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리뷰(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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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칼이 온다] 재중의 날
프레드릭 포사이드의 베스트셀러 소설 ‘자칼의 날’은 알제리의 독립을 허용한 프랑스의 샤를르 드 골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프로페셔널 킬러 자칼과 이를 막으려는 프랑스 경찰들의 활약상을 숨 막히게 묘사한 작품이다. 원작소설도 걸작이지만 프레드 진네만 감독의 영화도 걸작 스릴러이다. 그 ‘자칼’이 온단다! 이번엔 여자 킬러이고 제거해야할 대상은 한류 톱스타이다. 여자킬러는 (영화홍보문구에 따르면) ‘레옹에게 사사받고 솔트에게 인정받은’ 전설의 킬러이다. 한류 톱 가수는 돈 많은 재벌 마나님의 은밀한 스폰서를 받는 안하무인 스타이다. 생뚱맞은 구조지만 기획성 영화로는 쏠쏠한 재미가 있을 듯하다. 한류 톱스타로는 진짜 한류 톱스타인 JYJ의 김재중(영웅재중)이 나오고 킬러는 인기 TV예능프로그램 의 히로인 송지효가..
2012.11.10 -
[남영동 1985] 김근태에게 바치는 때늦은 헌사 (정지영 감독 Namyeong-dong1985, 2012)
김근태라는 인물이 있다. 2011년 12월 30일 유명을 달리한 정치가이다. 파킨슨병으로 돌아가셨다. 26년 전 당한 모진 고문의 후유증이다. 우리는 그렇게 기억한다.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과 정치개혁에 큰 족적을 남긴 위대한 민주투사이며 재야인사의 영적 지도자였다고. 그가 26년 전 당한 고문을 생생하게 재연한 영화가 만들어졌다. 바로 정지영 감독의 이다. 정지영 감독은 작년 로 우리나라 사법시스템을 통렬하게 비판한 의식 있는 감독 아닌가. 그가 가슴에 칼을 품고 만든 작품 는 관객에게 말할 수 없는 충격과 슬픔을 안겨준다. 김근태를 몰랐던 사람들, 1980년대의 한국을 몰랐던 젊은이에게 이 영화를 꼭 권한다. 김근태,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당하다 극중에서 김근태는 김종태라는 인물로 나온다. 김종태..
2012.10.06 -
[피에타] 김기덕 감독을 구원하소서 (김기덕 감독 Pieta 2012)
김기덕 감독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탄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는 김기덕 감독의 18번째 작품이다. 그동안 그는 수많은 영화제로부터 콜을 받았고 수많은 평론가들로부터 한번쯤은 ‘물어 뜯김’을 당하였다. 그런데 상을 타고 나니 김기덕 감독을 더 이상 물어뜯기는 어렵게 된 모양이다. 상찬하기에 바쁘니 말이다. 는 이른바 ‘김기덕스런 영화’에서 가장 세련되고, 가장 유려하고, 가장 종교적인 해독이 가능한 영화이다. 물론, 나머지는 똑같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출연배우들은 여전히 감독의 설정과 가이드라인에 주눅이 들어 갇힌 연기와 제한된 몸짓으로 완벽하게 캐릭터에 빙의되었고 소재는 여전히 잔인하거나 충격적이다. 이야기하고자하는 바는 보여주는 것 이상으로 해석의 공간이 많다. 청계천에서 시..
2012.09.17 -
[알투비] 전쟁의 기원
한국영화판의 큰손 CJ가 한류 톱스타 비(정지훈)를 캐스팅하여 100억 원을 쏟아부은 영화, 한국 공군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완성한 작품 를 보고 나면 제일 먼저 톰 클랜시의 소설 가 생각난다. 이 작품의 연관성은 공고한 한미상호방위조약 아래에서 어떤 돌발변수가 한반도에 파멸적 전쟁을 촉발시킬 수 있는지, 혹은 그 전쟁의 암울한 그림자를 극적으로 걷게 되는지를 비쥬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63빌딩을 배경으로 북한 미그 기가 휘젓고 다니는 전반부와 한국 전투기가 북한 미사일기지를 맹폭하는 후반부가 관객에게는 어떤 감정을 던져 줄지 궁금하다.사고뭉치 탑건, F-15K를 몰다공군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 소속 최고의 전투기 조종사 태훈(정지훈)은 에어쇼에서 위험천만한 묘기를 자의적으로 연출하다 21전투비행단으로..
