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셈버] “여자친구 있어?” (박정훈 감독 December, 2012)

2017. 8. 18. 23:24한국영화리뷰

반응형

오늘,(2015년) 12월 15일 밤, KBS 1TV 독립영화관 시간에는 박정훈 감독의 독립영화 ‘디셈버’가 방송된다. 2013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어 한국경쟁부문 대상을 수상했던 작품이다. 이 영화는 풋풋한 사랑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굉장한 집중력과 치밀한 밀당의 전략을 갖고 훈수를 두며 봐야할 영화이다.

 

감독은 의도적으로 1년의 이야기를 ‘달(月)의 시간대’로 풀어나간다. 1월에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걸어간다. 기타를 들고 가는 남자. 여자의 첫 마디는 “여자 친구 있어?”이다. 없다는 남자의 대답에 “손 붙잡고 걸을래?”란다. 둘의 풋풋한 대화가 이어진다. 남자는 “그 노래 부르기 위해 5개월을 (기타)연습했어”란다. 그러더니, “우리 과자이름 대기 할래?” 남자는 자신이 이전에 편의점에서 일했었다며 과자이름을 술술 말한다.

 

그리고 2월의 이야기, 3월의 이야기가 차례로 펼쳐지면서 그 남자, 그 여자와 함께 또 다른 여자가 등장한다. 여고생이다. 손님이 거의 없는 한밤중의 편의점에 찾아온 여고생. 편의점 알바생의 왠지 모를 친절함에 끌린 이 맹랑한 여학생은 매일 밤 그 편의점에 찾아오고, 그 남자의 애매한 - 자신은 어린 여동생을 대하듯 친근함의 표현이었을 뿐일지 몰라도 - 반응에 여학생은 점점 대담해진다. 고3 수험생이 말이다.

 

그렇게 세월은 꼬박꼬박 지나가고, 9월이 되고, 10월이 지나고, 11월이 된다. 어느새 여고생은 편의점 알바 대학생 남자를 자신의 자취방으로 끌어들인다. 여고생은 대학진학이 목표가 아니라, “12월엔 이 오빠를 위해 오렌지색 니트를 짜 줄 것이며, 크리스마스엔 함께 여행을 갈 거야”란다.

 

과연 박정훈 감독의 달력엔 12월이 있을까. 그 남자는 그 여자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그리고, 상상력 없는 영화 팬들은 그들은 과연 그날 밤, 화면이 암전되었을 때 “그들이 잤을까?”라고 고민할지 모른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남녀관계란 것은 기대감이 앞서고, 어느 정도 열정의 밀당시간이 필요하지만, 그것은 편의점에서 파는 물건들처럼 유통기한이 원래 있는 것인지 모른다. 마지막에 그 여학생은 자신의 침대를 정리한다. 시트를 거둬 쓰레기봉투에 집어넣는다. 오렌지색 니트를 입고서 말이다.

 

시간은 배배 꼬인 듯하고 인물들은 도돌이표처럼 등장하지만, 사랑의 의외성과 인연의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예상가능한 수이다. ‘디셈버’는 정리의 달이다.

 

배우들이 모두 신인들이다. 남자는 김동원, 여고생은 신명진, 그녀의 고민을 들어주는 단짝친구는 오아연, 그리고 노래를 듣는 여자는 윤신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