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리뷰(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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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마] 그 시절, 충무로 실록 (이해영 감독, 넷플릭스 2025)
요즘 같은 시대에는 애처롭게 느껴질 그 시절 풍속사(風俗史)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 공개되었다. 지난 22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이해영 감독의 6부작 오리지널 는 1982년 개봉된 안소영 주연의 영화 의 제작과정에 빗대 당시 처절했던 충무로 영화인의 열정과 밑바닥에서 끌어 오르던 민초들의 민주화 염원, 그리고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불온한 시선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1980년대 초를 배경으로 한 넷플릭스 는 신성영화사 대표 구중모(진선규)가 시대의 변화에 걸맞은 파격적 영화를 만들기로 하면서 시작된다. “이제 벗기는 영화, 본격적인 성인영화의 시대가 되었어. 주제는 성욕이야!” 이른바 전두환 시절의 ‘3S’(스크린,스포츠,섹스)의 시대에 발맞추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전..
2025.09.08 -
[좀비딸] 좀비 딸의 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애용이 (필감성 감독, 조정석 주연)
(전통적) 영화의 몰락과 극장의 위기가 영화판을 옭죄는 가운데 오랜만에 스매싱 히트작이 나왔다. 과 티빙 의 필감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이다. 검증된 인기웹툰을 원작으로 와 으로 코미디의 황제가 된 조정석과 이정은, 윤경호가 나온다니 개봉 전부터 어느 정도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정환(조정석)은 동물원 사육사이다. 호랑이에게 문워크를 훈련시킬 만큼 맹수친화적이다. 집에는 과년한 딸애 수아가 보아의 넘버원 댄스를 익히고 있다. 학생 댄스 콘테스트에 나갈 예정이다. 행복한 부녀의 순간은 짧게 지나가고 곧바로 좀비 사태로 돌입한다. 아파트 밖으로 보이는 동네 풍경은 이미 좀비 세상이다. 아빠와 딸은 아슬아슬하게 차에 올라 엄마가 있는 바닷가 마을 은봉리로 피신한다. 그 사이, 딸이 좀비에게 물린다. ..
2025.09.08 -
[우리 둘 사이에] 쪼코, 휠체어, 그리고 산모 (성지혜 감독, 김시은 설정환)
여기 한 여자가 건널목 앞에 멈칫 서 있다. 좌우로 지나가는 차들. 지나갈 타이밍을 재고 있다. 그 여자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다. 18년의 평범한 삶을 살다가 사고를 당한 뒤 휠체어의 삶이 17년을 이어온다. 그의 곁에는 다정한 남편 호선이 있다. 달콤한 신혼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른다. 은진이 임신을 한 것이다. 태명을 ‘쪼코’라 지었다. 행복할까. 이제부터 휠체어를 탄 장애인 은진의 출산분투기가 시작된다. 후천적 장애, 척추 장애를 갖고 있는 은진의 출산은 고난의 연속이다. 병원에서도 각종 위험성을 이야기해주고, 당사자도, 남편도 잘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를 갖고 싶다는 열망은 더해간다. 12주, 24주, 34주가 되면서 행복한 출산의 희망보다는 좌절과 죄책감을 더 갖게 된다. 성지혜..
2025.09.08 -
[BIFAN리뷰] ‘층’ 타란티노식 층간소음 해결법 (조바른 감독)
열대야가 극성을 부리는 염하(炎夏)의 날이 이어지고 있다. 간밤에 잘 주무셨는지. 혹시 아파트 ‘층간소음’으로 고통스러운 밤을 보내지는 않는지. 최근 들어 ‘층간소음’으로 야기된 이웃 간의 다툼이 비극적 결말로 이어지는 뉴스를 심심찮게 접한다. ‘층간소음’을 다룬 영화와 연극도 만들어지고 있다.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공개된 이란 단편영화도 ‘층간소음’을 다룬다. 은 2017년 BIFAN에서 이란 단편으로 작품상을 수상하고, 2021년 액션영화 와 공포물 을 감독한 조바른 감독의 단편영화이다. 은 이런 저예산단편공포영화에 어울리는 허름한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다. 평화롭게 자고 있는 부부. 아내는 위층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깨서는 남편에게 올라가서 말 좀 해보란다. 어두운 복도, 소..
