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리뷰(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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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라 메] 부산은 아직도 불타고 있는가 (양윤호 감독, 2000년)
부산영화제가 열리면 언제나 인파로 가득 차는 부산 자갈치시장과 남포동 '영화의 거리' 인근에 부산시청이 위치하고 있었다. 그런데 몇 해 전 그 자리에는 '롯데월드'가 터를 닦기 시작했고, 대신 화려하고 큰 시청건물이 연산동에 들어섰다. 지난 봄, 부산시 신(新)청사에서 의 영화제작발표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는 부산영상위원회의 박광수 감독과 많은 영화인들이 자리했다. 물론 안상영 부산시장도 참석하였고, 정치가 출신답게 일장연설을 늘어놓았다. 안 시장의 연설요지는 간단했다. "부산을 영화제의 도시에서 영상산업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라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가 아파트(비록 철거직전의 건물) 한 채와 종합병원(빈 건물) 하나를 불바다로 만들 동안, 차량통제는 물론이고 소방차 지원까지 아끼지 않았다. 그 덕분인지 ..
2013.01.03 -
[이재수의 난] '미션' 임파서블 (박광수 감독, 1999)
1900년 직전의 아시아 실정을 보자. 영국과 프랑스 등 이른바 서구제국들이 아시아 국가를 침략, 수탈해가기 시작할 때 중국의 민초들은 청 제국의 수탈과 외세의 강점에 자생적으로 봉기하였다. ‘의화단의 난’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중국역사에서 일정한 시기에 항상 등장하는 민간신앙의 화신이었다. 백련교도의 난 같은 것은 중국 땅에 사는 사람들이 고통을 당할 때면, '홍건적'만큼이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그런 메시아적 상징작용을 하였던 것이다. 이 시절 조선은? 그리고 조선의 변방 제주도는? 제주도 출신의 소설가 현기영이 꾸준히 제주도에 눈을 돌렸을 것이고, 이제 박광수 감독이 까마귀가 되어 조감하게 되는 것인 모양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제주도라는 것이 그 후 반백 년 뒤에 있었던 4.3사건과 연계..
2013.01.03 -
[흑수선] 멜로로 치장한 6·25비극 (배창호 감독,2001년)
이번(2001년) 제 6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어떤 작품이 선정될 것인가는 사실 영화팬에게는 관심거리였을 수도 있다. 부산영상위원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장선우 감독의 이 후반작업 지연으로 탈락하면서 배창호 감독의 이 개막작으로 최종 선정되었다.1980년대 충무로에서의 배창호 감독의 활약상과 그의 최근작 으로 보건대 부산영화제의 선택이 잘못된 선택일 리는 없을 것이다. 물론, 개막작품 자체가 작품성이나 완성도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국제영화제들이 개막작품과 폐막작품을 그 영화제의 위상과 혹은 국제적 마케팅의 일환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팬이라며 과 가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이었음을 기억하며 관계자들은 그러한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그런데, 작년 부산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선정되..
2013.01.03 -
[해피 엔드] 그들은 정말 사랑했는가 (정지우 감독 1999)
일본영화 에서 남자 주인공 야쿠쇼 코지가 아내를 죽인 이유는 간단하다. 누군가로부터-아니면 자신의 내부의 소리로부터- 아내의 불륜을 전해 들었고, 어느 날 그 현장을 직접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이 남자는 칼로 아내를 난자한다. 조금 전까지 벌어졌던 불륜의 현장은 피바다가 되어버리고 아내는 죽는다. 하지만 이 영화를 유심히 본 사람은 남편이 부정을 저지른 아내를 칼로 무수히 찌를 때에도 아내는 두 눈을 똑바로 치켜뜨고 남편을 쏘아본다. "그래도 당신은 결코 아냐!"라고 말하듯이. 이 영화에서 유부녀 최보라(전도연)와 그의 ‘IMF실직자’ 남편 서민기(최민식)의 관계를 보여주는 단 한 장면이 있었다. 그것은 일상의 잔잔한 스케치 장면에서가 아니라, 딱 한차례 보여준 부부의 의무적 섹스장면이다. 관객은 처..
