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드 온] “아버지의 시대는 다 지나갔어요” (성룡 류호존, 감독:래리 양)

2023. 7. 21. 22:20중국영화리뷰

반응형

라이드 온


언제적 성룡인가. ‘성룡’의 충실한 팬이라면 ‘취권’ 전부터, ‘프로젝트A’ 이후 오랫동안 그를 사랑해 왔으리라. 명절엔 항상 성룡과 함께 웃고 떠들었던 추억이 단지 류승완 감독에게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아마 홍콩이 중국으로 ‘영예롭게 넘어가던’ 그 즈음부터 성룡 영화는 한국에서 왕년의 인기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성룡은 레전드 액션스타 아닌가. 이렇게 떠나보낼 순 없을 것이다. 그 옛날의 영광을 추억 속에 묻고 있는 쓸쓸한 영화 한편이 곧 개봉된다. 성룡 주연의 <라이드 온>이다. 중국어 원제목은 <용마정신>(龍馬精神)이다. 그 옛날의 날고,뛰고,구르던 성룡을 떠올리며... 필름은 돌아간다!

 루오(성룡)는 왕년엔 정말 잘 나갔던 전설의 스턴트맨이었다. 오랜 세월동안, 영화관객들을 아찔하게 만들었던 극강의 액션 신을 함께 했던 단짝인 말, ‘레드 헤어‘와 함께 지금도 영화판 을 맴돌고 있다. 그의 소일거리, 밥벌이는 우스꽝스런 광대 차림을 하고 말과 함께 세트장 근처에서 관광객과 사진을 찍어주는 것이다. 그런데, 그 말도 압류되어 곧 경매에 넘어갈 처지이다. 어쩔 수 없이 루오는 오래 전 떠난 딸 바오(류호존)에게 도움을 청한다. 바오는 변호사인 남친 미키(곽기린)와 함께 루오의 초라한 삶을 마주하게 된다. 나이 들고, 온 몸이 성한 데 없는 아버지는 여전히 액션을 좋아하고, 위험한 스턴트를 마다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여전히 아날로그 스타일의 위험천만한 액션에 노구(老軀)를 내던지는 것이다. 

라이드 온

 영화 <라이드 온>은 세 가지 이야기를 전해주려 한다. 관계가 소원해진 아버지와 딸, 평생을 함께한 스턴트맨과 그의 애마(愛馬), 그리고 스턴트맨의 직업정신이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죽도록 고생하는 아버지가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숙명은 오롯이 아버지의 몫이 되어버리고 가족들은 그런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고, 미워하고, 싫어하게 된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도, 함께 축하해 주어야할 그 많은 순간에도 아마 아버지는 말에 매달려 위험한 액션을 펼쳤을 것이다. 그렇게 엄마와 이별하고 딸과는 헤어졌던 것이다. 아버지는 딸을 사랑하지만 말이 뛰어서 건널 수 없는 강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소원한 관계, 서먹함은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 아버지의 사랑의 깊이와 진정성은 세월이, 상황이 품어줄 테니 말이다. 

 액션영화로서 스턴트맨과 말의 관계는 중요하다. 영화에 등장하는 말의 이름은 ’레드 헤어‘이다. ’붉은 갈기‘인줄 알겠지만 원래는 ’적토‘(赤兎)이다. 소설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그 유명한 관우의 ’적토마‘에서 따온 것이다. ’토‘는 토끼 ’토‘(Hare)자이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적토마의 행적은 처음엔 동탁의 말이었다가 여포에게 전해지고, 그게 조조를 거쳐 관우가 타게 된다. 관우를 만난 적토마는 전장을 누비고 영원히 기억될 ’영웅과 그의 애마‘가 되는 것이다. 물론, 관우가 죽은 뒤 적토마는 ’마충‘에게 넘어가고 주인을 잃은 말은 곡기를 끊고 죽었다는 것이다. 성룡을 만난 ’적토‘는 자신을 알아봐주는 주인을 위해 평생 헌신하게 된다. 마치 전장에서의 전우애처럼 말이다. 

라이드 온

그리고 <라이드 온>의 궁극적인 이야기는 영화판의 진정한 액션영웅 ’스턴트맨‘ 루오에 대한 헌사일 것이다. 평생을 액션 스타, 스턴트로 살아온, 그리고 온몸이 상처투성이지만 살아남은 성룡에 대한 찬가일 것이다. 영화에서는 ’성룡 팬‘이 기억하는 화려한 액션들을 비디오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프로젝트A>에서 시계탑에서 떨어지던 장면, <폴리스 스토리> 몇 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층버스에서 우산으로 매달리는 아찔한 장면, 그리고 어느 영화에서인지 모르겠지만 까마득한 높이에서의 점프 장면들이 성룡이 ’여태’ 살아있음에 추앙의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영화에서는 성룡 액션의 전매특허인 각종 도구, 기물을 이용한 자잘한  액션이 넘쳐난다. 식탁과 의자, 사다리, 가구, 하다못해 모자를 활용한 액션은 여전히 성룡의 기품을 느끼게 한다. 이 영화 중국어 원제 ’용마정신‘(龍馬精神)은 ’중꺾마‘ 불굴의 의지를 말한다. 

영화 <라이드 온>은 성룡 주연의 액션영화로 접근하기 보다는 <산이 울다>라는 작품을 만들었던 래리 양(楊子 양쯔) 감독의 문예물로 봐야 더 적절할 것 같다. 액션신은 ’젊은 날의 성룡‘같지 않다. 그런데 분명, 그 성룡이 그러한 액션을 하고 있다. 성룡의 찐팬이라면 납득이 갈 것이다. 그가 하늘을 날고, 유리창을 깨고, 언덕에서 구르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면서도, 행복한 순간이었는지를.

 성룡의 딸로 나오는 배우는 류호존(류하오춘)이다. 장예모 감독의 <원 세컨드>와 <공작조:현애지상>에 나왔었다. 홍콩 액션영화 팬이라면 우영광도 반가울 것이고, 극중 영화감독으로 나오는 당계례도 반가울 것이다. 류호존의 어머니도 잠깐 출연하는 배우 랑월정(랑위에팅)은 래리 양 감독의 <산이 울다>에서 주연을 맡았던 피아니스트 출신의 배우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국영화계 최고의 거물, 머니메이커 오경(吳京,우징)의 출연도 특별할 것이다. 액션영화에 대한, 성룡에 대한 후배의 감사의 표현일 것이다. 

<라이드 온>은 오랜 세월 몸과 마음이 기억하는 성룡의 팬이라면 놓치기 힘든 작품일 것이다. 사람은 나이 들고, 몸은 녹슬지만 ’용마정신‘은 세포에 녹아있는 모양이다. 

▶라이드 온 (원제:龍馬精神 /Ride On) ▶감독:래리 양(楊子) ▶출연: 성룡, 류호존,곽기린,오경,우영광,당계례 ▶개봉: 2023년 5월31일 개봉 126분/12세관람가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