2012.08.20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의기투합 도둑들 (김주호 감독 The Grand Heist, 2012)
충무로의 내로라하는 배우들을 불러 모아 최고의 팀을 만들어 마카오까지 원정 가서는 수백 억 원을 호가하는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훔치는 영화 이 천만관객을 돌파한 요즘, 또 다른 충무로 배우들이 무더기로 나와 도둑질을 시도하고 있다. 이번에는 조선시대이다. 훔치는 대상이 독특하다. 조선시대에는 겨울 한철동안 꽁꽁 언 한강물을 고이 썰어 빙고에 잘 보관해 둔다. 이는 나중에 국상 등 국가차원의 행사나 문무백관과 관련된 나랏일, 하다못해 죄수에게도 지급되었단다. 그런데 이 (서/동)빙고의 얼음을 훔쳐내자는 것이다. 나라 물건을 훔치자는 것부터가 발칙한 생각인데 그 시절 어떤 전문가가 있어야 이 거사를 성공할 수 있을까.조선시대 도둑들은 무얼 훔치나조선시대. 영조시대가 배경이다. 조정은 양반세력들의 권력쟁탈이 여..
2012.08.19 -
[부러진 화살] X통에 처박힌 사법권위
‘민의의 전당’ 대한민국 국회는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다. 국회로 가기 위해서는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에 내리면 된다. 작년에는 9호선 국회의사당역이 새로 생겼다. 9호선 노선 공사와 관련하여 국회 앞과, (건물) 밑을 지나가는 문제와 관련하여 믿지 못할 논란이 있었다. 여하튼 9호선 생기고 국회에 접근하기가 훨씬 쉬워졌다. 그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는 9호선이 생기기 훨씬 전부터 1인 시위자가 항상 자리 잡고 있다. 1인 시위라 함은 각종 억울한 사연을 쓴 샌드위치 패널 하나를 목에 걸고 추우나 더우나 국회 정문 앞에 서서 국회의원이 한번쯤 억울한 사연을 읽어보라고 애처롭게 ‘버티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짐작하다시피 짙게 선팅된 검은색 중형차를 탄 국회의원들이 쏜살같이 정문 앞을 스쳐지나가면서 ..
2012.01.30 -
[댄싱퀸] 선거는 쇼다!
올해는 선거의 해이다. 4월 11일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거가 있고, 12월 19일에는 MB의 뒤를 이어 우리나라를 이끌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 지난 1월 14일에 열린 대만 총통선거를 필두로 3월 4일에는 러시아 대선이, 11월 6일 미국 대선이 있다. 이런 절묘한 시점에 선거를 소재로 한 영화가 한 편 개봉되었다. 이전에 이란,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꽤 절묘한 학교폭력 코미디를 만들었던 이석훈 감독의 신작이다. 이 영화, 은 정치적 외피와 연예계 스타탄생이라는 당의정을 입힌 확실히 웃긴 코미디이다. 그리고 코끝이 짜릿한 감동코드도 내재되어있다. 설 특선영화, 선거의 해에 안성맞춤인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다뤄지는 선거는 서울특별시장 선거이다. 참고로 현 박원순 시장의 임기는 2014년 6월 30일까지이..
