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사랑과 영혼 아시아통합버전 (곽재용 감독 Windstruck 2004)

2013. 1. 3. 11:34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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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영화에 대항하는 아시아 국가들의 영화제작방식은 다양한 연합의 형태를 띤다. [파이란]처럼 자국 영화의 영역에 제한되지 않고 이웃나라의 영화에 출연하거나 [쓰리]처럼 서로의 장점을 살리는 조합형 영화를 만들기도 한다. 물론 이런 연합방식은 오래 전부터 존재했지만 근래 들어서는 영화산업적 측면에서 더욱 치밀해지고 철저한 준비를 거쳐 작품을 내놓는다.

 

물론 모든 영화의 출발점은 영화를 보는 사람이 지구상 어느 곳에 위치하고 있던 거부감 없이 내용을 수용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 여자 친구를 소개합니다] 이른바 [여친소]는 다분히 곽재용 감독의 전작에 기대면서 이러한 보편적 정서에 초점을 맞춘다. 곽재용 감독이 전지현, 차태현을 캐스팅한 [엽기적인 그녀]는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일본, 홍콩 등 아시아 각국에서 엄청난 화제와 인기를 모았었다. 곽재용 감독의 다음 작품 [클래식] 또한 중화권에서 주목을 받았었다. 활력 넘치는 한국영화계의 미래를 눈치 채고 홍콩의 거물 제작자가 선뜻 한국영화에 배팅한 것이 예사롭지 않다. 한국영화가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셈이다.

 

[여친소]는 아주 드물게 월드 프리미어를 국제영화제를 통해서가 아니라 바다 건너 홍콩에서 가졌다. 지난 주 홍콩에서 엄청난 환영인파 속에서 [여친소]는 시사회를 가졌다. 그리고 서울에서 시사회를 가진 후 상하이국제영화제를 통해 중국 영화팬에게도 소개된다.

 

영화는 어떤가. 이 영화는 [엽기적인 그녀]의 씩씩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한국적 순정을 가졌던 전지현을 여주인공으로 내세워 여전히 씩씩한 한국여인네의 기상을 맘껏 펼친다. 그러면서 그 와중에 [사랑과 영혼]이 전해주는 전 세계적으로 보편성을 지닌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실어준다. 영화는 목욕을 하고 나오던 여경진(전지현)이 길거리에서 도망치는 소매치기와 맞닥치면서 시작된다. 여경진이 누구인가. 서울 중부경찰서 소속의 왈가닥 여경찰 아닌가. 여경진에게 붙잡힌 것은 운 없게도 소매치기를 쫓아가던 의협심에 불타는 여자고등학교 선생 명우(장혁)였다. 뜻밖에 봉변을 당한 명우. 어쨌든 이 일을 계기로 두 사람은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여자는 겉보기에는 강짜 있고 씩씩하고 엽기적인 한국여자이고, 남자는 숫기 없고 순돌이 같고, 순진하고 착한, 그리고 '한 연기 하는' 한국남자이다.

 

곽재용 감독은 [엽기적인 그녀]에서 전지현과 차태현이 이루어내었던 연기 앙상블처럼 이 영화에서도 웃고 울리는 사랑이야기를 펼친다. [엽기적인 그녀]와 차이가 있다면 경진의 직업이 그렇다 보니 경찰물로서 액션이 넘쳐난다는 것이다. 도저히 한국적 실정이라고 절대 할 수 없을 정도로 총격전이 자주 일어나고, 그 경찰이 '비민주적'인 일탈 행위를 천연덕스럽게, 사랑스럽게 해낸다는 것이다. [엽기적인 그녀]에서 차태현이 말도 안 되는 극중 시나리오 때문에 생매장 당하는 황당함을 겪듯이, 이 영화에서는 사랑하는 사람들은 왜 새끼손가락을 걸고 맹세하는지에 대한 감동적인 재현드라마가 펼쳐진다. (이 장면에서 청조 복장의 사람이 등장하여 바보스런 연기를 한다. 이 장면이 중국 개봉에 문제가 될 것 같아 중국 배급사에 의해 삭제될 것이라고 한다)

곽재용 감독은 통통 튀는 전지현과 끼 넘치는 장혁을 통해 정신없이 웃고 울리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웃고 울려야한다는 매너리즘에 빠진다. 그러다가 덜컥 [사랑과 영혼]이 되어 버리고 전 아시아인이 공감하고 눈물을 흘릴 극단적 사랑의 모습을 담는다.

 

아마도 곽재용 감독은 이 영화가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여러 나라의 영화팬들에게 보편적인 사랑을 받고 감정이입을 받게 하기 위해 무척 노력한 모양이다. '노킹 온 헤븐스 도어'가 주제가로 쓰이며, 삽입곡으로 일본어 가창 노래가 쓰이기도 한다. 아무리 뜯어 보아도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는 한국사람, 일본사람, 중국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웃고 울 수 있는 사랑의 이야기이다.

 

그 동안 할리우드 영화라면 미국중심의 영웅주의, 미국적 가족주의 등을 주로 다루었다고 이야기했었다. 문득 한국영화는 외국인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생각해본다. 김기덕 감독 영화나 박찬욱 감독 영화까지 포함하여 말이다. 적어도 전지현 영화를 통해 한국 여자는 아시아에서 가장 강인한 투사 이미지로 각인되고 있음을 분명해 보인다.

 

이 영화에서 괜찮았다고 생각되는 점은 영화에서 한국, 서울의 야경을 꽤 많이 보여준다는 것이다. 서울 야경이 참 볼품없고, 개발지상주의가 낳은 몰골이라는 소리만을 들었는데 막상 커다란 스크린에서 서울의 마천루를 조감한 것을 보니 나름대로 꽤나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가 한국영화의 지평 확대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한국어, 영어, 중국어(간체자)로 만들었다. 하나 특이한 것은 전지현의 극중 이름 여경진이 중국어 버전에서는 '동진'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박재환 2004/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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