2013.01.03 -
[외계에서 온 우뢰매] 에스퍼맨 심형래 (김청기 감독 Wuroi-mae From Outer Space, 1986)
우뢰매>를 리뷰한다고? 비디오샵에 가면 한쪽 구석에 엄청 쌓여있는 심형래영화들을 보며 유혹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수명이 다해가는 오래된 비디오테이프 외계에서 온 우뢰매> 1편을 진지하게 쳐다봤다. 단언컨대 난 이 영화를 보면서 단 한 번도 웃을 수 없었다. 심형래가 나오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에드 우드'감독을 계속 떠올리게 하는 엉성함과 유치함, 저예산의 작품을 참고, 참고, 또 참으면서 지켜봤다.이 영화의 제작사 서울동화엔터프라이즈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별다른 자료는 없고, 이 영화가 전국관객 '400만' 명을 동원했었다고 나와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의 우뢰매>자료를 보면 이 영화는 1986년 8월 1일 서울개봉관에서 5,527명이 관람한 것으로 나와 있다. '5천 명과 400만?'..
2013.01.03 -
[야생동물 보호구역] 김기덕 N0.2 (Wild Animals 1997)
(박재환 2001.8.7.) 김기덕 감독의 네 번째 작품 이 개봉되었을 때 감독 자신은 “대한민국에 김기덕 영화를 좋아하는 팬은 최대한 5만 가량 된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그동안 그의 영화가 극장에 내걸릴 때마다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지만 개봉관에서 그의 영화를 직접 찾는 영화팬의 수치는 이에 훨씬 못 미쳤다. 하지만, 이제는 적어도 김기덕 영화라고 하면 ‘이창동 영화’와 ‘홍상수 영화’와 함께 하나의 브랜드 파워(혹은 네임 밸류)를 가지는 작품으로 취급받는다. 당연히 김기덕 감독은 오래 전에 ‘작가감독’으로 분류되었고 말이다. 그의 두 번째 작품 또한 그러한 김기덕 감독의 이름값을 하는 작품임을 알 수 있다. 김기덕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나 개별적인 사건을 보면 관객은 쉽게 그 이야기가 적어도 김기..
2013.01.02 -
[실제상황] 김기덕의 실험극 - 지푸라기 인간 (김기덕 감독 2000)
(박재환 2000.5.24.) 김기덕 감독은 메이저 영화사를 등에 업고 을 극장에 개봉시키자마자 또 다른 신작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그 말이 채 충무로에 다 퍼지기도 전에 그 영화의 촬영을 끝내 버렸고, 이 극장에서 완전히 간판을 내리기도 전에 그 신작을 내걸 준비를 하고 있다. 아마도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빨리 만들어지고, 가장 빨리 극장에 내걸리는 영화가 될 것 같다. 그리고, 다행인 것은 그 동안의 김기덕 감독의 작품에 대해 존재했던 악의적 평가보다는 긍정적 요소를 더 찾게 될 것이란 점이다. 이 영화에서는 적어도 감독의 전작에서보다 훨씬 더 유연해진 사고의 한 면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기본적으로 영화는 종합예술이다. 단지 광학적으로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들의 결정체가 화학체인 ..
2013.01.02 -
[박수건달] 깡패의 은밀한 심령생활
뚜렷한 자의식이나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이 어느 날 특별한 계기로 별안간 이중생활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번개를 맞아 슈퍼맨이 되었거나 교통사고로 그간의 기억을 잃고는 제2의 삶을 살아가는 등 말이다. 우리나라에선 특이하게도 ‘신 내림’이란 돌발변수가 개입하기도 한다. 어느 날까지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신과 접촉하면서 신의 대리인이 되는 것이다. 만약에 어시장을 주름잡던 조직폭력배 건달이 그런 신 내림을 받고 무당이 되어야만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조진규 감독의 새 영화 은 그 생생한 현장을 보여준다. 조진규 감독은 10년 전에 란 작품으로 조폭영화의 소재를 한 단계 확장시켰던 인물이다. 깡패 박신양, 무당굿을 하다 부산바닷가 어시장을 배경으로 한 폭력/깡패/건달 조직의 ‘넘버 투’..
