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리뷰(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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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 예스] 생존 게임 (김성홍 감독 Say Yes , 2001)
이제는 충무로의 중견감독이 된 배창호 감독이 미스테리 스릴러물을 만든 적이 있다. 적도의 꽃>이란 1983년도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안성기가 맡은 역할은 'M'이라는 정체불명의 사나이로, 맞은 편 아파트에 살고 있는 선영(장미희 분)에게 연정을 느끼고 망원경으로 일거수 일투족을 살피며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M이 지켜본 바에 따르면 선영은 남자들에게 농락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M은 그 남자들을 한 사람씩 파멸시킨다. 하지만 선영은 결코 M에게 고마움을 느끼지 않는다. 선영은 가스 자살로 삶을 마감하고 만다. 김성홍 감독의 신작 스릴러물 세이 예쓰>에도 'M'이 등장한다. 이제는 헐리우드 영화까지 찍을 정도로 성장한 박중훈이 미스테리한 인물 M을 맡아 그동안 우리 영화에서 보기 드물었던 사이코 범죄자..
2013.01.03 -
[쌀] 우공이산, 황무지는 어떻게 옥토로 개간되었는가 (신상옥 감독,1963)
...이 영화는 1963년도 영화이다. 그러니까 박정희가 쿠테타로 집권하고, 찢어지게 가난한 대한민국 '窮民'을 먹여 살리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혁명정신으로 달려들 때의 이야기이다. 아직은 새마을운동이 시작되지도 않았을 그 시절 말이다. 배경은 전라도 무주 구천동에서 조금 떨어진 한 시골 마을이다. 대대로 가난을 업으로 살아가는 이 동네의 개척사인 것이다.영화에서 출연자들은 줄곧 기존 정치에 대해 욕설을 퍼붓는다. 야당을 찍었다고 정부지원이 안 되고, 관청에서 보조금이라도 받을라치면 서로가 자기 소관이 아니라고 여기로 저기로 넘겨버리는 그러한 전형적인 관료사회의 작태, 아직도 남아있는 소작형태들. 그리고 빨갱이 운운하며 탄압하려 하는 많은 저항세력. 이 시절에 우리는 아주 헌신적인 인물을 만나보게 ..
2013.01.03 -
[이주일의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 私영화, 인간드라마 (김수형 감독, 1980)
이주일이라는 코미디언이 있었다. 김국진이 있기 전에, 심형래가 있기 전에, 한 시절 우리나라 국민들 대부분이 무척이나 좋아했던 코미디언이었다. 그가 등장한 것은 1980년이다. 한쪽에선 무서운 사람이 등장했고, 또 한쪽에선 이렇게 우스운 사람이 나란히 비슷한 시기에 텔레비전에 등장한 것이다. 당시 충무로의 영화제작 경향을 보면 뭐, 특별히 내세울만한 장르도 없었고, 지금 와서 되돌아보면 현대적인 의미의 스타 시스템도 없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인기몰이란 것만은 분명히 존재했다. 텔레비전에서 인기를 모은 스타는 그게 가수이든, 탤런트이든, 코미디언이든 어쩔 수 없이 영화계의 각광을 받았다. 오늘날 광고계에서 각광받는 만큼이나 말이다. 그래서 조용필도 영화에 나왔고, 인순이도 영화 주인공이 되었었..
2013.01.03 -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컬트의 탄생 (김태용 민규동 감독 Memento Mori, 1999)
작년(1998년) 여름 개봉되어 평단과 흥행 면에서 고른 호평을 받았던 은 공포영화의 외투를 하고 있지만 실속은 교육제도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었다. 학교성적이 모든 것을 재단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재잘거리는 10대의 풋풋함은 사라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성공작 의 속편이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교육제도에 대한 우려감보다는 충무로의 영화제작 풍토에 더욱 근심어린 시선을 보내야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속편에 대한 매력을 많이 상실한 상태에서 이 영화는 완전히 다른 또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받을 만하다. 그것은 단순한 가 아니라 혹은 라는 다분히 작위적인 공포감의 이미지와는 달리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초반 30분은 우리가 한동안 잊었던 청순한 10대의 한 때를 그린다...
