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리뷰(418)
-
[시네노트] 영화를 찍는 천만가지 방법 중 하나‘
당신은 자신의 드라마틱한 삶을 한 편의 영화로 만들고 싶지 않은가. 아마도 한때는 영화감독이 되어 자신의 가족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고, 자신의 꿈을 그리고 싶어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거대자본과 대단한 테크놀로지, 그리고 카리스마 넘치는 감독의 연출역량이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누구나 영화감독이 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남이 보든 말든 자신의 영화를 찍고 유튜브에 올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니. 어떻게? 우리에겐 ‘아이폰’이 있으니깐. 불과 얼마 전까지 그랬다. 거대한 영화촬영카메라가 아니어도 ‘아이폰’만 있으면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박찬욱과 그의 친동생 박찬형 감독이 아이폰으로 만든 영화 이 깐느국제영화제에서 상을 타기도 했다. ..
2012.01.19 -
[마이웨이] 강제규의 만국기 휘날리며
강제규 감독의 가 오늘 개봉된다. 지난 주 기자시사회를 통해 엄청난 전쟁 씬을 선보이며 이 영화에 대한 기대심을 한껏 높여놓았다. 순제작비만 280억 원이 투입되었으니 역대 한국영화사상 최고의 제작비 영화로 기록된다. 영화는 손기정의 베를린 마라톤 이야기로 시작하여, 수많은 전쟁을 거치면서 생사의 순간을 같이한 조선인과 일본인의 기구한 역정을 담고 있다. 강제규가 이루어 놓은 또 한 번의 기적 같은 영화를 살펴보자. (스포일러 경고: 자세한 내용이 포함되었으니 영화를 보신 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일장기 휘날리며 영화는 일제강점기의 서울이다. 일제치하에 신음하던 조선인민들은 저 멀리 베를린에서 들려온 손기정 선수의 마라톤 제패 순간과 일장기 말소사건을 다 알고 있다. 조선 사람은 적어도 일본사람들보다 더..
2011.12.21 -
[아리랑] 김기덕의 넋두리 (Arirang, 2011)
(박재환 2011.12.6.) 대한민국 영화계의 살아있는 전설 ‘김기덕’ 감독은 참으로 기이한 감독이다. 1996년 라는 영화로 인상적인 감독 데뷔를 한 뒤 (,까지) 모두 17편의 작품을 내놓았다. 이 얼마나 놀라운 생산력인가. 어느 해인가 김기덕 감독은 자신의 영화가 한국 영화관객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면서 더 이상 한국에서 자신의 영화를 개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더 나아가 기이한 이유로 영화제작 현장에서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어디론가 숨어들고 말았다. 그러다가 지난(2011년) 5월 깐느 국제영화제에서 김기덕의 신작이 전격적으로 공개되었다. 이란 ‘1인 작품’이었다. 일단 그의 작품의 만들어지고 또, 세계적인 무대에서 먼저 소개되었다니 기쁘기도 하지만 그 영화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역시나 김기덕..
2011.12.06 -
[사물의 비밀] 여교수방의 CCTV
당신이 현명한 영화제작자라면 영화제작 들어가기 전에 미리 그 영화를 볼 타깃을 연구할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가 있다고 하자. “그러니까 40대 여교수가 있고요. 남편이랑 이혼했는데 그놈의 사회적 시선 때문에 비밀로 하고 있어요. 혼자 산 게 오래되다보니 남자 생각도 간절하기는 하지만 역시 사회적 시선 때문에.. 그런데 어느 날 자신의 논문연구를 도와줄 학생이 하나 들어왔는데 갓 스물 살의 멋진 남자라면. 그리고 지금 연구하고 있는 보고서가 ”남녀의 외도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이라니.” 여교수는 알 것 다 알고, 학문적으로 분석할 지위에 까지 올라있는데 현실은 점점 더 젊은 학생에게 끌리니.... 제작자는 난감할 것이다. 이건 유부녀의 불륜도 아니고 이혼녀의 판타지도 아니다. 그렇다고 젠체하는 지식인의 허..
