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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영화리뷰

[만주의 호랑이] 호랑이는 그곳에 있어 (BIFAN2022)

by 내이름은★박재환 2022.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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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열린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는 소개된 중국 영화 중 흥미로운 작품이 하나 포함되었다. 중국 극장가에서 지난 1월 개봉되었던 겅쥔(耿軍) 감독의 [만주의 호랑이](원제:東北虎/Manchurian Tiger)라는 작품이다. 감독도, 출연하는 배우도 낯선 작품일뿐더러 우리가 기대하는 혹은 상상하는 중국영화는 아니다. 후보 감독의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2018)라는 작품에 가까울 듯하다. 풍광은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는 ‘먼 훗날 우리’(後來的我們) 느낌이다. 헤이룽(흑룡)성의 한 스산한 탄광촌을 배경으로 ‘중국 동북부’지방 특유의 무겁고, 답답하고, 둔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쉬둥은 지금 탄광촌에서 중장비를 운전하고 있다. 광산노동자는 아니었다. 학교 선생님이다. 아내 메이링은 곧 아이를 낳을 예정이다. 그래서 돈을 한 푼이라도 더 벌 요량으로 한겨울의 탄광에서 ‘투잡’을 뛰고 있는 것이다. 아내가 그런다. “곧 아이를 낳을 것이니 저 개는 같이 있을 수 없을 것 같애.” 쉬둥은 커다란 개를 데리고 가축시장에 내다 팔 생각도 했지만 여의치 않아 친구 마첸리에게 맡기기로 한다. 그런데 마첸리는 지금 빚쟁이에 내몰리고 있는 건축업자(정확히는 공사청부업자)이다. 사채업자들이 돈을 갚으라고 협박하자 접대한다면서 그 개를 잡아먹어 버린다. 세상은 온통 분노로 치닫는다. 개를 잃은 쉬둥, 쉬둥의 옷에서 낯선 여자의 머리카락을 발견한 아내, 돈도 신용도 다 잃어버린 마첸리,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모든 사람이 차가운 겨울의 황량한 탄광도시에서 을씨년스러운 관계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영화 제목 ‘동북호’(東北虎)는 중국 동북부에 서식하는 호랑이를 일컫는다. ‘한국호랑이, 백두산 호랑이, 아무르 호랑이’ 등 다양하게 불리는 ‘시베리아 호랑이’이다. 영화를 보면서 혹시 ‘쉬둥’이 ‘동북호’라는 별칭을 들으며 해결사 노릇을 하는 강호의 협객쯤 되나싶었지만 영화는 그런 뻔한 스토리로 흘러가지 않는다. 쉬둥도, 아내도, 채권자도, 채무자도, 그 언저리 인물들도 모두 하나같이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 누구를 원망하기도 난처하고, 누구를 처단하기도 난망한 관계의 연속이다.

영화에 ‘동북호’(東北虎)가 등장하기는 한다. 초라한 동물원 우리에 갇힌 19살 된 호랑이를 보여준다. 야생성을 다 잃은 채 처량하게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듯하다. 영화는 마지막에 가서야 일말의 희망을 보여준다. 쉬둥은 어릴 적 이야기를 한다. 어렸을 때 독감에 걸렸을 때 엄마가 자신을 업고 겨울 벌판을 걸어 병원으로 가다 쓰러졌다고. 그때 엄마에게 “엄마, 우리 여기서 죽는 건가요?” 엄마가 그랬단다. “아니, 우리 안 죽어 미래는 괜찮을 거야. 함께 오늘을 이겨내자. 내일은 좋은 날이 될거야.‘라고. 과연 그럴까.


감독 껑쥔(耿軍)은 1976년 헤이룽성 허깡(鶴崗) 출신으로 몇 편의 단편으로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감독이다. 이 영화는 그의 고향 허깡의 탄광촌을 배경으로 한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예전의) 강원도 탄광마을을 생각하면 안 된다. 끝없는 벌판과 불어오는 바람이 황량함을 더하는 공업도시 느낌이 더하다. 껑쥔은 그야말로 ‘깡촌’에서 태어난 인물이다. 어느 날 영화잡지에서 강문(장원) 감독의 ‘햇빛 쏟아지던 날들’ 기사를 보고는 영화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단다. 도시로 나와 호텔 종업원을 하며 자신의 극본을 쓰며, 단편을 찍고, 꿈을 이뤄나간다. 주인공 쉬둥을 연기한 장위(章宇)는 ‘코끼리는 그곳에 없었다’와 ‘나는 약신이 아니다’로 한국에서 소개되었던 배우이다.

‘동북호’(시베리아호랑이)는 현재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중국 동북 지린, 헤이룽 일대에서 서식하고 있는데 현재 500여 마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 영화 마지막엔 ‘중국영화’는 언제나 그렇듯이 재미없는 사족이 붙는다. “범죄를 저지른 채권자는 법의 심판을 받았다”라는 친절한 설명. 이런 자막을 보면 가끔 중국영화가 그 옛날 우리나라 카세트테이프에서 만나는 마지막 곡 ‘건전가요’같다는 느낌이 든다. 여하튼 중국에서도  코로나시국임에도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오늘의 중국을 알고 싶은 중국학도라면 봐둬야 할 영화이다.

 

 

[BIFAN리뷰] ‘만주의 호랑이’ 호랑이는 그곳에 있어 (겅쥔 감독, 2022)

만주의 호랑이최근 열린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는 소개된 중국 영화 중 흥미로운 작품이 하나 포함되었다. 중국 극장가에서 지난 1월 개봉되었던 겅쥔(耿軍) 감독의 [만주의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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