2025.09.08 -
[BIFAN리뷰] ‘위빙’ 레이징 걸 (최민지 감독)
이번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도 영화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많은 장단편 영화들이 소개되었다. 최민지 감독의 단편 은 ‘손가락을 찾는 방법’(손윤희 감독), ‘눈 내리는 밤’(대만 정치아오윈 감독), ‘네크로필리아’(나상준 감독)와 함께 [엑스라지2]에 묶여 상영되었다. ‘위빙’의 복싱에서 상대의 훅 공격을 피하고 반격하기 위한 회피 기술이다. ‘뎀프시롤’ 이후 영화에서 다시 만나는 복싱의 기술이다. 과연 최민지 감독은 사각의 링에서, 그리고 그 밖에서 어떻게 상대를 요리할까. 공이 올렸다! 복싱체육관. 수현(석희)는 오늘도 열심히 연습 중이다. 관장이 방어만 하지 말고 좀 더 공세적으로 ‘위빙’ 테크닉을 연습하라고 일러준다. 이때 등장한 민경(박정인)은 수현에게 복싱에 대해 물..
2025.09.08 -
[바다호랑이] 민간잠수사가 심연 속에서 마주본 것 (정윤철 감독)
누군가에게는 그 날의 시계바늘은 영원히 멈춰버렸을 것이다. 2014년 4월 16일의 아침 말이다.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세월호에는 수학여행 가던 단원고 학생 325명, 인솔교사 14명, 일반인 137명 등 모두 476명이 타고 있었다. 밤새 파도를 헤치며 남으로 향하던 그 배는 운명의 날 오전 8시 49분경 전남 진도군 조도면 맹골수도에서 침몰한다. 배가 뒤집힌 채 바다 속으로 가라앉을 때 모습이 뉴스화면에 잡혔다. 그 때만해도 우리 해경이, 우리 해군이 신속하게 현장으로 가서 학생들을, 사람들을 건져내고, 구해냈을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2014년의 대한민국에는 그런 안전의 신화가 없었다. 배는 완전히 가라앉았고, 그 배에는 학생들이 갇혀있었고, 파도는 사나웠다. 이제 그 뒷이야기가 펼쳐진다. 세월..
2025.09.07 -
[귤레귤레 ’ 웃는 자, 우는 자, 화내는 자 (고봉수 감독 No.8)
현존(!)하는 한국영화계 최고의 작가주의 감독 고봉수 감독의 신작이 오늘(11일) 개봉한다. 고봉수 감독이 누군지 모른다고? ‘델타 보이즈’(2017)를 필두로 ‘튼튼이의 모험’, ‘습도 다소 높음’, ‘빚가리’ 등을 감독한 사람이다. 본 작품이 없다고? 그럼,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중요한 감독의 작품을 아직 못 봤다는 것이다. 고봉수 감독은 김기덕, 홍상수 감독만큼이나 넘치는 영화(제작)열정을 가지고 있다. 항상 영화를 만들 때마다 눈물겨운 ‘초저예산’ 제작담을 남기던 고봉수 감독이 이번에는 무려 ‘100퍼센트’ 해외로케를 감행한다. 튀르키예이다. 생각도 못한 카파도키아의 벌룬투어도 만나보게 된다. 고봉수 감독은 왜 저 멀리 튀르키예까지 갔을까. 자동차부품 수출업체의 대리 ‘대식’(이희준)은 팀장 원창..
2025.09.07 -
[광장] 열혈남아 소지섭, 넷플릭스 천하평정
넷플릭스에서는 지금도 수많은 K-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있다. 처음 제목을 들었을 때는 넷플릭스가 최인훈의 소설을 드라마로 만드는가 싶었다. 그런데 넷플릭스는 수많은 K-조폭작품 목록에 피 한 바케스를 더하는 것이다. 오세형-김균태 작가의 웹툰 은 인기가 많았단다. 네이버웹툰으로 잠깐 보니 손가락으로 휙휙 페이지를 넘겨봐도 되는 ‘액션 느와르’이다. 조그만 모바일 화면을 뚫고 나온 넷플릭스 은 어떨까. 한국의 암흑가(조폭)은 두 개의 파벌이 완전 장악하여 겉으로는 평화롭다. ‘주운’(허준호)파와 ‘봉산’(안길강)파이다. 이들은 마치 일본 야쿠자처럼 겉으로 보면 기업인지 조폭인지 알 수 없다. 주운과 봉산의 두 오너 밑에는 참모, 칼잡이, 행동대원이 있고, 외곽에는 검찰과 경찰, 언론이 악의 카르텔을 구축하..
