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영화리뷰(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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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기스칸(칭키즈칸)] 야만적인 민족영웅 (사이푸, 마이리스 감독 一代天骄成吉思汗 Genghis Khan, 1998)
(박재환 2000.4.1.) 우선, 외래어표기와 관련하여 잠깐 설명해야겠다. 중국어 발음이 [청지스한]인 이란 영화는 2000년 4월에 이란 제목으로 국내 극장에서 개봉되었고 같은 제목으로 비디오가 출시되었다. 그리고 지난 주 KBS-1TV 에서 방송할 때는 새로이 으로 표기되었다. 이유는 한국인의 올바른 국어교육에 힘쓰는 공영방송 KBS가 '외래어표기법'에 충실히 따랐기 때문이다. 백과사전에도 으로 나온다. 이와 더불어, '몽고'라는 말도 '몽골'이란 말로 바뀐 지 오래되었다. 이건 88 서울올림픽을 전후하여 이루어진 캠페인의 일종인데, 그 나라 말로 '몽고'는 부정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고 꼭 '몽골'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해서 이후 '몽골'이 정착된 것이다. 아직도 '몽고간장, 몽고반점....'이라는..
2019.08.07 -
[왕수선의 여름] 시골소년 입봉기 (이계현 감독 王首先的夏天 2002)
(박재환 2002.4.29.) 전주에 내려갔다. 시간이 맞지 않아 비디오 시사실에서 을 골랐다. 리지시엔(李继贤)이라는 낯선 중국 영화감독 이름에 반하기도 했지만, 영화 소개글에 따르면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작품 같은 아동영화라는 것이 끌렸다. 영화는 다행히 재미있었다. (이미, 6세대 감독의 지루함과 정치성에 질려버린 감이 있기에...) 중국에서 영화 만들기는 상당히 어렵다. 각종 소재에서부터 당국의 철저한 심사와 간섭을 받아야한다.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최종완성본까지, 그리고 해외영화제 출품시에는 허가를 따로 받아야한다. 이번 전주영화제에도 두 편의 중국영화가 마지막 순간에 참가가 불허되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중국의 영화현실에서 보았을 때 꽤나 모범적인 작품이다. '중영집단'의 상영허가를..
2019.08.07 -
[크레이지 스톤] 중국 대중영화의 힘 (닝하오 감독 瘋狂的石頭 Crazy Stone 2006)
(박재환 2007/8/27) 중국영화는 중국경제만큼이나 급성장 중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이른바 제 5세대 감독들의 작품들이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잇달아 수상을 하며 그들의 존재를 알렸고 최근 들어서는 폭발적인 경제성장에 힘입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전체가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콘텐츠로서의 영화산업을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해외 영화제에서 상을 받고는 있지만 그것이 중국내 영화 팬들의 대중적인 지지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대신 ‘한국’만큼이나 이상한 ‘흥행의 법칙’이 지배하고 있다. 한때 해외영화제에서 잘 나가던 장예모, 진개가 감독 같은 명감독이 엄청난 자본을 끌어들여 ‘중국’이란 나라만큼이나 큰 규모의 영화를 만들고는 영화당국과 미디어의 전폭적인 지지 하에 대규모 홍보전을 펼친다. 그리곤..
2019.08.06 -
[몬스터 헌트] 중국 역대흥행 1위, 대륙의 판타지 (허성의 감독 捉妖記, Monster Hunt, 2015)
올해 들어 영화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은 할리우드 스타로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에반스(어벤져스2), 톰 크루즈(미션 임파서블), 아놀드 슈왈제네거(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등이다. 그런데, 중국을 찾은 할리우드 스타로는 한국을 들른 뒤 중국을 찾은 이들 외에도 크리스 프랫(쥬라기 월드), 드웨인 존슨(샌 안드레아스), 콜린 퍼스(킹스맨) 등이 있다. 웬만한 블록버스터가 개봉될 때 중국은 꼭 찾아가봐야하는 핵심마켓으로 부상한 것이다. 중국 영화시장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는 작품은 올해 중국에서 개봉된 ‘분노의 질주7’이다. 이 영화는 중국에서 24억 2,600만 위앤(4,335억 원)의 흥행수익을 올렸다. 미국(정확히는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지역) 흥행수익은 3억 5,278만 달러(4천 억..