2013.01.03 -
[거짓말] 살로, 거짓의 제국 (장선우 감독, 1999)
(박재환 1999/10/21) 영화 이 '감독의 오리지널 버전'으로 일반에게 공개된 것은 지난달 국내 언론기자를 상대로 한 최초 공개와 베니스영화제에서의 상영, 그리고 이번 제 4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서였다. 영화제 시작 전부터 이미 폭발적인 화젯거리로 부상한 이 영화는 예매 시작 20분 만에 매진된 올 부산영화제 최고의 인기 작품이 되었다. 실제로 부산영화제 동안 예매티켓 교환, 구매정보센터에는 티켓을 5만원에 구매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기도 할 정도였다. 적어도 어떤 영화가 이 정도 관심과 인기를 끌었다면, 영화 자체의 완성도나 작품성과는 상관없이 대중적 흥행은 보장받았으리라 생각된다.영화 상영이 끝나고 GV시간을 잠깐 가진 후, 장선우 감독과 주연배우인 이상현, 김태연씨는 부산의 한 선상 카페로 이..
2013.01.03 -
[리베라 메] 부산은 아직도 불타고 있는가 (양윤호 감독, 2000년)
부산영화제가 열리면 언제나 인파로 가득 차는 부산 자갈치시장과 남포동 '영화의 거리' 인근에 부산시청이 위치하고 있었다. 그런데 몇 해 전 그 자리에는 '롯데월드'가 터를 닦기 시작했고, 대신 화려하고 큰 시청건물이 연산동에 들어섰다. 지난 봄, 부산시 신(新)청사에서 의 영화제작발표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는 부산영상위원회의 박광수 감독과 많은 영화인들이 자리했다. 물론 안상영 부산시장도 참석하였고, 정치가 출신답게 일장연설을 늘어놓았다. 안 시장의 연설요지는 간단했다. "부산을 영화제의 도시에서 영상산업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라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가 아파트(비록 철거직전의 건물) 한 채와 종합병원(빈 건물) 하나를 불바다로 만들 동안, 차량통제는 물론이고 소방차 지원까지 아끼지 않았다. 그 덕분인지 ..
2013.01.03 -
[이재수의 난] '미션' 임파서블 (박광수 감독, 1999)
1900년 직전의 아시아 실정을 보자. 영국과 프랑스 등 이른바 서구제국들이 아시아 국가를 침략, 수탈해가기 시작할 때 중국의 민초들은 청 제국의 수탈과 외세의 강점에 자생적으로 봉기하였다. ‘의화단의 난’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중국역사에서 일정한 시기에 항상 등장하는 민간신앙의 화신이었다. 백련교도의 난 같은 것은 중국 땅에 사는 사람들이 고통을 당할 때면, '홍건적'만큼이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그런 메시아적 상징작용을 하였던 것이다. 이 시절 조선은? 그리고 조선의 변방 제주도는? 제주도 출신의 소설가 현기영이 꾸준히 제주도에 눈을 돌렸을 것이고, 이제 박광수 감독이 까마귀가 되어 조감하게 되는 것인 모양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제주도라는 것이 그 후 반백 년 뒤에 있었던 4.3사건과 연계..
2013.01.03 -
[흑수선] 멜로로 치장한 6·25비극 (배창호 감독,2001년)
이번(2001년) 제 6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어떤 작품이 선정될 것인가는 사실 영화팬에게는 관심거리였을 수도 있다. 부산영상위원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장선우 감독의 이 후반작업 지연으로 탈락하면서 배창호 감독의 이 개막작으로 최종 선정되었다.1980년대 충무로에서의 배창호 감독의 활약상과 그의 최근작 으로 보건대 부산영화제의 선택이 잘못된 선택일 리는 없을 것이다. 물론, 개막작품 자체가 작품성이나 완성도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국제영화제들이 개막작품과 폐막작품을 그 영화제의 위상과 혹은 국제적 마케팅의 일환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팬이라며 과 가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이었음을 기억하며 관계자들은 그러한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그런데, 작년 부산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선정되..