2025.09.07 -
[하이파이브] "초능력자가 히어로가 되는 법, 친구가 되어라"
‘장기이식’(臟器移植)은 사람 신체의 일부를 떼어내 다른 사람의 몸에 옮겨 거부반응을 최소화 시키고, 궁극적으로 원래 본인의 장기였던 것처럼 제대로 작동하게 하는 수술일 것이다. 사람과 비슷한 동물이나 인공장기도 나오지만, 대부분은 사람의 몸에 의존한다. 오랫동안 ‘신체발부는 수지부모하여, 불감훼상이 효지시야’라는 금언 때문에 머리카락 자르는 것조차 기겁했던 민족이지만 자신의 몸을 기꺼이 내주는 것만큼 대단한 희생이 어디 있을까. 기증자의 숭고함에 경배 드리고, 이식받은 자가 하루속히 쾌차하기를. 여기, 아주 특수한 기증자가 있다. 영화초반 한 사람이 앰블런스로 병원에 실려 온다. 그는 죽으면서 ‘심장, 폐, 각막, 신장, 간’ 등을 남긴다. 그런데 이 사람이 특별한 초능력자였던 모양이다. 이제 그의 장..
2025.09.07 -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괴로운 밤, 마동석이 샌드백 치는 영화
마동석의 핵 펀치가 커다란 스크린에서 다시 한 번 불을 뿜는다. 이번에 마동석의 핵주먹을 맛볼 상대는 악마들이다. 현생의 악당들을 평정한 마동석이 이제 마계의 존재들을 쳐부수는 것이다. 화끈한 불맛이 필요한 극장가에 일대 센세이숀을 일으킬 작품 아닌가. 그런가? 지난 30일 개봉된 영화 는 ‘고스트버스터스’처럼 위험에 처한 사람들의 의뢰를 받고 악마를 무찌르는 ‘데몬 헌터스’이야기를 전해준다. 구마의식을 치르는 신부님 대신 주먹과 라틴어 주문으로 악마를 혼쭐내는 퇴마사가 등장한다. 는 신경정신과 전문의 정원(경수진)이 병동에 있는 동생 은서(정지소)의 이상증세를 관찰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언젠가부터 은서의 몸에 악령이 든 것 같다. 도시는 악마를 숭배하는 세력이 활개를 치고 잔혹한 사건이 연이어 일어난..
2025.05.06 -
[바이러스] “이게 다, 바이러스 때문이야...”
내달 7일 개봉하는 영화 는 파란만장한 사연을 갖고 있다. 영화의 원작은 2010년 출간된 이지민 작가의 소설 이다. 작가의 또 다른 소설 는 정지우 감독에 의해 로 영화화 되었다. 도 충무로의 부름을 받았다. 누가 보아도 영화적 스토리 라인에, 괜찮은 흥행요소가 한 가득이다. ‘로맨스 영화’에서 조건이나 여건, 성격이 안 맞는 두 청춘이 기어코 이어지려면 어떤 마법 같은 설정이 필요할까. 돈 많은 재벌? 출생의 비밀? 첫눈에 빠지고 마는 매력덩어리? 다 필요 없다. 이지민 작가는 ‘러브 바이러스’를 사랑의 묘약으로 끌어들인다. 여기에 전염되면 다국적제약회사의 그 어떤 신약도 소용이 없다. 소설 는 그렇게 영화로 만들어진다. 2019년 여름부터 가을까지 열심히 찍었다. 그런데 맙소사! 코로나 사태가 터진..
