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리뷰(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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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모아 로맨스] 티끌모아 나무 한그루
송중기가 있다. 잘 생겼다. 유들유들하다. 연기도 곧잘 한다. 누나들에게 인기 있을 타입이다. 한예슬이 있다. 예쁘다. 남자들이 좋아한다. 드라마에서는 '사고' 쳤지만 영화에서는 여전히 인기가 있다. 그런 송중기와 한예슬이 만났다. 영화 이다. 제목으로 봐서도 둘이 연애할 것 같다. 선남선녀가 만나 알콩달콩한 연애를 할 것 같다. 그런데 영화는 예상외로 흘러간다. 둘은 그야말로 ‘지지리 궁상’이다. 둘은 선입관과 외모에 쏟아지는 시선을 뚫고 어떻게 영화를 이끌어갈까. IMF를 넘어 FTA를 코앞에 둔 대한민국 청춘들이 지켜봐야할 시점이다.잘 생긴 남자, 예쁜 여자에 얹혀살다매번 취업에 실패하고 엄마에게 용돈 받아쓰는 백수청년 천지웅(송중기). 대한민국의 보통 남자라기엔 애매하다. 생긴 것은 곱상하지만 평..
2011.11.09 -
[오직 그대만] 미안하다 사죄한다
부산국제영화제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영화제는 개막작 선정에 고심한다. 대부분의 언론매체들은 개막식 날의 근사한 세레모니에 초점을 맞추고 개막작품에 대해 과도한 지면을 할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제 관계자들은 아직 개봉도 안한 작품 중에서 최고의 찬사를 이끌어낼 작품 선정에 목을 걸기도 한다. 부산영화제의 경우 올해는 영화의 전당이라는 근사한 전용상영관까지 만들어 세계에 첫 선을 보이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개막작 선정에 정성을 기울였다. 그 결과 송일곤 감독의 이 선정되었다. 송일곤 감독은 오래 전 단편영화로 깐느 그랑프리를 걸머쥔 아트무비 계열의 감독이다. (부산영화제 개막작은 흥행과는 거리가 멀다는 속설이 생길 정도이다) 그런데 이번엔 조금 상황이 다를 듯하다. 은 완벽한 멜로드라마로 흥행의 ..
2011.10.07 -
[에일리언 비키니] ‘인디’ 영화감독의 자격 (오영두 감독 Invasion of Alien Bikini , 2010)
KBS의 인기 예능프로그램 는 적어도 중년 남성들에게 삶의 활기를 되살리는 공익성격의 프로그램이다. 그 동안 수많은 ‘회춘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은 남자의 도전은? 합창단일 수도 있고, 전투기를 몰아보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작년에 방송된 것 중 흥미로운 것의 하나는 ‘영화배우가 되어보는 것’이었다. 10월 3일부터 2주 연속으로 방송된 > 코너에 포함된 것이었다. 개그맨 이경규, 가수 김태원 등 남격 멤버들이 초심으로 돌아가서 웃고 울리는 것이었다. 지금은 ‘불미스런 일’로 방송에서 빠진 김성민은 초심 편에서 재미있는 역할을 맡는다. 촬영 중인 한 독립영화의 단역배우로 출연하는 것이다. ‘봉창’ 김성민은 의 세 번째 작품 에 출연한 적이 있지만 여전히 영화배우보다는 ..
2011.08.19 -
[최종병기 활] 살아남아랏!
이번 여름이 오기 전 국내 한 영화주간지에서는 이번 여름 시즌 극장을 책임질 네 편의 한국 영화를 소개하며 ‘사대천왕’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 , , 그리고 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영화사(배급사)가 자신들의 명운을 걸고 돈과 재능과 영화인재를 쏟아 부어 만든 영화들이다. , 마지막 편, 그리고 수많은 애니메이션까지 총출동한 여름극장가에서 조금도 굴하지 않는 충무로의 저력을 보여준 이들 영화를 사대천왕이라고 칭하여도 전혀 이상할 게 없을 듯하다. 이들 작품 중 마지막으로 개봉되는 은 병자호란 때의 가슴 아픈 우리 역사를 소재로 하고 있다. 병자호란(1636~1637)은 조선 인조 시절에 일어난 외침이다. 당시 중국대륙은 한족의 명(明)이 수명을 다하고 만주족이 중원을 장악해가던 시절이었다. 당시 유교사..
