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비우스] 김기덕식 공유와 소통 (Moebius 2013)

2013. 7. 29. 09:00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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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영화 중 관람하기 최악인 영화. 2013년 기자시사회 직후, 줄거리 위주로 복기한 '리뷰'는 하단에 첨부함. 웬만하면 보지 마세요. *

먼저, 기자시사회 관련

대한민국 영화감독 중 가장 논쟁적 작품만을 내놓는 김기덕 감독의 19번째 신작 <뫼비우스>가 ‘마침내’ 공개되었다. ‘극단적 근친상간’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뫼비우스’는 일찌감치 화제의 중심에 올랐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두 차례 퇴짜(제한상영가)를 받고 ‘표현의 자유’와 ‘등급제도의 효용성’이라는 케케묵은 논쟁이 다시 유발되기도 했다.

제작사측은 지난(2013년) 7월 26일 영화기자, 평론가만을 불러 모아 ‘제한적 시사회’를 가지면서 작품내적 완성도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기덕 감독 작품이 언제나 그렇듯이 이번 작품도 국내 상영보다 해외영화제에서 먼저 러브콜을 받았다. 지난 주 개막된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공식초청된 것이다. 영화사측은 이에 맞춰 지난 주 금요일 국내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기자시사회를 갖고 정식으로 국내 매체에 ‘뫼비우스’를 공개했다. 물론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최종적으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는 87분 50초(등급위최종 러닝타임) 버전이었다. 당초 김기덕 감독이 완성한 버전에서 3분 남짓 잘려나간 작품이다.

이날 영화시사가 끝난 뒤 진행된 기자간담회 자리는 버전 문제와 표현 수위, 그리고 김기덕 감독의 영화예술에 대한 질문과 답변으로 이어졌다.

“먼저, 이렇게 약간 불구영화를 보여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고 말문을 연 김기덕 감독은 ‘자기의 생살을 도려내듯’ 자진삭제를 감행하며 심의를 통과시킨 것에 대해 현실적인 이유를 댔다. “제한상영가를 받고 왜 (등급위원회와) 계속 싸우지 않았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이게 규제와 싸울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국내에서 상영을 하지 않더라도, 외국에서 일단 상영되고 해외배급이 되면 한 달도 안 되어 곧바로 국내에서 어떻게든 유통될 것이다. 어차피 그렇게 될 것이면 이렇게라도 개봉시키는 것이 도리이다. 배우들 러닝 개런티 문제도 있고, 영화 만드는 데는 많은 이면의 문제가 있다.” 김 감독은 배급에 얽힌 사연도 털어놓았다. “배급시장을 잘 아시잖아요. 치밀하게 되어있다. 내가 하고 싶다고, 안 하고 싶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 메이저 배급사들이 치밀하게 날짜를 잡았는데 포기하는 건 쉽지가 않다. 이번에 포기하면 1년, 2년 후 언제 상영될지 모른다.”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는 작년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피에타’와 같이 배급사 ‘New’를 통해 국내 개봉이 이뤄진다. 김 감독은 배급사 ‘뉴’에 대한 강한 신뢰감을 내보였다. “‘뉴’는 ‘풍산개’ 때부터 ‘피에타’, ‘뫼비우스’,그리고 앞으로 ‘배우는 배우다’ ‘신의 선물’, 내년 1월에 개봉할 ‘붉은 가족’까지 배급을 맡을 것이다. 이 회사는 ‘김기덕’이기 때문에 배급을 나선 것이다. 뉴라는 회사는 나로선 목숨을 구해준 회사나 다름없다. 돈 한 푼 없을 때 ‘풍산개’를 통해 실탄을 만들어줬고 영화들을 제작가능하게 만들어주었다.”

김기덕 감독은 자신의 영화의 상영버전에 대해 “해외 영화제에 초청을 많이 받고 있다. 모두 무삭제판을 요청하고 있다. 베니스에서만 오리지널이 상영된다. 나머지는 한국에서 상영한 버전이 맞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당장 어제 열린 1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최관련 기자회견장에서 이 문제가 불거졌다. 이용관 부산영화제 조직위원장은 “이번 BIFF에서는 김 감독의 의사에 따라 ‘한국심의본’이 상영될 것”이라면 “영화팬들의 의사에 따라 김 감독에게 ‘오리지널 버전’이 상영될 수 있도록 설득해 보겠다”고 밝혔다.