2011.11.14 -
[티끌모아 로맨스] 나무를 심는 남자
티끌모아 나무 한그루 송중기가 있다. 잘 생겼다. 유들유들하다. 연기도 곧잘 한다. 누나들에게 인기 있을 타입이다. 한예슬이 있다. 예쁘다. 남자들이 좋아한다. 드라마에서는 '사고' 쳤지만 영화에서는 여전히 인기가 있다. 그런 송중기와 한예슬이 만났다. 영화 이다. 제목으로 봐서도 둘이 연애할 것 같다. 선남선녀가 만나 알콩달콩한 연애를 할 것 같다. 그런데 영화는 예상외로 흘러간다. 둘은 그야말로 ‘지지리 궁상’이다. 둘은 선입관과 외모에 쏟아지는 시선을 뚫고 어떻게 영화를 이끌어갈까. IMF를 넘어 FTA를 코앞에 둔 대한민국 청춘들이 지켜봐야할 시점이다. 잘 생긴 남자, 예쁜 여자에 얹혀살다 매번 취업에 실패하고 엄마에게 용돈 받아쓰는 백수청년 천지웅(송중기). 대한민국의 보통 남자라기엔 애매하다...
2011.11.09 -
[오직 그대만] 미안하다 사죄한다
부산국제영화제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영화제는 개막작 선정에 고심한다. 대부분의 언론매체들은 개막식 날의 근사한 세레모니에 초점을 맞추고 개막작품에 대해 과도한 지면을 할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제 관계자들은 아직 개봉도 안한 작품 중에서 최고의 찬사를 이끌어낼 작품 선정에 목을 걸기도 한다. 부산영화제의 경우 올해는 영화의 전당이라는 근사한 전용상영관까지 만들어 세계에 첫 선을 보이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개막작 선정에 정성을 기울였다. 그 결과 송일곤 감독의 이 선정되었다. 송일곤 감독은 오래 전 단편영화로 깐느 그랑프리를 걸머쥔 아트무비 계열의 감독이다. (부산영화제 개막작은 흥행과는 거리가 멀다는 속설이 생길 정도이다) 그런데 이번엔 조금 상황이 다를 듯하다. 은 완벽한 멜로드라마로 흥행의 ..
2011.10.07 -
[에일리언 비키니] ‘인디’ 영화감독의 자격 (오영두 감독 Invasion of Alien Bikini , 2010)
KBS의 인기 예능프로그램 는 적어도 중년 남성들에게 삶의 활기를 되살리는 공익성격의 프로그램이다. 그 동안 수많은 ‘회춘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은 남자의 도전은? 합창단일 수도 있고, 전투기를 몰아보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작년에 방송된 것 중 흥미로운 것의 하나는 ‘영화배우가 되어보는 것’이었다. 10월 3일부터 2주 연속으로 방송된 코너에 포함된 것이었다. 개그맨 이경규, 가수 김태원 등 남격 멤버들이 초심으로 돌아가서 웃고 울리는 것이었다. 지금은 ‘불미스런 일’로 방송에서 빠진 김성민은 초심 편에서 재미있는 역할을 맡는다. 촬영 중인 한 독립영화의 단역배우로 출연하는 것이다. ‘봉창’ 김성민은 의 세 번째 작품 에 출연한 적이 있지만 여전히 영화배우보다는 탤런..
2011.08.19 -
[최종병기 활] 살아남아랏!
이번 여름이 오기 전 국내 한 영화주간지에서는 이번 여름 시즌 극장을 책임질 네 편의 한국 영화를 소개하며 ‘사대천왕’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 , , 그리고 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영화사(배급사)가 자신들의 명운을 걸고 돈과 재능과 영화인재를 쏟아 부어 만든 영화들이다. , 마지막 편, 그리고 수많은 애니메이션까지 총출동한 여름극장가에서 조금도 굴하지 않는 충무로의 저력을 보여준 이들 영화를 사대천왕이라고 칭하여도 전혀 이상할 게 없을 듯하다. 이들 작품 중 마지막으로 개봉되는 은 병자호란 때의 가슴 아픈 우리 역사를 소재로 하고 있다. 병자호란(1636~1637)은 조선 인조 시절에 일어난 외침이다. 당시 중국대륙은 한족의 명(明)이 수명을 다하고 만주족이 중원을 장악해가던 시절이었다. 당시 유교사관..
