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리뷰(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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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 비즈니스의 완성은 골프장에서 이뤄진다 (하정우 감독)
요즘 유행하는 챗GPT에 유망 IT기술을 가진 스마트업 대표로서 인허가권을 가진 공무원(골프광)에 대한 로비 비법을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챗GPT는 “고위 공무원에게 로비를 진행하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안입니다. 윤리적인 문제와 법적인 제약이 있을 수 있으므로, 로비 활동이 법적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이 경우, 골프가 담당자의 취미라면, 그 취미를 기반으로 한 합법적이고 윤리적인 접근 방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몇 가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합니다...”라며 아주 길게,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하정우는 챗GPT 아니어도 살면서 많이 보아왔을 것이고, 실제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며, 피부로 실감했을지 모른다. 그 모든 것을 영화 에 쏟아 붓는다. 고위공직자 골프접대의 알..
2025.05.02 -
[백수아파트] 대동단결 아파트 ‘백수’결사대 (경수진 고규필 주연, 이루다 감독)
경수진이 주연을 맡은 저예산영화 [백수아파트]는 마동석의 '빅펀치픽처스'가 제작에 참여한 작품이다. '대중'영화에 대한 촉이 남다른 마동석은 '범죄도시' 말고도 저예산의 영화를 곧잘 만든다. 적당한 액션과 적절한 스토리, 괜찮은 감동코드나 공감 요소가 있으면 적절한 규모의 예산으로 다양한 작품을 내놓으며 시장 상황에 민첩하게 적응하고 있다. 거울(경수진)은 조카들과 함께 새벽부터 동네를 휘저으며 '지역사회의 질서와 안녕'을 지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재래시장에 불법 정차된 생수배달 트럭을 붙잡고 일장연설을 한다. 이런 오지랖에 진절머리가 난 동생 두온(이지훈)은 누나에게 집에서 나가라고 그런다. 거울은 이제 인근 아파트에 한 달간 월세로 들어가 살게 된다. 오지랖 넓은 거울에게는 어디를 가나..
2025.05.02 -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진영, 다현 주연)
아이돌 출신인 진영(BIA4)과 다현(트와이스)이 주연을 맡은 영화 는 대만영화(那些年,我們一起追的女孩,2011)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최근 ‘청설’과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잇달아 개봉되며 ‘대만영화 붐’이라도 인 것 같다. 대만 오리지널은 1994년 대만의 소도시 창화현의 고등학교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한국판은 2002년 강원도 춘천의 고등학교 교실에서 시작된다. 어떤 역사적 공통점, 혹은 청춘의 공감이 있을까. 봉의산 기슭의 ‘동춘천고등학교’(실제 그런 학교는 없다) 거리엔 ‘Be the Reds!’ 티셔츠를 입은 사람이 보인다. 월드컵 분위기이다. 그 시절, 그 또래 학생은 비슷하다. 대학진학에 목숨을 걸거나, 도색잡지에 탐닉하거나, 꿈도 없이 책상만 지키는 학생들이 섞여있다. 그렇게 교실 ..
2025.05.02 -
[검은 수녀들] 구마의 길, 연대의 힘 (송혜교 전여빈 주연,2025)
‘파묘’의 장재현 감독이 한예종 시절에 만든 단편영화 [12번째 보조사제](2014)는 명동 인근 한 오래된 아파트에서 행해지는 김 신부와 최 부제의 구마(驅魔) 의식을 담고 있다. 여고생의 몸에 든 악령을 쫓아내기 위해 금지된 종교의식을 행한다. 장 감독은 이 이야기를 로 스케일을 키운다. 톱스타 김윤석, 강동원이 캐스팅된 영화에서는 박소담의 몸에 스며든 악령을 쫓기 위해 애쓴다. 그리고 의 제작사(영화사집)는 다시 한 번 인간의 몸에 사로잡힌 악령을 내쫓기 위한 굿판을 펼친다. 지난달 개봉된 이다. 이번 작품에는 장재현 감독이 관여하지 않았다. 영화는 전작의 어두운 그림자를 뛰어넘기 위한 전복의 방식을 택한다. 서울에 ‘12형상’이 다시 나타났다. 이번 희생자는 여고생이 아니라 어린 소년 희진(문우..
