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리뷰(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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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식작전] ‘88 서울올림픽의 뒤안길’ (김성훈 감독,2023)
전두환 정권시절로 시계바늘을 돌려보자. 그때 충무로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만들기 어려웠던 영화는 SF가 아니라 정치드라마였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거치면서 한국인의 시야가 넓어지고, 한국영화감독의 배포가 커진 모양이다. 은 그 시절의 이야기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중동, 레바논의 베이루트에서 대한민국 외교관 한 사람이 백주대낮에 소총을 든 무장 세력에 납치된다. 정부가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중동에 안기부(국정원의 전신) 요원이 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당시 정권에선 가용할 수단도 별로 없었다. 사실 그 당시 레바논은 엉망인 상태였다. ‘모자이크 국가’라 불릴 만큼 수많은 종교, 종파가 복잡하게 얽혀 헤게모니를 잡기 위해 내전을 펼치던 시절이었다. 많은 무장단체들이 이합집산하거나, ..
2023.08.17 -
[더 문] “메이데이 메이데이, 수동조작으로 바꿔라!” (김용화 감독,2023)
, 1,2의 흥행감독 김용화 감독이 이번엔 한국인을 우주로, 달로 보내는 초특급우주탐사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물론, 로켓에 우주인을 태워 카운트다운하고 환호성을 지르는데 그치지 않는다. 우주인은 사연이 있고, 여정에는 첩첩이 난관이다. 그 과정에서 한국인의 피와 땀과 눈물을 보여주고, 인류애적 희생과 함께 김용화 감독 특유의 ‘용서와 구원’을 선사한다. 만약 그걸 못 느꼈다면 화려한 CG와 놀라운 VFX에 현혹당한 것이다!! 한국, 우주를 향해, 미래를 향해영화는 5년 전 사고에서 시작된다. 광활한 우주를 향해 ‘나래호’가 발사되지만 지구 궤도를 벗어나기도 전에 폭발한다. 그 사고의 여파로 우주탐험을 진두지휘한 김재국(설경구) 센터장은 자리에서 물러나고 소백산탐사기지에 칩거한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우..
2023.08.07 -
[드림] “사람은 꼿꼿해야 해요. 그게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봐요” (이병헌 감독)
과 의 흥행감독 이병헌 감독의 신작 은 장항준 감독의 처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포츠영화이며, 보는 사람에게 재미와 감동, 혹은 삶에 대한 용기를 북돋아준다는 공통점이 있을 것이다. 를 보기 전에는 부산의 한 고등학교 농구부가 그런 경기를 펼쳤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었을 것이다. 이 영화 도 비슷하다. 2010년에 노숙자(홈리즈) 월드컵 경기가 있었고, 한국의 홈리스팀이 출전했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그 경기를 모티브로, 박서준과 아이유라는 스타캐스팅으로 영화가 만들어졌다. 과연 보다 강한 울림과 보다 더 높은 스코어를 안겨줄까. 영화은 축구선수 윤홍대(박서준)의 몰락과 함께 시작된다. 그라운드를 열심히 누벼야할 그가 같은 팀 에이스(강하늘 특별출연!)와 경쟁하는 어이없는 플레이를 펼치고, 가..
2023.07.23 -
[물안에서] 홍상수의 최신 실험 "300만원과 명예”
홍상수 감독의 29번째 장편영화가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이번 작품의 러닝타임은 61분이다. 그동안 홍상수 감독 영화를 꾸준히 따로잡은 씨네필이라면 이번 작품에서도 ‘홍상수월드’의 동일한 감흥을 얻게 될 것이다. 홍상수 감독은 영화라는 미명 아래 자기 이야기(로 의심되는 에피소드)를 끊임없이 스크린에 영사시킨다. 의욕상실의 남자가 나오고, 자의식 과잉의 여자가 나온다. 찌질한 아저씨가 인사동에서 막걸리를 마실 것이며, 다음 골목길에서 만난 외국인과 예정에 없는 산책을 하고, 초록색 병(소주)을 나눠 마실 것이다. 남자는 끊임없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여자는 바르게 살기의 힘듬을 말할 것이다. 술판의 끝에서는 개똥철학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제작실장이 영화에 등장하여, “우리 이야기에 ..
