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월드컵] 영화명가가 만든 졸작 (방성웅 감독 2001)

2019. 8. 23. 15:25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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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2001) 극장가는 유난히 한국영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에서 초특급 흥행기록을 세우고 있는 잔혹 무비 <한니발>조차 쩔쩔 맬 정도로 우리영화가 그 어느 때보다도 초강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곧 개봉될 우리영화 한 편이 이러한 우리영화 전성시대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교도소 월드컵><은행나무침대>, <거짓말> 등 영화기획의 신기원을 이룬 '신씨네'가 의욕적으로 만든 영화이다. 게다가 이 영화의 배급은 작년 <공동경비구역 JSA> 신화를 만들어낸 CJ엔터테인먼트가 맡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올해 나온 그 어떠한 한국영화보다도 함량미달의 작품이 되고 말았다. 

영화는 UN인권위원회가 '자유 평등, 화합'의 슬로건 아래 '1회 교도소 월드컵'을 개최한다는 팩스 한 장으로 시작된다. 한국에도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고, 전국의 교정기관이 예선전을 갖는다. 교도소장에게는 일계급 특진이 출전 재소자에게는 감형 등의 특전이 주어지게 된다. 이 영화의 주무대는 원주교도소이다. 각양각색의 전과자들이 온갖 사연을 뒤로 하고 좌충우돌 축구공에 매달려 한바탕 소동을 펼치게 된다. 원주교도소 팀은 우여곡절 끝에 결승까지 오르게 된다. 

사실 축구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스포츠 자체가 드라마라고 하더라도 게임 자체를 다큐멘터리로 잡지 않는 이상, 11명이나 되는 캐럭터와 그 주변 인물들의 다양한 드라마를 녹여내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이 영화는 전과자로 구성된 축구팀이라는 설정 자체가 만화적인 구성을 띌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많은 전과자들은 각자 사연을 갖고 있을 것이고, 그 사연을 소개해 주는데 영화의 반을 투자해야할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감독은 '조재현'이라는 입담 센 배우를 통해 '수다'로 선수를 소개하는 편법까지 동원한다.

  물론 이런 영화에 등장하는 선수들은 한 가지씩 특출한 재능을 가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군사작전을 수행하지 않는 이상, 그들은 기본적으로 어중이떠중이, 오합지졸에 불과할 뿐이다. 선수보다 더 많은 사연을 갖고 있을 법한 축구팀 감독-교도소 교도관-은 애당초 축구에 대한 전술훈련이나 기본 전략은 없다. 마치 이러한 스포츠만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코칭스태프처럼 술병을 끼고 살며, 결정적인 순간에 한 마디만 툭 던지면 되는 것이다. 가장 특이하다면 '황인성'이 그런 믿지 못할 축구팀의 감독을 맡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감형'이나 '특박' 등과 같은 비교적 단순한 우승보너스 약속에 축구팀에 들고, 별다른 어려움 없이 결승에 오르고, 거의 모두가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 결승골을 만들어낸 후 영화를 서둘러 종결시킨다. 물론, 그 와중에 말 많은 죄수들의 거친 입을 통해 사회에 대한 수없는 욕설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된 후 1시간 동안은 그러한 어설픈 감옥 생활을 목격해야하는 고역이 따르고, 어설픈 죄수들의 축구경기를 지켜봐야한다. 

물론, 감독은 교도소라는 가장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희망을 찾는 과정을 보여주러 노력했다. 황인성보다 더 심각한 연기를 한 '사형수' 정진영을 통해서이다. 결승전 다음에 이어지는 느닷없는 탈출극 소동과 귀환은 이 영화를 더욱 맥 빠지게 만들고 말았다.

  스타급 출연배우는 없다. 그나마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는 이것이 영화인지 연극인지, TV코미디물인지를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만들고 말았다.(연극과 TV코미디물을 비하하는 게 아니다) 그래서 '장두이' 같은 배우를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만나보게 되는 것도 기쁨보다는 고역이다. 첫 시사회장에서 무려 10여 명이 몰려 무대에 올려가 자기소개를 하는 것 같은 지루함이 영화 전체를 관통한다. 그 때 한 배우가 "깊은 생각 하지 말고, 마음을 놓고 그냥 재미있게 보라"고 했다. 이런 영화는 그렇게 봐야한다. 만약, 교도소에서 펼쳐지는 자유와의 투쟁이라든가, 3류 인생들의 애국심, 혹은, 축구경기를 통해 형성되는 동지애 등과 같은 '' 수준 높은 감동을 기대한다면 아예 포기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신철(신씨네 사장)씨는 이 영화를 왜 만들었는지 정말 궁금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감옥을 배경으로 한 또 한편의 한국영화 <도망을가>라는 제목의 영화가 기획단계에서 중단되었다. 한국에서 가장 촬영하기 힘든 배경이 감옥이라고 했다. 그런데, 제대로 만든 감옥 영화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극명하게 보여준 영화가 바로 이 <교도소 월드컵>이다. (박재환 20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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