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개봉영화(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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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나] 모니카 벨루치와 몽정기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 Malena 2001)
“감동 깊게 본 영화가 뭐에요?”라는 질문에 “시네마천국!”이라는 대답이 정해진 적이 있었다. “군대 가기 전 애인에게 선물하기 딱 좋은 O.S.T. 시디는?”에 “엔니오 모리코네의 !”이 모범 답안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나도 그 영화 너무 좋아했고, 그 시디를 두 장이나 갖게 되었다. 영화 좋아하는 사람치고 을 싫어하는 사람 없을 것이다. 그다지 연관이 없는 1940년 이탈리아 시실리의 연애담에 한국인이 열광한 것은 ‘열정’에 대한 문제일 것이다. 영화에 대한 열정, 사랑에 대한 열정, 인생에 대한 열정 말이다. 그리고 10여 년이 훌쩍 흘러 쥬세페 토나토레 감독은 를 들고 왔다. 신부님의 가위에 잘려나간 헐리우드 영화에 울고 웃던 이태리인들은 이제 말레나라는 육감적인 여인네에 어른이고 아이이고 환장할..
2019.07.31 -
[원더풀 라이프] 행복을 기억하세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ワンダフルライフ, 死後, After Life 1998)
(박재환 2002/5/6) 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死後)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 사람이 죽고 나서는 1주일동안 이승과 저승의 교차점에 머물게 된다. 이 곳 경계점(limbo)에서 그들은 어떤 특별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한 가지 마지막 절차를 밟게 된다. 첫 사흘동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생각해내고, 찾아내고,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이틀 동안 그 기억을 재생하여 영상에 담는다. 마지막 날 시사실에서 그 재현된 영상물을 바라보며 흐뭇해하는 속에 모든 기억을 잊고서는 영원히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날도 모두 스물 명 남짓의 새로운 죽음이 도착한다. 나이든 사람, 젊은 사람, 어린 사람… 각자 많은 사연을 갖고 죽었을 터이니 그들이 생각해내는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을 선정하..
2019.07.30 -
[간장선생] 간염과 군국주의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 カンゾ-先生,1998)
(박재환 2001/6/11) 물론, 이 영화에서 말하는 ‘간장’은 음식이 아니라 신체의 장기를 일컫는다. 우리나라에 일본영화가 정식으로 개방된 역사는 일천하지만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대표작은 이미 소개되었다. 그것도 둘 다 깐느 국제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인 와 이다. 이 도 지난 98년 제3회 부산국제영화제때 폐막작으로 국내 영화팬에게 이미 한차례 소개된 작품이다. 얼마 전에 막을 내렸던 54회 깐느 영화제에서는 올해 75살의 이마무라 감독이 신작 로 경쟁부문에 진출하여 깐느영화사상 전무후무한 3번째 황금종려상 도전이라는 노익장을 과시하기도 하였다. 물론, 는 수상에 실패하였지만 여전히 해외영화제에서 이름값을 하는 일본 영화의 현주소를 보여주었고, 그 영화 또한 수입이 확정되어 올 연말쯤 개봉을 준비 ..
2019.07.29 -
[엽기적인 그녀] 웃긴 우리 젊은 날 (곽재용 감독 My Sassy Girl, 2001)
는 제작 발표 때부터 화제가 되었었다. 인터넷으로 생중계 되는 가운데 새로 지은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로비에서 대대적인 이벤트를 펼치며 전지현과 차태현의 스크린 랑데부를 약속했다. 그리고, 여름방학에 청소년들의 기대에 딱 들어맞는 즐거운 영화를 완성시켰다. 익히 알려진 대로 는 PC통신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김호식 씨의 통신문학이 원전이다. 세종대왕이 통곡할 통신문체('졸라', '방가슴' 등....)로 직조된 신세대의 튀는 러브스토리는 엄청난 조회 수를 올렸고, 이내 영화로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얼마 전 으로 위신에 금이 간 신씨네는 이번 영화로 명가의 자존심을 찾을 것 같다. 영화는 원작대로 우연히 지하철에서 만나게 되는 한 여자와의 끈질긴 인연과 사랑의 여정을 남자 주인공이 회고하는 형태로 ..