2025.05.02 -
[히트맨2] 웹툰작가가 된 전직 국정원요원 (권상우 주연,2025)
2020년, 한국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개봉한 영화가 있다. 바로 권상우 주연의 이다. 당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240만 관객을 모으며 선전했다. 은 국정원의 비밀 암살요원 ‘준’이 돌연 웹툰 작가의 꿈을 위해 조직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요원 생활에서의 모든 기억이 국가기밀로 봉인된 상황에서,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웹툰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 선택은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국정원, 심지어 웹툰 편집장까지 위험에 빠뜨린다. 그로부터 5년 후, 가 개봉한다. 그 사이 국정원이 희화화되거나 K콘텐츠의 주요 소재로 활용될 정도로 분위기가 충분히 유연해진 모양이다. 웹툰 전업작가 김수혁(권상우)의 창작활동은 계속된다. ‘암살요원 준’은 러시아, 중국, 일본을 ..
2025.05.02 -
[중증외상센터] “나는 메스를 든 의사이다” (넷플릭스)
메디컬 드라마는 한국시청자에게 꽤 인기가 있다. ‘그레이 아나토미’, ‘E.R’, ‘굿 닥터’, ‘하얀 거탑’ 등등. 생각해보면 ‘M.A.S.H’와 ‘허준’도 인기가 있었다. 응급실의 긴박한 상황, 끔찍한 사고현장, 전장의 한 가운데에서 죽어가는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의사들의 이야기는 인간의 수준을 뛰어넘는다. 24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새 시리즈 는 그런 작품이다. ‘인간의 수준’을 뛰어넘어 ‘인간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신의 손’을 가진 의사들의 이야기이다. 이번 작품의 주인공은 출중한 실력을 가진 외상전문의 백강혁이다. 그가 유명무실한 ‘중증외상센터’에 부임하면서 펼쳐지는 헌신과 혁신의 수술현장이 펼쳐진다. 먼저 알아둬야 할 것은 백강혁은 ‘듣보잡’ 의대 출신이고, 그 ‘중증외상센터’는 한국최고의 대..
2025.05.02 -
[말할 수 없는 비밀] 쇼팽의 남자, 비밀의 여자 (서유민 감독, 도경수 원진아 주연)
2008년 한국에서 개봉된 대만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원제:不能說的秘密)은 대만영화의 존재감과 주걸륜(周杰倫,Jay Chou)의 천재적 음악성을 보여준 작품이다. 주걸륜은 이 영화에서 주연과 함께 감독과 각본을 맡았다. 물론, 피아노 연주도 직접 했다. 그는 3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운 ‘모차르트’였다. 대만판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예술고등학교로 전학 온 상륜(주걸륜)이 캠퍼스에서 들려오는 피아노 연주소리에 이끌려 연습실에 들어갔다가 그곳에서 한 여학생(샤오위)을 만나면서 펼쳐지는 미스터리한 인연, 운명의 사랑을 담고 있다. 그 여학생은 누구이며, 그 피아노 연주곡은 무엇일까. 관객들은 치기어린 피아노 배틀과 그림 같은 대만(신베이의 딴수이) 풍광, 그리고 주걸륜-계륜미의 매력에 흠뻑 빠져 ..
2025.01.18 -
[아침바다 갈매기는]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박이웅 감독, 2024)
바닷마을의 30대 남자는 무엇을 꿈꾸는가. 치열한 생활전선을 보여주는 TV 프로그램을 통해 어촌마을 사람들이 열심히 사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바다에서의 거친 삶과 뭍에서의 힘든 생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풍어와 만선의 꿈은 사라지고 낙오된 삶에 대한 회환과 분노가 많은 작품을 통해 보여주었으니. 여기에 ‘베트남 신부’가 끼어든 풍경이 있다면? 영락없이 오늘의 한국사회의 이면일 것이다. 로 평단의 주목을 받은 박이웅 감독의 두 번째 작품 이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에 이어 곧바로 극장에서 개봉되었다. 이 영화는 부산영화제에서 ‘뉴 커런츠상’, ‘KB 뉴 커런츠 관객상’,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 등 3개의 트로피를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어떤 이야기일까. 강원도 양양의 남애항에서 ..