2012.12.31 -
[터치] 내 영혼의 힐링 무비
한국영화의 힘을 이야기할 때 박찬욱과 김기덕 감독만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것은 마치 K팝, 아니 한국가요를 이야기할 때 싸이와 소녀시대만 언급할 수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한해에 천만 관객영화가 두 편이나 나오고, 베니스대상수상 영화감독이 투덜거릴 수밖에 없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영화현실이 엉망진창의 혁명적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단순하게 영화팬의 입장에서 보자면 편식이 유달리 심하다는 것. 그리고 그 수요를 알 수 없는 시네필의 분노가 충만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영화나 특별한 영화를 보려면 다리품을 많이 팔아야하고 유달리 부지런해야한다는 것이다. 사실 그렇다. ‘터치’라는 영화만 보아도 말이다. 감독 민병훈을 말한다 영화 를 말하기 전에 민병훈 감독을 먼저 알아둬야 할 것이다..
2012.11.18 -
[늑대소년]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늑대
전설에 따르면 위대한 제국 로마를 세운 영웅 로물루스는 늑대 젖을 먹고 자랐단다. 타잔은 태어나자마자 유인원에게 거두어져 정글에서 자랐다. 정글북의 모글리도 그러하고. 반면 을 보면 무인도에 수십 년을 혼자 산 해적은 사람을 다시 만났을 때 언어구조가 뒤죽박죽이 되어있다. 2차 대전 당시 서남아시아의 정글에 낙오된 일본군이 수십 년 만에 극적으로 발견되었을 때 이상한 반응을 보인다는 뉴스도 있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명제에서 벗어나는 인류사회학적 케이스를 이야기할 때 항상 거론되는 캐릭터이다. 최근 그런 흥미로운 주제에 한 가지 예를 더 들 수 있는 동화 같은 영화가 개봉되었다. 송중기가 주연을 맡은 이다. 꽃미남 송중기는 이 영화에서 정체불명의 ‘늑대소년’ 철수 역을 맡았다. 야생의 늑대소년이 ..
2012.11.13 -
[자칼이 온다] 재중의 날
프레드릭 포사이드의 베스트셀러 소설 ‘자칼의 날’은 알제리의 독립을 허용한 프랑스의 샤를르 드 골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프로페셔널 킬러 자칼과 이를 막으려는 프랑스 경찰들의 활약상을 숨 막히게 묘사한 작품이다. 원작소설도 걸작이지만 프레드 진네만 감독의 영화도 걸작 스릴러이다. 그 ‘자칼’이 온단다! 이번엔 여자 킬러이고 제거해야할 대상은 한류 톱스타이다. 여자킬러는 (영화홍보문구에 따르면) ‘레옹에게 사사받고 솔트에게 인정받은’ 전설의 킬러이다. 한류 톱 가수는 돈 많은 재벌 마나님의 은밀한 스폰서를 받는 안하무인 스타이다. 생뚱맞은 구조지만 기획성 영화로는 쏠쏠한 재미가 있을 듯하다. 한류 톱스타로는 진짜 한류 톱스타인 JYJ의 김재중(영웅재중)이 나오고 킬러는 인기 TV예능프로그램 의 히로인 송지효가..
