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리뷰(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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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라시:위험한 소문, ‘카더라와 유비통신의 신뢰도는?’
2005년 무렵,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연예인 100여 명의 실체라는 이른바 ‘연예인 엑스파일’ PPT문서가 인터넷에서 나돌았다. 삼성정치비자금 폭로파일이라도 이만큼은 인구에 회자되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남의, 특히 스타에 대해서라면 호기심을 갖고 귀를 쫑긋 세운다. 당연히 KBS 9시 뉴스에도 안 나오고, 연예가중계에도 안 나오고, 디스패치에서도 사진 찍기 못한 그런 은밀한 이야기를 누군가 처음으로 목격하고, 또 친절하게 6하 원칙에 따라 '믿을만하게 기사화되어' 유통이 시작되더니 어떻게 하면 하룻밤 지나고 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아는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 '찌라시 위험한 소문'은 바로 그런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라이징 스타 의문의 자살, 그 배후는? 우곤(김강우)은 연예계바닥..
2014.02.20 -
[또 하나의 약속] 황유미 vs. 삼성
세상에 분명히 존재하는 사실과 그것을 애써 감추려하는 자들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졌다. 놀랍게도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알 수 없는 병으로 쓰러져 죽어간 사람의 한 맺힌 투쟁기이다. 이런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것도 놀랍지만, 기어코 극장에 내걸려 관객들의 주목을 받는다는 것이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성숙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영화가 보여주고 들려주고 알려주고 싶어 한 바로 그 이야기를 소개한다. 믿을 수 없다면 ‘추적 60분’을 찾아보거나 기사를 검색하거나 극장으로 가서 이 영화를 직접 꼭 보시라 권하고 싶다. (상영관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은 고등학교를 나온 뒤 곧바로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 입사한 뒤 1년 8개월 만에 알 수 없는 병으로 시름시름 앓다 결국 2007년 ..
2014.02.07 -
용의자, ‘시효인간’ 공유
지난 연말에 개봉되어 '변호인'의 흥행 돌풍에 밀려 관람 후순위로 밀린 영화가 있다. 원신연 감독의 '용의자'이다. 이미 와 등 남파된 북한 특수공작원의 실력과 속사정을 충분히 보아왔기에 "또 무슨 간첩이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만 ‘공유’라는 배우가 가지는 아우라와 영화 속 '자동차 추적 씬'에 대한 입소문 덕에 만만찮은 흥행력을 보여주고 있다. 2014년 북한의 정세만큼 다이내믹한 '용의자'를 한 번 보자.공유, 북한에서 버림받고 남한에서 표적이 되다 공유가 연기하는 지동철은 서울에서 대리운전을 하고 있다. 그의 숨겨진 과거와 현재 그가 처한 상황은 영화 초반에 다 드러난다. 그는 한때는 날리던 북한의 최정예 특수공작원. 귀신같은 솜씨를 자랑하던 그였지만, 그가 목숨 바쳐 충성하고자 했던 조국으..
2014.01.22 -
[청야] 1951년 1월 거창 겨울골짜기 (김재수 감독 2013)
몇 년 전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심각하게’ 토론회를 가졌을 만큼 용어정리/개념정립이 안 된 것이 있다. 바로 ‘일군의 독립영화들에 대한 명칭문제’이다. ‘독립영화’란 것이 ‘충무로 거대자본의 스튜디오에 종속되지 않은 저예산영화’를 일컫는 말이긴 한데 딱 들어맞는 말은 아니다. 수입영화의 경우 예술영화, 인디영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요즘와서는 ‘다양성영화’라는 말이 더 많이 쓰인다. 여하튼, 송강호가 나오고 CJ가 만든 영화가 아닌, 지루한 영화, 혹은 감독이 생업(?)을 포기하고 뭔가 주제의식을 전하려 6밀리 카메라로 고생하며 찍은 의식 있는 영화를 일컫는다. 아닐 경우도 있겠지만 말이다! 최근 나온 이런 영화들은 주로 정치적이거나 논쟁 지향적이다. 정지영 감독의 ‘남영동 1985’나, ‘천안함 프로젝트’..