2013.01.03 -
[세이 예스] 생존 게임 (김성홍 감독 Say Yes , 2001)
이제는 충무로의 중견감독이 된 배창호 감독이 미스테리 스릴러물을 만든 적이 있다. 이란 1983년도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안성기가 맡은 역할은 'M'이라는 정체불명의 사나이로, 맞은 편 아파트에 살고 있는 선영(장미희 분)에게 연정을 느끼고 망원경으로 일거수 일투족을 살피며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M이 지켜본 바에 따르면 선영은 남자들에게 농락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M은 그 남자들을 한 사람씩 파멸시킨다. 하지만 선영은 결코 M에게 고마움을 느끼지 않는다. 선영은 가스 자살로 삶을 마감하고 만다. 김성홍 감독의 신작 스릴러물 에도 'M'이 등장한다. 이제는 헐리우드 영화까지 찍을 정도로 성장한 박중훈이 미스테리한 인물 M을 맡아 그동안 우리 영화에서 보기 드물었던 사이코 범죄자 역할을 섬뜩하게 해낸..
2013.01.03 -
흑수선 (배창호 감독,2001년)
[흑수선] 멜로로 치장한 6·25비극 [박재환 2001/11/10] 이번(2001년) 제 6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어떤 작품이 선정될 것인가는 사실 영화팬에게는 관심거리였을 수도 있다. 부산영상위원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장선우 감독의 이 후반작업 지연으로 탈락하면서 배창호 감독의 이 개막작으로 최종 선정되었다. 1980년대 충무로에서의 배창호 감독의 활약상과 그의 최근작 으로 보건대 부산영화제의 선택이 잘못된 선택일 리는 없을 것이다. 물론, 개막작품 자체가 작품성이나 완성도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국제영화제들이 개막작품과 폐막작품을 그 영화제의 위상과 혹은 국제적 마케팅의 일환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팬이라며 과 가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이었음을 기억하며 관계자들은 그러한 사실..
2013.01.03 -
[노랑머리2] 하리수 이야기 (김유민 감독 Yellowhair 2, 2001)
(박재환 2001.7.13.) 최근 '연예인'으로 거듭난 '하리수'의 실제 나이와 본명 때문에 작은 소동이 있었다. 여자연예인에겐 있기 마련인 그런 소동까지 일어난 것으로 보아 '하리수'는 '여자'연예인인 모양이다. 그런데 하리수의 예명은 '핫이슈'에서 나왔다며? 그럼, 하리수의 연예계 스타덤 전략은 뻔한 것 아닐까? 며칠 전 하리수의 극영화 데뷔작인 의 기자시사회가 있었다. 이날 특별히 하리수의 인터넷 팬사이트 회원들 수십 명이 함께 참석하여 이 영화를 지켜보았다. 영화는 예상대로 하리수를 철저히 이용했고, 예상외로 뒷끝이 있는 영화였다. ◇ 인간들, 남의 일에 왜 그리 관심이 많지? 는 각 부분의 내용을 소개해주는 부제가 붙은 몇 단락으로 나뉘어 진행되며, 마치 왕가위의 을 보듯이 각 단락의 인물과 ..
2011.06.13 -
[썸머 타임] 김지현의 로망 포르노 (박재호 감독 Summer Time 2001)
(박재환 2001/5/16) 은 그 태생부터 불순한 영화였다. 아무리 '고품격'이라는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홍보하더라도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이 영화가 '룰라'의 섹시스타 김지현을 적당히 벗겨서 눈요기 감의 영화를 만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영화 제작 기간에 조금씩 공개된 스틸 컷들을 통해 '김지현의 섹시춤', '김지현의 놀라운 변신' 같은 판에 박힌 호기심을 잔뜩 키워놓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홍보회사는 기막힌 인터넷 홍보전술까지 펼쳤다. 온갖 '18禁' 이미지로 도배한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하고서는 접속자 폭주로 서버가 다운되었다는 선정적인 보도자료까지 내놓았다. 기자시사회 때 배포된 보도자료에 포함된 영화스틸 컷 엽서 아홉 장 가운데 여덟 장이 김지현의 섹스 씬이다. 그렇게, 분홍빛 소문의 이..
