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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영화리뷰

[강호아녀] 지아장커 “강호의 도는 삼협댐에 수몰되었나?”

by 내이름은★박재환 2021.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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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관점에선 중국영화를 도식적으로 나누길 좋아한다. 장예모와 진개가 다음에 등장했던 일군의 감독들을 ‘6세대 영화감독’이라 불렀다. 지금까지 기억되는 인물은 아마 지아장커 뿐인 듯. [소무], [플랫폼], [임소요] 등이 초기 부산국제영화제의 성장과 함께 한국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띄엄띄엄 [스틸라이프], [천주정]이 소개되면서 “중국영화 살아있네~”라는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지아장커 감독은 그런 영화들을 만들면서도 틈틈이 다큐멘터리도 찍었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소개된 [먼 바다까지 헤엄쳐가기]는 자기 고향에서 열린 문학축제에 참가했던 중국 소설가들을 통해 중국 현대사를 잠깐 돌아보는 작품이었다.

 여하튼, 지아장커는 줄곧 자기 고향, 산시(섬서성이 아니고 산서성)를 배경으로 급변하는 중국의 도시 모습을 영화에 담고 있다. 이 작품 [강호아녀]도 마찬가지이다. 2001년부터 2018년까지 18년의 세월동안 산시성의 작은 도시는 어떻게 변모했고, 그 곳에 사는 중국인들의 삶의 모습은 어떻게 변했을까. 이는 등소평이 (그보다 20년 전 광동성 선쩐을 찾아) 흑묘백묘론을 내세운 뒤, 저 먼 곳 3선(線), 4선(線) 동네에까지 ‘자본주의 마인드’가 퍼져간 것을 확인하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중국에서는 개발의 과정에서 북경, 상하이를 1선, 그 보다 낮은 도시를 2선, 그 보다 더 낮은 도시를 3선, 그리고 저 후방도시를 4선이라고 표현한다)

2001년 산시성 다퉁(大同). ‘치아오’는 이 도시를 꽉 쥐고 있는 두목 ‘빈’의 여친이다. 영화정보에는 치아오가 모델이고, 빈이 택시회사 사장이라고 나와 있지만 영화로 봐서는 그런 걸 알 수 없다. 그저 빈이라는 인물이 이런저런 장소와 상황에서 적당하게 등장하여 몇 마디 던지면서 사람들의 분쟁, 조직 간의 불화를 거중 조정하는 수완을 보여준다. 때로는 커다란 세숫대야에 술을 가득 섞어부은 뒤 나눠 마시면서 “의리,의리”를 외친다. 치아오는 그 옆에서 지켜본다. 어느 날 그런 빈이 받드는 보스가 조무래기의 찔러 칼에 죽는 일이 발생한다. 빈은 ‘의리가 떨어졌다’가 한탄한다. 그런데 그날 밤 그도 조무래기들에 둘러싸여 죽을 뻔 한다. 치아오는 위기일발의 순간에 사제 권총을 꺼내들고 사태를 수습한다. 그 때문에 빈은 살아남고, 치아오는 5년간 감옥생활을 하게 된다. [강호아녀]의 후반부는 감옥을 나온 치아오의 이야기이다. 그 사이 빈은 어떻게 변해버렸고, 다퉁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리고, 강호의 의리는 어찌되었는지. 스산한 바람과 함께, 산시댐으로 수몰되어 가는 마을의 운명과 함께.

2000년대 초, 중국 흑사회, 조폭들의 모습이 어땠는지는 알 수 없다. 그것도 대도시 상하이나 홍콩 옆의 광동성이 아니라 저 촌 동네, 후진 마을에서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중국의 폭발적인 경제 성장과 자본주의의 팽창은 도시현대화와 함께 각종 범죄의 성장을 가져왔으리라는 것을. 지아장커 감독은 그런 현대화, 도시화, 자본주의화 과정에서 ‘강호의 도리’를 찾아본 것이다. 

● 강호의 뜻, 유정(有情)유의(有義)

‘강호’(江湖)는 ‘강’과 ‘호수’를 말할 뿐이지만 무협소설과 홍콩느와르를 거치면서 특별한 의미를 내포한다. 그것은 단지 사람이 사는 세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 지켜야할 인간의 도, 관계의 원칙을 말하는 것이다. 협객이나 칼잡이, 무사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쉽지 않다. 공산주의 중국의 ‘깡촌 출신’ 지아장커가 그런 강호의 도를 이야기한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지아장커 감독은 이런 말을 한다. 자신은 형의권(形意拳)을 조금 배웠는데 사부가 자신에게 이렇게 물었단다. “관우가 조조를 대할 때와 관우가 유비를 대할 때의 차이를 아느냐?” 그 사부는 이렇게 말했단다. “유비를 대할 때는 정(情)이 있고 의(義)가 있다. 조조를 대할 때는 의는 있지만 정은 없다.” [삼국지]를 읽은 사람은 쉽게 이해할 듯하다. 이게 강호의 도를 논할 때의 기본원칙이라고 할 수 있을 듯. ‘의’(의리)는 쉽게 말할 수 있지만 ‘정’을 쉬이 줄 수는 없는 법.

지아장커는 이 영화에서 여주인공 치아오를 통해 강호의 도리를 좇아간다. 영화를 보고 나면 ‘의’와 ‘정’을 의미를 어렴풋이 알게 될지 모른다. 감독은 처음 영화 제목을 [머니 앤 러브]로 정했다가 중국의 유명 원로감독 페이무(费穆)가 마지막으로 준비하던 영화제목이 ‘강호아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는 그 제목에 끌렸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여자’(woman)을 이야기할 때는 ‘여아’(女兒 단순히 여자아이란 뜻이 아님)라고 한다. 그런데 굳이 ‘아녀(兒女)'라고 한 것이다. 아마도, 치아오의 변화, 성장을 함유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영어 제목은 ’Ash is Purest White‘이다. 이는 영화 대사에 등장한다. 치아오와 빈이 넓게 분포된 화산지대에 서서 나누는 대사이다. “고온을 거쳐 세상 밖으로 나온 재는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고, 순수하다”고.

● 지아장커는 전진한다

이 영화에 몇 번 흐르는 엽청문의 노래 ‘천취일생’(淺醉一生)은 주윤발의 [첩혈쌍웅]이 주제가이다. 지아장커는 주윤발의 느와르와 산시댐으로 수몰된 산시성 촌동네 흑사회 찌꺼기의 서글픈 모습을 멋들어지게 담아냈다. 지아장커 영화는 한번 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설명을 곁들여야 그 바닥 정서를 제대로 알 수 있다. 참, 이 영화에도 환상적인 'UFO' 아우라를 만날 수 있다. 

 치아오를 연기한 자오타오는 지아장커 감독의 아내이자. 오랜 세월 같이 영화작업을 해온 동료이다. 빈을 연기한 리아오판은 [집결호] ,[양자탄비] [폭설] 등에 나왔던 배우이다. 펑샤오강, 쉬쟁, 디아이난, 장이바이 등 영화감독들이 조역, 단역으로 출연한다.  2021년 6월 10일 개봉/15세 관람가 ⓒ박재환 2021

 

[리뷰] 지아장커의 강호아녀, “강호의 도는 삼협댐에 수몰되었나?”

서구관점에선 중국영화를 도식적으로 나누길 좋아한다. 장예모와 진개가 다음에 등장했던 일군의 감독들을 ‘6세대 영화감독’이라 불렀다. 지금까지 기억되는 인물은 아마 지아장커 뿐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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