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개봉영화(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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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키키 브라더스] “그대 내 곁에 선 순간~” (임순례 감독,2001)
지난 10월 11일, 김기영 감독의 (1960년)로 시작된 KBS 1TV 이 오늘밤 임순례 감독의 (2001년)를 마지막으로 그 화려한 막을 내린다. 100년 전, 1919년 10월 당시 단성사에서 선보인 가 최초의 한국영화로 사료된다. 이날을 기념하여 KBS는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지난 100년을 빛낸 한국영화 12편을 매주 금요일 방송해 왔다. 1960년대에서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영화의 품격을 높인 영화들이 늦은 밤 영화팬을 매료시켰다. 때로는 당국과의 마찰 속에서, 제작현장의 고충 속에서 묵묵히 한국영화의 완성도를 높여온 영화인에게 경배를 올린다.오늘 방송되는 는 단편 으로 주목받은 임순례 감독이 (1996)에 이어 내놓은 작품이다. 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도 못한 세 친구가 ‘희..
2019.12.27 -
[귀신이 온다] 우리 안의 적 (강문 감독,鬼子來了 Devils on the Doorstep 2000)
‘강문'(姜文,지앙원)의 역사인식은 독특한 면이 있다. 일본이 만주에 주둔하고 있던 시기에 벌어지는 이 블랙코미디는 표피적으로 바보 같고 노예근성에 사로잡힌, 혹은 일본의 침략을 자포자기 받아들이는 용기 없는 중국민초의 이야기를 포복절도할 정도로 극도로 희화화시키고 있으며, 같은 방식으로 군국주의 일본의 잔인무도함과 국민당 해방군의 형편없는 역사의식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단지 깐느에 출품되었다는 이유로 중국정부가 중국내 상영을 금지하고 외국영화제의 출품을 막았다는 것은 다소 아이러니이다. 그 깊은 내막을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이 영화는 보기에 따라 상당히 곤혹스런 영화이기도 하다. (2000년 제5회) 부산국제영화제기간동안 이 영화가 상영된 극장 안은 영화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
2019.09.18 -
[러시 아워2] 성룡, 크리스 터커, & 장쯔이
지금의 성룡은 개런티 2,000만 달러의 국제적인 스타가 되었지만 그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눈물이 절로 날 정도이다. 성룡의 집안이 워낙 가난하여 그가 병원에서 태어났을 때 그의 아버지는 병원비가 없다며 그를 병원에 그냥 두고 오려 했다. 아버지의 친구가 입원비를 대신 내어주어 성룡은 퇴원할 수 있었고, 가족들은 그 돈을 갚느라 2년동안 두부만 먹어야 했다고 성룡은 최근 회상했다. 계속되는 가난 때문에 결국 그의 아버지는 성룡이 7살되던해에 경극학원에 보낸다. 성룡은 첫 3일동안은 배불리 먹을 수 있어 너무 좋았지만 그날 이후 그의 고달픈 연기 생활이 시작된다. 성룡은 매일 얻어맞으면서 스파르타식으로 경극과 무술, 노래, 기예등을 배웠다. 지금도 그때 일을 기억하면서 "다른 사람을 때리는 것은 아주 나..
2019.09.17 -
[번지점프를 하다] 내 마음의 연인 (김대승 감독 Bungee Jumping Of Their Own 2001)
(박재환 2001/1/21) ‘번지점프’는 남서태평양 솔로몬제도에 위치한 바누아투라는 작은 섬나라에서 유래한 레저 게임이란다. 이 섬나라 원주민들은 해마다 봄이면 일정한 나이에 이른 남자아이들이 높다란 나무 끝에 올라가 ‘번지넝쿨’로 다리를 묶고는 땅바닥으로 고꾸라져서 뛰어내린다. 수십 미터 높이의 고탄력 나무에서 뛰어내려서 땅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절명하면 끝이고 살아남으면 성인으로 대접받는다고 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전래민속처럼 왜 그런 위험천만의 야만스런 통과의례를 치르는지를 설명해주지는 못하지만 이 번지점프는 80년대 들어 서구에서는 일종의 스포츠-레저가 되어버렸다. 미국의 금문교, 파리의 에펠탑을 거쳐 이제는 하나의 완벽한 레저가 된 것이다. 바누아투는 뉴질랜드 옆에 위치한다. 임권택 감..