2025.01.11 -
[1승] 1등만 기억하는 세상, 1승을 기원하는 사람들 (신연식 감독,2024)
코트 위에서 불꽃 스파이크가 작렬하는 스포츠 ‘배구’를 소재로 한 영화 이 관객들을 만난다. ‘페어러브’, ‘조류인간’, ‘프랑스 영화처럼’, ‘로마서8:37’ 등 개성적인 작품을 감독하고 와 의 각본을 쓴 신연식 감독이 작심하고 만든 대중적 작품 은 승리와는 거리가 멀었던 사람들이 해체 직전의 여자배구단 ‘핑크스톰’에서 단 한 번의 승리를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충무로 최강의 아우라를 가진 송강호가 절망의 배구팀을 이끄는 감독으로, 충무로 최고의 연기변신을 자랑하는 박정민이 그 배구팀의 운명을 쥐락펴락하는 ‘관종’ 구단주로 출연하여 장윤주 등 오합지졸의 선수들이 코트 위에서 울고 웃게 만든다. 과연 프로의 세계에서 선수를 춤추게 하는 것은 돈일까, 칭찬일까. 서브한 공, 토스한 공, 스파..
2025.01.11 -
[소방관] 화염 속으로 (곽경택 감독, 주원 곽도원 주연)
불(火)은 고마우면서도 위험한 것이다. 가장 스마트한 전기차에서도 불이 나고, 인덕션을 건드린 고양이 때문에도 화재가 발생한다. 불이 나면 119로 전화할 것이고, 소방차는 긴급 출동한다. 불이 얼마나 더 번질지 모르니, 한 대만 달랑 출동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소방차는 좁은 골목길 초입에서부터 난관에 부딪친다. 이중주차, 불법주차 차량 때문에. 이제부터 육중한 소방복을 입은 소방관은 각종 장비를 메고, 지고, 긴 소방호스를 들고 불구덩이 속으로 달려간다. 소방관의 임무이다. 그 판단이 숙명이기도 하다. 지난 4일 개봉된 곽경택 감독의 은 그런 대한민국 소방관의 애환을 다룬 작품이다. 순전히 지어낸 억지감동의 드라마가 아니다. 2001년 실제 발생했던 화재를 모티브로 해서 만든 인간극장이다. 화재는 ..
2025.01.11 -
[대가족] 영광의 가문 (양우석 감독, 김윤석 이승기)
영화 은 이승기가 머리를 삭발해서 놀란 것이 아니라 양우석 감독이 휴먼드라마를 찍었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양우석 감독은 ‘인권변호사’ 노무현의 이야기를 담은 (2013), 북한의 군사정변으로 촉발된 한반도의 전쟁위기를 막으려는 정치스릴러 (2017), 그리고 첨예한 남북 군사대립의 한복판에 미국대통령까지 끌어들인 (2020)까지 드라마틱한 정치적·군사적 이야기를 만들어왔다. 그가 한반도와 동북아의 시한폭탄을 접고, 가족이야기에 집중한다. ‘내 아들의 이야기’를 정자은행과 만두로 빚어낸다. 서울 시내 고층빌딩 사이의 금싸라기 땅에 자리 잡은 오래된 한옥식당 ‘평만옥’은 한국전쟁 때 피난 온 함무옥(김윤석)이 오랫동안 운영해온 맛집이다. 화장실 종이 한 칸까지 아끼며 모든 것을 만두 빚는 것에만 쏟아 부..