2011.08.10 -
[7광구] 산유국의 꿈, 블록버스터의 몽상
대한민국은 작은 나라이다. 그런데 면적대비 인구는 참 많다. 다행인 것은 야무진 꿈을 꾸는 똑똑한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수출도 많이 하고 크리에티브한 작품도 많이 생산해낸다. 이런 한국에 없는 것은? 없는 것도 많지만 가장 아쉬운 것 중 하나가 석유(원유)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석유까지 난다면 정말 대단한 나라가 될 터인데 말이다. 1970년대 초 이 나라에 난리가 났다. 제주도 남쪽 먼 바다 밑에서 석유가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바다를 몇 개의 섹터로 나눴는데 7광구(섹터7)쪽 바다이다. 제주도 남쪽, (일본 땅) 오키나와 북쪽 지역이다. 당시 추산으로는 8만 평방킬로미터의 이 바다 밑 해저 유광에는 석유와 가스가 엄청나게 매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산유국이 될 수도 있다..
2011.08.09 -
[퀵] 크레이지 레이서
들판에서 맘모스와 싸우고 산딸기 따먹던 원시인이랑 현대인의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일까. 아마도 속도일 것이다. 야생동물에 쫓기거나 토끼 잡으러 달려가는 원시인보다도 현대인들이 더 속도에 집착한다. 컴퓨터는 속도가 빨라야하고 스마트폰도 반응이 즉각적이어야 한다. 자장면 배달시켜놓고도 5분마다 전화하여 닦달한다. 빌딩 숲 사무실 깊숙이 앉아 전화 한 통화로 ‘퀵’을 부르고 “최대한 빨리”라고 채근한다. 사실 위험천만한 질주는 우리 사회 깊숙이 파고들었다. 피자 한 판에 목숨 걸고, 서류봉투 하나에 한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는 그런 무한질주의 삶 말이다. 퀵을 시키는 사람 말고, 퀵을 달리는 사람들은 어떨까. 우리는 삼일절이나 광복절이면 “빠라바라바라바~” 클랙슨과 함께 신호무시에 차도무시, 게다가 도로바닥에 불..
2011.08.02 -
[고지전] 1953년 7월 27일 중부전선 애록고지에서는... (장훈 감독 The Front Line, 2011)
(박재환.2011) 올(2011년) 여름 극장 개봉영화 중 가장 기대하는 작품 중의 하나가 바로 장훈 감독의 이다. 장훈 감독은 와 단 두 편으로 충무로의 가장 확실한 블루칩이 되었다. 비록 김기덕 감독과의 악연(?), 메이저 영화사와의 밀착(?)으로 언론의 관심을 받은 면도 있지만 확실히 관객 중심의 재미있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가 세 번째 메가폰을 잡은 작품은 제작비가 100억 원에 이르는 초대작 전쟁영화이다. 그것도 근래 들어 여러 가지 정치적인 요인, 수용자의 의식변화에 따라 쉽게 다룰 수 없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비극’인 한국전쟁을 다룬다. 잔인한 이데올로기에 희생되거나 값싼 휴머니즘에 매몰되지 않은 ‘한국전쟁’ 영화 만들기가 얼마나 어려울까. 영화가 기대되는 순간이다. 6..