2012.01.26 -
[시네노트] 영화를 찍는 천만가지 방법 중 하나‘
당신은 자신의 드라마틱한 삶을 한 편의 영화로 만들고 싶지 않은가. 아마도 한때는 영화감독이 되어 자신의 가족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고, 자신의 꿈을 그리고 싶어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거대자본과 대단한 테크놀로지, 그리고 카리스마 넘치는 감독의 연출역량이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누구나 영화감독이 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남이 보든 말든 자신의 영화를 찍고 유튜브에 올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니. 어떻게? 우리에겐 ‘아이폰’이 있으니깐.불과 얼마 전까지 그랬다. 거대한 영화촬영카메라가 아니어도 ‘아이폰’만 있으면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박찬욱과 그의 친동생 박찬형 감독이 아이폰으로 만든 영화 이 깐느국제영화제에서 상을 타기도 했다. K..
2012.01.19 -
[마이웨이] 강제규의 만국기 휘날리며
강제규 감독의 가 오늘 개봉된다. 지난 주 기자시사회를 통해 엄청난 전쟁 씬을 선보이며 이 영화에 대한 기대심을 한껏 높여놓았다. 순제작비만 280억 원이 투입되었으니 역대 한국영화사상 최고의 제작비 영화로 기록된다. 영화는 손기정의 베를린 마라톤 이야기로 시작하여, 수많은 전쟁을 거치면서 생사의 순간을 같이한 조선인과 일본인의 기구한 역정을 담고 있다. 강제규가 이루어 놓은 또 한 번의 기적 같은 영화를 살펴보자. (스포일러 경고: 자세한 내용이 포함되었으니 영화를 보신 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일장기 휘날리며영화는 일제강점기의 서울이다. 일제치하에 신음하던 조선인민들은 저 멀리 베를린에서 들려온 손기정 선수의 마라톤 제패 순간과 일장기 말소사건을 다 알고 있다. 조선 사람은 적어도 일본사람들보다 더 튼..
2011.12.21 -
[아리랑] 김기덕의 넋두리 (Arirang, 2011)
대한민국 영화계의 살아있는 전설 ‘김기덕’ 감독은 참으로 기이한 감독이다. 1996년 라는 영화로 인상적인 감독 데뷔를 한 뒤 (,까지) 모두 17편의 작품을 내놓았다. 이 얼마나 놀라운 생산력인가. 어느 해인가 김기덕 감독은 자신의 영화가 한국 영화관객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면서 더 이상 한국에서 자신의 영화를 개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더 나아가 기이한 이유로 영화제작 현장에서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어디론가 숨어들고 말았다. 그러다가 지난(2011년) 5월 깐느 국제영화제에서 김기덕의 신작이 전격적으로 공개되었다. 이란 ‘1인 작품’이었다. 일단 그의 작품의 만들어지고 또, 세계적인 무대에서 먼저 소개되었다니 기쁘기도 하지만 그 영화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역시나 김기덕!”이라는 또 다른 뉴스거리를 ..
2011.12.06 -
[사물의 비밀] 여교수방의 CCTV
당신이 현명한 영화제작자라면 영화제작 들어가기 전에 미리 그 영화를 볼 타깃을 연구할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가 있다고 하자. “그러니까 40대 여교수가 있고요. 남편이랑 이혼했는데 그놈의 사회적 시선 때문에 비밀로 하고 있어요. 혼자 산 게 오래되다보니 남자 생각도 간절하기는 하지만 역시 사회적 시선 때문에.. 그런데 어느 날 자신의 논문연구를 도와줄 학생이 하나 들어왔는데 갓 스물 살의 멋진 남자라면. 그리고 지금 연구하고 있는 보고서가 ”남녀의 외도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이라니.” 여교수는 알 것 다 알고, 학문적으로 분석할 지위에 까지 올라있는데 현실은 점점 더 젊은 학생에게 끌리니....제작자는 난감할 것이다. 이건 유부녀의 불륜도 아니고 이혼녀의 판타지도 아니다. 그렇다고 젠체하는 지식인의 허위..