아들 역을 맡은 서영주 군은 올해, 만으로 열다섯 살인 학생. 지난해 <범죄소년>에 출연하며 도코국제영화제에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어린’ 배우이다. 영화에서 서영주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애인을 상대로 수위 높은 장면을 연기한다. 이에 대한 논란도 이미 일고 있다. 김기덕 감독은 “드라마 속에서는 어린 학생이어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을 고민했다. 19세가 넘은 배우를 알아보려 했는데 아버지 역을 맡은 조재현과의 차이를 고려해 그럴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기자간담회에 참여한 조재현은 “영주는 당연히 미성년자라서 영화를 보지 못했다. 영화촬영 현장에서 여주의 어머니와 충분히 이야기를 나눴다. 서영주군 어머니에게 질문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뫼비우스>는 남편의 외도로 증오심에 불타던 아내가 남편에 대한 복수로 아들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고 집을 나간 뒤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소년이 성인 여배우와 벌이는 성행위, 파격적인 표현, 근친상간 묘사 등으로 논란을 낳고 있다.

한편 김기덕 감독과 주연배우 서영주, 이은우는 기자시사회가 끝나자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떠났다. 어제 저녁(한국시간) 베니스에서 공식기자회견과 공식 포토콜 행사를 가진데 이어 금요일에는 공식프리미어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논란 많은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는 내일 모레, 9월 5일 개봉된다. (박재환 2013.9.4)

 

[리뷰] 뫼비우스 김기덕식 공유와 소통

 

지난 금요일(2013.7.26), 서울 동대문구 홍릉로에 위치한 영화진흥위원회 시사실에서는 특별한 시사회가 하나 열렸다.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논쟁을 일으키는 문제적 영화감독 김기덕의 신작  ‘뫼비우스’의 ‘찬반’시사회였다. 이미 이 영화는 곧 열릴 7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된 상태이다. 지난 6월 첫 ‘등급심의’에서 ‘제한상영’ 판정을 받았고 감독은 1분 40초 분량을 잘라내어 다시 심의를 넣었다고 한다. 김기덕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 대한 ‘제한상영’ 판정에 화가 나서인지 영화관계자들에게 직접 물어보고자 이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그래서 이 날 평론가, 영화감독, 영화기자들 하여 100여 명이 영화진흥위원회에 모여 그 영화를 ‘일단’ 보고, 찬반투표를 펼쳤던 것이다.

 

아마도 ‘뫼비우스’는 약간의 소동을 펼치고는 조금 더 편집되어 ‘19세 관람가’ 등급으로 극장에 내걸릴 것이다. 그리고 김기덕 감독의 영화가 언제나 그랬듯이 명확하게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김기덕 감독은 한국의 보수적 심의/등급 제도에 의연히 투쟁(?)한 의식 있는, 혹은 용감한 감독으로 동정표를 더 받을지도 모르겠다. 그날 상영된 영화에 대한 리뷰이다.

 

아들, 아버지의 성기를 이식받다

 

영화가 시작되면 한 집안의 삭막한 모습을 관찰하듯이 보여준다. (집은 삼청동의 주택가 일반주택이다!) 아들은 식탁에 앉아 묵묵히 밥을 먹는다. 남편은 자신의 서가에서 골프연습을 한고 있다. 얼굴은 화난표정인 것도 같다. 아내는 계단에 앉아 붉은 와인을 홀짝거리며 마신다. 욕구불만이나 삭힐 수 없는 분노가 얼굴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리고 아내는 남편에게 달려들지만 남편은 매정하게 그 손을 뿌리친다. 아들은 자신의 방, 침대에서 누워있다. 이불 안에서 수음을 하고 있다. 다음날 남편은 차를 타고 동네 슈퍼마켓의 여자와 만나더니 카섹스를 한다. 그렇다. 남편은 외도를 하고 있었고 아내는 그 사실에 분노하는 것이다. 그날 밤 아내는 날카로운 칼을 들고 남편의 방에 들어가 남편의 성기를 자르려한다. 남편이 기겁하여 아내를 몰아낸다. 그러자 아내는 이번엔 홧김에 아들 방에 들어가서 아들의 성기를 삭뚝 잘라낸다. 아버지는 아들의 비명소리에 달려와서는 그 광경에 기겁한다. 아내의 손에 쥐어진 ‘아들의 잘려진 성기’를 빼앗으려하자 아내는 꿀꺽 삼켜버린다. 봉합수술도 불가능해진 것이다. 그날 밤 아버지는 아들을 업고는 병원으로 달려가고, 아내는 인사동의 새벽거리에서 불공을 드리는 스님을 따라 집을 나가버린다. 아들은 성기 없는 남자로서 놀림감이 된다. 아버지는 죄책감에 인터넷에서 웹 서핑에 몰두한다. ‘성기이식’, ‘성기 없이 느끼는 오르가즘’. 등 연관검색어. 하지만 하나같이 성기이식의 결과는 실패했다는 기사뿐이다. 이 즈음하여 아마도 아버지는 이미 자신의 성기를 잘라 잘 보관해 둔 모양이다. 아들에게 이식시켜주기 위해! 아들은 아버지가 정을 나눈 그 슈퍼마켓(구멍가게)으로 가서는 그 여자를 지켜/훔쳐본다. 그 때 건달 세 명이 그 가게에 들이닥치더니 그 여자를 강간(윤간)한다. 밖에서 지켜보던 아들도 건달들에 등 떠밀러 마지막 강간대열에 합류한다. 단지 ‘성기 없는 몸뚱이’로 여자 몸 위에서 처절한 몸놀림만 이어간다. 그리고 건달과 아들은 감옥에 가고. 아버지는 절망감에 더욱 웹 서핑에 빠져든다. 그리고는 놀랍게도 성기의 접촉이 아닌 또 다른 방식의 오르가즘을 찾아낸다. 돌멩이로 육신을(발등!)을 마구 문지르며 쾌감을 얻는다는 것이다. 감옥에서 나온 아들.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이식수술을 한다. 하지만 ‘인터넷을 보며 우려한대로) 아들은 정상적 발기를 하지 못한다. 아들은 슈퍼마켓을 찾아간다. 슈퍼마켓 여자는 아들의 등에 날카로운 칼을 꽂는다. 그러더니 둘은 서로 부둥켜안고 여자는 절망적으로 그 칼날을 움켜쥔 손을 움직인다. 마치 성기를 쥔 손같이. 아들은 사정한다. 기이한 은유와 너무나 뻔한 상징! 집으로 돌아온 어머니는 아들의 몸을 쓰다듬는다. 어머니는 아들의 정상적 성기 작동에 매달린다. 아버지는 그 광경에 아연실색한다. 그리곤 서랍 속의 총을 꺼내든다. 아들은 어머니와의 교접에 이른다. (이 장면은 역시 예상대로 ’몽환적으로‘ 표현된다.) 아들이 꿈에서라도 번쩍 눈을 뜨고는 방문을 나서자 계단에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죽어있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쏘아 죽이고 자신도 자살한 것이리라. 아들은 총을 잡아들더니 자신의 바지춤으로 총구를 대고는 당겨버린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뒤, 한 스님이 인사동 거리에서 머리만 남은 불상의 머리를 보고는 절을 한다. 아들은 스님이 되어 있는 것이다. 묘한 웃음을 띠우며 정지화면. 끝.