2023.07.23 -
[다음 소희] “학교의 명예, 국가의 위신” (정주리 감독, 배두나+김시은)
중국의 영화와 관련된 법률에 시나리오 심의제도란 게 있다. (우리나라도 있었다!) 영화를 만들기 전에는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하는 것이다. 그렇게 만든 영화를 해외영화제에 출품하려면 완성된 작품을 다시 승인받아야 필름을 반출할 수 있다. 창작자들은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가서 해외에 자기들의 작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지아장커나 로우예 감독이 그러했다. 이들 감독의 작품은 대체로 “자본주의의 물결에 휩쓸린 인민들이 겪는 극도의 불행한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중국은 이들 영화가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며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을 싫어했다. 즉 ‘국가의 위신’이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법으로 저지한 것이다. 어제(8일) 개봉된 우리영화 를 보면서 문득 그 생각이 ..
2023.07.22 -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 사랑의 묘약 (임성용 감독, 윤시윤+설인아)
‘첫 눈에 반하다’ 사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자신이 경험한, 그 기묘한 감정의 메커니즘을 과학적으로 설명은 할 수 없지만 문학적으로나마 표현해 보려고 했을 것이다. 만약, 그 기제(機制), 원리를 정확히 알 수 있다면 인류문명에 큰 족적을 남길 수 있을지 모른다. 상업적 성공은 물론이고 말이다. 여태까지는 “알코올이 일정 수준 이상 흡수되면 테이블 맞은편의 상대가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가설이 확립되어 있다. 여기에, 전 세계 향수업계에 일대 혁신을 일으킬 실험이 시작된다. ‘첫사랑을 불러일으키는 향수’이다. 페르몬과는 다른 것이다. 여하튼 어제 개봉된 영화 이야기이다. 높은 빌딩이 줄지어 서 있는 인천 송도의 풍광이 보이고, 남자주인공 창수(윤시윤)가 오늘도 늦잠에, 허겁지겁 정류소로 달려간다. 출..
2023.07.22 -
[범죄도시3] 마석도의 주먹은 총과 칼보다 강하다 (이상용 감독)
빈사상태에 빠진 한국 극장가에 마동석이 긴급 심폐소생술에 들어간다. 2017년 시작된 충무로 프랜차이즈 의 세 번째 이야기가 시작된다. 마석도 형사의 주먹은 여전히 강.력.하.다. 영화는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가 금천서를 뒤로 하고 서울 광수대(광역수사대)로 전근 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첫 출근길에 도로에서 양아치들이 주먹자랑하는 것을 가볍게 정리하면서 녹슬지 않은 마석도의 펀치력을 보여준다. 이어 광수대 사무실. 장태수 반장(이범수)의 책상에 놓인 공진단을 한 움큼 집어먹으면서 새로운 얼굴과 활기찬 팀워크를 예고한다. 호텔 건물 추락사를 수사하다 ‘하이퍼’라는 신종마약이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이퍼’를 유통시키는 조직은 일본 야쿠자와 연계되어 있고, 놀랍게도 경찰 마약담당 형사 주성철..
2023.07.21 -
[틱탁] “당신의 눈알 굴리는 소리가 들려” (강다연 감독,BIFAN2023)
지난 주 막을 올린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선 모두 262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단편영화는 몇 작품씩 함께 상영된다. ‘코리안 판타스틱:단편2’에는 강다연 감독의 과 ‘작두’(정재용 감독), ‘소년유랑’(이루리 감독), ‘라스트 스탠드’(김동하 감독) 네 편이 같이 상영되었다. 이중 ! 영어제목은 ‘TIKTOK’인데 틱톡이라 하지 않고 ‘틱탁’이라고 한 이유는 있을 것이다. 시계 초침이 째깍째깍 돌아가는 소리이다. 심장을 옥죄는 소리이다. 긴장감과 공포감을 안겨주기에 족하다. 영화가 시작되면 째깍거리는 소리와 까마귀울음소리 등이 이 영화가 어떤 미스터리한 공포감을 안겨주는 영화라는 것을 각인시켜준다. 그리고 어두운 집, 거실을 비춘다. 공간은 흔한 집안 풍경이지만 벽시계와 장식이 묘한 긴장감을 안..
