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리뷰(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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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왕] 난 대한민국 경찰이다!
이른바 ‘살기 좋은 곳’이란 어떤 곳일까? 지진이나 쓰나미가 일어나지 않는 곳일 수도 있고, 명문학교 진학률이 높은 곳일 수도 있고,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일 수도 있다. 요즘에는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이나 와이파이 접시 개수를 따질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범죄 없는 안전한 도시가 살기 좋은 곳이라면? 만약 그런 곳을 찾는다면 객관화된 수치로 검증할 수 있다. 하다못해 OECD국가 범죄율이나 5대 민생사범 체포율 같은 것도 계량화되어있는 세상이니 말이다. 세상이 도시화, 현대화, 문명화, 개인화되고 사회문제가 양극화되면서 다양한 이유로 각종 범죄가 발생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생기는 강력범죄들. 이런 문제를 잘 해결하면 여러 사람이 상 받고, 여러 사람이 영전하게 된다. 나라님도, 지역구 의원님도, 언론들..
2011.05.06 -
[무산일기] 탈북자의 비루한 삶, 그리고 개죽음
한때 경기도 안성에 사는 사람들이 중국으로 갔다가 입국이 거절되는 사례가 많았다. 이들에겐 주민등록번호 뒷번호가가 125로 시작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런 사례가 많아지면서 그 이유가 알려졌는데 안성에는 탈북자(북한지역 이탈주민, 새터민)들이 남한 사회에 정착하기 전에 이른바 사회순응적응 교육을 밟는 ‘하나원’이 있다. 하나원을 수료할 때 대한민국 정부는 새로이 대한민국 국민이 된 이들에게 주민등록증을 발부해 주는데 안성지역의 주민등록번호가 125로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원래 안성에 살다가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았던 사람들까지 황당한 경우를 당하게 된 것이다. 중국은 손쉽게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가 중국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125’로 시작하는 사람들을 막아선 것이었다. 이들 125번 탈..
2011.04.01 -
두만강 (장률 감독,2009)
[두만강] 조선족 감독이 그린 비극적 북한 인민들 [박재환 2011.03.10.] 10여년 쯤 전에 KBS스페셜을 통해 (☞박재환영화리뷰)라는 충격적 북한르포가 방송된 적이 있다. 오랜 풍수재해와 폐쇄적 경제체제로 무너져 내리는 북한 내부의 모습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먹고사는 기본적 경제가 무너지면서 가정은 해체되고 중국국경 지대의 장터를 배회하며 걸인신세가 된 꽃제비를 다룬 내용이었다. 그리고 몇 년 전에는 김태균 감독의 (☞박재환영화리뷰)을 통해 같은 내용이 전달되었다. 이제 남쪽, 대한민국 사람은 분단된 조국의 윗마을에서 벌어지는 기아선상의 비극적 현실을 대체로 인식하고 있다. 얼마나, 언제까지, 혹은 어느 정도 심각한 문제인지는 이런 현재의 분단체제가 지속되는 한 영속적일 것이란 것도 다들 잘 ..
2011.03.10 -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이별에 임하는 현빈과 임수정의 자세..
지난 주말 막을 내린 61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권에서는 유일하게 경쟁부문에 올랐던 영화가 바로 이윤기 감독(소설가 이윤기와 동명이인이다)의 이다. 베를린영화제처럼 경쟁부문을 도입하고 있는 국제영화제들은 월드컵 축구와는 방식이 다르다. 열정적 팬들에 의한 추천작 상영이나 인기작 상영이 아니다. 그냥 그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이 한 해 동안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괜찮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작품을 추리고 추려 경쟁부문에 올려놓는 것이다. 특정 영화제가 수준이 높다거나 그 해 ‘수상작’에 대해 공감을 얻으려면 해당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이 거의 목숨 걸고 괜찮은 작품들을 ‘다른 영화제보다 먼저’ 수급해 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수상결과는 보통 독단적이다! 문제는 그들이 완성작을 다 보고 고르는 것이 아..