2019.08.30 -
[와이키키 브라더스] 중년이 된 세친구 (임순례 감독 Waikiki Brothers, 2001, 명필름)
(박재환 2001/4/27) 대안영화를 표방하고, 지방문화의 국제화를 앞당기기 위해 개최되는 전주국제영화제 그 두 번째 장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임순례 감독의 는 분명 이 영화제의 위상을 한층 높여줄 작품으로 보인다. 작년 1회 영화제 개막작으로 ‘작가주의 감독’ 홍상수의 세 번째 영화 이 상영되면서 이 영화제는 단번에 부산영화제와 부천판타스틱영화제와는 분명 구별되는 작가주의 지향의 영화제임을 영화팬들에게 인식시켰다. 올해 개막작으로 선정된 임순례 감독의 신작 도 그러한 영화제 조직위원회와 영화팬들의 기대에 한껏 부응하는 작품이 되었다. 나이트클럽에서 연주하는 4인조 밴드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불경기로 인해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한 채 출장밴드로 전전한다. 지방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 시골 촌구석에서 열리..
2019.08.25 -
[화산고] 춤추는 매트릭스 (김태균 감독 Volcano High 2001)
(박재환 2002/10/7) 의 감독 김태균 감독의 필모그라피를 보면 흥미롭다. 와 의 제작담당으로 영화 일을 시작하여 와 의 조감독을 거쳐 , 를 감독했단다. 그리고 지난 연말 온갖 우려와 기대 속에 를 개봉시켰다. 다른 영화는 다 놔두고 은 참 희한한 영화였다.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영화였지만 형식의 특이함, 주제의 찬란함 등 여러 면에서 독창성이 느껴지는 신선한 한국영화였다. 그런 그가 에서 맘 먹고 돈을 펑펑 써가며 또 다른 '신선한' 한국영화 한 편을 건져내었다. 남들은 '화산고'의 어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영화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어떤 촌스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외가댁이 있는 경남 서생이란 곳에 '화산'이란 지명이 있기 때문이다. 아마, '기장-월래-좌천-일광'하..
2019.08.25 -
[교도소 월드컵] 영화명가가 만든 졸작 (방성웅 감독 2001)
올해(2001년) 극장가는 유난히 한국영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에서 초특급 흥행기록을 세우고 있는 잔혹 무비 조차 쩔쩔 맬 정도로 우리영화가 그 어느 때보다도 초강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곧 개봉될 우리영화 한 편이 이러한 우리영화 전성시대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은 , 등 영화기획의 신기원을 이룬 '신씨네'가 의욕적으로 만든 영화이다. 게다가 이 영화의 배급은 작년 신화를 만들어낸 CJ엔터테인먼트가 맡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올해 나온 그 어떠한 한국영화보다도 함량미달의 작품이 되고 말았다. 영화는 UN인권위원회가 '자유 평등, 화합'의 슬로건 아래 '제1회 교도소 월드컵'을 개최한다는 팩스 한 장으로 시작된다. 한국에도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고, 전국의 교정기관이 예선전을..
2019.08.23 -
[신라의 달밤] 경주로 간 '친구' (김상진 감독 2001)
(박재환 2001/6/15) 곽경택 감독의 는 중장년층에게 노스탤지어를 불려 일으키는 고풍스런 교복과, 암울했던 1970년대의 사회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내용에 편승하여 전국관객 800만이라는 빅 히트를 거두고 있다. 는 분명 부산사투리라는 제한된 언어 영역에서 느낄 수 있는 옛 정과 영화적 미학을 발견할 수 있는 많은 장치가 숨어 있었다. 이번에는 경주로 자리를 바꾼 또 한편의 영화가 노스탤지어를 불려 일으킨다. 물론, 이번에는 하와이에 갈 필요도 없고, 장동건의 비장미 넘치는 마지막 장면같이 눈물샘을 자극하는 라스트 씬도 없다. 단지, '그냥' 웃기려고만 덤벼들던 의 그 철저한 오락정신으로만 무장되어있다. 을 만들었던 '좋은영화'라는 영화사의 김미희 대표는 대단한 여자 분이다. 가 개봉할 때만해도..
