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점프를 하다] 내 마음의 연인 (김대승 감독 Bungee Jumping Of Their Own 2001)

2019. 8. 30. 12:53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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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2001/1/21) ‘번지점프’는 남서태평양 솔로몬제도에 위치한 바누아투라는 작은 섬나라에서 유래한 레저 게임이란다. 이 섬나라 원주민들은 해마다 봄이면 일정한 나이에 이른 남자아이들이 높다란 나무 끝에 올라가 ‘번지넝쿨’로 다리를 묶고는 땅바닥으로 고꾸라져서 뛰어내린다. 수십 미터 높이의 고탄력 나무에서 뛰어내려서 땅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절명하면 끝이고 살아남으면 성인으로 대접받는다고 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전래민속처럼 왜 그런 위험천만의 야만스런 통과의례를 치르는지를 설명해주지는 못하지만 이 번지점프는 80년대 들어 서구에서는 일종의 스포츠-레저가 되어버렸다. 미국의 금문교, 파리의 에펠탑을 거쳐 이제는 하나의 완벽한 레저가 된 것이다. 바누아투는 뉴질랜드 옆에 위치한다.

임권택 감독의 <창>, <춘향뎐>의 조감독 생활을 한 김대승 감독은 그의 야심에 찬 감독 데뷔작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여태 충무로 감독들이 이루지 못한 관문을 시원스레 돌파했다. 그것은 성별과 연령을 초월하는, 그래서 동성애의 시각까지 충분히 아우르는 퀴어적 영화를 만들어내었고, 멜로드라마의 수준과 양상을 적어도 두 차원을 끌어올리는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는 일종의 통과의례를 담고 있다. 그것은 영혼과 육신의 분리 재결합과 이승과 저승의 관문인 것이다. 이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웬지 불안하고 두렵다. 그것은 이병헌의 눈에서 풍기는 조마조마한 사랑의 감정과 애틋한 동정과도 같다. 그리고 이러한 불온한 느낌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줄곧 일정한 불안감을 조성하며 관객들을 흡입시킨다. 1983년의 사랑이 2000년의 학원이야기로 부담 없이 넘어가고, 그 이야기는 관객에게 조금씩 각인된 복선을 하나씩 주지시키며 종말을 치닫는다.

영화는 1983년과 2000년을 가로지르는 애달픈 사랑을 담고 있다. 1983년 국문과 학생 서인우는 미술학과 ‘태희’를 한 눈에 사랑한다. 수줍어하는 인우의 모습은 <기쁜 우리 젊은 날>의 안성기와 <겨울나그네>의 강석우의 스테레오타입화된 청춘의 한때를 보여준다. 사랑하는 태희와 하룻밤을 지내고, 군에 가게되는 인우와 ‘용산역’에 나타나지 않는 태희. 관객들은 ‘태희’의 갑작스런 퇴장에 따른 많은 상상과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 빠져들고 만다. 감독은 전반부의 수줍은 멜로에 덧붙여 미스테리로 가득한 후반부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월은 그렇게 17년을 단박에 가로지른다. 젊은 시절 누구나 그 정도의 사랑의 열정은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고등학교 국어선생님으로 결혼한 몸인 인우에게서 그 어떤 남아있는 멜로적 낭만을 찾을 수 있을까. ‘태희’가 나타나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관객은 사라져버린 ‘태희’에 대한 의문과 곧이어 한 남자고등학생에게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사랑은 가슴에 묻을 수가 없는 법.

관객은 전반부에 설정된 많은 일들이 모두 후반부의 인연을 위한 복선이었음을 알게 된다. 라이터나 대사, 행동은 이제 그 사람-제자 현빈-이 바로 ‘태희’일지도 모른다는 ‘인우’의 심리상태에 공감하게 된다. 과연 그럴까?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의 인물들의 감정변화이다. 고등학교 남자선생님과 제자, 그것도 남학생일 경우. 일반적으로 상황이 묘사하는 ‘추잡스러운’관계는 두 배우의 너무나 리얼한 연기에서 오히려 ‘태희’의 환상을 뽑아낼 수가 있다. 현빈 역을 맡은 ‘여현수’는 이병헌보다 키가 조금 더 크다. 이병헌이 빨려 들어가듯 현빈을 쳐다보는 눈빛은 모든 사람이 의혹을 품을 만큼 애처롭다. 그것은 그만큼 그가 ‘태희’에게로 빠져들어간다는 것이다. 마지막 번지점프대에서 손을 마주잡은 두 사람은 – 그것이 누구이든 간에 관객들은 비극적 사랑에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사랑의 도피는 <엘비라 마디간>이래 많은 영화에서 보여준 사회적 금기에 대한 도전과 좌절이라는 측면보다는 잘못된 인연에 대한 결연한 자결이다. 그래서 잘못 날아든 영혼을 돌려놓기 위한 그들의 비상이 눈물겨운 까닭이다.

<내 마음의 풍금>에서부터 마침내 연기력을 펼쳐 보이기 시작한 이병헌의 눈빛 연기는 이 영화의 퀴어적 성향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태희’역의 ‘이은주’는 배우로서의 자질은 아직까지 검증받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작품’에 대한 운은 따른다고 해야겠다.

작년 한국영화의 하나의 끔찍한 트랜드였던 ‘공포영화 붐’속에서 괜찮은 작품이 전혀 없었음에 비해 올해 쏟아지기 시작한 멜로물은 제각기 색깔과 감독의 역량이 반짝인다는 것이 다행이다. 이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는 올해 나올 많은 한국영화 중에서 기억할 만한 영화이다.

 

Bungee jumping - Wikipedia

Bungee jumping (; also spelled bungy jumping, which is the usual spelling in New Zealand and several other countries)[1][2] is an activity that involves jumping from a tall structure while connected to a large elastic cord. The tall structure is usually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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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nseksrmrqhr2009.06.04 13:29

    그러한 마음의 고운 선들이 얽혀 있는 것을 눈여겨 보지 못했던 소홀함을 이제야 꾸짖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