2011.08.10 -
[7광구] 산유국의 꿈, 블록버스터의 몽상
대한민국은 작은 나라이다. 그런데 면적대비 인구는 참 많다. 다행인 것은 야무진 꿈을 꾸는 똑똑한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수출도 많이 하고 크리에티브한 작품도 많이 생산해낸다. 이런 한국에 없는 것은? 없는 것도 많지만 가장 아쉬운 것 중 하나가 석유(원유)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석유까지 난다면 정말 대단한 나라가 될 터인데 말이다. 1970년대 초 이 나라에 난리가 났다. 제주도 남쪽 먼 바다 밑에서 석유가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바다를 몇 개의 섹터로 나눴는데 7광구(섹터7)쪽 바다이다. 제주도 남쪽, (일본 땅) 오키나와 북쪽 지역이다. 당시 추산으로는 8만 평방킬로미터의 이 바다 밑 해저 유광에는 석유와 가스가 엄청나게 매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산유국이 될 수도 있다..
2011.08.09 -
[퀵] 크레이지 레이서
들판에서 맘모스와 싸우고 산딸기 따먹던 원시인이랑 현대인의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일까. 아마도 속도일 것이다. 야생동물에 쫓기거나 토끼 잡으러 달려가는 원시인보다도 현대인들이 더 속도에 집착한다. 컴퓨터는 속도가 빨라야하고 스마트폰도 반응이 즉각적이어야 한다. 자장면 배달시켜놓고도 5분마다 전화하여 닦달한다. 빌딩 숲 사무실 깊숙이 앉아 전화 한 통화로 ‘퀵’을 부르고 “최대한 빨리”라고 채근한다. 사실 위험천만한 질주는 우리 사회 깊숙이 파고들었다. 피자 한 판에 목숨 걸고, 서류봉투 하나에 한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는 그런 무한질주의 삶 말이다. 퀵을 시키는 사람 말고, 퀵을 달리는 사람들은 어떨까. 우리는 삼일절이나 광복절이면 “빠라바라바라바~” 클랙슨과 함께 신호무시에 차도무시, 게다가 도로바닥에 불..
2011.08.02 -
[고지전] 1953년 7월 27일 중부전선 애록고지에서는... (장훈 감독 The Front Line, 2011)
올(2011년) 여름 극장 개봉영화 중 가장 기대하는 작품 중의 하나가 바로 장훈 감독의 이다. 장훈 감독은 와 단 두 편으로 충무로의 가장 확실한 블루칩이 되었다. 비록 김기덕 감독과의 악연(?), 메이저 영화사와의 밀착(?)으로 언론의 관심을 받은 면도 있지만 확실히 관객 중심의 재미있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가 세 번째 메가폰을 잡은 작품은 제작비가 100억 원에 이르는 초대작 전쟁영화이다. 그것도 근래 들어 여러 가지 정치적인 요인, 수용자의 의식변화에 따라 쉽게 다룰 수 없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비극’인 한국전쟁을 다룬다. 잔인한 이데올로기에 희생되거나 값싼 휴머니즘에 매몰되지 않은 ‘한국전쟁’ 영화 만들기가 얼마나 어려울까. 영화가 기대되는 순간이다. 625전쟁의 복잡한 ..