 

김기덕 영화의 한계

 

김기덕 영화를 즐겨, 꾸준히 본 사람이라면 이번 영화가 가장 재미있을지 모르겠다. 김기덕 영화는 극단적 상황을 극한적으로 밀어붙이는 사람이다. 성기이식의 경우를 이야기하면서도 그 근원이 아버지와 아들이란 사실. 아버지의 정부와 아들의 첫 경험이 같다는 사실, 그리고 어머니(아내)까지 걸쳐진다는 사실 등은 이 영화의 표피적 패륜의 극한치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런 불쾌감을 감수하고 넘어가면 흥미로운 집착에 이른다. 성기수술을 마치 신장이식수술처럼 직계가족의 희생과 의학적 완성도로 접근하거나, 심장(눈)을 이식받은 사람이 마치 그 제공자처럼 심리/성격이 바뀌는 것처럼 그 대상에 반응을 보인다는 것은 김기덕다운 발상이다.

 

물론 김기덕의 저예산 제작방식은 여전하다. 조재현의 서재나 아들의 방이나 한결같이 세밀하지 못한 소도구의 나열을 보여준다. 공들인 현장감보다는 마치, 여관에서 몰래 에로물을 찍은 듯이 캐릭터와는 따로 노는  (개그콘서트의 세트 같은!) 생명감 없는 배경들이다.

 

김기덕 영화로서는 드물게 여배우가 살아있는 공감이 가는 경우이다. 그동안 김기덕 영화에 출연하는/등장하는 여배우는 불쌍하다는 생각, 왜 저런 B급배우 만을 일부러 캐스팅한 것 같은 측은감이 앞섰다.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는 드물게 그 여배우가 이 영화의 진행에 힘을 준다. 자막이 오르고 나서야 ‘아내’ 역과 ‘슈퍼마켓 정부’ 역이 동일 여배우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기덕 영화는 인성의 끝을 항상 보여줬다. 이 영화 또한 그렇다. 외도의 끝은 한 지방의 풍비박산이리라. 그 과정에선 신체의 훼손과 패륜적 결합 등이 이어진다. 아들은 마지막 순간에 왜 자살하는 것보다는 ‘성기박살’(!)의 선택을 했을까. 김기덕 감독의 미천한 영화 속 인물이 선택하는 무거운 주제의식이다. 삶은 계속된다는! 그리고 자신의 영화미학은 꿋꿋이 이어질 것이라는 것을. 특히 마지막 그 알 수 없는 미소처럼 말이다.

 

이 영화는 대사가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묵음으로 처리된다. 1분 40초를 자르든, 대사가 있든 없든 김기덕 영화는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스타일임에 분명하다. (박재환, 2013.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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