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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리뷰

[해변으로 가다] 2000년 한국호러영화 (김인수 감독 Bloody Beach 2000)

by 내이름은★박재환 2019.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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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에 쏟아진 한국호러영화에 대해 너무 부정적으로만 본 것 같네요. --;)

 

올해(2000) 충무로에서 만들어진 호러영화란 것을 몇 편 본 사람으로서는 이런 영화의 리뷰를 쓸 때마다 한계상황에 봉착한 듯 난감해진다. 여름방학이 다 끝나가도록 서울에서는 아직 개봉관도 잡지 못한 개그맨 출신의 김정식 감독의 데뷔작 <공포특공대>로부터 시작하여, <하피>, <가위>, 그리고, 부천영화제에서 미리 선보였던 몇몇 작품들, 그리고 이번 주말에 개봉될 영화 <해변으로 가다>까지. 여름 한 시즌동안 국내영화팬들이 극장에서 과연 한국산 호러물을 두 편 이상 볼까 의문스런 상황에서는 이런 영화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것이 조금은 안쓰럽기도 하다. 모르긴 해도 국내 영화발전과 평균적 영화팬들의 만족과 기쁨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다양한 장르'의 영화와 '폭넓은 재미'일 것이다. 감동이나 작품성은 언급할 형편도 못되고 말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번 여름엔 그러한 영화팬의 소박한 기대를 깨뜨리고는 비슷한 장르의 영화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고 말았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작품이 많다보면 하나쯤 괜찮은 것이 나올 것도 같더니 전혀 그렇질 못했다는 것이다. 아직은....

 

때로는 영화홍보자료가 그 영화의 형편없음을 상쇄하는 경우가 있다. 영화 보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되지만 때때로 영화 리뷰 쓰는데 도움이 되는 케이스가 있으니 바로 이 영화 <해변으로 가다>이다. 조금 옮겨보면..

 

공포영화란 어원인 라틴어의 'horrere(털이 곤두서다)'의미 그대로 관객에게 공포와 불안을 일으키도록 의도된 영화군. 자율신경계의 반사작용에 의한 교감신경이 흥분이라는 신체적 작용과 함께 사회적 금기의 위반에서 느끼는 해방감, 억압되어 있는 원초적 욕망의 해소에서 오는 깊은 카타르시스로 영화의 오랜 역사를 관통하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장르이다. 한국에서는 주로 '원한을 가진 혼령의 복수극'이라는 권선징악적 괴담의 형태로 발전해 왔다. <해변으로 가다>는 장르 본연의 목적에 충실한 공포영화이다. 흡입력 있는 드라마, 몰입을 유도하는 효과적인 편집, 긴장을 극대화하는 음악과 음향, 잔혹영화 매니아들까지 끌어당길 만한 피범벅의 영상. 영화의 모든 요소들은 '공포'와 그로 인한 카타르시스에 집중하고 있으며 공포영화의 어제와 오늘을 넘나드는 장르법칙들은 재생과 변주를 반복하며 공포감을 자아낸다.

 

사실, 특정장르의 영화가 영화평론가의 호평을 받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적어도 그 분야에서 매니아 소리를 듣는 전문가가 즐비하기에 괜히 어설픈 흉내내기를 했다간 '뽀록'이 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태생부터 그러한 한계에 직면했다. 제 아무리 <텔미 썸딩>의 쿠앤필름이라지만, 한석규-심은하 없는, 그리고 장윤현 없는 '깜짝영화'를 만들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열심히 만들긴 하였지만 너무 많이 나와 버린 장르영화 속에서 유난히 뛰어나지 않으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상황이 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해변으로 가다> 이 영화는 그저 그런 공포영화를 답습한 영화일 뿐이다. 언제부터인가 더욱 잔인하고 더욱 실감나게 자르고, 썰고, 찌르고 하는 것이 유행이 되어 버렸다. 게다가 주체할 수 없는 젊음으로 무장한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답게 카섹스 장면도 집어넣고 말이다. 물론, 섹스 하는 놈은 죽는다는 것쯤은 <스크림> 안 본 사람도 안다. 이젠 부천영화제를 통해 내장으로 정말 줄넘기를 하는 한국영화까지 나오다보니 웬만한 스플래터나 슬래쉬니 결코 시도 못할 영상은 아니다. 이 영화에서는 도끼로 사람을 내리찍는 아주 하드고어한 장면이 나온다. 커다란 가위에 잘려나간 손가락이 파르르 떠는 장면도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 봐서는 후반 20여분은 숨이 꽉 막힐 것 같은 호러물의 긴장을 제공하기는 한다. 하지만, 그 마지막 장면까지 가기 위한 너무나 숨 ''막히는 배우들의 연기에 고통을 느낄 정도이다.

 

PC통신 채팅을 통해 한 사람을 왕따 시키고, 그 왕따 당한 사람이 자살을 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나머지 채팅 회원들이 여름 바닷가 별장에서 죽음의 파티를 한다는 소재는 참 좋았다. 시의 적절했고 말이다. 하지만, 기대했던 신인배우들의 신선한 연기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아쉽다.

 

결론적으로 이제 한국영화는 웬만한 미국의 호러영화의 엑기스를 다 뽑아 썼다. 남은 것이 있다면 '마약 하는 놈은 죽는다'라는 명제만 화면에 집어넣으면 된다. 우리 나라엔 마약이 흔치 않아서겠지. 호러는 저예산으로 찍을 수 있다지만, 너무 아이디어 빈곤인 것 같다. 아니면 호러에서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던 것이 애당초 잘못이었던지. (박재환 200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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