2011.07.19 -
[풍산개] 김기덕 사단이 만든 남북한 치킨게임 (전재홍 감독 Poongsan 2011)
우리나라 영화판에도 사단이란 게 형성되어 있다. 정치적 결사체는 아니고 어떤 인연으로 맺어진 영화계 선후배관계이다. 탄탄한 충무로 역정을 기반으로 이제는 대기업까지 연결된 강우석 사단이 있고, 태생은 가난한 ‘연극무대’였던 장진 사단도 있다. 언젠가부터 김기덕 사단이란 것도 언론에 오르내린다. 김기덕 감독 본인이야 칸, 베를린, 베니스 등 세계의 내로라하는 국제영화제에서 위명을 떨친 명감독이지만 한국에서는 오히려 비주류감독으로 치부된다. 평단에서의 평가도 애매하고, 영화팬들은 여전히 그의 영화를 엽기라며 불편하게 여긴다. 게다가 어찌된 일인지 김 감독은 영화계 자본세력과의 트러블로 한동안 언론에서 멀어지는 듯 했다. 그런데 김 감독은 자신의 영화미학과 영화제작방식을 끝내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전수해왔다...
2011.06.20 -
[이천년] 이규영 + 봉만대 + 클릭
1999년 말에 비디오대여점에 일대 선풍을 몰고온 작품이 있었으니 바로 란 AV(어덜츠 비디오)란다. 1980년 초 의 안소영 이후 에로 무비에서 이름 석자를 남긴 배우가 있다면 진도희(혹은 진주희) 이후 처음으로 '이규영'이라는 여자배우 아닌가 한다. 각종 미스테리와 전설에 싸인 이규영은 아직도 매니아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단다. 2000년 새해 벽두에 그 '이규영'은 '이천년'이란 에로배우와 공동주연으로 이란 비디오에 나왔고 이 영화 또한 비디오 대여점에 일대 폭풍을 몰고 왔었다고 그런다... 이런저런 이유로 을 새롭게 리뷰한다. 최근 미국 HBO자본이 떠나간 프레미엄 영화채널이 '캐치온'이란 이름으로 문패를 바꿔 달았다. 이 채널(캐치온 플러스)에서 주말 밤에 보내주는 '에로틱 아일랜드'라는 시간에..
2011.06.13 -
[사랑과 전쟁 - 열두 번째 남자] 위기의 부부
9년째, 450회째 계속 되는 부부전쟁 실황중계드라마 KBS의 장수 인기프로그램 중에는 [전국노래자랑] 말고도 ‘가족’ 드라마가 한 편 있다. 금요일 심야 시간대에 2TV를 통해 방송되는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이란 시추에이션 옴니버스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는 1999년 10월 22일 첫 방송되었다. 첫 회 제목은 [정공팔과 고춘자]였다. 이들은 결혼 11년차 부부이다. 아내와 불임과 남편의 사업부도, 그에 따라 흔들리는 가정경제, 덧붙여 남편이 자주 찾던 술집 여자의 등장 등으로 이 부부는 가정중재위원회까지 가게 된다. 1회분 연출은 장성환PD가 맡았었고 중견 탤런트 전원주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이 후 매주 금요일 밤 [사랑과 전쟁]은 이달현, 이재우, 곽기원, 성준해 PD 등 KBS의 많은 드라마P..
2011.06.13 -
[노랑머리2] 하리수 이야기 (김유민 감독 Yellowhair 2, 2001)
최근(2001.7) '연예인'으로 거듭난 '하리수'의 실제 나이와 본명 때문에 작은 소동이 있었다. 여자연예인에겐 있기 마련인 그런 소동까지 일어난 것으로 보아 '하리수'는 '여자'연예인인 모양이다. 그런데 하리수의 예명은 '핫이슈'에서 나왔다며? 그럼, 하리수의 연예계 스타덤 전략은 뻔한 것 아닐까? 며칠 전 하리수의 극영화 데뷔작인 의 기자시사회가 있었다. 이날 특별히 하리수의 인터넷 팬사이트 회원들 수십 명이 함께 참석하여 이 영화를 지켜보았다. 영화는 예상대로 하리수를 철저히 이용했고, 예상외로 뒷끝이 있는 영화였다. ◇ 인간들, 남의 일에 왜 그리 관심이 많지? 는 각 부분의 내용을 소개해주는 부제가 붙은 몇 단락으로 나뉘어 진행되며, 마치 왕가위의 을 보듯이 각 단락의 인물과 사건들이 ..