2011.02.24 -
[글러브] 소리 없는 아우성
의 강우석 감독은 의 강제규 감독과 함께 영화연출에서뿐만 아니라 한국영화의 판을 키운 명기획자, 명제작자이다. 그는 요즘과는 한국영화의 규모나 저널의 접근법이 달랐던 충무로 시절에 연출부로 입문하며 한국영화 감독의 길을 걸어왔다. , 같은 대단한 영화를 만들기 훨씬 이전에 그는 나 같은 영화를 만들었던 사람이다. 그가 이런저런 영화를 만들더니 이번에 내놓은 작품은 뜻밖에도 라는 스포츠 영화이다. 운동경기를 통해 팀원들 간의 협동정신을 이해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느끼게 된다는 구조이다. 강우석 감독의 이러한 필모그래피를 보노라면 대만의 이안 감독이 생각날 정도이다. 다양한 영화 장르에 대한 연출욕심 말이다. 그는 뛰어난 현장 장악력과 시장 개척력을 가진 한국영화계의 큰 보배임에는 틀림없다. 뜬금없이 나온 야..
2011.01.11 -
[라스트 갓파더] 영구 없~다
개그맨 출신 심형래의 신작 가 어제 기자시사회를 갖고 그 베일을 벗었다. 어제 이 영화 시사회와 같은 시간에 한류스타 배용준과 박진영이 제작에 참여한 KBS드라마 의 제작발표회가 있었다. 연예부 기자들은 대거 그쪽 행사장으로 취재간 모양이다. 그 덕분에 영화에 대한 소식을 전하는 기자들 중 ‘연예기자’들은 대거 빠지고 진짜 ‘영화담당’기자들이 시사회에 참석한 셈이다. 그러니 의외로 이 영화의 시사회 반응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영화에 대한 끝없는 욕심과 도전을 20년 이상 불태우는 심형래는 이번 영화에서도 각본, 감독, 주연을 고집했다. 그의 전작들에 쏟아진 애국적 찬사는 주로 꿈과 희망 등에 대한 非영화적 요소와 CG라는 기술적 도전에 집중했다. 이런 찬사 뒤에는 항상 각본의 완성도나 역할분담에 ..
2010.12.28 -
[카페 느와르] 시네필 정성일, 소원성취하다
10년 전,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가 막 자리를 잡아갈 무렵, 얼터너티브 (대안영화)를 내걸고 출범한 영화제가 하나 있다. 전주국제영화제이다. 1회 때 영화제 프로그래머로 당시 영화잡지 의 편집장이었던 정성일 씨가 참여했다. ‘종이’ 영화저널이 점차 종말을 고해가던 시절에 라는 잡지는 특별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우린 이런 영화만 본다’라는 자긍심과 자만심으로 가득했고, 정 편집장의 현학적인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과 영향을 끼쳤던, 정말이지 ‘안’ 팔리던 잡지였다. 1회 전주영화제를 통해 정성일 편집장은 솔직히 자신이 보고 싶어 했던 영화만을 주로 선정한 게 분명해 보인다. 그 중 하나가 바로 (▶imdb)라는 작품이다. 상영시간이 무려 438분(7시간 28분)에 달하는 끔찍한 영..
2010.12.16 -
[무적자] 남자의 눈물은 피보다 진하다
한국영화가, 그리고 한류드라마가 아시아에서 인기를 끌게 되면서 ‘한국적 정서’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같은 아시아인들이 보아도 한국인은 끈끈한 가족애와 유교적 질서가 고스란히 살아있는 흥미로운 전범인 모양이다. 그런 한국에서 홍콩의 대단한 영화 하나가 리메이크된다고 했을 때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컸다. 기대하는 사람은 1986년에 만들어진 은 멋진 영화이긴 한데 기본적으로 B급 정서의 홍콩스타일(대강 찍은 액션영화!)이기에 주윤발-장국영-적룡을 능가하는 매력적인 오늘날의 아시아 톱스타들을 끌어 모은다면 충분히 ‘걸작은 아니지만’ 명품 화보집 영화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생각해 보라. 한국의 원빈, 일본의 기무라 타쿠야, 태국의 닉쿤이라도 캐스팅 했다면 얼마나 간지가 좔좔 흐르는 영화가 될 것인가. 문제는..