2019.07.30 -
[요묘전: 레전드 오브 더 데몬 캣] 양귀비는 이렇게 죽었다 (진개가 감독 妖猫传, Legend of the Demon Cat, 2017)
(박재환 2018.09.02) 중국 사서(史書)를 통해, 그리고 다양한 문학작품을 통해 ‘양귀비’(楊貴妃)는 절세가인, 미인의 대명사로 손꼽힌다. 양귀비는 중국 당나라 시절 인물이다. 안녹산의 난 때 죽었으니 1300년 전 사람이다. 양귀비는 호리호리/하늘하늘한 타입이 아니라 꽤나 풍만한 생김새로 사료된다. 양귀비는 우리나라 춘향이만큼 유명한지라 중화권에서는 수도 없이 영화로, TV드라마로 만들어졌다.(그 전에는 천년 동안 시로, 그림으로 추앙되었고 말이다.) 양귀비의 이야기를 담은 최신작품이 개봉된다. 를 만든 천카이거 감독의 신작 이다. (요망할 ‘妖’, 고양이 ‘猫’이다) 영화를 제대로 보기 위해선 당나라 역사와 양귀비에 대해서 좀 알아 둬야할 것 같다. 중국에서 유일무이 여황제 천무후의 시대가 지..
2019.02.11 -
중국영화 28세 미성년, “10년만 젊어진다면”
(박재환 2018.11.26) 여기 비*그라보다 좋은 영약이 있다. 10년의 세월을 되돌려주는 신비의 초콜릿이다. 단지 5시간만 효능이 지속된다. 그렇게 당신의 몸이 10년 전 세월로 되돌려진다면 무슨 일을 할 것인가. 가지 않은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인가. 지난 주 극장에서 중국영화가 한 편 개봉되었다. ‘28세 미성년’(원제:28歲未成年)이라는 다소 호기심을 자극하는 영화이다. 감독은 장말(張末,장모). 그 유명한 장예모(장이머우) 감독의 딸이다. 우선 가족부터 하자면. 중국현대사의 큰 비극이었던 문혁(문화대혁명)이 종결된 뒤, 멈춰 섰던 중국의 시계바늘이 조금씩 돌아가기 시작한다. 북경전영학원(베이징필름아카데미)도 다시 문을 열고 신입생을 받기 시작한다. 진개가(천카이거)가..
2019.02.11 -
[먼 훗날 우리] 첨밀밀 중국현실버전 (유약영 감독 後來的我們 2018)
홍콩 진가신 감독의 1996년도 작품 은 지금 봐도 그 시대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이다. 1997년 홍콩이 영국의 식민지에서 벗어나 ‘조국 중국으로 영예롭게 복귀’하는 그 시점을 배경으로 ‘자유와 기회의 땅’ 홍콩으로 건너온 중국남자 여명과 역시 돈을 벌기 위해 이곳에 온 장만옥이 만나 가슴 아련한 로맨스를 펼친다. 그들에겐 청춘도, 사랑도, 낭만도 덧없는 사치이다. 흘러가는 시간처럼, 등려군의 노래와 함께 변해가는 중국/홍콩의 위상에 보는 사람의 가슴이 먹먹해질 뿐이다. 그리고, 20년이 지나 또 한 편의 ‘첨밀밀’이 도착했다. 지난 4월말, 중국에서 개봉된 (後來的我們)라는 작품이다. 감독은 대만출신의 유약영(劉若英)이다. 유약영은 원래 가수로 더 잘 알려진 인물이다. 영화는 2007..
