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영화리뷰(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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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 피로 지킨 나라, 영화로 꽃피운 역사
코로나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가운데 영화산업이 바닥부터 흔들리고 있다. 극장가는 한파를 맞았고, 제작사들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그런 가운데 올해 중국에서 흥행 최고기록을 세운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된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진원지로 지목된 우한의 투쟁을 그린 [최미역행]이 아니다. 관후(管虎) 감독의 [팔백](원제:八佰)이란 작품이다. 지난 8월 개봉되어 ‘띄어 앉기’ 속에서 무려 30억 위앤(5천억원)의 흥행수익을 올렸다. 도대체 어떤 영화이기에 코로나로 꽁꽁 얼어붙었을 극장을 저렇게 달구었을까. [800]은 1930년대 항일전쟁시기의 격전을 다룬 영화이다. 느낌이 올 것이다. ‘애국’과 ‘항일’이라는 정서적 충격파로 가득한 프로파간다 영화이며, 이른바 ‘국뽕’영화일 것 같다. 과연 그럴까. 영화는..
2020.12.11 -
[최미역행] “마스크 쓰고 영화 봅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올해 초, 마치 피휘(避諱) 하듯 ‘우한바이러스’ 대신 ‘코로나바이러스’라고 부르기 시작한 이 전(全) 지구적 재앙은 70억 지구인의 삶과 생명을 옥죄고 있다. 그런데 연말이 다가오면서 한 때는 진앙지로 여겨졌던 중국은 어느새 코로나 청정국까지는 아니지만 ‘방역 모범국’이 되어가고 있다. 중국의 통계를 전적으로 신뢰한다면 현재 중국의 확진자 수는 834명이란다. 사태 초기부터 지금까지의 누적 확진자는 93,004명, 사망자 수는 4,749명이란다.(11월 25일까지, 중국인터넷종합) 한국은 확진자수는 어제 하루 382명 증가하여 31,735명이 되었고, 누적 사망자 수는 513명이다.(11.25 0시기준) 정말 믿을 수 있는 수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사태초기의 급박..
2020.11.26 -
[엽문 리부트2020] 영혼불멸의 중화체육영웅
'일본 제국주의‘에 주먹 하나로 맞서 싸운 중화영웅 ’ 엽문‘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또 한 편 개봉한다. 견자단의 이후 수많은 유사품이 쏟아졌다. 그중에는 왕가위 감독의 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과 라는 혼란스러운 제목으로 영화가 개봉되기도 했다. 오늘 개봉되는 영화의 제목은 (중 국원제: 宗師葉問)이다. 주인공은 두우항(杜宇航)이다. 우리나라의 ’ 태권도‘에 맞서 중국이 국제 스포츠 게임에 내세우는 ’ 우슈‘ 국가대표로 2002년 부산 아시아게임에서 은메달을 받은 운동선수 출신이다. 견자단의 ’ 엽문‘ 시리즈에도 출연하기도 했고, 에서 엽문을 이미 한 차례 맡았었다. 견자단의 ‘엽문’이 대성공을 거둔 후 ‘엽문’은 적어도 ‘진진’(이소룡의 정무문 주인공)보다는 더 유명해진 인물이 되었다...
2020.11.26 -
[작은 소망] 삶의 끝, 절박한 소원 하나! (전우생 田羽生 감독 小小的愿望 The Last Wish,2019)
지난 주 극장가에 중국영화가 한 편이 조용히 내걸렸다. (小小的願望)이란 작품이다. 작년 중국에서 개봉된 이 영화는 한국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류덕환, 김동영, 안재홍이 출연한 (2016)이 원작이다. 개봉 당시 30만 관객을 동원했던 는 솔직담백하게, ‘온리 그것!“만을 목표로 달려가는 고등학생의 청춘의 치기를 유감없이 담아낸 청춘 코미디이다. 그 영화가 어떻게 중국의 영화제작자 눈에 든 모양이다. 중국영화 을 감상하기 전에 먼저 알아둬야할 것은 지금, 현재 중국에서는 영화등급제도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즉, 모든 영화가 눈높이를 낮춰, 누구나 볼 수 있는 수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온리 그것!’인 이 작품의 온전한 재미를 중국영화에서 구현할 수 있을까. 그 의문..
