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전설] 김태용 단편 (김태용 감독 Where Mermaids Go, 2015)

2019. 8. 12. 10:30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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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2018.7.10) 최근 위안부 할머니의 아픔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준 준 영화 <허스토리>의 민규동 감독의 이름을 들으면, 또 다른 이름이 떠오른다. 민규동 감독은 한국영화아카데미 동기인 김태용 감독과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를 함께 찍으면서 충무로의 무서운 신인감독으로 주목받았었다. 그후 김태용 감독은 <만추>를 찍었고, ‘만추’의 탕웨이와 결혼까지 한다. 그런데, 김태용 감독의 신작을 극장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다. 이런저런 단편을 찍고 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말이다. 그의 작품을 TV에서 만날 수가 있다. 오늘밤 KBS <독립영화관>에서 방송되는 ‘그녀의 전설’이다. 물론 탕웨이가 나오는 작품이 아니다.

<그녀의 전설>은 27분짜리 단편이다. 제주도가 배경이다. 해녀들이 푸른 바다에서 자맥질을 하며 미역이랑 성게를 따고 있다. 그리고 뭍으로 올라온 한 해녀-할머니-의 뒷모습을 보여준다. 화면은 바뀌어 약국에서 일하는 약사를 보여준다. 최강희(유진 역)이다. 유진은 ‘엄마’가 사라졌다는 연락을 받고 어린 아들과 함께 제주도로 온다. 엄마의 방과, 엄마의 바다를 돌아다니지만 엄마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그런데 창고에서 뜻밖의 존재를 만난다. 커다란 곰. 놀랍게도 곰이 말을 한다. ‘엄마이다. 유진은 곰이 된 엄마와 함께 제주도의 바다, 제주도의 산, 제주도의 들판을 돌아다닌다. 곰이 된 엄마는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조용히 산으로 들어간다.

‘단조로운 단편영화’같이 시작된 영화는 ‘곰의 등장’과 함께 판타스틱하게 변한다. 제주도 사투리(방언)로 가득한 할머니의 대사와 함께 영화는 애틋한 모녀의 이야기와 제주도의 전설을 가만히 들려준다.

제주도에서는 해녀가 죽으면 산(한라산)으로 들어가 곰이 된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해녀의 고된 물질을 보여주는 영화인줄 알았는데 의외로 담담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이다. 분명 죽음을 다룬 슬픈 이야기일 텐데, 영화는 관조의 삶, 죽음 다음에 마주칠 삶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갑자기 곰과 해녀들이 춤을 추는 장면 등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유쾌하다. 김태용 감독은 원로가수 현인이 부른 ‘꿈속의 사랑’을 영화에서 변주한다.

오늘밤 <독립영화관>에서는 김태용 감독의 <그녀의 전설>과 함께 가수 요조가 감독한 음악영화 < 나는 아직도 당신이 궁금하여 자다가도 일어납니다>(28분)라는 궁금한 제목의 영화를 방송한다. 그리고 이대영 감독의 <감독님 연출하지 마세요>(13분)란 작품도 함께 방송한다. 이 작품은 제목만큼 재밌다. 과연 감독이 왜 그러는지, ‘독립영화’현장에서의 감독과 배우의 신경전이 예사롭지 않다. 근데, 대반전이 펼쳐진다. 오늘밤 12시 30분 확인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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