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리뷰] 지아장커 다큐멘터리 ‘먼 바다까지 헤엄쳐 가기’

2020. 10. 29. 10:56다큐멘터리리뷰

 


지난 주 막을 올린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는 68개 나라에서 출품된 192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코로나사태로 최소한의 범위에서 영화제가 운영된다고는 하지만 상영편수가 대폭 줄어든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영화가 딱 한 차례씩만 상영되는 까닭에 영화팬들의 접근이 쉽지만은 않다. 어렵게 소개되는 영화 중 중국 지아장커(賈樟柯) 감독의 다큐멘터리 <먼 바다까지 헤엄쳐 가기>(원제: 一直游到海水變藍/ Swimming Out Till the Sea Turns Blue)라는 작품이 있다. 

중국 산시(山西)성 펀양(汾陽) 출신의 지아장커 감독은 1987년 <소무>로 충격적인 데뷔를 한 후 <플랫폼>, <임소요>, <세계>, <스틸라이프>, <천주정>, <산하고인> 등 내놓는 작품마다 명확히 중국 이전 세대의 영화감독과는 다른 자신만의 영상미학과 주제의식을 관철시키고 있다. <스틸라이프>는 베니스황금사자상을, <천주정>은 칸 각본상을 수상했었다.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그가 오랜만에 다큐멘터리를 찍었다. 그는 곧잘 다큐를 만들었다. 화가의 회화세계를 담은 <동>, 중국패션산업을 다룬 <무용>, 그리고 도시이야기 <24시티>같은 작품이었다. 그가 중국현대사의 굽이굽이를 다큐로 담았다고 하니 흥미롭다. 

지아장커가 만든 다큐멘터리 <먼바다까지 헤엄쳐가기>는 우리가 기대했던 웅장한 중국의 현대사나, 역사의 광기가 휩쓸고 간 들판에 엎어져 고통스러워하는 인민의 일그러진 얼굴을 담지는 않는다. 어쩌면 서구인의 시선에 익숙해진 우리의 중국바라보기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려고 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지아장커 감독은 오늘날의 중국을 대표하는 소설가를 통해 현대중국을 돌아본다. 감독은 2019년 5월, 자신의 고향에서 열린 문학축제에서 그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는다. <폐도>라는 작품으로 잘 알려진 지아팡와(賈平凹), <허삼관매혈기>,<인생>으로 유명한 위화, 그리고 오늘날 중국에서 ‘향토문학’에 있어선 제일 잘 나가는 작가 중의 한 명인 량훙(梁鴻)이 카메라 앞에서 자신들이 겪은 중국현대사를 술회한다. 

 작품은 18개의 장으로 구분된다. 감독이 특별하게 단락을 나눴다기보다는 이야기 하는 사람, 카메라에 담긴 풍경,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따라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 첫 장 [츠판]은 무료급식을 기다리는 듯한 노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마도 지난 70년, 아니, 한 세기 동안 대륙에서 살아남은 라오바이셩(老百姓)의 현재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어 [연애]로 넘어가고, 작가 ‘마펑’을 떠올리기도 한다. 아마도 ‘중화인민공화국’이 들어서고,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의 광풍을 거치면서 그들의 삶에는 엄청난 생채기가 남았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새 그런 역사까지 망각할 정도로 중국은 급변하고 있다. 그 와중에 세 명의 작가는 자신들의 데뷔 당시를 이야기하고, 오늘날의 중국의 모습을 이해하려고 애쓴다. 

제목으로 쓰인 ‘먼바다까지 헤엄쳐 가기’는 영화 끝머리에서 위화가 하는 말이다. 위화는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여긴 황해야. 바다색이. 어릴 때 교과서에선 푸른색 바다라고 배웠지. 그래서 바다에 나와 헤엄을 치기로 했어. 바다색이 푸른색으로 변하는 곳까지 말이야”

조금은 뜬금없는 마지막 대사 같지만, 흔들리는 중국, 살아남은 중국인이 여유롭게 던질 수 있는 관조의 말인지도 모른다. 세대를 이어 나아갈 길을 상징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마도 중국인들도 이 작품을 보면서 굉장했던 자신들의 역사(현대사)를 지극히 개인적인 편력으로 술회할지 모른다. 그런 것이 쌓이고 쌓이면 빛바랜 역사가 되니까 말이다. (KBS미디어 박재환 2020.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