2011.06.13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千と千尋の神隱し The Spiriting Away Of Sen And Chihiro, 2001)
(박재환 2002.4.29.) 3회 전주국제영화제 최고의 화제작은 단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千と千尋の神隱し)이다. 이 영화는 일본개봉 때부터 워낙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금곰상을 획득하면서 보편적인 작품성까지 공인받은 상태이다. 전주영화제때 이 영화가 상영된 메인상영관 모악관 입구에는 색다른 입간판이 있었다. 이 영화 국내 수입업체(홍보사)에서 이 영화의 국내 포스터에 대한 이미지 조사를 한 것이다. 모두 네 장의 포스터가 전시되었는데 일본 공식포스터와 변형된 것, 그리고, 국내용으로 새롭게 만든 것었다. 그 포스터에서는 어떤 ‘왜색’적인 냄새, 아니메/망가 이미지가 덜 했다. 그래서인지 그 포스터가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이 영화는 7월에 국..
2008.03.29 -
[슈렉] 정치적으로 올바른 애니메이션? (앤드류 아담슨 & 비키 젠슨 감독 Shrek 2001)
◇ 디즈니에 맞서는 애니 월트 디즈니가 1937년 장편 애니메이션 를 내놓은 후부터 디즈니의 전략은 확고했다. 거의 해마다 내놓는 디즈니의 신작 애니메이션들에 대해 전 지구인들이 마치 오랫동안 기다렸다는 듯이 열광하기도 했다. 그리고 1989년 부터 내놓기 시작한 새로운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해마다 다른 블록버스터 무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아동 성인할 것 없이 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하였다. 하지만, 월트 디즈니가 FBI의 하수인이었다거나, 악덕 기업주였다는 후세의 평가와 더불어 디즈니 만화들의 허구성과 정치적 왜곡에 대한 비난은 날이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처음엔 공산주의자의 음모론쯤으로 받아들여지던 이러한 주장들과 함께 디즈니 만화라는 우상 허물기가 계속되어왔다. 하지만, 창조자에 대해 쏟아지..
2008.03.29 -
[몬스터 주식회사] 괴물, 소녀를 만나다 (데이빗 실버맨 & 피터 닥터 감독 Monsters, Inc. 2001) + 단편 'For the Birds'
(박재환 2002.9.17) …… 디즈니가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양. 만화전문업체가 아닌 드림웍스의 으로 만화왕국의 체면을 구길 대로 구긴 디즈니는 픽사와 손잡고 다시 한 번 명예회복에 나섰다. 적어도 픽사라면 와 로 애니 팬들의 신뢰를 단단히 받고 있지 않은가. 결과로 말하자면. 2001년 5월에 개봉된 드림웍스의 은 미국에서 2억 6천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지난 연말에 개봉된 디즈니의 도 2억 5천만 달러 정도를 벌어들였다. 이른바 정치적으로 올바른 만화영화라고 오독할만큼 적당히 비틀고 조롱한 만화영화 이 지나간 3D애니메이션 자리에 디즈니가 픽사를 투입하여 로 대항한 셈이다. 디즈니(피사)의 는 전통적인 디즈니 만화답게 아이에게 꿈과 희망을 키워주고, 가족의 평화를 전면에 내세운다. 영화의..