2025.05.02 -
[파과] 킬러의 정명론(正名論) (민규동 감독, 이혜영 김성철 주연)
과일가게에서 ’낙과‘(落果)나 ’못난이 사과‘ 같은 상품을 만날 때가 있다. ’정품‘보다는 조금 싼 가격으로 유통된다. 그런데 ‘파과’라니. ‘파과’는 상품성이 없는 과일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구병모 작가의 소설에서는 ‘파과’를 ‘낙과’ 정도로 이야기한다. 흠이 있어서 사람들의 손이 잘 가지 않지만 충분히 맛있는 상품이라고. 구병모 소설 는 민규동 감독의 영화에서 ‘킬러’의 유통기한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때는 1975년. 눈보라가 휘몰아치던 어느 날 밤, 소녀 하나가 비틀대더니 쓰러진다. 그 소녀를 거두어준 사람은 미군부대 앞에서 장사를 하는 류(김무열) 부부이다. 소녀는 그 가게에서 식모살이를 시작한다. 그러다가 정당방위에 준하는 첫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식당주인 류는 소녀에게서 ‘킬러’의 자질, ..
2025.05.02 -
[하이퍼나이프] Birds of a Feather... (박은빈, 설경구주연, 디즈니+)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된 8부작 드라마 (감독:김정현)는 메디컬드라마의 외피를 두른 심리스릴러이다. 주인공은 ‘뇌’수술에 관해서는 탁월한 실력을 가진 두 명의 외과의사이다. 한 사람은 의학도라면 누구나 닮고 싶어하는 화타의 실력을 가진 의대 교수 최덕희(설경구)이다. 어느 해인가 그의 수술실에 영민한 학생, 정세옥(박은빈)이 들어온다. 세옥은 스승이 가진 모든 의술을 흡수하여 제 것으로 만들고 싶어 안달이 나있다. 스승은 그런 열정적 제자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다. 그런데, 청출어람(靑出於藍), 후생가외(後生可畏)이다. 제자의 실력은 분명 자신의 자신을 뛰어넘을 기세이다. 그런데 그 제자가 두렵다. 히포크라테스의 고귀한 선서는 어디 가고 제자는 오직 뇌수술, 인간의 뇌에만 관심이 있다. 메스를 들고..
2025.05.02 -
[야당] “대한민국 검사는 대통령을 만들 수도, 죽일 수도 있어” (황병국 감독 2025)
16일 개봉하는 영화 은 어찌 보면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영화이다. 국민을 도탄에 빠뜨리는 마약이 흘러넘치고, 집법기관의 아슬아슬한 함정수사가 펼쳐지고, 범죄자와 검경 사이에서 위태롭게 줄타기하는 정보원이 있다. 한국 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악독한 경찰, 검사, 정치인들이 여지없이 등장한다. 그들은 서로 손을 잡고, 서로를 이용하며, 결국 내버린다. 그리곤 저 밑바닥까지 갔던 인물이 복수에 나선다. 때는 바야흐로 대선(대통령선거) 기간. 이제 초고속 인터넷이 깔린 대한민국에서 유튜브와 망원카메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새로운 게 있나? 황병국 감독의 이다. 대리운전을 하던 강수(강하늘)는 고객이 건네주는 음료수를 마시고는 정신을 잃는다. 그리고는 어느새 마약쟁이가 되어 교도소에 가게 된다. 그는 ..
2025.05.02 -
[승부] 스승과 제자, 흑백의 운명을 두다 (김형주 감독, 이병헌 주연,2025)
세기의 라이벌이라 불릴 만한 승부가 있다. 정치판엔 YS와 DJ, 마운드에는 최동원과 선동열, 링 위에선 김일과 이노키, 음악사에선 모차르트와 살리에리가 있었다. 이들은 시대와 조건이 무르익은 곳에서 서로를 향해 치열한 결투를 벌였고, 그 장면은 역사가 되어 대중의 기억 속에 영원히 각인된다. 그들이 견뎌냈을 시간들과 고독, 그리고 잠 못 이루던 밤들은 그 자체로 위대함의 증거다. 그 대결의 무대가 바둑이라면, 인간의 사고가 낼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지략 대결과 전략의 예술이 펼쳐질 것이다. 영화 는 조훈현과 이창호, 이 위대한 승부사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조훈현은 싱가포르 호텔에서 열린 제1회 응창기배 바둑대회 결승대국에서 중국의 섭이평을 꺾고 커다란 우승배를 들어올린다. 이미 조훈현을 한국에서 적..
2025.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