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이게 다, 바이러스 때문이야...”

2025. 5. 2. 11:00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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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달 7일 개봉하는 영화 <바이러스>는 파란만장한 사연을 갖고 있다. 영화의 원작은 2010년 출간된 이지민 작가의 소설 <청춘극한기>이다. 작가의 또 다른 소설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는 정지우 감독에 의해 <모던 보이>로 영화화 되었다. <청춘극한기>도 충무로의 부름을 받았다. 누가 보아도 영화적 스토리 라인에, 괜찮은 흥행요소가 한 가득이다. ‘로맨스 영화’에서 조건이나 여건, 성격이 안 맞는 두 청춘이 기어코 이어지려면 어떤 마법 같은 설정이 필요할까. 돈 많은 재벌? 출생의 비밀? 첫눈에 빠지고 마는 매력덩어리? 다 필요 없다. 이지민 작가는 ‘러브 바이러스’를 사랑의 묘약으로 끌어들인다. 여기에 전염되면 다국적제약회사의 그 어떤 신약도 소용이 없다. 소설 <청춘극한기>는 그렇게 영화로 만들어진다. 2019년 여름부터 가을까지 열심히 찍었다. 그런데 맙소사! 코로나 사태가 터진 것이다. 세상이 다 무너져가는데 바이러스가 사랑이라고? 그렇게 영화는 창고에 봉인되었다가 이제야 개봉되는 것이다. 이, 저주받을 운명이라니!

 택선(배두나)은 평범한 번역가로 방구석에 틀어 박혀 글이나 쓰는 보통의 청춘이었지만 동생의 등살에 못 이겨 미팅 자리에 나간다. 무슨 의학연구소에 근무한다는 연구원 남수필(손석구)은 데이트 자리가 무색하게 산만하기 그지없다. 계속 땀을 삐질 흘리며 ‘바이러스’가 어쩌구, ‘새로운 실험’이 저쩌구 주절거린다. 그러면서 자신은 인간을 대신하여 실험당하는 쥐가 불쌍하다고도 말한다. 그런데 그 남자가 바이러스에 걸려 죽었다는 연락을 받는다. 그 남자는 죽기 전에 이균(김윤석)을 만나보라고 그랬다. 이미 택선도 땀이 나기 시작하고, 웃음이 절로 나고, 동공이 확대되고, 온 세상이 즐거워 보인다. 이제 ‘톡소 바이러스’라는 듣도 보도 못한 러브바이러스가 창궐할 위기에 처한다. 감염자는 24시간 뒤에 죽는단다.

 영화 <바이러스>는 메디컬 스릴러가 아니다. 로맨틱 코미디이다. 배두나와 손석구의 러브 라인을 예상했다가 뜻밖에 장기하를 거쳐 김윤석과 펼쳐지는 밀당 아닌 밀당에 매료당한다.(로코를 좋아한다면!) 정말 불운하게도 영화는 ‘코로나’의 비극성에 의해 그 희극성이 볼모가 되어야했다. 영화는 ‘코로나’ 전에 찍은 이야기다보니 ‘메르스’나 ‘돼지열병’이 언급된다. 신종 바이러스의 급속한 전파 과정은 코믹하게 다뤄진다. ‘염혜란’이 동네 아낙으로 등장하여 막걸리로 전파되는 장면은 코믹하지만 이제 진지한 의학적 순간으로 받아들여진다. <컨테이젼>이후 가장 임팩트인 전염의 순간이다.


강이관 감독은 원작소설의 설정을 거의 그대로 가져오면서 영화적 재미를 위해 재설계한다. 특히 ‘이균’에 대해서는 중년의 로맨스로 대수술을 하고, 문성근을 등판시키며 ‘연구소’를 사악한 할리우드식 악당 기업으로 탈바꿈시킨다. 물론, 제목부터 ‘메디컬’일 수밖에 없는 작품이지만 영화는 ‘바이러스’의 도움을 받아 사랑을 찾는 인간의 이야기이다.(고 주장해야할 것이다) 배두나는 오래 전 작품에서 보아왔던 ‘생활’연기를 자연스럽게 펼치고, 김윤석은 어깨에 힘을 뺀 ‘중년의 남자’ 연기를 맘껏 펼친다.

손석구는 모든 의학적 임상실험에서 1순위로 희생되는 ‘쥐’를 애도한다. 소설에서는 ‘미키마우스’가 ‘주렁주렁’ 등장한다. IP문제로 ‘미키마우스’는 등장하지 않는 듯. 바이러스 항체를 가진 택선을 둘러싼 소동극은 <이.티>를 떠올린다. 그래서, 어느 순간, “와, 저 MINI가 하늘로 날아가는 거 아냐?”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영화는 무해하고도 무난하다. 


▶바이러스 (영제:VIRUS) ▶원작: 이지민 작가 소설 [청춘극한기] ▶감독: 강이관 ▶출연:배두나, 김윤석, 장기하, 손석구, 문성근, 김희원, 오현경, 민진웅, 김예원, 이경진, 염혜란 ▶제공/배급:㈜바이포엠스튜디오 ▶제작:더램프㈜ ▶개봉:2025년 5월 7일/98분/12세이상관람가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더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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