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컬트의 탄생 (김태용 민규동 감독 Memento Mori, 1999)

2013. 1. 3. 11:13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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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1998년) 여름 개봉되어 평단과 흥행면에서 고른 호평을 받았던 <여고괴담>은 공포영화의 외투를 써고 있지만 실속은 통렬한 교육제도에 대한 비판이었다. 학교성적이 모든 것을 재단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재잘거리는 10대의 풋풋함은 사라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성공작 <여고괴담>의 속편이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교육제도에 대한 우려감보다는 충무로의 영화제작 풍토에 더욱 근심어린 시선을 보내야했다.

 

하지만 <투캅스>이후에는 속편에 대한 매력을 많이 상실한 상태에서 이 영화는 완전히 다른 또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받을 만하다. 그것은 단순한 <여고괴담2>가 아니라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혹은 <Memento Mori>라는 다분히 작위적인 공포감의 이미지와는 달리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초반 30분은 우리가 한동안 잊었던 청순한 10대의 한 때를 그린다. 비록 그들이 재잘거릴 때 사용하는 언어는 거칠어졌지만 세태가 이만큼 험악해진 것에 비하면 귀엽게 느껴지기도 한다. 관객은 본격적인 '괴담'을 기다리면서 아주 옛날 <얄개시절>의 여고생을 보게 된다. 그들은 재잘거리고, 그들은 떠들고, 그들은 고민하고, 그들은 성장하고 있는 그 순간 말이다.

 

그러나, 그들의 평균 키와 몸무게가 십년 전의 세대와 비교했을 때 엄청나게 크진 만큼 그들이 갖는 고뇌의 몸짓과 생각마저 달라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마도 영화가 선사하는 형상은 이미 현실을 앞서가고 있는지 모른다. 바로 그네들 여고생이 갖는 특별한 감정의 뚜렷한 존재이다. 물론 10년 전에도 그러한 감정은 있었을 것이며, 그러한 사제 간의 관계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감독은 그러한 극히 특수한 두 인물의 관계설정을 순식간에 영화의 정중앙에 끌어들임으로써 관객에게 엄청난 혼란을 야기 시킨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학생과 선생님의 관계는 전형적인 관계설정이다. 바로 어른과 아이가 뒤바뀐 양상 말이다. 더 이상 어른은 아이의 보호자가 아니며, 아이는 어른의 그늘에서 해맑게 자라나는 새싹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한해 180명의 학생이 자살로 세상을 마감한다는 대한민국에서도 그러한 너무나 인간적인 자살의 이유가 존재했음을 조금씩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여고괴담>에서 김규리와 박진희를 스타덤에 올려놓았다면 이 영화에서도 새로운 얼굴을 만나볼 수 있다. 극을 이끌어가는 신비한 관계의 이영진, 박예진과 그 관찰자 김민선이다. 물론, 조역들의 호연도 변함없이 <여고괴담>의 힘이 되고 있다. 단편영화를 만들 때부터 짝이었던 '두 남자' 김태용, 민규동의 공동연출은 적당한 웃음과 적당한 비명을 뒤섞은 새로운 학원호러물을 만들어내었다.

 

P.S. 피터 잭슨 감독의 숨은 걸작 <Heavenly Creatures(천상의 피조물)>과 비교해 볼 때 흥미로운 것은 금지된 사랑에 대한 사회의 편견과 고통이라는 주제 면이 아니라, 환상과 염력의 교류라는 이미지의 유사성일 것이다. (박재환 199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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