2023.07.21 -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당신의 손은 따뜻한가요 (김희정 감독,2022)
2014년 4월 16일 오전. 그 때 당신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하시나요. 나는 기억을 한다. 가창력이 아주 뛰어난 한 가수의 음반 발매를 앞두고 열리는 간담회 장소로 가기 위해 여의도에서 서강대교를 택시로 건너고 있었다. 라디오에서는 속보로 “무사하다”는 뉴스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 그 가수의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되었지만, 그 가수의 신보 발매는 연기되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은 그날을 다양한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김애란 작가의 단편선 에 수록된 단편 는 그날을 절대 잊을 수 없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아니, 그 사람을 영원히 잊지 못해 슬퍼하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한 소년이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거리를 질주하며 어디론가 가고 있다. 아파트 우편함에 편..
2023.07.20 -
[귀못] 낡은 시골집과 깊은 연못, 그리고 오래된 괴담 (탁세웅 감독)
넷플릭스 같은 OTT 때문에 한국 극장가 풍경이 바뀌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의 칸느영화제 상영 때 작은 소동이 있었지만 넷플릭스는 꾸준히 확장정책을 펼쳤다. 넷플릭스는 2018년 등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선보인데 이어 해마다 자기들 신작 콘텐츠를 소개하고 있다. 올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는 ‘온스크린’ 섹션을 통해 넷플릭스 작품뿐만 아니라 디즈니플러스, 티빙, 웨이브 콘텐츠도 ‘프리미어’로 소개되었다. ‘옥자’ 때만해도 넷플릭스에 문을 닫아걸었던 멀티플렉스도 각종 기획전을 통해 넷플릭스 작품을 스크린으로 소개하고 있다. 급하게 된 것은 극장만이 아니다. TV방송사 입장에서도 새로운 활로를 찾기 시작했다. 전통적 TV뿐만 아니라, OTT와 극장스크린까지 염두에 두고 손을 잡기 시작한 것이다. ..
2022.10.24 -
[외계+인] 1부를 재밌게 보는 방법 “그는 그가 아니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 ‘도둑들’, 그리고 ‘암살’까지 내놓는 작품마다 흥행 성공을 거둔 최동훈 감독의 ‘초’ 기대작 ‘외계+인’(1부)가 개봉된 뒤 관객의 환호성을 받지 못한 것은 예상 밖의 일이다. 초호화 캐스팅과 그동안의 한국영화계가 축적한 CG기술이 충분히 볼만하고, 무엇보다 최동훈 스타일의 상상력이 영화적 재미를 꽉 채웠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머뭇거린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를 찾는 것이 이 영화를 보는 재미일 수도 있다. 영화 ‘외계인’은 고려 말기 1381년과 현재를 오가면, 인간과 외계인이 뒤엉켜 싸우는 구도이다. 그들이 그렇게 바쁘게 오가며 싸우는 것은 단 하나 ‘신검’을 손에 쥐기 위해서이다. 엑스칼리버도, 청명검도 아닌, 그것은 외계에서 온 ..