2008.03.29 -
[아틀란티스] 이상한 바닷 속 디즈니 (Atlantis: The Lost Empire,2001년)
(박재환 2001.7.5.) 신세기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역사는 1989년의 에서부터 시작한다. 흥겨운 “Under the Sea” 노래와 함께 재패니메이션은 꿈조차 꾸지 못하던 컴퓨터 그래픽의 깔끔한 화면과 헐리우드 영화에서 도입한 박진감 있는 스토리 전개는 단번에 디즈니를 애니메이션 왕국으로 다시 한 번 정립시켰다. 그리고 해마다 여름이면 기술적으로 좀 더 진보하고, 영화적으로 좀 더 재미있어진 애니메이션을 극장에 내놓았다. 물론, 그 와중에 다른 메이저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공격을 받았지만 유효적절한 마케팅 전략으로 적들을 영화시장에서 굴복시키면서 왕국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올해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 드림웍스가 내놓은 이 승승장구할 동안 디즈니의 는 기대이하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개봉 첫 주말..
2008.03.29 -
[브리짓 존스의 일기] 그녀의 비밀스럽지도 않은 연애이야기 (샤론 맥과이어 감독 Bridget Jones’s Diary, 2001)
(박재환 2002-3-1) 조선일보에서 부정기적으로 내보내는 서플(섹션) 중에 이란 것이 있다. 나도 확실히 그 연령대라서 초창기에는 관심을 갖고 보았는데 이내 흥미를 잃고 말았다. 우리나라에 2-30대에 성공한 사람이 왜 그리 많고, 또 그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그렇게 서구적이며 귀족적이며 집단성향을 띄는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런 연령별-직군별 사람들은 일종의 배타적인 특수문화를 형성한다. 예를 들어 같은 유형의 자동차를 몰며, 같은 레저생활을 즐기고 비슷한 신문-잡지를 구독할 것이다. 그리고 우아한 레스토랑에서 우아하게 와인을 즐기며 우아한 밀회를 만끽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써클에 들지 못한 그 연령대의 사람들도 나름대로의 문화생활을 향유할 것이다. 아마, ‘다음’ 에서 비슷한 취향의 카..
2008.02.24 -
[유성어] 별똥별이 아름다운 것은 순간이기에…. (장지량 감독 流星語,1999)
(박재환.2001.3.22) 장지량 감독의 최근 작품으로는 두 여인의 우정을 그린 라는 영화가 있다. 그의 영화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은 ‘은은히 흐르는 정(情)’에 있다고 한다. 이번 영화 도 그러하다. 인생의 대전환기를 겪은 한 중년과 꼬마아이와의 우정, 혹은 부성애가 이 영화가 대변하는 정이다. 장지량 감독은 홍콩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영화의 제작하게 된 경위를 자신의 경험담에서 떠올렸다고 말했다. 어느 날 버스를 탔는데 한 임신한 여성이 버스에 외롭게 앉아있는 모습을 쳐다보다가 문득 현대사회의 고독감 같은 것을 떠올렸던 모양이다. 그는 창밖 사람들의 무표정한 얼굴 등에서 남다른 감회를 느꼈었다고 한다. 그리곤 찰리 채플린의 1921년 걸작 흑백영화 를 보고선 이내 이 영화를 만들기로 했다고..
2008.02.22 -
[멀홀랜드 드라이브] All about Betty (데이비드 린치 감독,Mulholland Drive 2001)
(박재환 2003.6.10.) 시간이 있어 멍하니 영화만 쳐다보고 있을 때, 왠지 조금은 지적인 유희를 즐기고 싶을 때, 적당히 복잡하고 적당히 환상적인 영화를 보고 싶을 때, 데이빗 린치 감독의 작품을 보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사실, 그의 영화는 보다가 잠들어도 좋고, 깨어나서 다시 봐도 이해하기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이해 안 되는 장면에 대해서는 인터넷 게시판 여기저기 둘러보면 "아, 그런 심오한 뜻이~" 라는 뜻밖의 기쁨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바로 그런 사람을 위한 영화이다. 영화는 어떻게든 관련이 있는 두 여자가, 어떻게 하다 보니 철천지원수가 되어 살인청부를 하게 되고, 그 죄책감, 혹은 좌절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잔뜩 마약에 취해 몽롱한 상태에서 "아니, 어디서부터 잘못된..
2008.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