀가화’(少女佳禾)이다. 소녀 가화(지아허)는 2년 전 끔찍하게 어머니를 잃는 슬픔을 안고 사는 학생이다. 레슬링선수였던 아버지는 지금은 도살장(도축장)에서 고기를 받아 배달하는 일로 겨우 살아간다. 지아허는 그런 아버지와 벽이 쌓여만 간다. 공부를 곧잘 하는 지아허는 학교에서는 놀림을.. 2021. 7. 15.
[강호아녀] 지아장커 “강호의 도는 삼협댐에 수몰되었나?” 서구관점에선 중국영화를 도식적으로 나누길 좋아한다. 장예모와 진개가 다음에 등장했던 일군의 감독들을 ‘6세대 영화감독’이라 불렀다. 지금까지 기억되는 인물은 아마 지아장커 뿐인 듯. [소무], [플랫폼], [임소요] 등이 초기 부산국제영화제의 성장과 함께 한국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띄엄띄엄 [스틸라이프], [천주정]이 소개되면서 “중국영화 살아있네~”라는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지아장커 감독은 그런 영화들을 만들면서도 틈틈이 다큐멘터리도 찍었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소개된 [먼 바다까지 헤엄쳐가기]는 자기 고향에서 열린 문학축제에 참가했던 중국 소설가들을 통해 중국 현대사를 잠깐 돌아보는 작품이었다. 여하튼, 지아장커는 줄곧 자기 고향, 산시(섬서성이 아니고 산서성)를 배경으로 급변하는 중.. 2021. 6. 19.
[천녀유혼:인간정] 이개형-진성욱을 기억하라 명말청초를 산 포송령(蒲松齡, 1640-1715)은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었을 만큼 가난한 삶을 산 서생이었다. 그런데, 그가 남긴 작품은 400년이 지나서 빛을 보고 있다. 그는 동네에 전해져오는 전설, 괴담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 이야기만을 채록하여 문집으로 남겼다. 수백 편의 짤막한 이야기로 채워진 괴담집 이다. 괴이한 것을 좋아하거나, 환상적인 스토리를 원한다면 이 이야기 책에서 한 편을 뽑아내어 색칠하고 CG를 더하면 된다. 그렇게 나온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천녀유혼’이다. 장국영-왕조현이 나왔던 그 작품(1987)이다. 물론 그 전에 쇼브러더스 시절 이한상 감독의 작품(1959)도 있고, 서극의 애니메이션도 있으며, 유역비의 (2011)도 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워낙.. 2021. 4. 8.
[커피 오어 티] 중국사람이 커피에 빠진다면 지난 주 극장에 중국영화 한 편이 내걸렸다. ‘커피 오어 티’(원제: 一点就到家)이다. 그 옛날 홍콩영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대만영화는 지금도 꾸준히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에 비해 중국영화는 어찌 된 일인지 한국극장가에서 맥을 추지 못한다. ‘중국스타일' 영화의 한계일 것이다. 이제는 ‘산업적 규모’로 따지자면 할리우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중국에서는 해마다 엄청난 ‘그들만의 영화’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중국 내수시장만으로도 충분히 산업을 꾸려나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커피 오어 티]는 중국영화이다. 포스터에는 굳이 홍콩의 ‘진가신’(陳可辛)이 제작을 맡았다고 강조한다. [첨밀밀]. [명장] 등을 감독했던 인물이다. 감독은 진가신 영화의 편집을 줄곧 담당했던 데렉 후이(許宏宇)가 맡았다. .. 2021. 4. 6.