2020.08.18 -
[에베레스트] 중국의 등산굴기 (이인항 감독 攀登者 The Climbers 2019)
작년(2019년)은 중국이 건국된 지 70년이 되는 해였다. 모택동의 공산당이 장개석의 국민당을 대만으로 몰아내고 마침내 대륙을 석권한 것이다. 수천 년 봉건체제에 신음하던 인민을 해방하고 대국굴기를 부르짖는 중국에서 작년 그들의 국경일을 기념하여 대작영화 3편이 한꺼번에 개봉되었다. (中國机长),(我和我的祖国 ), 그리고 (攀登者)이다. 세계에서 해발고도가 가장 높다는 '에베레스트'(중국어로는 珠穆朗玛峰)를 왜 영화로 만들었을까. 영화는 1960년과 1975년에 있었던 중국 산악등반대의 에베레스트산 도전을 담고 있다. 에베레스트산은 1953년 5월 29일, 뉴질랜드의 에드먼드 힐러리가 처음 등정에 성공한 뒤 크라이머들의 도전의 무대였다. 네팔의 남쪽 경사면을 통한 등정이 아니라 중국(티벳)의 북쪽능..
2020.07.22 -
[살인연극] 로우예 감독의 치정살인극 (feat.중국의 부정부패) (로우예 감독 风中有朵雨做的云, The Shadow Play 2019)
일단은 나눠서 분류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중국의 영화사(史)를 감독중심으로 구분한다. 그렇게 장예모, 진개가는 ‘5세대감독’으로, 지아장커나 로우예는 ‘6세대감독’으로 그루핑한다. 그 이후는 모호해졌다. 중국영화산업이 숫자 하나로 구분짓기가 어려워서일 것이다. 여기 ‘6세대 감독’으로 해외영화제에서 엄청난 각광을 받았던 로우예(婁燁) 감독의 신작 살인연극>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한국관객을 만난다.살인연극>은 작년 4월 중국에서 개봉된 작품이다. 원제는 風中有朶雨做的雲>(간체:风中有朵雨做的云, The Shadow Play)이다. ‘바람에는 비를 품은 구름이 있다’라는 시적인 제목이다. 그 로맨틱하고 문학적인 제목이 ‘살인연극’으로 바뀌면서 중국적, 로우예적 이미지는 사라지고 미스터리한 살인이야기..
2020.07.13 -
[십년 - 엑스트라] 중국, 홍콩보안법통과” 10년 뒤 홍콩은 어떻게 변해있을까 (곽진 감독, 十年 浮瓜, 2015)
2020년 6월 30일, ‘홍콩보안법’이 통과되었다. 지난 2016년 4월 3일, 홍콩문화중심(Hong Kong Cultural Centre)에서 홍콩금상장 영화시상식이 열렸다. 우리나라에서는 (踏血尋梅)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곽부성 주연의 영화가 남/녀주연상, 남/녀조연상, 신인연기자상 등 연기부문 상을 싹쓸이하고, 촬영상과 각본상까지 차지했다. 홍콩영화계가 급속하게 중국영화산업으로 편입되어가고 있을 때 열린 이날 시상식에서는 어떤 작품이 최우수작품상의 영예를 누렸을까. 이날 중국매체들은 금상장 수상소식을 시시각각 전하면서도, 최고상인 ‘최우수작품상’에 대해서는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흔한 ‘인터넷 보도통제’가 이뤄진 것이다. 이 날 최우수작품상 트로피는 (十年)이라는 홍콩독립영화에 돌아갔다. 이 어떤..
2020.06.30 -
[소년시절의 너] 대륙의 동량지재는 어떻게 단련되었나 (증국상 감독 少年的你, Better Days, 2019)
2017년 한국에서 개봉된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로 중국영화의 다양성을 보여준 증국상 감독이 다시 한 번 주동우(저우동위)를 캐스팅하여 소년시절의 너>라는 묵직한 영화로 돌아왔다. 이 영화는 작년 중국에서 개봉되어 15억 위앤을 벌어들인 흥행작품이다. 제목에서 연상되는 대만청춘영화 같은 말랑말랑함은 기대하지 마시라. 학내폭력 사건의 시작과 끝을 보여주는 사회파 영화이니 말이다.영화는 안챠오(安橋)라는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높은 빌딩과 아파트들이 즐비하고, 고가도로가 기하학적인 도시미를 뽐내는 이곳에는 서민도 있고, 불량소년도 있고, 보호받지 못하는 청춘들이 수두룩하다. 천니엔(주동우)는 대학입학시험에 모든 것을 건 수험생. 아빠는 없고 엄마는 빚쟁이에 쫓겨 사라졌다. 오늘도 악착같이 공부! 오..