2011.06.13 -
[썸머 타임] 김지현의 로망 포르노 (박재호 감독, 2001)
은 그 태생부터 불순한 영화였다. 아무리 '고품격'이라는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홍보하더라도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이 영화가 '룰라'의 섹시스타 김지현을 적당히 벗겨서 눈요기 감의 영화를 만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영화 제작 기간에 조금씩 공개된 스틸 컷들을 통해 '김지현의 섹시춤', '김지현의 놀라운 변신' 같은 판에 박힌 호기심을 잔뜩 키워놓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홍보회사는 기막힌 인터넷 홍보전술까지 펼쳤다. 온갖 '18禁' 이미지로 도배한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하고서는 접속자 폭주로 서버가 다운되었다는 선정적인 보도자료까지 내놓았다. 기자시사회 때 배포된 보도자료에 포함된 영화스틸 컷 엽서 아홉 장 가운데 여덟 장이 김지현 장면이다. 그렇게, 분홍빛 소문의 이 공개된 것이다. 영화는 예상했던..
2011.06.13 -
[체포왕] 난 대한민국 경찰이다!
이른바 ‘살기 좋은 곳’이란 어떤 곳일까? 지진이나 쓰나미가 일어나지 않는 곳일 수도 있고, 명문학교 진학률이 높은 곳일 수도 있고,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일 수도 있다. 요즘에는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이나 와이파이 접시 개수를 따질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범죄 없는 안전한 도시가 살기 좋은 곳이라면? 만약 그런 곳을 찾는다면 객관화된 수치로 검증할 수 있다. 하다못해 OECD국가 범죄율이나 5대 민생사범 체포율 같은 것도 계량화되어있는 세상이니 말이다. 세상이 도시화, 현대화, 문명화, 개인화되고 사회문제가 양극화되면서 다양한 이유로 각종 범죄가 발생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생기는 강력범죄들. 이런 문제를 잘 해결하면 여러 사람이 상 받고, 여러 사람이 영전하게 된다. 나라님도, 지역구 의원님도, 언론들..
2011.05.06 -
[무산일기] 탈북자의 비루한 삶, 그리고 개죽음
한때 경기도 안성에 사는 사람들이 중국으로 갔다가 입국이 거절되는 사례가 많았다. 이들에겐 주민등록번호 뒷번호가가 125로 시작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런 사례가 많아지면서 그 이유가 알려졌는데 안성에는 탈북자(북한지역 이탈주민, 새터민)들이 남한 사회에 정착하기 전에 이른바 사회순응적응 교육을 밟는 ‘하나원’이 있다. 하나원을 수료할 때 대한민국 정부는 새로이 대한민국 국민이 된 이들에게 주민등록증을 발부해 주는데 안성지역의 주민등록번호가 125로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원래 안성에 살다가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았던 사람들까지 황당한 경우를 당하게 된 것이다. 중국은 손쉽게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가 중국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125’로 시작하는 사람들을 막아선 것이었다. 이들 125번 탈..
2011.04.01 -
[두만강] 조선족 감독이 그린 비극적 북한 인민들 (장률 감독,2009)
[박재환 2011.03.10.] 10여년 쯤 전에 KBS스페셜을 통해 라는 충격적 북한르포가 방송된 적이 있다. 오랜 풍수재해와 폐쇄적 경제체제로 무너져 내리는 북한 내부의 모습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먹고사는 기본적 경제가 무너지면서 가정은 해체되고 중국국경 지대의 장터를 배회하며 걸인신세가 된 꽃제비를 다룬 내용이었다. 그리고 몇 년 전에는 김태균 감독의 을 통해 같은 내용이 전달되었다. 이제 남쪽, 대한민국 사람은 분단된 조국의 윗마을에서 벌어지는 기아선상의 비극적 현실을 대체로 인식하고 있다. 얼마나, 언제까지, 혹은 어느 정도 심각한 문제인지는 이런 현재의 분단체제가 지속되는 한 영속적일 것이란 것도 다들 잘 알고 있다. 이들 배고픈 북한사람들은 남으로 내려오는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북으로(중국..
2011.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