2025.01.11 -
[조명가게] 강풀이 그리고, 김희원이 켜다 (디즈니플러스)
디즈니플러스 최고의 '아웃풋'이라고 할 수 있는 의 성공에 힘입어 강풀 작가의 또 다른 원작 웹툰이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2011년 연재된 이다. 이 ‘우리 안에 숨어있는’ 초능력자들의 커밍아웃이었다면, 는 사바세계와 겹친 사후세계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명운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그들이 이승의 인연을 끊고, 영원히 저 세상을 사라질지 아니면 생의 불꽃을 다시 피울지. 바로 그 림보(Limbo)의 공간이 ‘조명가게’이다. 필라멘트가 파르르 떨면서 마지막 숨을 쉬는 곳이다. 강풀 작가의 원작 웹툰처럼 드라마는 사연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어두운 골목을 헤매다가 불빛이 빛나는 ‘조명가게’를 찾아오는 모습을 그린다. 그들은 친구가 있고, 가족이 있고, 연인이 있으며, 삶이 있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그들의 ..
2025.01.11 -
[오징어게임 2] 업라이징 게임 (황동혁 감독,2024)
지난 2021년 9월 공개된 황동혁 감독의 (시즌1)은 K콘텐츠의 위상을 적어도 몇 단계 끌어올린 엄청난 작품이었다. 흥행지표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한국 콘텐츠의 산업적 측면을 다룬 수많은 논문이 쏟아졌다. 은 하나의 현상이었고, 이후 ‘K-콘텐츠’는 확실히 글로벌 시장에서 트렌드가 되었다. 3년 만에 그 속편이 나왔다. 작품에 대한 고민으로 치아가 7개 빠졌다는 황동혁 감독의 피와 땀과 눈물, 그리고 영혼을 갈아 넣어 만든 속편이라 아니할 수 없다. 시즌1이 9개의 에피스드였고, 오늘(26일) 공개되는 시즌2는 7개의 에피소드로, 그리고 내년 공개되는 시즌3도 7개의 에피소드로 이야기가 완성될 예정이다. 시즌1에서는 쌍문동의 성기훈(이정재)이 엄마가 시장에서 고생하며 번 돈을 ..
2025.01.11 -
[가족계획] “주목! 땡냥꿍의 비밀, 특교대의 그랜드디자인” (쿠팡플레이)
2020년 10월 런칭한 쿠팡플레이는 꾸준히 오리지널 드라마와 예능 콘텐츠를 내놓고 있지만 여타 OTT 플레이어에 비해 작품 수도 적고 완성도도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스포츠 관련 콘텐츠 제외하고!) 그나마 (2022)와 (2023)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올해, 단 한 편의 쿠팡작이라면 이 될 것 같다. 은 '쿠팡플레이'만큼 미스터리한 작품이다. 김선, 김곡이라는 개성 넘치는 창작자 형제감독의 첫 번째 OTT 연출작품이지만 제작발표회에서부터 감독은 보이지 않고 극본가 김정민을 내세웠다. 김정민 작가는 드라마 [슈츠](18)와 [허쉬](20)의 극본을 썼던 작가이고, 이번 작품에서는 일종의 쇼러너로 참여했다. 은 6부작으로 심플하다. ‘위대한 가족’의 탄생을 그린다. 영화는 ‘특교대’(특수교육대..
2025.01.11 -
[하얼빈]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이 이등박문을 총으로 척결하였다”
의사(義士) 안중근(1879~1910)의 거사(擧事)를 다룬 작품이 또 한 편 만들어졌다. 오래 전 충무로에서는 (1959)과 (1972>을 만들었고, 서세원도 (2004)을 직접 감독했었다. 하다못해 유튜브에서는 북한에서 만든 안중근영화를 찾아볼 수 있다. MZ세대에게는 정성화의 장엄한 뮤지컬 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과 의 우민호 감독이 지금 이 시점에 안중근 의사를 다시 불러낸 이유가 무엇일까. 이 시점에 구국, 항일, 애국을 내세우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하얼빈은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 의사가 ‘FN M1900’ 자동권총으로 이토 히로부미(이등박문)를 쏘아죽인 곳이다. 우민호 감독과 함께, 그리고 홍경표의 카메라와 함께 그날의 현장으로 떠나보자. 영화는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동토를 하..
2025.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