2011.11.14 -
[티끌모아 로맨스] 티끌모아 나무 한그루
송중기가 있다. 잘 생겼다. 유들유들하다. 연기도 곧잘 한다. 누나들에게 인기 있을 타입이다. 한예슬이 있다. 예쁘다. 남자들이 좋아한다. 드라마에서는 '사고' 쳤지만 영화에서는 여전히 인기가 있다. 그런 송중기와 한예슬이 만났다. 영화 이다. 제목으로 봐서도 둘이 연애할 것 같다. 선남선녀가 만나 알콩달콩한 연애를 할 것 같다. 그런데 영화는 예상외로 흘러간다. 둘은 그야말로 ‘지지리 궁상’이다. 둘은 선입관과 외모에 쏟아지는 시선을 뚫고 어떻게 영화를 이끌어갈까. IMF를 넘어 FTA를 코앞에 둔 대한민국 청춘들이 지켜봐야할 시점이다.잘 생긴 남자, 예쁜 여자에 얹혀살다매번 취업에 실패하고 엄마에게 용돈 받아쓰는 백수청년 천지웅(송중기). 대한민국의 보통 남자라기엔 애매하다. 생긴 것은 곱상하지만 평..
2011.11.09 -
[오직 그대만] 미안하다 사죄한다
부산국제영화제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영화제는 개막작 선정에 고심한다. 대부분의 언론매체들은 개막식 날의 근사한 세레모니에 초점을 맞추고 개막작품에 대해 과도한 지면을 할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제 관계자들은 아직 개봉도 안한 작품 중에서 최고의 찬사를 이끌어낼 작품 선정에 목을 걸기도 한다. 부산영화제의 경우 올해는 영화의 전당이라는 근사한 전용상영관까지 만들어 세계에 첫 선을 보이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개막작 선정에 정성을 기울였다. 그 결과 송일곤 감독의 이 선정되었다. 송일곤 감독은 오래 전 단편영화로 깐느 그랑프리를 걸머쥔 아트무비 계열의 감독이다. (부산영화제 개막작은 흥행과는 거리가 멀다는 속설이 생길 정도이다) 그런데 이번엔 조금 상황이 다를 듯하다. 은 완벽한 멜로드라마로 흥행의 ..
2011.10.07 -
[에일리언 비키니] ‘인디’ 영화감독의 자격 (오영두 감독 Invasion of Alien Bikini , 2010)
KBS의 인기 예능프로그램 는 적어도 중년 남성들에게 삶의 활기를 되살리는 공익성격의 프로그램이다. 그 동안 수많은 ‘회춘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은 남자의 도전은? 합창단일 수도 있고, 전투기를 몰아보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작년에 방송된 것 중 흥미로운 것의 하나는 ‘영화배우가 되어보는 것’이었다. 10월 3일부터 2주 연속으로 방송된 > 코너에 포함된 것이었다. 개그맨 이경규, 가수 김태원 등 남격 멤버들이 초심으로 돌아가서 웃고 울리는 것이었다. 지금은 ‘불미스런 일’로 방송에서 빠진 김성민은 초심 편에서 재미있는 역할을 맡는다. 촬영 중인 한 독립영화의 단역배우로 출연하는 것이다. ‘봉창’ 김성민은 의 세 번째 작품 에 출연한 적이 있지만 여전히 영화배우보다는 ..
2011.08.19 -
[최종병기 활] 살아남아랏!
이번 여름이 오기 전 국내 한 영화주간지에서는 이번 여름 시즌 극장을 책임질 네 편의 한국 영화를 소개하며 ‘사대천왕’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 , , 그리고 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영화사(배급사)가 자신들의 명운을 걸고 돈과 재능과 영화인재를 쏟아 부어 만든 영화들이다. , 마지막 편, 그리고 수많은 애니메이션까지 총출동한 여름극장가에서 조금도 굴하지 않는 충무로의 저력을 보여준 이들 영화를 사대천왕이라고 칭하여도 전혀 이상할 게 없을 듯하다. 이들 작품 중 마지막으로 개봉되는 은 병자호란 때의 가슴 아픈 우리 역사를 소재로 하고 있다. 병자호란(1636~1637)은 조선 인조 시절에 일어난 외침이다. 당시 중국대륙은 한족의 명(明)이 수명을 다하고 만주족이 중원을 장악해가던 시절이었다. 당시 유교사..
2011.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