2022.10.24 -
[하얀 차를 탄 여자] 정려원이 범인인가? (BIFAN2022)
‘이상해도 괜찮아’라는 재미있는 캐치프레이어를 내건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이번 BIFAN에서는 268편의 작품이 소개되었고, 그 중 139편이 OTT인 웨이브를 통해서도 관람할 수 있었다. ‘하얀 차를 탄 여자’(감독:고혜진)도 그중 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JTBC 산하 프로덕션인 SLL(스튜디오룰루랄라) 작품이다. 곧 JTBC에서 단막극으로 방송될 예정이다. 요즘 콘텐츠 제작과 유통 방식이 진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얀 차를 탄 여자’는 JTBC드라마 [검사내전]의 서자연 작가와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조연출이었던 고혜진 피디가 손을 잡을 작품으로 정려원, 이정은, 장진희 등이 출연한다. 함박눈이 내린 산간마을 작은 병원에 차 한 대가 들어온다. 차에서 내린 것은 피..
2022.10.24 -
[빨간 마스크 KF94] 마스크 쓰도 내가 예쁘니? (BIFAN2022)
코로나 팬데믹이 2년 이상 지속되다 보니 이런 영화도 만들어졌다. 작년 BIFAN에서는 코로나 역경에 맞선 인간의 숭고한 도전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몇 편 선보였는데 올해는 코로나 상황을 코믹하게 비튼 영화가 등장했다. 코리안판타스틱단편 섹션에 출품된 16분짜리 단편 ‘빨간마스크 KF94’(감독:김민하)이다. 이젠 보건전문가가 아니어도 ‘KF94’가 어떤 것인지 안다. 그리고 한국 사람이라면 ‘빨간마스크 괴담’은 들어봤을 것이다. 1990년대부터 학생들 사이엔 밑도 끝도 없는 괴담이 퍼졌다. 빨간 마스크를 쓴 여자가 다가와서는 “내가 예쁘니?”하고 물어본단다. 예쁘다고 말하면 마스크를 벗고는 ‘찢긴 입’을 보여주며 “너도 똑같이 만들어줄게”한단다. “으악~” ‘홍콩할매 귀신’, ‘(재래식)화장실에 빠진 귀..
2022.10.24 -
[오마주] 황윤석 판사, 홍은원 감독, 신수원 감독, 이정은 배우, 그리고 여성의 그림자
신수원 감독의 영화 [오마주]는 ‘여성’영화이다. 1950년대, 1960년대, 그리고 2020년대를 살아가는 한국 여성의 이야기를 꾹꾹 눌러 담고 있다. 예단하지 마라! 가부장적 남성사회에서 억압받는 불행한 여성의 이야기가 아니다. 꿈과 현실에서 방황하는 ‘여성’감독의 분투기이며, 공감기이니. 중년의 지완(이정은)은 영화감독이다. 아들(탕준상)은 엄마가 만든 영화가 재미없다고 말하고, 남편(권해효)은 이제 그만 돈 버는 작품을 만들라고 그런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었지만 ‘재미없고 돈 안 되는’ 영화의 길을 함께 걸어왔던 프로듀서가 그만두겠다고 선언한다. 의기소침해 있을 때 뜻밖의 요청이 들어온다. 영화자료원(영상자료원!)에서 옛날 흑백영화 한 편의 복원을 의뢰한 것이다. 1962년 홍은원 감독의..
2022.10.24 -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오늘은 파이(π)데이”
오늘(3월 14일)은 무슨 날일까요? 화이트데이라고 생각한다면 트랜디한 사람이고, 파이데이라고 한다면 조금 아카데믹한 사람이랄까. 원주율 3.1415926......에서 힌트를 얻어 오늘을 파이데이로 축하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한다. 수학자들은 물론이고, 모르긴 해도 초코파이도 곧 뻬뻬로데이 버금가게 판촉드라이브를 걸 것 같다. 어쨌든 파이데이를 맞아 딱 알맞은 영화를 소개한다. 지난 9일 개봉된 박동훈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이다. 주인공이 수학자이다. 그것도, 탈북한 수학자이다. 무려 ‘리만가설’을 증명하는 위대한 수학자이다. 최민식이 주인공을 연기한다. [쉬리](1999)에서 남조선의 썩어빠진 인민들의 작태에 일갈을 가하던 특수 8군단 비밀 특수대 박무영을 연기했던 그 최민식이다! ● 인민..
2022.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