2013.12.26 -
[변호인] 노무현이 아니라 송강호의 영화 (양우석 감독 The Attorney,2013)
변호인, 노무현이 아니라 송강호의 영화 작년 12월 19일, 온 나라를 둘로 쪼개놓을 듯 한국을 뒤흔든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때부터 딱 1년이 지난 바로 그날, 12월 19일에 정치색 짙은 영화 한 편이 개봉된다. ‘변호인’(양우석 감독, 제작 위더스 필름)이란 영화이다. 개봉도 되기 전부터 이 영화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담은 영화로 널리 알려졌다. 줄거리도 대강 노출되었다. 1980년대 초 부산에서 세무전문변호사로 이름을 떨치던 ‘학벌 낮은’ 송우석 변호사가, 어떻게 빨갱이로 내몰린 대학생의 변론를 맡게 되면서 당시 전두환 정권의 용공조작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명백히 ‘부림사건’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의외로 빨리 만들어진 ‘노무현 대통령의 영화’이고, 예상..
2013.12.13 -
[잉투기] 찌질이들의 파이트클럽
‘잉여’(剩餘)라는 단어는 사실 일상생활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단어이다. 한국전쟁 이후 미군이 ‘배고픈’ 우리나라 사람에게 먹을거리로 (남은) 밀가루나 분유 등을 주었을 때 ‘잉여물자 공여’라는 말로 사용될 때가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된 예일 것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인터넷사회가 되면서 ‘잉여’라는 말이 ‘찌질이’,‘마이너’라는 개념으로 널리 사용된다. 경제적 의미에서 사회적의미로 확장/재발견된 사례일 것이다. 여하튼 최근 개봉된 영화 ‘잉투기’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감독은 “-ing’와 ‘투쟁기’를 합쳐서 ‘여전히 싸움이 진행 중이다’라는 다이내믹한 의미로 ‘잉투기’라 지었단다. 그런데 어느 모로 보나 이 작품은 인터넷 잉여인간들의 머저리 같은 ‘쌈박질’을 다룬 영화임에 분명하다. 이제 영화를..
2013.11.22 -
[영화 롤러코스터 리뷰] 하정우, 멀미나겠네
영화‘배우’에겐 영화‘감독’에 대한 어떤 로망이 있는 모양이다. 수십 년 영화를 찍다보면, 그리고 연기분야에 있어서 일가를 이뤘다는 소리를 듣게 되면 “나도 한 영화 찍을 수 있을 것 같아.”라는 욕심이 생기는 모양이다. 감독이 뭐 대단한 것이라고 배우도 영화를 잘 알 터이고 연기에 대해선 감독보다 더 잘 디렉팅할 수 있을 것 같다. 감독이 배우 연기하는 것만큼, 배우도 감독하고 싶은 것이다. 그것은 연출에 대한 욕심이다기 보다는 자기작품에 대한 욕심 때문일 것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도 로버트 레드포드도 감독에 대한 열정으로 성공했다. 서부극만 찍던 존 웨인도 서부영화 감독을 했다. 믿거나 말거나 이연걸도 영화감독을 딱 한 편 했었다. 물론 액션영화.이번에 한국에서 하정우가 영화감독으로 데뷔한다. 연기에..
2013.10.19 -
[화이 리뷰] 아버지를 삼킨 괴물
‘텔 미 썸딩’에 준할 만큼 해석의 차이, 논쟁의 여지가 있는 작품이 개봉되었다. 장준환 감독의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이다. 이 영화를 보고나면 ‘낳은 정 기른정’ 논쟁이나, ‘성선설/성악설’에 대한 이해보다는 “그럼, 화이의 친부모가 누구인가?”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물론 영화를 표피적으로 보면 아마도 이경영이 맞을 것이다. 시간적 흐름으로 보아도! 그러나 이 영화를 만든 사람이 ‘지구를 지켜라’의 천재감독 장준환이라면 혹시 또 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지 않을까 고민하게 된다. ‘화이’는 무엇이 잘못되어 총부리를 겨누는 것일까. 살부(殺父) 의식을 거친 뒤 괴물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이 영화의 주제란 말인가? 만약 이 영화를 아직 안 보았다면 ‘화이’의 친부모가 누구인지에 초점을 맞춰 관..