2010.09.09 -
[맨발의 꿈] 축구가 만드는 이상적인 세상 (김태균 감독 A Barefoot Dream, 2010)
남아공 월드컵이 시작되었다. 한국은 첫 경기에서 그리스를 2:0으로 호쾌한 승리로 이끌면서 화려한 서전을 장식하였다. KBS, MBC를 압박수비로 꽁꽁 묶어두고 SBS의 단독 드리볼로 중계된 이 게임은 시청률이 70%에 달했다. 한국 팀이 잘하면 잘할수록 시청률도 따라 올라갈 것이다. 축구는 시청률을 견인할뿐더러 여러 가지 파급효과를 낳는다. 이전엔 축구 때문에 지역감정 차원이 아니라 국가간 전쟁이 일어나기도 했었다. 이번 그리스 전 축구가 끝나고 편의점에선 콘돔판매가 4년 전에 비해 5배가 늘었다는 뉴스도 있었다. 역시 대단한 축구이다. 그 대단한 축구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영화가 월드컵 열기에 얹혀 개봉될 예정이다.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는 아니다. 바로 이다. 동티모르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쳐주는 한..
2010.06.17 -
[섹스 볼란티어]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는 영화 (조경덕 감독 Sex Volunteer , 2009)
* 이 영화리뷰는 영화 자체만큼 불편하고, 외면하고 싶은 내용과 상황을 담고 있습니다. 글이 불편함과 불쾌함을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비위 약하신 분은 읽지 마시길 바랍니다. * 언젠가 들은 이야기이다. 장애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의 가장 절실한 소망이 무엇인지. 사회의 질시와 제대로 구축되지 못한 사회안전망과 복지제도의 미비 등으로 가슴에 큰 멍에를 안고 사는 장애인 부모들의 단 하나의 소망은 “우리 아이보다 하루 더 사는 것!”이라고. 무슨 말인가 생각했는데... 그 장애아이, 그리고 장애인으로 살아갈 자식에게 쏟아질 사회의 편견과 눈길을 너무나 잘 알기에 부모마음이 그런 것이란다. 그나마 아이를 돌보던 엄마마저 먼저 세상을 떠나면 세상에 홀로 남은 그 장애인은 누가 돌볼 것인가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터..
2010.04.15 -
파주 시사회, 박찬옥+이선균+서우, 원더풀~
파주 괴물같은 배우의 놀라운 영화 파주는 경기도 서북단에 위치한 휴전선 접경지역 마을이다. 모르긴 해도 그런 지리적 특성상 군부대가 많을 것이고, 뒤늦게 이곳저곳에 불도저식 개발이 진척되면서 그 곳에 터를 잡고 사는 토착주민들에겐 특별한 저항심리가 자리 잡고 있을 듯하다. 적어도 ‘파주’를 배경으로 영화를 만들려는 박찬옥 감독이 생각하기에는 말이다. 마치 ‘밀양’을 바라보는 이창동 감독처럼. 박찬옥 감독 (박찬욱이 아니다!)은 ‘파주’의 내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만들었다. 제목까지 쿨하게 ‘파주’이다. 어제 서울 시내 한 극장에서 의 기자시사회가 열렸다. 영화 상영 뒤에는 감독과 주연배우들이 참석한 가운데 영화 뒷이야기를 나누었다. 는 어떤 영화이고, 감독이 말하려고 한 ‘파주’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2009.10.22 -
[국가대표] 우린 대한민국 국가대표야~
김용화 감독의 란 영화를 보았다. 올 여름 윤제균 감독의 와 함께 나란히 한국영화의 수준과 위상을 드높인 영화로 영화팬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영화이다. 두 영화를 다 보고 나온 관객이 “이 영화가 좋다”, “저 영화가 더 낫다“라고 논쟁이 붙을 정도이니 정말 한국영화계로서는 2009년 여름이 축복받은 씨즌임에 분명하다. 와 의 전작을 통해 사회현상에 대해 범상치 않은 시각을 보여주었던 김용화 감독의 신작 또한 그 전작 못지않은 화제성과 휘발성을 흥행성 뒤에 숨기고 있다. 굉장하지 않은가. 삼류, 따라지, 루저의 삶 영화는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스키 점프 팀이 급조되면서 시작된다. ‘바덴바덴’을 기억하는가? 그런 일이 있었다. 동계올림픽을 위해 무주와 평창이 힘겨루기한 일도 있었다. 그런 대규모 국제..
