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괴로운 밤, 마동석이 샌드백 치는 영화

2025. 5. 6. 13:01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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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석의 핵 펀치가 커다란 스크린에서 다시 한 번 불을 뿜는다. 이번에 마동석의 핵주먹을 맛볼 상대는 악마들이다. 현생의 악당들을 평정한 마동석이 이제 마계의 존재들을 쳐부수는 것이다. 화끈한 불맛이 필요한 극장가에 일대 센세이숀을 일으킬 작품 아닌가. 그런가? 지난 30일 개봉된 영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고스트버스터스’처럼 위험에 처한 사람들의 의뢰를 받고 악마를 무찌르는 ‘데몬 헌터스’이야기를 전해준다. 구마의식을 치르는 신부님 대신 주먹과 라틴어 주문으로 악마를 혼쭐내는 퇴마사가 등장한다.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신경정신과 전문의 정원(경수진)이 병동에 있는 동생 은서(정지소)의 이상증세를 관찰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언젠가부터 은서의 몸에 악령이 든 것 같다. 도시는 악마를 숭배하는 세력이 활개를 치고 잔혹한 사건이 연이어 일어난다. 이런 어지러운 세상을 구할 존재는 바로 주먹대장 바우(마동석)가 이끄는 해결사 팀이다. 바우는 구마담당 샤론(서현), 만능조수 김군(이다윗)과 함께 ‘거룩한 밤’이라는 사무소를 본부로 독창적인 퇴마의식을 치른다. 이 사무소에 정원이 찾아온다. 조사해 보니 은서의 몸을 차지한 악령은 사악한 ‘루키페르’와 관련이 있단다. 이제 마동석의 주먹과 서현의 주술, 김군의 카메라 워킹이 필요한 때이다. 영화는 예상대로 펼쳐진다.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멀리 ‘엑소시스트’에서 ‘검은 사제들’과 ‘검은 수녀들’을 거치며 보아온 숭고하고도 거룩한 구마의식을 ‘액션’ 중심으로 다시 만날 수 있다. 신부님과 종교적 기의, 가장 감각적인 도구인 라틴어(와 기타 고대어)가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물론, 악마 무리를 내쫓을 최고의 방법은 물리적 수완, 즉 마동석의 주먹일 것이라는 관객의 믿음에 순종한다. 때리고, 때리고, 또 때린다. 극중에서는 마동석이 분노를 삭이기 위해 샌드백을 두들기는 장면도 있다. 

마동석의 맹활약을 보면서 한국관객이 기대하는 마동석의 상품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마동석은 최고의 프랜차이즈인 <범죄도시> 시리즈뿐만 아니라 많은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로 무장한 영화세계를 펼치고 있다. 사회드라마일 수도 있고, 가족극일 수도 있고, 코미디일 수도 있다. 결국은 합쳐지고, 화해하고, 해결되는 해피엔딩이고 그 열쇠는 마동석이었다. 그 많은 영화의 감독은? 특이하게도 감독은 계속 바뀐다. 마동석은 인터뷰를 통해 ‘감독론’에 대해 밝힌 적이 있다. 자신이 힘든 시절 함께 고생한 연출부(액션팀)에서 눈여겨 본 사람과 함께 작업하는 것이 좋다고. 이번 작품을 연출한 임대희 감독은 특이한 루트를 통해 마동석 사단에 합류했다. 대학 시절부터 동양철학과 샤머니즘에 관심이 많았고, 굿과 무녀를 소재로 한 단편을 만들었다고. 마동석은 그런 이야기와 백그라운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관객들은 ‘엑소시즘’ 영화를 통해 배운 것이 있다. 악령에게 “너의 이름이 무엇이냐? 정체를 밝혀라!”로 구마/퇴마 의식을 시작한다는 것을. 그 말에 순순히 “예, 제 이름은 몰락이에요”라면 ‘진실의 방’에서 원펀치 세례를 받을 것인데. 그렇게 보면 영화는 샤머니즘과 엑소시즘에 대한 이야기를 다 갖추고 있다. 신부와 퇴마사 주먹대장의 결합은 신선한 측면이 있다. 종교적 고뇌, 신심에 대한 갈등은 사라지고 대신 의학적 미스터리와 인간의 육체적 완전성을 보여준다. 충분히 흥미롭고 재미있을 수 있지만 영화는 영화는 전적으로 마동석의 완력에 의존한다. 마동석이 한 번 내지른 주먹에 연기처럼 사라져버리는 악령. 원 펀치의 쾌감이 거듭될수록 긴장감과 액션감이 떨어진다. 그리고 마동석 영화의 또 다른 잔재미인 개그(대사)의 안이함이다. 초반부 물컵(“마실 것이라도~”)과 소파 자리에서 펼쳐지는 개그감부터 무너지기 시작한 개그는 끝까지 타이밍에 실패한다. 특히나 “너는 창창하고, 나는 막막하니~”같은 라임은 정말 기가 막힐 정도이다.

 마동석은 마동석다웠고, 나머지 배우들도 주어진 시나리오에 정해진 수순으로 열심히 구마의식에 동참한다. 악령에 씐 정지소의 연기가 눈에 띈다. 라틴어와 함께 힌두어 등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은 쏟아내니 더 공포스럽고, 더 ‘오컬트’ 영화 효과를 준다.

“좀 어때?” 
“창창해요.” 
“아니 영화 말고, 마동석”
“막막해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각본/감독: 임대희 ▶출연: 마동석, 서현, 이다윗, 경수진, 정지소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빅펀치픽쳐스, 노바필름 ▶개봉: 2025년 4월 30일/ 15세이상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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