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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유토피아] “평범한 사람들의 마지막 안식처” (엄태화 감독,2023)

한국영화리뷰

by 내이름은★박재환 2023. 8. 1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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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유토피아


아파트(건축물)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 적어도 왕이 사는 궁(宮)보다는 훨씬 짧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의 ‘세대’에 준할 만큼 다들 재개발과 재건축을 기대한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집에 대한 애착, 아파트에 대한 기대심이 높으니깐.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바로 그런, 우리가 살고 있는 집에 대한 고찰이다. 집이 우리에게 실질적으로 무슨 기능을 하는지 가혹한 환경 속에서 테스트를 해본다.  

어느 날 자연재해가 발생한다. 분명 우리 동네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서울, 대한민국, 아니면 지구 전체를 덮친 대재앙이다.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이 무너졌다. 도로는 뒤틀리고, 건물은 무너지고, 사람들은 죽어나간다. 오직 언덕배기에 있는 서민아파트 황궁아파트 한 동이 무너지지 않았다. 도대체 어느 건설사가 만든 아파트이기에 이렇게 튼튼할까. 생각할 겨를도 없이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한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재해, 재난에 직면하면 대응 매뉴얼이 있을까? 구청, 경찰서, 소방서, 병원 등과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할 것이고, 때에 따라서는 군부대의 투입과 국제적인 지원이 착착 진행될 것이다. 언론은 재난의 한복판에서 호들갑을 떨 것이며 아마 국가적으로 특위가 구성되어 신속하게 구조작업이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은 전무후무한 대재앙이다. 공권력은 사라진다. 시의원 정도의 권위는 땅바닥에 내팽개쳐진다. 어쩌면 동사무소 9급 공무원과 간호사가 더 각광받을지 모른다. 적어도 곳간이 비지 않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인정이 남아있을 때 말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상황이 점점 악화되고, 혹시 살아남은 외부인들- 즉, 황궁아파트 주민이 아닌 사람들-이 아파트로 모여들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언제까지 곳간의 인심이, 구조 활동에 대한 기대심이 남아있을지.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무너진 아파트에서 서둘러 안정이 되찾아지는 과정이 그려진다. 영탁(이병헌)을 중심으로 새로운 질서가 창조되고, 지속되는 불안에 대한 현실적 대처가 착착 진행된다. 그러다가 식량 등의 문제로 점점 파열음과 불신의 싹이 튼다.  

 엄태화 감독의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한국적 재난영화(디재스터 무비)의 최신판이다. 터널 하나가 무너지거나 물에 잠기는 수준이 아니라, 전체 시스템이 올 스톱될 경우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 보여준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이들은 외부로의 탈출이나, 외부세계에 대한 궁금증, 구조에 대한 희망이나 기대는 크게 갖지 않는다. 그냥, 자기들이 거주하는 아파트 공간에 대한 확보와 유지에 대한 집착만 있다. 그 아파트에는 적어도 마트도 없고, 식량보관창고도 없는 작은 서민아파트일 뿐인데 말이다. 그러니, 지진의 공포를 안고 사는 일본에서 보아온 재난물 <표류교실>, <일본대지진>, <드래곤헤드> 등에서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극한적 상황은 없다. 경찰이 없어도 질서는 유지되고, 군대가 동원되지 않아도 비인간적 처형은 이뤄지지 않는다. 언제까지 그런 ‘평화로움’이 유지될지는 몰라도.  

콘크리트 유토피아

 엄태화 감독은 원작(웹툰)의 설정을 최대한 가져온다. 대재앙의 원인이나 규모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하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단지 주어진 대재앙이 결과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어떻게 조금씩 협동과 단결, 봉합을 하는지 보여주고, 또 그와 함께 어떻게 조금씩 파벌이 생기고, 무너지는지 보여준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시간은 단지 2개월 정도이다. 겨울이다. 이제 봄이 되고, 여름이 되면, 눈이 녹고,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시체가 썩고, 의학적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더 로드> 같은 재난물, 혹은 좀비물에서 보여준 극한 상황이 본격적으로 황궁에서 펼쳐질 것이다. 단지 총 한 자루와 영탁의 불안정한 카리스마로 유지되는 ‘평범한 사람들의 안전’은 얼마나 지속될까. 그것은 명화(박보영)에게도 같은 위협이 될 것이다. 어쩌면 엄태구 같은 사람이 살아남을지 모른다. 인류는 아파트에 살지만, 바퀴벌레는 지구에서 살아남았으니. 평범하면 도태되는 것이 인류일지 모른다. 이 영화 결코 희망적이지 않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감독:엄태화 ▶출연:이병헌,박서준,박보영,김선영,박지후,김도윤 ▶제작:클라이막스,BH엔터테인먼트 ▶배급:롯데엔터테인먼크 ▶개봉: 2023년 8월 9일/ 130분/15세이상관람가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리뷰] 콘크리트 유토피아 “평범한 사람들의 마지막 안식처” (엄태화 감독,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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