2013.01.03 -
[해피 엔드] 그들은 정말 사랑했는가 (정지우 감독 1999)
일본영화 에서 남자 주인공 야쿠쇼 코지가 아내를 죽인 이유는 간단하다. 누군가로부터-아니면 자신의 내부의 소리로부터- 아내의 불륜을 전해 들었고, 어느 날 그 현장을 직접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이 남자는 칼로 아내를 난자한다. 조금 전까지 벌어졌던 불륜의 현장은 피바다가 되어버리고 아내는 죽는다. 하지만 이 영화를 유심히 본 사람은 남편이 부정을 저지른 아내를 칼로 무수히 찌를 때에도 아내는 두 눈을 똑바로 치켜뜨고 남편을 쏘아본다. "그래도 당신은 결코 아냐!"라고 말하듯이. 이 영화에서 유부녀 최보라(전도연)와 그의 ‘IMF실직자’ 남편 서민기(최민식)의 관계를 보여주는 단 한 장면이 있었다. 그것은 일상의 잔잔한 스케치 장면에서가 아니라, 딱 한차례 보여준 부부의 의무적 섹스장면이다. 관객은 처..
2013.01.03 -
[외계에서 온 우뢰매] 에스퍼맨 심형래 (김청기 감독 Wuroi-mae From Outer Space, 1986)
우뢰매>를 리뷰한다고? 비디오샵에 가면 한쪽 구석에 엄청 쌓여있는 심형래영화들을 보며 유혹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수명이 다해가는 오래된 비디오테이프 외계에서 온 우뢰매> 1편을 진지하게 쳐다봤다. 단언컨대 난 이 영화를 보면서 단 한 번도 웃을 수 없었다. 심형래가 나오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에드 우드'감독을 계속 떠올리게 하는 엉성함과 유치함, 저예산의 작품을 참고, 참고, 또 참으면서 지켜봤다.이 영화의 제작사 서울동화엔터프라이즈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별다른 자료는 없고, 이 영화가 전국관객 '400만' 명을 동원했었다고 나와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의 우뢰매>자료를 보면 이 영화는 1986년 8월 1일 서울개봉관에서 5,527명이 관람한 것으로 나와 있다. '5천 명과 400만?'..
2013.01.03 -
[야생동물 보호구역] 김기덕 N0.2 (Wild Animals 1997)
(박재환 2001.8.7.) 김기덕 감독의 네 번째 작품 이 개봉되었을 때 감독 자신은 “대한민국에 김기덕 영화를 좋아하는 팬은 최대한 5만 가량 된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그동안 그의 영화가 극장에 내걸릴 때마다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지만 개봉관에서 그의 영화를 직접 찾는 영화팬의 수치는 이에 훨씬 못 미쳤다. 하지만, 이제는 적어도 김기덕 영화라고 하면 ‘이창동 영화’와 ‘홍상수 영화’와 함께 하나의 브랜드 파워(혹은 네임 밸류)를 가지는 작품으로 취급받는다. 당연히 김기덕 감독은 오래 전에 ‘작가감독’으로 분류되었고 말이다. 그의 두 번째 작품 또한 그러한 김기덕 감독의 이름값을 하는 작품임을 알 수 있다. 김기덕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나 개별적인 사건을 보면 관객은 쉽게 그 이야기가 적어도 김기..