2019.08.17 -
[일곱 가지 유혹] 뻔한 소원, 뻔한 결말 (해롤드 래미스 감독, Bedazzled, 2000)
[박재환 2001/2/23] 알라딘이 요술램프를 문지른 후 펼쳐지는 이야기보따리가 오늘날 미국 SF판타지의 원류가 되었을 것이다. 이번에 미국에서 건너온 일곱 가지 유혹 (원제: Bedazzled)>도 그러한 판타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주인공은 자신의 소원을 들어주는 요술쟁이를 만나 어떤 '특별한' 계약을 맺은 후 믿기 어려운 모험을 거친다. 그리고는 지금의 자신이 가장 행복하다는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내적으로 성숙하게 되고, 독자(혹은 영화관람객)는 즐거운 시간과 함께 진부한 교훈을 얻게 되는 것이다.자신과 똑같은 복제를 만들어 집안일과 직장 일을 동시에 해낸다는 클론시대 SF 멀티 플리시티>를 만들었던 해롤드 래미스 감독은 이번에는 아예,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일곱 가지..
2019.08.15 -
[에너미 엣 더 게이트] 문앞의 적 (장 자크 아노 감독 Enemy at the Gates 2001)
(박재환 2001-4-15)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에서 전쟁의 피비린내를 내뿜으며 구현한 것이 ‘라이언 일병’의 생사확인과 무사귀환이라는 기막힌 휴머니즘이었던 것에 비해, 이 영화 는 바로, 국가와 민족의 영광을 위해 하나의 전쟁 우상이 만들어지는 프로파간다의 드라마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 영화는 이쪽 계통의 고전이랄 수 있는 안소니 퀸 주연의 에 비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영화가 시작되면, 그 곳이 러시아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을 것 같은 폭설과 추위가 휘몰아치는 우크라이나 벌판을 보여준다. 총의 노리쇠로 날카롭게 저쪽 들판의 늑대 한 마리를 응시하는 소년이 조용히 속삭인다. “나는 돌이 된다.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라고… 그 소년 옆에는 상처 입은 노인이 소년에게 삶의 기술을 가르친다..
2019.08.14 -
[파이널 환타지] 디지털 인간의 무게는? (히로노부 사카구치 감독 Final Fantasy : The spirits within 2001)
(박재환 2001.7.16.) 2년 전, 심형래 감독의 용가리>가 처음 세종문화회관에서 상영된 후 쏟아진 비난은 지금 생각해도 비참할 정도였다. 영화의 기본도 안 된 상태에서 펼친 무모한 도전이라는 것이 대부분의 평자와 네티즌의 의견이었다. 그런데, 그러한 비난 속에 아주 가끔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CG쪽 관련종사자들의 냉혹한 자기비판적 글이었다. 그 동안 헐리우드의 영상혁명에 대해서는 너무나 관대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정작 자국의 영상기술발전에 등한시 해오던 영화팬들이 심형래의 그러한 도전에 돌을 던질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사실 그가 사기꾼이 아닌 이상 그러한 열혈 도전의식이 없었다면 우리나라의 CG기술은 언제나 그 수준에서 맴돌게 될지도 모른다. 파이널 환타지>를 보고나선 우선 떠오른 생각이 그러한..