2020.06.23 -
[천하무쌍] 유진위 넌센스 코믹사극, “황매조 스타일~” (유진위 감독 天下無雙 Chinese Odyssey 2002)
코로나19 때문에 이런 영화도 다 극장에서 보게 된다. CGV아트하우스는 지난 11일부터 ‘All about 왕가위: 프로듀서 왕가위’ 기획전을 개최하고 있다. ‘감독 왕가위’가 아니라 ‘프로듀서 왕가위’ 작품을 만나게 된다. 그가 감독을 겸했던 (2008)을 포함하여 (1992), (2002), (1997), (2008), 그리고 (2016) 등 6편이 상영된다. 1990년대 중반 경, 왕가위가 한국에 소개되면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갈민휘가 감독한 이 마치 왕가위(감독)영화인 것처럼 홍보되어 논란이 좀 있었다. 지금 와서 보면, ‘프로듀서’로서의 그의 재능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듯하다. 흥행 면에서만 보자면 그다지 신통찮은 결과이지만 말이다. 은 2002년 중화권에서 개봉된 영화이다...
2020.06.15 -
[엽문4 더 파이널] 중화영웅 엽문, 미국에 맞짱 뜨다 (엽위신 감독 葉問4:完結篇)
라가 어려움에 처하면, 외세의 압박을 받게 되면 민족 영웅을 다룬 이야기가 득세하는 법. 군인이 될 수도 있고, 스포츠 스타가 될 수도 있고, 문학가일 수도 있다. 중국에는 특이하게도 무술영웅이 많다. 이소룡과 성룡, 주성치까지 연기한 적이 있는 의 진진, 이연걸이 연기한 곽원갑, 그리고 숱하게 만들어진 방세옥, 황비홍이 그러하다. 물론, 그 근원은 소림사의 무승들일 것이다. 여기에 언제부터인가 ‘엽문’(葉問)이라는 인물도 중화민족의 영웅대열에 합류했다. 비교적 덜 알려진 무인이지만 견자단 때문에, 시대 상황 때문에 더욱 주목받는 인물이 되었다. (1편)은 2008년 연말에 처음 개봉되었다. 홍콩의 재간둥이 영화제작자였던 황백명이 만든 이 엽문 시리즈는 만드는 족족 흥행에 성공한다. 라는 번외편이 나오더..
2020.04.07 -
[그날은 오리라] 홍콩광복의 그날은.... (허안화 許鞍華 감독 明月幾時有 ,Our Time Will Come 2017)
영화가 개봉되기 전 언론시사회가 열린다. 영화기자들과 평론가들이 먼저 영화를 보고 영화에 대한 기사를 쓴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극장에서 그런 언론시사회를 건너뛰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극장대관료조차 벌충하지 못할 저예산, 비주류영화의 경우이다. 흥행을 기대하지 못하는 경우, 조용히 개봉되거나 곧장 VOD 플랫폼으로 넘어간다. 때에 따라서는 Vimeo 플랫폼을 활용한 프리뷰 시사가 진행되기도 한다. 12월 12일 개봉된다는 중국영화 그날은 오리라>도 그런 경우이다. 2017년 중국에서 개봉된 이 영화의 원제목은 명월기시유>(明月幾時有)이다. 송나라의 명문장가 소동파의 시가(詞)의 제목이다. 영화의 배경은 1941년 말, 일본이 중국대륙을 침공, 남하하면서 영국에 할양된 홍콩(과 구룡)마저 집어삼키던 그 때..
