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진영아] 김규리 박원상 독립영화 (이성은 감독 My Dear Girl, Jin-young, 2013)

2017. 8. 18. 23:15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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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주말 밤에 지상파TV에서 방영되는 오래된 할리우드 영화 보는 것이 영화팬의 낙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엔 극장개봉 영화도 시원찮았고, 지상파TV에서 보여주는 영화들이란 것도 한참 철지난 작품들이었다. 그런데 당시 영화평론가 정영일 선생님이 “이 영화, 절대 놓치지 마세요”라는 멘트에 밤늦게 ‘브라운관’앞에 기다린 영화팬은 많았을 것이다. 요즘은 멀티플렉스 관에서 할리우드와 동시간대에 신작들이 개봉되고 있고, 부산국제영화제 등을 통해 북유럽에서 동남아시아영화까지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관객층이 세분화되고 입맛이 까다로워지다보니 지상파TV에서는 ‘주말의 명화’시간이 사라지고 남은 것은 ‘영화정보 프로그램’들 뿐이다. 그나나 KBS에서는 ‘명화극장’과 ‘독립영화관’이 생존해 있다. 물론 둘 다 시청률 사각지대라 할 수 있는 ‘극(極)심야’시간대에 편성되어있다. 지상파에서 영화를 보려면 명절연휴를 기다리든지, 아니면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독립영화관은 매주 토요일에서 일요일 넘어가는 새벽 1시 5분에 방영된다. 어제 방영된 작품은 이성은 감독의 2013년도 작품 ‘사랑해! 진영아’이다.  김규리(김민선)가 출연하는 독립영화이다. 김규리는 최근 방송을 시작한 KBS 2TV 수목드라마 ‘왕의 얼굴’에서 선조(이성재 분)가 가장 총애했던 후궁 귀인 김씨로 열연 중이다.   



‘사랑해! 진영아’는 나이 서른이 다 되었지만 결혼은 고사하고, 연애는 물론, 첫 키스조차 못해본 불쌍한 여주인공 진영(김규리)의 참으로 ‘루즈한’ 청춘-인생을 코믹하거나, 황당하게 담고 있다. 아주 어릴 때 어머니가 집 나가버렸고, 계모 밑에서 ‘눈칫밥 먹고’ 자랐고, 아버지마저 세상을 여의고, 배다른 여동생 자영(최유화)의 집에 여전히 눈칫밥 먹으며 얹혀살고 있다. 명색은 시나리오작가이지만 아주 어릴 적부터 필이 꽂힌 좀비만 나오는 괴상망측한 시나리오는 전혀 팔릴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이때 선배 황태일 감독(박원상)이 좀비시나리오에 관심을 보이면서, 진영의 인생에 대반전이 있을 것도 같은데... 얹혀사는 집에 정체가 의심스런 제이미라는 여자가 들어오면서, 서른 인생은 더 꼬여간다.  

‘사랑해 진영아’는 ‘좀비’라는 특정 장르의 영화에 과도하게 애정을 쏟는 영화매니아(씨네필)가‘이상은 높고, 현실은 안타까운’청춘공감백배의 스토리를 담고 있다. 게다가 개인사는 또 얼마나 눈물겹게 ‘지지리 궁상’인가. 이성은 감독은 좀비에서 출발한 영화광의 꿈이 좌절하는 스토리라인에, 루저청춘의 아픔을 가족사와 함께 범벅 한다. 감독의 자유분방한 이야기전개는 시도때도 없이 좀비가 등장하고, 죽은 자와 산자가 호흡을 같이 하고, 진영-자영 자매가 초등시절, 중학생시절의 캐릭터와 같은 화면에 등장하며 기이한 영화적 재미를 안겨준다.   

김규리는 보통 이런 영화에서 보여주는‘통과의례 같은 청춘의 아픔’은 배부른 사치이고, 가족(엄마찾기)과 일(시나리오), 이상(연애하기)에 대한 갈망에 안절부절못하는 진영 역을 때로는 코믹하게, 때로는 쓸쓸하게 연기해낸다. 중견배우 박원상과 윤소정의 연기와 함께 최유화(자영), 전수진(제이미), 정인서(무당집 성하), 김민주(무당집 채하) 등 주변부 연기자의 연기를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어쩌면 이 영화는 극장보다는 ‘극심야시간’에 편성된 ‘독립영화관’ 시간에 보는 것이 더 재미있을지 모르겠다.
김규리는 KBS수목드라마 ‘왕의 얼굴’에서 선조(이성재)의 후궁 귀인 김씨로 출연한다. 신성군과 정원군의 모후인 그녀는 자신의 아들을 보위에 올리기 위해 정치적 야심을 불태우는 여인으로 출연한다. 근데 ‘독립영화관’이랑 ‘왕의 얼굴’은 내용상 전혀 관계가 없다. 단지 김규리가 출연한다는 이유로 소개할 따름이다. 


 

2014년 11월 23일 KBS독립영화관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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