2009.08.12 -
[해운대] 해운대가 살아있는 영화
윤제균 감독이 [해운대]라는 ‘블록버스터’ 재난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영화계(저널포함) 일부에서는 반신반의했다. 그도 그럴 것이 윤제균 감독은 , , 그리고 등의 전작이 말해주듯 우선은 스케일에서는 아기자기한 코미디가 장기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윤제균 감독이 영화판에 뛰어들기 전에 광고회사에서 일했었고 영화가 좋아 영화판에 뛰어들었다는 것을 안다면 그의 재능을 너무 한쪽으로 재단하는 것도 옳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쨌든 윤제균 감독은 주위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한국형 블록버스터, 윤제균 스타일의 재난영화를 만들어낸다. 그것도 놀랍도록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말이다. 2008년 10월 3일 해운대 이면도로에서 박재환 촬영 작년(2008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던 어느 날. 부산 해..
2009.07.28 -
[사과] 사랑이 우물에 빠진 날 (강이관 감독, 2005)
지난 주 극장에서 개봉된 강이관 감독의 [사과]는 푸릇푸릇한 ‘신작’이 아니다. 지난 2004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관객에게 선을 보였던 ‘구작’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창고에서 4년을 썩히더니 이제야 개봉된 것이다. 지난 몇 해 동안 한국영화는 외형적으로 초호황을 누린다고 생각했었다. 해마다 한국영화가 100편 이상씩 제작되었지만 극장에서 개봉을 못한 영화가 꽤 된다. 그러다가 올해 들어 한국영화 위기를 맞으며 제작편수가 ‘확~’ 줄어들면서 그동안 운 나쁘게 극장에 내걸리지 못한 영화들이 빛을 발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후죽순처럼 멀티플렉스가 들어선 이 땅에서 말이다. 연애와 결혼, 그리고 이혼 영화는 결혼적령기에 충분히 접어든 여인의 연애담, 혹은 이혼담이다. 괜찮은 회사에 ..
2008.10.20 -
'놈놈놈'만큼 재밌는 만주 웨스턴 특별전
1940年代 만주 벌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피 끓는 사내들의 대활극 베이징올림픽 야구경기만큼 한국 사람을 단합시켰던 2002년 월드컵. 서울에는 상암동에 월드컵경기장이 세워졌다. 그 월드컵경기장 인근 상암동 DMC(디지털 미디어 센터)는 최근 몇 년 사이 멀티미디어-콘텐츠관련 기관, 업체들이 하나둘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한국영상자료원도 있다. 원래 서초구 예술의 전당에 있던 한국영상자료원이 최신식 건물의 상암동으로 이전한 것은 올 봄의 일이다. 영상자료원은 예전부터 열혈영화팬들에겐 은밀한 성지였다. 적어도 옛 한국영화에 대한 배고픔과 목마름을 ‘상상 이상’으로 해소시켜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매달 특이하면서도 획기적인 영화전이 열린다. 얼마 전 괴짜 김기영 감독의 전작 회고전이 열린데..
2008.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