2012.11.10 -
[남영동 1985] 김근태에게 바치는 때늦은 헌사 (정지영 감독 Namyeong-dong1985, 2012)
김근태라는 인물이 있다. 2011년 12월 30일 유명을 달리한 정치가이다. 파킨슨병으로 돌아가셨다. 26년 전 당한 모진 고문의 후유증이다. 우리는 그렇게 기억한다.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과 정치개혁에 큰 족적을 남긴 위대한 민주투사이며 재야인사의 영적 지도자였다고. 그가 26년 전 당한 고문을 생생하게 재연한 영화가 만들어졌다. 바로 정지영 감독의 이다. 정지영 감독은 작년 로 우리나라 사법시스템을 통렬하게 비판한 의식 있는 감독 아닌가. 그가 가슴에 칼을 품고 만든 작품 는 관객에게 말할 수 없는 충격과 슬픔을 안겨준다. 김근태를 몰랐던 사람들, 1980년대의 한국을 몰랐던 젊은이에게 이 영화를 꼭 권한다. 김근태,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당하다 극중에서 김근태는 김종태라는 인물로 나온다. 김종태..
2012.10.06 -
[피에타] 김기덕 감독을 구원하소서 (김기덕 감독 Pieta 2012)
김기덕 감독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탄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는 김기덕 감독의 18번째 작품이다. 그동안 그는 수많은 영화제로부터 콜을 받았고 수많은 평론가들로부터 한번쯤은 ‘물어 뜯김’을 당하였다. 그런데 상을 타고 나니 김기덕 감독을 더 이상 물어뜯기는 어렵게 된 모양이다. 상찬하기에 바쁘니 말이다. 는 이른바 ‘김기덕스런 영화’에서 가장 세련되고, 가장 유려하고, 가장 종교적인 해독이 가능한 영화이다. 물론, 나머지는 똑같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출연배우들은 여전히 감독의 설정과 가이드라인에 주눅이 들어 갇힌 연기와 제한된 몸짓으로 완벽하게 캐릭터에 빙의되었고 소재는 여전히 잔인하거나 충격적이다. 이야기하고자하는 바는 보여주는 것 이상으로 해석의 공간이 많다. 청계천에서 시..
2012.09.17 -
[알투비] 전쟁의 기원
한국영화판의 큰손 CJ가 한류 톱스타 비(정지훈)를 캐스팅하여 100억 원을 쏟아부은 영화, 한국 공군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완성한 작품 를 보고 나면 제일 먼저 톰 클랜시의 소설 가 생각난다. 이 작품의 연관성은 공고한 한미상호방위조약 아래에서 어떤 돌발변수가 한반도에 파멸적 전쟁을 촉발시킬 수 있는지, 혹은 그 전쟁의 암울한 그림자를 극적으로 걷게 되는지를 비쥬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63빌딩을 배경으로 북한 미그 기가 휘젓고 다니는 전반부와 한국 전투기가 북한 미사일기지를 맹폭하는 후반부가 관객에게는 어떤 감정을 던져 줄지 궁금하다.사고뭉치 탑건, F-15K를 몰다공군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 소속 최고의 전투기 조종사 태훈(정지훈)은 에어쇼에서 위험천만한 묘기를 자의적으로 연출하다 21전투비행단으로..
2012.08.20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의기투합 도둑들 (김주호 감독 The Grand Heist, 2012)
충무로의 내로라하는 배우들을 불러 모아 최고의 팀을 만들어 마카오까지 원정 가서는 수백 억 원을 호가하는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훔치는 영화 이 천만관객을 돌파한 요즘, 또 다른 충무로 배우들이 무더기로 나와 도둑질을 시도하고 있다. 이번에는 조선시대이다. 훔치는 대상이 독특하다. 조선시대에는 겨울 한철동안 꽁꽁 언 한강물을 고이 썰어 빙고에 잘 보관해 둔다. 이는 나중에 국상 등 국가차원의 행사나 문무백관과 관련된 나랏일, 하다못해 죄수에게도 지급되었단다. 그런데 이 (서/동)빙고의 얼음을 훔쳐내자는 것이다. 나라 물건을 훔치자는 것부터가 발칙한 생각인데 그 시절 어떤 전문가가 있어야 이 거사를 성공할 수 있을까.조선시대 도둑들은 무얼 훔치나조선시대. 영조시대가 배경이다. 조정은 양반세력들의 권력쟁탈이 여..
2012.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