[시간의 끝에서 널 기다려] 날 알아보지 못하더라도.... 인간이 유한한 존재이다 보니 시간의 흐름을 제어하는 '타임슬립' 이야기는 끊임없이 나온다. 참신한 것도 있고, 적당히 재활용한 것도 있고, 쓸데없는 시도를 한 것도 있다. 여기, 또 한편의 ‘비틀린 시간의 운명’을 다룬 영화가 개봉한다. 17일 개봉된 중국영화 (감독:야오팅팅)이다. 최근 개봉된 대만영화 에 이어 또 하나의 기묘한 시간여행 로맨스를 만나볼 수 있다. 는 첫사랑의 애틋함, 속절없는 시간의 흐름, 그리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고결한 희생이 관객을 자극한다. 어린 시절 외로운 린커(리훙치)에게 손을 내민 유일한 사람이 치우옌(리이퉁)이다. 둘은 죽마고우가 되고, 소울메이트가 될 것이다. 그런데 춤추는 것을 좋아하는 치우옌이 어느 날 저 먼 도시로 전학을 간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고등학생이 된.. 2021. 2. 20.
[뱅가드] “날아다니던 성룡, 이번엔 계단으로!” ‘재키 찬’이라는 영어이름이 자연스럽던 홍콩 코믹액션배우 성룡은 1954년생이다. 올해 예순 여섯의 노익장이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자연스럽게 ‘청룽’이라고 불리더니 사생활 문제, 친중 행보 등이 뉴스에 오르내리며 ‘취권’에서 ‘폴리스스토리’ 등의 작품을 아직도 기억하는 팬에게는 아쉬움을 넘어 배신감을 느끼게 한다. 어쩌겠는가 세월의 강은 액션배우의 육신과 함께 다른 요소도 앗아간 모양이다. 12월 30일 개봉예정인 영화 (원제:急先鋒)는 성룡 주연의 최신작이다. 원래 올해 초 개봉예정이었지만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고 지난 9월 중국에서 개봉되었다. 저조한 흥행성적을 올린 이유는 코로나 탓만은 아니었다. 그게 더 서글프다. 영화가 시작하면 미국에서 활동 중인 기업 수장이 백주대로에 범죄조직들에 납치된다. .. 2021. 1. 4.
[800] 피로 지킨 나라, 영화로 꽃피운 역사 코로나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가운데 영화산업이 바닥부터 흔들리고 있다. 극장가는 한파를 맞았고, 제작사들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그런 가운데 올해 중국에서 흥행 최고기록을 세운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된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진원지로 지목된 우한의 투쟁을 그린 [최미역행]이 아니다. 관후(管虎) 감독의 [팔백](원제:八佰)이란 작품이다. 지난 8월 개봉되어 ‘띄어 앉기’ 속에서 무려 30억 위앤(5천억원)의 흥행수익을 올렸다. 도대체 어떤 영화이기에 코로나로 꽁꽁 얼어붙었을 극장을 저렇게 달구었을까. [800]은 1930년대 항일전쟁시기의 격전을 다룬 영화이다. 느낌이 올 것이다. ‘애국’과 ‘항일’이라는 정서적 충격파로 가득한 프로파간다 영화이며, 이른바 ‘국뽕’영화일 것 같다. 과연 그럴까. 영화는 1.. 2020. 12. 11.
[최미역행] “마스크 쓰고 영화 봅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올해 초, 마치 피휘(避諱) 하듯 ‘우한바이러스’ 대신 ‘코로나바이러스’라고 부르기 시작한 이 전(全) 지구적 재앙은 70억 지구인의 삶과 생명을 옥죄고 있다. 그런데 연말이 다가오면서 한 때는 진앙지로 여겨졌던 중국은 어느새 코로나 청정국까지는 아니지만 ‘방역 모범국’이 되어가고 있다. 중국의 통계를 전적으로 신뢰한다면 현재 중국의 확진자 수는 834명이란다. 사태 초기부터 지금까지의 누적 확진자는 93,004명, 사망자 수는 4,749명이란다.(11월 25일까지, 중국인터넷종합) 한국은 확진자수는 어제 하루 382명 증가하여 31,735명이 되었고, 누적 사망자 수는 513명이다.(11.25 0시기준) 정말 믿을 수 있는 수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사태초기의 급박함을.. 2020. 11. 26.
