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015.10.13일) 밤 12시 35분, 야심한 시간이지만 KBS 1TV에서는 어김없이 ‘KBS독립영화관’이 잠못 이루는 독립영화 매니아를 위해 정말 찾아보기 힘든 ‘한국 독립 단편’ 영화 네 편을 들고 찾아온다. 오늘 이 시간에는 김의석 감독의 ‘구해줘’(2011), 이경섭 감독의 ‘축지법과 비행술’(2013), 한지혜 감독의 ‘해독제는 없다’(2013), 김종훈 감독의 ‘놈의 제삿날’(2013년)이 방송된다. 오늘 ‘KBS독립영화관’은 부제를 따로 달았다. ‘재기발랄 단편선’이다. 과연 재기가 발랄한 작품들일까? 밤늦게 잠도 안 자고 확인해 보시기 바란다.
김의석 감독의 ‘구해줘’는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부문에서 상영된 작품이다. 주인공은 영화와 TV드라마에서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를 자랑하는 정인기 아저씨이다. 이 아저씨 무척 처량한 신세이다. 아내와 딸은 외국으로 유학갔다. 혼자 서울생활을 하고 있다. 채 풀지 못한 짐은 박스 채 원룸에 쌓여있고, 풀어헤친 넥타이 차림으로 ‘대충’ 컵라면을 먹으며 외롭고 쓸쓸한 기러기아빠로서의 오늘 하루를 마감지을 준비를 하고 있다. “당신 잘 있나 궁금해서...”전화 했더니 국제전화 저 너머로 자고 있었다는 아내의 밍밍한 반응. 더욱 처량한 것은 화장실 변기가 막혀 넘쳐난다. 대략 난감. 이웃에게 도움을 청하려 나갔다가 이웃청년, 구교환을 만나게 된다. 구교환은 여친이 곧 유학 떠날 것이라며 의기소침해 있다. 외롭고 쓸쓸한 기러기 아빠. 갑자기 삶의 활력을 찾은 듯하다. 그래서 인생의 선배로서 대단한 훈수를 둔다. “유학가기 전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꼭 해야 한다.”고 “지금 아니면 기회를 영원히 놓칠 것”이라고. 그래서 두 사람은 한밤 중에 집을 나서 한밤의 서울을 내달린다. 젊은 청춘을 통해, 자신의 옛 청춘을 생각하며, 활력을 되찾고 싶은 모양이다.
‘기러기 아빠’에게 꿈은 있을까. 외국 나가있는 자식 놈과 아내의 건강과 성공? 컵라면과 막힌 변기 앞에 선 그 중년의 사내에겐 무언가 비타민 같은 일이 있었으면 좋을 듯하다. 배우 정인기는 실감나게 연기한다. 그리고 독립영화계의 울트라스타 구교환은 예의 청승맞음과 무표정, 그리고 꽁지머리로 은근히 동정심을 자극한다.
“힘내세요.”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 땅의 기러기 아빠들이여. 한때는 열정으로 가득한 청춘이었으니!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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