2013.10.12 -
[지구를 지켜라] 한국영화를 사수하라!
는 올해(2003년) 초, 정확히 4월 4일 개봉되어 대부분의 극장에서 채 1주일을 못 버티고 상영 종료된 '저주받은' 영화란다. 이른바 영화저널에서는 '한국최초의 컬트무비 탄생', '진정한 마니아 영화의 탄생' 등의 용어를 구사하며 이 영화의 특별함을 치켜세웠다. 극장흥행참패가 영화의 수준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비평계의 호평이 영화의 품질을 담보하는 것도 아니란 것은 다 아는 사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그처럼 호들갑을 뜰만큼 가치가 있는 영화일까? 내가 보기엔 '물론 당연'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영화제작집단인 싸이더스에서 라는 전대미문의 영화를 만들었다. 분명 사전준비단계(프리 프로덕션)에서부터 최고의 전문가가 붙어 흥행성공을 위한 철저한 준비를 하였을 것이다. 설마 모스크바영화제에서 ..
2013.09.25 -
[숨바꼭질] 우리 집에 누군가 숨어있다
올 여름 극장가엔 기대작들이 어김없이 대거 쏟아졌는데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던 작품이 대박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허정’이라는 신인감독의 ‘숨바꼭질’이다. 영화의 충격은 올 여름 최고이다. 공포유발심과 작품만족도에서 말이다. 일산의 아파트에 사는 성수(손현주)는 평범한 가장이다. 신도시의 충분히 넓은 아파트와 아내, 딸, 아들. 외제차를 갖고 있으며 커피숍 사장이이니 상위급 중산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유난스레 깔끔한 행동을 하는 그에게는 남모를 정신적 고통-죄의식이 있다. 사라진 형 때문인 듯하다. 한편 인천의 허름한 아파트에서는 끔찍한 살인이 벌어진다. 재개발 직전의 서민아파트에 거주민인 한 여자가 괴한의 침입에 잔혹하게 살해된다. 고급아파트와 슬럼화가 진행된 서민아파트의 주민 사이에 무슨 연관..
2013.09.02 -
[설국열차]리뷰. 종말의 세상에서 만나는 시작
봉준호 감독의 데뷔작 (2000)가 개봉되었을 때 평론가들은 당황했다. 이 미니멀함은 무엇이며 감독이 의도하는 바가 뭔지를 이해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참신한 신인감독의 차기작을 기대한다는 식으로 애매모호한 평을 남겼다. 영화주간지 >은 곧바로 “그동안 우리(평론/저널)가 잘못 보았던 영화‘였다면 이 영화에 대한 재평가를 했다. 봉준호가 대단한 감독이 될 것임을 한발 늦게 인정한 것이다. 이후 봉준호 감독은 , , 등을 잇달아 내놓으며 훌쩍 성정해버렸다. 봉준호 감독이 이번 여름에 를 내놓았다. 그가 7~8년 전 홍대 만화가게에서 한달음에 읽었다는 프랑스만화 를 마침내 영화로 완성한 것이다. 한국영화로는 최고제작비인 4000만 달러(430억원)가 투입되었고, 한국배우들보다 외국배우가 더 많이 ..