2018.07.11 -
특수부대전랑2 ‘군사력과 결합한 중국영화 상상력 끝판왕’
[2017.12.1] 영화가 만들어진 이후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작품은 무엇일까. 미국 박스오피스모조닷컴에 따르면 가 9억 3,600만 달러(1조 원)로 미국 흥행 탑이다. 화폐가치까지 감안하면 1939년 개봉작 가 18억 달러로 최고란다. 전 세계 흥행수익을 보면 제임스 캐머런의 가 27억 8천만 달러(3조원)로 역대 최고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1760만 관객의 이다.(매출액 기준으로는 1350억 원이란다) 중국은? 올 여름 중국에서는 전혀 뜻밖의 영화가 최고 흥행기록을 세웠다. 2년 전 개봉된 (戰狼)이라는 영화의 속편이다. 은 5억 위앤의 흥행기록을 세웠었다. 그런데 그 속편 (戰狼2)는 두 달 만에 무려 56억 7천만 위앤(9300억원)의 흥행수익을 올렸다. 단지 두 달 만에. 천문학적 흥행결과에..
2018.07.01 -
리버 로드(家在水草丰茂的地方, 리루이쥔,2014)
리버 로드, ‘물이 풍부하고 초원이 무성했던 나의 집’ (영화리뷰) [박재환 2017-04-07] 13억 인구의 중국은 56개의 민족으로 이루어졌다. 정확히는 절대 다수의 한족(漢族)과 55개의 소수민족으로 이루어져있다. 이 영화 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유고(裕固)족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잠깐 이들을 소개하는 자막이 흐른다. 중앙아시아 지역에는 위구르, 탕구트, 거란, 티벳 등의 다양한 유목민족이 분포해 있었고, 9세 말엽에 회흘(回紇, 위구르) 세력이 득세하며 실크로드의 문턱인 하서주랑(河西走廊) 지구에 왕국을 건설한다. 11세기 위구르 왕국이 망한 뒤 이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그 후예인 유구족은 현재 1만 4천명 정도가 이 일대에 산다고. 1953년 신중국 성립 이후, 유고족이 종족명으로 정립되었다. ..
2017.08.22 -
그레이트 월 (장예모 감독,長城, 2016)
'그레이트 월' 놀랄 노자 중국기예단’ (feat.장예모) (영화리뷰) [박재환 2017-02-16] 중국, 중화민족에 대한 가장 흥미로운 분석을 담은 책 중에는 황희경 교수의 라는 책이 있다. 중국을 '과장'과 '비주얼'의 측면에서 분석한 책이다. 장이머우(장예모) 감독의 영화를 볼 때마다 이 틀이 굉장히 주효하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장 감독의 초기 문예물과 문예물은 예외지만 말이다. 장예모 감독의 영화가 다 그러하듯이, 이 영화는 ‘중국’과 ‘중국영화’를 이해하는데 아주 중요하다. 단지 중국에서 흥행대성공을 거두었다는 이유에서만 그러한 것이 아니다. 중국인의 미학관과 세계관, 그리고 영화산업의 현주소를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영화 ‘그레이트 월’의 중국원제는 ‘장성’(長城)이다. 우리가 흔히 ‘만리..
2017.08.22 -
시절인연, '탕웨이' 시애틀에서 인연을 만나다
[시절인연] 요즘 중국영화계 현황 다시 말하지만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중적이다. 경제적인 면에서 보자면 중국과의 무역수지 흑자가 대한민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것은 이미 고착화되어버렸고, 군사/외교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북한변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카운터파트너가 되어있다. 그런데 대중문화 측면에서 보자면 ‘한류열풍’이라는 일방향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 그 아무리 망가 오타쿠와 미드팬들이 넘쳐나더라도 중국문화 콘텐츠는 여전히 비주류이다. 적어도 20여 년 전의 홍콩 느와르 열풍에 비하면 말이다. 지상파에서 중국드라마 만나보기는 어렵고, 멀티플렉스에서 최신 중국영화 보기란 하늘의 별따기이다. 이런 현상을 중국영화 자체의 경쟁력만으로 논하기는 어렵다. 시의적절하게 새해 벽두에 최신 중국영화 한..