[엽문 리부트2020] 영혼불멸의 중화체육영웅 '일본 제국주의‘에 주먹 하나로 맞서 싸운 중화영웅 ’ 엽문‘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또 한 편 개봉한다. 견자단의 이후 수많은 유사품이 쏟아졌다. 그중에는 왕가위 감독의 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과 라는 혼란스러운 제목으로 영화가 개봉되기도 했다. 오늘 개봉되는 영화의 제목은 (중 국원제: 宗師葉問)이다. 주인공은 두우항(杜宇航)이다. 우리나라의 ’ 태권도‘에 맞서 중국이 국제 스포츠 게임에 내세우는 ’ 우슈‘ 국가대표로 2002년 부산 아시아게임에서 은메달을 받은 운동선수 출신이다. 견자단의 ’ 엽문‘ 시리즈에도 출연하기도 했고, 에서 엽문을 이미 한 차례 맡았었다. 견자단의 ‘엽문’이 대성공을 거둔 후 ‘엽문’은 적어도 ‘진진’(이소룡의 정무문 주인공)보다는 더 유명해진 인물이 되었다. 사실, 중국인.. 2020. 11. 26.
[작은 소망] 삶의 끝, 절박한 소원 하나! (전우생 田羽生 감독 小小的愿望 The Last Wish,2019) 지난 주 극장가에 중국영화가 한 편이 조용히 내걸렸다. (小小的願望)이란 작품이다. 작년 중국에서 개봉된 이 영화는 한국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류덕환, 김동영, 안재홍이 출연한 (2016)이 원작이다. 개봉 당시 30만 관객을 동원했던 는 솔직담백하게, ‘온리 그것!“만을 목표로 달려가는 고등학생의 청춘의 치기를 유감없이 담아낸 청춘 코미디이다. 그 영화가 어떻게 중국의 영화제작자 눈에 든 모양이다. 중국영화 을 감상하기 전에 먼저 알아둬야할 것은 지금, 현재 중국에서는 영화등급제도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즉, 모든 영화가 눈높이를 낮춰, 누구나 볼 수 있는 수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온리 그것!’인 이 작품의 온전한 재미를 중국영화에서 구현할 수 있을까. 그 의문이 .. 2020. 8. 18.
[살인연극] 로우예 감독의 치정살인극 (feat.중국의 부정부패) (로우예 감독 风中有朵雨做的云, The Shadow Play 2019) 일단은 나눠서 분류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중국의 영화사(史)를 감독중심으로 구분한다. 그렇게 장예모, 진개가는 ‘5세대감독’으로, 지아장커나 로우예는 ‘6세대감독’으로 그루핑한다. 그 이후는 모호해졌다. 중국영화산업이 숫자 하나로 구분짓기가 어려워서일 것이다. 여기 ‘6세대 감독’으로 해외영화제에서 엄청난 각광을 받았던 로우예(婁燁) 감독의 신작 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한국관객을 만난다. 은 작년 4월 중국에서 개봉된 작품이다. 원제는 (간체:风中有朵雨做的云, The Shadow Play)이다. ‘바람에는 비를 품은 구름이 있다’라는 시적인 제목이다. 그 로맨틱하고 문학적인 제목이 ‘살인연극’으로 바뀌면서 중국적, 로우예적 이미지는 사라지고 미스터리한 살인이야기만이 관객을 지배한다. 로우예 감.. 2020. 7. 13.
[십년 - 엑스트라] 중국, 홍콩보안법통과” 10년 뒤 홍콩은 어떻게 변해있을까 (곽진 감독, 十年 浮瓜, 2015) 2020년 6월 30일, ‘홍콩보안법’이 통과되었다. 지난 2016년 4월 3일, 홍콩문화중심(Hong Kong Cultural Centre)에서 홍콩금상장 영화시상식이 열렸다. 우리나라에서는 (踏血尋梅)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곽부성 주연의 영화가 남/녀주연상, 남/녀조연상, 신인연기자상 등 연기부문 상을 싹쓸이하고, 촬영상과 각본상까지 차지했다. 홍콩영화계가 급속하게 중국영화산업으로 편입되어가고 있을 때 열린 이날 시상식에서는 어떤 작품이 최우수작품상의 영예를 누렸을까. 이날 중국매체들은 금상장 수상소식을 시시각각 전하면서도, 최고상인 ‘최우수작품상’에 대해서는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흔한 ‘인터넷 보도통제’가 이뤄진 것이다. 이 날 최우수작품상 트로피는 (十年)이라는 홍콩독립영화에 돌아갔다. 이 어떤 .. 2020. 6. 30.