2019.08.09 -
[빌리 엘리어트] 댄싱 히어로 (스티븐 달드리 감독 Billy Elliot 2000)
(박재환 2001.2.15.) 를 극장에서 본다는 것은 너무나 행복한 시간일 것이다. 이미 영국에서 넘어온 실업자, 혹은 비탈에 선 중산층의 이야기는 나 , 혹은 켄 로치 감독의 작품들을 통해서 보아왔다. 그러나, 이번에 소개되는 영화는 국가적 차원에서 단행되는 구조조정의 서슬 퍼런 현실 앞에서, 혹시 ‘천재일지도 모를’ 아이를 위해 아버지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또 그 과정을 통해 인간이기에 꿈꾸는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너무나 설득력 있게 전해준다. 1984년의 영국 던햄 지역은 탄광노동자의 생존권을 둘러싸고 지루한 파업을 펼치고 있었다. 탄광노동자는 임금삭감 혹은 노조와해의 위협 속에 강철같은 노동대오를 형성한다. 방패와 헬멧으로 무장한 경찰과 대치하면서 단 한사람의 이탈도 거부한다...
2019.08.05 -
[15분] 악당들의 미디어 농간 (존 허츠펠트 감독, 15 Minutes)
(박재환 2001/6/9) ’15분(15 Minutes)’이란 제목은 이 영화의 주제를 명확히 드러내준다. 미국의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이 “TV 때문에 누구나 자신만의 15분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 후, 실제로 “15분”이라는 말은 이제 하나의 저널리스틱한 표현법이 되었다. 그것은 ’15분’만에 스타가 된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아마도 명동을 지나다 TV연예프로그램의 깜짝 쇼에 나오게 된다거나, 얼떨결에 범인을 잡는 것이 CCTV에 녹화되었다가 뉴스시간에 반복 방영되거나, 아니면 화재나 교통사고 등 재난사고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후 각종 대담 프로그램에 나와서는 이상하게 스타덤에 오르는 ‘보통사람들’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15분’이면 이제 전국적 지명도의 스타가 되는 것이 불가능한 일..
2019.08.03 -
[오! 그레이스] 대마초의 합법화?! (나이젤 콜 감독 Saving Grace,2000)
(박재환 2001-6-22) 영국식 유머는 따분하다. 영국식 신사도란 것도 조금 답답하다. 아마, 에서의 앞뒤 꽉 막힌 선원들을 본다면 조금 공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영국에서 가끔 흥행에 성공을 거두는 자국 영화를 보면 분명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나 프랑스 영화와는 다른 무거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작년 영국 내 최고의 히트작 가 탄광 노동자를 아버지로 둔 천재 발레리노 소년의 고달프지만 희망에 찬 삶을 볼 수 있었다면, 같은 영화에서는 암울한 경제상황 아래서의 무거운 페이소스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에 새로 개봉되는 또 한편의 영국영화 또한 그러한 묵직한 웃음이 있다. ◇ 심의와의 전쟁 **2001년의 상황임!!!!** 먼저, 이 영화가 우리 나라 극장가에 걸리기까지에는 조금의 우여곡절이 있었..
2019.08.03 -
[말레나] 모니카 벨루치와 몽정기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 Malena 2001)
“감동 깊게 본 영화가 뭐에요?”라는 질문에 “시네마천국!”이라는 대답이 정해진 적이 있었다. “군대 가기 전 애인에게 선물하기 딱 좋은 O.S.T. 시디는?”에 “엔니오 모리코네의 !”이 모범 답안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나도 그 영화 너무 좋아했고, 그 시디를 두 장이나 갖게 되었다. 영화 좋아하는 사람치고 을 싫어하는 사람 없을 것이다. 그다지 연관이 없는 1940년 이탈리아 시실리의 연애담에 한국인이 열광한 것은 ‘열정’에 대한 문제일 것이다. 영화에 대한 열정, 사랑에 대한 열정, 인생에 대한 열정 말이다. 그리고 10여 년이 훌쩍 흘러 쥬세페 토나토레 감독은 를 들고 왔다. 신부님의 가위에 잘려나간 헐리우드 영화에 울고 웃던 이태리인들은 이제 말레나라는 육감적인 여인네에 어른이고 아이이고 환장할..
2019.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