2013.01.02 -
[실제상황] 김기덕의 실험극 - 지푸라기 인간 (김기덕 감독 2000)
(박재환 2000.5.24.) 김기덕 감독은 메이저 영화사를 등에 업고 을 극장에 개봉시키자마자 또 다른 신작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그 말이 채 충무로에 다 퍼지기도 전에 그 영화의 촬영을 끝내 버렸고, 이 극장에서 완전히 간판을 내리기도 전에 그 신작을 내걸 준비를 하고 있다. 아마도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빨리 만들어지고, 가장 빨리 극장에 내걸리는 영화가 될 것 같다. 그리고, 다행인 것은 그 동안의 김기덕 감독의 작품에 대해 존재했던 악의적 평가보다는 긍정적 요소를 더 찾게 될 것이란 점이다. 이 영화에서는 적어도 감독의 전작에서보다 훨씬 더 유연해진 사고의 한 면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기본적으로 영화는 종합예술이다. 단지 광학적으로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들의 결정체가 화학체인 ..
2013.01.02 -
[박수건달] 깡패의 은밀한 심령생활
뚜렷한 자의식이나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이 어느 날 특별한 계기로 별안간 이중생활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번개를 맞아 슈퍼맨이 되었거나 교통사고로 그간의 기억을 잃고는 제2의 삶을 살아가는 등 말이다. 우리나라에선 특이하게도 ‘신 내림’이란 돌발변수가 개입하기도 한다. 어느 날까지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신과 접촉하면서 신의 대리인이 되는 것이다. 만약에 어시장을 주름잡던 조직폭력배 건달이 그런 신 내림을 받고 무당이 되어야만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조진규 감독의 새 영화 은 그 생생한 현장을 보여준다. 조진규 감독은 10년 전에 란 작품으로 조폭영화의 소재를 한 단계 확장시켰던 인물이다. 깡패 박신양, 무당굿을 하다 부산바닷가 어시장을 배경으로 한 폭력/깡패/건달 조직의 ‘넘버 투’..
2012.12.31 -
[터치] 내 영혼의 힐링 무비
한국영화의 힘을 이야기할 때 박찬욱과 김기덕 감독만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것은 마치 K팝, 아니 한국가요를 이야기할 때 싸이와 소녀시대만 언급할 수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한해에 천만 관객영화가 두 편이나 나오고, 베니스대상수상 영화감독이 투덜거릴 수밖에 없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영화현실이 엉망진창의 혁명적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단순하게 영화팬의 입장에서 보자면 편식이 유달리 심하다는 것. 그리고 그 수요를 알 수 없는 시네필의 분노가 충만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영화나 특별한 영화를 보려면 다리품을 많이 팔아야하고 유달리 부지런해야한다는 것이다. 사실 그렇다. ‘터치’라는 영화만 보아도 말이다. 감독 민병훈을 말한다 영화 를 말하기 전에 민병훈 감독을 먼저 알아둬야 할 것이다..
2012.11.18 -
[늑대소년]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늑대
전설에 따르면 위대한 제국 로마를 세운 영웅 로물루스는 늑대 젖을 먹고 자랐단다. 타잔은 태어나자마자 유인원에게 거두어져 정글에서 자랐다. 정글북의 모글리도 그러하고. 반면 을 보면 무인도에 수십 년을 혼자 산 해적은 사람을 다시 만났을 때 언어구조가 뒤죽박죽이 되어있다. 2차 대전 당시 서남아시아의 정글에 낙오된 일본군이 수십 년 만에 극적으로 발견되었을 때 이상한 반응을 보인다는 뉴스도 있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명제에서 벗어나는 인류사회학적 케이스를 이야기할 때 항상 거론되는 캐릭터이다. 최근 그런 흥미로운 주제에 한 가지 예를 더 들 수 있는 동화 같은 영화가 개봉되었다. 송중기가 주연을 맡은 이다. 꽃미남 송중기는 이 영화에서 정체불명의 ‘늑대소년’ 철수 역을 맡았다. 야생의 늑대소년이 ..
2012.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