[소년시절의 너] 대륙의 동량지재는 어떻게 단련되었나 (증국상 감독 少年的你, Better Days, 2019) 2017년 한국에서 개봉된 로 중국영화의 다양성을 보여준 증국상 감독이 다시 한 번 주동우(저우동위)를 캐스팅하여 라는 묵직한 영화로 돌아왔다. 이 영화는 작년 중국에서 개봉되어 15억 위앤을 벌어들인 흥행작품이다. 제목에서 연상되는 대만청춘영화 같은 말랑말랑함은 기대하지 마시라. 학내폭력 사건의 시작과 끝을 보여주는 사회파 영화이니 말이다. 영화는 안챠오(安橋)라는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높은 빌딩과 아파트들이 즐비하고, 고가도로가 기하학적인 도시미를 뽐내는 이곳에는 서민도 있고, 불량소년도 있고, 보호받지 못하는 청춘들이 수두룩하다. 천니엔(주동우)는 대학입학시험에 모든 것을 건 수험생. 아빠는 없고 엄마는 빚쟁이에 쫓겨 사라졌다. 오늘도 악착같이 공부! 오직 베이징의 대학에 진학해서 이 지긋.. 2020. 6. 23.
[천하무쌍] 유진위 넌센스 코믹사극, “황매조 스타일~” (유진위 감독 天下無雙 Chinese Odyssey 2002) 코로나19 때문에 이런 영화도 다 극장에서 보게 된다. CGV아트하우스는 지난 11일부터 ‘All about 왕가위: 프로듀서 왕가위’ 기획전을 개최하고 있다. ‘감독 왕가위’가 아니라 ‘프로듀서 왕가위’ 작품을 만나게 된다. 그가 감독을 겸했던 (2008)을 포함하여 (1992), (2002), (1997), (2008), 그리고 (2016) 등 6편이 상영된다. 1990년대 중반 경, 왕가위가 한국에 소개되면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갈민휘가 감독한 이 마치 왕가위(감독)영화인 것처럼 홍보되어 논란이 좀 있었다. 지금 와서 보면, ‘프로듀서’로서의 그의 재능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듯하다. 흥행 면에서만 보자면 그다지 신통찮은 결과이지만 말이다. 은 2002년 중화권에서 개봉된 영화이다. 홍콩.. 2020. 6. 15.
[그날은 오리라] 홍콩광복의 그날은.... (허안화 許鞍華 감독 明月幾時有 ,Our Time Will Come 2017) 영화가 개봉되기 전 언론시사회가 열린다. 영화기자들과 평론가들이 먼저 영화를 보고 영화에 대한 기사를 쓴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극장에서 그런 언론시사회를 건너뛰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극장대관료조차 벌충하지 못할 저예산, 비주류영화의 경우이다. 흥행을 기대하지 못하는 경우, 조용히 개봉되거나 곧장 VOD 플랫폼으로 넘어간다. 때에 따라서는 Vimeo 플랫폼을 활용한 프리뷰 시사가 진행되기도 한다. 12월 12일 개봉된다는 중국영화 도 그런 경우이다. 2017년 중국에서 개봉된 이 영화의 원제목은 (明月幾時有)이다. 송나라의 명문장가 소동파의 시가(詞)의 제목이다. 영화의 배경은 1941년 말, 일본이 중국대륙을 침공, 남하하면서 영국에 할양된 홍콩(과 구룡)마저 집어삼키던 그 때이다. [당시 홍콩에는 수.. 2019. 1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