2014.01.05 -
[대지진] 당산 대지진 23초의 지진, 32년의 갈등
1976년 7월 28일 중국 베이징에서 동북쪽으로 약 100킬로미터 떨어진 당산(堂山,탕산)이라는 도시에 리히터 규모 7.8의 지진이 일어났다. 시각은 새벽 3시 42분. 불과 23초의 진동은 당산 시 전체를 아수라장으로 바꾸고 말았다. 모두 24만 명이 죽고, 43만 명이 다쳤다. 1976년의 당시 중국은 모택동의 말년이었고 이른바 ‘죽의 장막’이라는 미명하에 아무도 그 너머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던 시절이었다. 지진파는 세계 각지의 관측소에서 감지되었다. 하와이에서도, 대만에서도, 유럽에서도. 진도는 8이상이었고 베이징 인근이라고 파악했다. 한 시간도 안 되어 중국 국가지진국으로 난징, 란저우, 쿤밍 등 전국 각지에서 지진 관측 보고가 답지했다. 북경 인근 이라는 관측이 당시 분석이었..
2010.10.27 -
[구구니 표양아] 황건신 감독의 모던 차이나
[제발, 나의 선행을 알아주세요] 황건신 감독의 모던 차이나 중국에 황건신(黄建新,황졘신)이라는 감독이 있다. 장예모, 진개가와 함께 이른바 5세대감독 군에 속하는 영화인이다. 한국에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에서는 꽤 유명한 사람이다. (장예모와 진개가보다 몇 년 늦게 북경전영학원에 입학했다) 그의 최신작은 최근 중국에서 개봉된 중국건국 60주년 초거대작 이다. 이 영화는 이미 4억 위안을 벌어들이며 중국영화사상 최고의 흥행수익 작품이 되었다. 황건신 감독의 작품은 어떤 공통점이 있다. 줄곧 현대화되어가는 중국의 도시에서 펼쳐지는 청년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이 소개된 것은 아마도 3년 전 CJ중국영화제에서 상영된 (站直啰!别趴下)일 것 같다. 그는 한국자본도 투..
2009.10.19 -
[크레이지 레이서] 중국영화도 제대로 웃긴다~ (닝하오 감독 瘋狂的賽車 Crazy Racer 2009)
지난 (2009년 9월) 18일 용산CGV에서는 ‘CJ중국영화제2009’ 개막식 행사가 있었다. 중국시장의 광활함과 중국영화시장의 장밋빛 미래를 일찌감치 내다본 CJ가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영화제이다. 2006년, 2007년, 그리고 올해 3회째이다. 작년(2008)엔 북경에서 한국영화제가 열렸다. 아마도 CJ측(CJ엔터테인먼트, CJ CGV)은 서울과 북경에서 격년제로 영화교류의 장을 마련할 모양이다. 올 영화제에도 중국 최신작품 15편이 상영되었다. 개막식 행사에는 청융화 주한중국대사가 직접 참석하였을 뿐만 아니라 중국 SARFT(광전총국) 관계자와 몇몇 고위급 인사가 참석했다. 그들은 중국영화시장의 확대와 한국자본의 중국진출을 기대하는 모양이었다. 적어도 10년은 앞서간다는 한국영화의 힘과 자본이 ..
2009.09.28 -
[고소](上訪) 무시할수 없는 중국식 민주주의의 모습
지금 충무로에서는 3회 충무로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10월에는 그 유명한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린다. 그리고 그 사이에 서울국제사회복지영화제란 것이 새로 열릴 예정이다. 지난 주말엔 시네마 디지털서울(CinDi)이란 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가히 지금을 영화제의 계절이라고 해도 괜찮을 듯하다. 많은 영화제가 열리고 그들 영화제가 제각기 특색 있는 차림표를 준비했다. 시네마디지털서울(CinDi)은 디지털 영화에 대한 애정과 투쟁하는 영화인의 자세를 아주 중시한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제를 관장하는 사람이 바로 전 편집장이었던 정성일 씨이니 말이다. 올해 꼭 보고 싶었던 영화는 깐느 영화제에서 ‘기어이’ 상영한 로우예 감독의 란 작품이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일찌감치 매진되었고 대신 (上訪)라는 ..
2009.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