2011.07.19 -
[풍산개] 김기덕 사단이 만든 남북한 치킨게임 (전재홍 감독 Poongsan 2011)
우리나라 영화판에도 사단이란 게 형성되어 있다. 정치적 결사체는 아니고 어떤 인연으로 맺어진 영화계 선후배관계이다. 탄탄한 충무로 역정을 기반으로 이제는 대기업까지 연결된 강우석 사단이 있고, 태생은 가난한 ‘연극무대’였던 장진 사단도 있다. 언젠가부터 김기덕 사단이란 것도 언론에 오르내린다. 김기덕 감독 본인이야 칸, 베를린, 베니스 등 세계의 내로라하는 국제영화제에서 위명을 떨친 명감독이지만 한국에서는 오히려 비주류감독으로 치부된다. 평단에서의 평가도 애매하고, 영화팬들은 여전히 그의 영화를 엽기라며 불편하게 여긴다. 게다가 어찌된 일인지 김 감독은 영화계 자본세력과의 트러블로 한동안 언론에서 멀어지는 듯 했다. 그런데 김 감독은 자신의 영화미학과 영화제작방식을 끝내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전수해왔다...
2011.06.20 -
[노랑머리2] 하리수 이야기 (김유민 감독 Yellowhair 2, 2001)
(박재환 2001.7.13.) 최근 '연예인'으로 거듭난 '하리수'의 실제 나이와 본명 때문에 작은 소동이 있었다. 여자연예인에겐 있기 마련인 그런 소동까지 일어난 것으로 보아 '하리수'는 '여자'연예인인 모양이다. 그런데 하리수의 예명은 '핫이슈'에서 나왔다며? 그럼, 하리수의 연예계 스타덤 전략은 뻔한 것 아닐까? 며칠 전 하리수의 극영화 데뷔작인 의 기자시사회가 있었다. 이날 특별히 하리수의 인터넷 팬사이트 회원들 수십 명이 함께 참석하여 이 영화를 지켜보았다. 영화는 예상대로 하리수를 철저히 이용했고, 예상외로 뒷끝이 있는 영화였다. ◇ 인간들, 남의 일에 왜 그리 관심이 많지? 는 각 부분의 내용을 소개해주는 부제가 붙은 몇 단락으로 나뉘어 진행되며, 마치 왕가위의 을 보듯이 각 단락의 인물과 ..
2011.06.13 -
[썸머 타임] 김지현의 로망 포르노 (박재호 감독 Summer Time 2001)
(박재환 2001/5/16) 은 그 태생부터 불순한 영화였다. 아무리 '고품격'이라는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홍보하더라도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이 영화가 '룰라'의 섹시스타 김지현을 적당히 벗겨서 눈요기 감의 영화를 만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영화 제작 기간에 조금씩 공개된 스틸 컷들을 통해 '김지현의 섹시춤', '김지현의 놀라운 변신' 같은 판에 박힌 호기심을 잔뜩 키워놓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홍보회사는 기막힌 인터넷 홍보전술까지 펼쳤다. 온갖 '18禁' 이미지로 도배한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하고서는 접속자 폭주로 서버가 다운되었다는 선정적인 보도자료까지 내놓았다. 기자시사회 때 배포된 보도자료에 포함된 영화스틸 컷 엽서 아홉 장 가운데 여덟 장이 김지현의 섹스 씬이다. 그렇게, 분홍빛 소문의 이..
2011.06.13 -
[젖소부인 바람났네] 안방극장 영상혁명 (한시네마타운,1996)
**** 2015년 6월 26일 췌장암으로 별세한 여배우 진도희와 이 영화 주연배우 진도희는 동명이인 입니다. **** '충무로 춘추시대 대표 여배우' 진도희 별세 | 연합뉴스 '충무로 춘추시대 대표 여배우' 진도희 별세, 홍국기기자, 문화뉴스 (송고시간 2015-06-27 10:19) www.yna.co.kr (박재환 2003/7/29) 오래 전에 라는 영화를 리뷰한 적이 있다. 로그인 파일을 분석해보면 박재환 영화사이트 리뷰 가운데 가장 인기있는 영화리뷰가 바로 그 영화였다. -; 그런데 그 글에서 밝혔듯이, 난 '진주희'와 '진도희'도 구별 못할 뿐더러 와 도 전혀 별개의 영화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얼마 전에 OCN에서 를 방영했다. "우와, 찾았다!" 지난 2년 간 긴가민가하던 의문..
2011.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