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연극] 로우예 감독의 치정살인극 (feat.중국의 부정부패) (로우예 감독 风中有朵雨做的云, The Shadow Play 2019)

2020. 7. 13. 14:29중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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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나눠서 분류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중국의 영화사()를 감독중심으로 구분한다. 그렇게 장예모, 진개가는 ‘5세대감독으로, 지아장커나 로우예는 ‘6세대감독으로 그루핑한다. 그 이후는 모호해졌다. 중국영화산업이 숫자 하나로 구분짓기가 어려워서일 것이다. 여기 ‘6세대 감독으로 해외영화제에서 엄청난 각광을 받았던 로우예(婁燁) 감독의 신작 <살인연극>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한국관객을 만난다.

 

<살인연극>은 작년 4월 중국에서 개봉된 작품이다. 원제는 <風中有朶雨做的雲>(간체:风中有朵雨做的云, The Shadow Play)이다. ‘바람에는 비를 품은 구름이 있다라는 시적인 제목이다. 그 로맨틱하고 문학적인 제목이 살인연극으로 바뀌면서 중국적, 로우예적 이미지는 사라지고 미스터리한 살인이야기만이 관객을 지배한다.

 

로우예 감독은 데뷔작 <수쥬>와 중국 영화당국을 발칵 뒤집어놓은 <여름궁전>으로 각광을 받았다. 중국당국의 탄압과 대중들과의 유리 속에서 로우예 감독은 꾸준히 자신의 영화를 힘들게 만들어왔다. 그를 믿는 톱스타들이 기꺼이 출연에 응했고, 까다로운 심의의 칼날 속에서 영화는 공개되었다.

 

영화는 중국 남부의 한 강변 으슥한 곳에서 밀회를 즐기던 연인이 부패한 시체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이어 카메라는 부감 샷으로 빼곡한 빌딩들이 들어선 현대화된 도시를 거쳐, 빌딩 숲 사이의 오래된 건물, 광범위한 재개발단지를 보여준다. 철거용역들과 거주민들의 충돌이 일어나고 개발책임자 탕이지에(장송문)가 나서서 호소한다. 대치가 격화되는 와중에 인근 건물 옥상에 올라갔던 그가 추락사하고 젊은 양지아둥 형사(정백연)가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관련자를 탐문할수록 사건은 복잡해진다. 이야기는 1992년에서 2012년까지 20년에 걸쳐 탐욕스러운 부동산개발업자 장츠청(진호)과 관료, 연인과 아내, 친구와 동료의 악연을 보여준다. 영화는 그렇게 중국과 대만, 홍콩을 오가며 여섯 명의 캐릭터의 복잡한 여정을 씨줄과 날줄로 꽁꽁 묶는다.

영화는 로우예 감독의 <수쥬>가 보여주었던 어둠 속의 탐미주의와 <여름궁전>의 중국고발이 뒤섞인 영화이다. 로우예 감독은 도시화, 산업화되어 가는 오늘날의 중국을 배경으로 중국인민의 모습을 곧잘 담아냈다. 그들에겐 민주화의 문제는 애당초 관심 밖이다. 인간적 욕망은 권력과 부에 대한 탐욕에 집중되고, 역사의 도도한 물결 속에 개인의 운명은 바람 앞의 촛불신세이다.

 

영화제목으로 쓰인 風中有朶雨做的雲’(풍우운 風雨雲)1993년 대만 여가수 멍팅웨이(孟庭葦,맹정위)가 불러 히트친 노래이다. 영화는 제목처럼 온통 희뿌연 안개와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전편의 정서를 지배한다. 기대했던 ‘6세대감독의 예술적 성취보다는 TV세대(‘미드세대)OTT세대에게 다가가려는 소재적 선택과 시각적 효과만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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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보여주는 중국 남부도시는 광동성 광저우이다. 중국이 현대화되면서 웬만한 도시에서는 CBD(Central Business District,중심업무지)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엄청나게 큰 나라답게 도시재생, 도시개발 부동산프로젝트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펼쳐지는 부정부패의 커넥션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로우예 감독은 그런 정치적 사슬에 대해서는 그다지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냥 부동산개발 관련 책임자(국장) 하나의 비리커넥션으로 갈음한다. 어쩌면 그런 부조리극은 홍콩에서나 가능할지 모른다.

 

대신, 로우예 감독은 <여름궁전>에서 보여준, 그리고 이후 우리나라에서 소개되지 않았지만 꾸준히 내놓고 있는 치정의 드라마를 이어간다. 한 여자를 두고 싸우는 두 남자, 그리고 이권을 앞에 두고는 기꺼이 결탁하는 세 사람, 그들의 관계를 명확하게 규정짓는 딸 샤오누(마사순), 중화권 비리의 범위를 보여주는 대만여자 린후이(송가)의 등장과 외롭게 싸우는 정의의 형사 정백연이 뒤섞여 회오리 같은 이야기를 펼친다. 그렇게 휘몰아치던 바람도, 먹구름 속에서 치정과 과욕, 아집과 분노로 화면을 채우더니 차가운 비가 되어 대지를 적신다.

 

영화는 2007년 무렵 시작된 광저우의 한 부도심지(廣州冼村) 재개발사업 진행 과정에서 일어났던 부동산개발업자와 관료의 결탁, 부정부패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단다. 이 영화는 작년 4, 가까스로 중국 극장가에 내걸려 6495만 위앤(111억 원)의 흥행수익을 올렸다. 로우예 감독 최고의 흥행이란다.

 

24회 부천국제영화제에서 두 차례 상영된다. 참, 진관희가 단역출연한다. 세월을 느끼게 된다. (박재환 202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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