2019.12.10 -
[유랑지구] “중국SF, 태양계를 뛰어넘어 안드로메다로~” (곽범 郭帆 감독 流浪地球 The Wandering Earth, 2019)
중국영화를 이야기할 때 주의할 점은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할 것이다. 표현의 자유와 공산당국과 치열하게 싸우는 작가주의 독립영화부터, 해외영화제에서 중국의 영광을 휘날리는 영화, 그리고 10억이 훨씬 넘는 중국영화팬들을 사로잡는 대중영화까지 그 스펙트럼은 넓고도 찬란하다. 여기에 그런 중국 영화토양에서 급속성장한 최신 흥행대작을 만나게 된다. 지난 2월, 우리가 설이라 부르는 대목인 ‘춘절’에 개봉된 SF영화 유량지구>이다. 충무로에서도 성공적인 SF영화는 만들지 못했다. 중국이 선수를 친 것이다. 중국이라면 ‘마데 차이나’로 이야기하는 ‘믿지 못할 짝퉁’을 먼저 떠올리지 모르겠지만 중국SF는 무시 못 할 무언가가 있다. SF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황당한 이야기의 기원은 중국이..
2019.12.10 -
[코끼리는 그 곳에 있어] 죽음으로 완성한 걸작 (후보 胡波 감독 大象席地而坐 An Elephant Sitting Still.2018)
영화를 직접 보기 전에 ‘제목’을 '의도대로' 올바르게 옮기기는 참으로 곤란한 경우가 많다. 작년 대만 금마장영화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중국영화의 제목은 ‘大象席地而坐’이다. 영어제목은 ‘An Elephant Sitting Still’이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진다. 동물원 이야기? 서커스단 이야기? 영화를 보고 나면 왜 이런 추상적인, 혹은 ‘아무말 대잔치’를 했는지 짐작을 하게 된다. 영화는 중국 허베이성 스자좡(石家庄)의 작은 도시 징싱(井經)현에 살고 있는 네 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한다. 이들은 그야말로 무명소졸, 밑바닥 서민, 민초들이다. 동네양아치 ‘위청’(章宇/장위)은 친구의 아파트에서 아내와 밀회 중이다. 그런데 친구가 갑자기 돌아온 것이다. 무어라 변명도 하기..
2019.11.21 -
[커커시리] 우리 자연 우리가 지킨다 (루추안 감독 可可西里,2004)
영화판의 큰손 CJ가 지난 달(2004년 11월) 개최한 제1회 CJ아시아인디영화제에서 흥미로운 중국영화 한 편이 소개되었다. 지난 2002년 제7회 부산영화제에서 [사라진 총]으로 소개된 중국 신예감독 륙천(陸川,루추안)의 두 번째 작품 [커커시리](可可西里)이다. 중국 지도를 펼쳐놓고 '커커시리'를 찾아보았다. 달라이 라마로 유명한 '티벳'과 실크 로드로 유명한 서북부 '신장위구르'지역 사이에 위치한 칭하이(靑海)성 일대의 해발고도 4~5,000미터의 청장고원(靑藏高原)이다. 어쩌다 영화나 TV영상물에서 중국의 황량한 자연 풍광을 보게 될 때 그 엄청난 규모에 놀라게 되는데, 바로 이곳 커커시리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영화는 10여 년 전의 일을 다큐멘터리 터치로 다룬다. 4만 5천 평방킬로미터..
2019.09.23 -
[귀신이 온다] 우리 안의 적 (강문 감독,鬼子來了 Devils on the Doorstep 2000)
‘강문'(姜文,지앙원)의 역사인식은 독특한 면이 있다. 일본이 만주에 주둔하고 있던 시기에 벌어지는 이 블랙코미디는 표피적으로 바보 같고 노예근성에 사로잡힌, 혹은 일본의 침략을 자포자기 받아들이는 용기 없는 중국민초의 이야기를 포복절도할 정도로 극도로 희화화시키고 있으며, 같은 방식으로 군국주의 일본의 잔인무도함과 국민당 해방군의 형편없는 역사의식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단지 깐느에 출품되었다는 이유로 중국정부가 중국내 상영을 금지하고 외국영화제의 출품을 막았다는 것은 다소 아이러니이다. 그 깊은 내막을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이 영화는 보기에 따라 상당히 곤혹스런 영화이기도 하다. (2000년 제5회) 부산국제영화제기간동안 이 영화가 상영된 극장 안은 영화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
2019.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