2013.07.29 -
[뫼비우스] 김기덕식 공유와 소통 (Moebius 2013)
지난 금요일(2013.7.26), 서울 동대문구 홍릉로에 위치한 영화진흥위원회 시사실에서는 특별한 시사회가 하나 열렸다.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논쟁을 일으키는 문제적 영화감독 김기덕의 신작 ‘뫼비우스’의 ‘찬반’시사회였다. 이미 이 영화는 곧 열릴 7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된 상태이다. 지난 6월 첫 ‘등급심의’에서 ‘제한상영’ 판정을 받았고 감독은 1분 40초 분량을 잘라내어 다시 심의를 넣었다고 한다. 김기덕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 대한 ‘제한상영’ 판정에 화가 나서인지 영화관계자들에게 직접 물어보고자 이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그래서 이 날 평론가, 영화감독, 영화기자들 하여 100여 명이 영화진흥위원회에 모여 그 영화를 ‘일단’ 보고, 찬반투표를 펼쳤던 것이다. 아마도 ‘뫼비우..
2013.07.29 -
[주리] ‘대단한’ 영화제의 ‘소소한’ 심사 메커니즘
김기덕 감독이 있다. 아무리 한국 충무로영화계를 모른다해도 김기덕 감독이 해외영화제에 나가 많은 상을 받았다는 것은 다 안다. 홍상수 감독이 있다. 해마다 깐느 국제영화제가 열리면 우리 언론(주로 영화/연예쪽 저널)은 이번에는 무슨 큰 상이라도 받을 듯이 떠든다. 과연 영화제 심사위원은 누구이고 어떤 심사과정을 거쳐 어떤 상이 주어질까. 노벨평화상처럼 무슨 정치적 음모라도 있는 것일까? 작년 대종상 시상식에서 의 경우처럼 한 영화가 상들을 싹쓸이해가는 경우에도 심사위원들이 중간에서 조정도 안/못하는 경우가 있는가? 넘쳐나는 영화제에서 영예의 상이, 어떤 과정을 거쳐 주어지는지를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영화제 심사위원’을 직접 인터뷰하는 것이리라. 그런데 그런 공식적인 접근이라면 심사위원들은 ..
2013.03.12 -
[엽기적인 그녀] 웃긴 우리 젊은 날 (곽재용 감독 My Sassy Girl, 2001)
는 제작 발표 때부터 화제가 되었었다. 인터넷으로 생중계 되는 가운데 새로 지은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로비에서 대대적인 이벤트를 펼치며 전지현과 차태현의 스크린 랑데부를 약속했다. 그리고, 여름방학에 청소년들의 기대에 딱 들어맞는 즐거운 영화를 완성시켰다. 는 PC통신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김호식 씨의 '통신문학'이 원전이다. 세종대왕이 통곡할 통신문체('졸라', '방가슴' 등....)로 직조된 신세대의 튀는 러브스토리는 엄청난 조회 수를 올렸고, 이내 영화로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얼마 전 으로 위신에 금이 간 신씨네는 이번 영화로 명가의 자존심을 찾을 것 같다. 영화는 원작대로 우연히 지하철에서 만나게 되는 한 여자와의 끈질긴 인연과 사랑의 여정을 남자 주인공이 회고하는 형태로 진행된..
2013.01.03 -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사랑과 영혼 아시아통합버전 (곽재용 감독 Windstruck 2004)
할리우드 영화에 대항하는 아시아 국가들의 영화제작방식은 다양한 연합의 형태를 띤다. [파이란]처럼 자국 영화의 영역에 제한되지 않고 이웃나라의 영화에 출연하거나 [쓰리]처럼 서로의 장점을 살리는 조합형 영화를 만들기도 한다. 물론 이런 연합방식은 오래 전부터 존재했지만 근래 들어서는 영화산업적 측면에서 더욱 치밀해지고 철저한 준비를 거쳐 작품을 내놓는다. 물론 모든 영화의 출발점은 영화를 보는 사람이 지구상 어느 곳에 위치하고 있던 거부감 없이 내용을 수용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 여자 친구를 소개합니다] 이른바 [여친소]는 다분히 곽재용 감독의 전작에 기대면서 이러한 보편적 정서에 초점을 맞춘다. 곽재용 감독이 전지현, 차태현을 캐스팅한 [엽기적인 그녀]는 한국에서뿐만 ..
2013.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