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다큐멘터리

(27)
[사마에게] 피, 주검, 비디오테이프, 그리고 알레포 (와드 알-카팁, 에드워드 와츠 감독 For Sama) 잠깐 구글맵이라도 펼쳐보시길. ‘시리아’가 어디에 있는지 아시는가. 터키, 이라크, 이스라엘 등 중동의 화약고인 나라들에 둘러싸여 있다. 인구는 2200만 ‘정도’란다. 외신에 관심이 없더라도 몇 년 동안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주민을 학살하고 있고, 견디지 못한 수백만이 국경을 넘어 난민신세가 되었단다. 시리아의 지정학적 위치나 알아사드의 인물평은 잠깐 뒤로 하고, ‘학살의 현장’으로 관객을 곧장 인도하는 영화가 개봉되었다. 와드 알-카팁과 에드워드 왓츠가 위험한 현장을 카메라에 담은 다큐멘터리 이다. ‘사마’는 와드 알-카팁 감독의 예쁜 딸이다. 폭탄이 하루도 빠짐없이 펑펑 터지는 시리아 알레포에서 태어난 아이이다. 영화는 지옥 같은 알레포에서 5년 동안 찍은 영상으로 완성된 작품이다. ..
[작은 연못] Kill'em All 노근리 양민학살사건 올해는 ‘육이오’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60년이 되는 해이다. 신문매체에서는 앞다투어 기획기사를 연재하기 시작했고, 각 방송사마다 대규모 특집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모든 전쟁들이 그러하듯이 한국전쟁은 아주 특별한 시점에 ‘기어이’ 발생하고만 아주 기이한 전쟁이다. 실질적인 전쟁이 일어나기도 전부터, 그리고 전쟁 기간 내내, 그리고 당연히 전쟁 이후에도 오랫동안 우리 민족에게 어두운 그림자를 남기고 있다. 전쟁의 기원이나 양상에 대해서는 (한동안 브루스 커밍스의 책이 대표하듯) 수많은 학설과 주장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 전쟁에 직간접으로 참여했던 사람들과 그 전쟁의 피해자가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몰랐던, 혹은 애써 외면했던 전쟁의 어두운 일면..
[더러운 실험] CIA의 비밀 인체 실험 (CIA Secret Experiments 2007) (박재환 2009.11.09.) 주말에 다큐멘터리를 하나 보았다. 의 비밀 인체 실험>(CIA Secret Experiments)이란 프로였다.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이 만든 여러 미스터리/음모론 이야기의 하나이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의 생화학자 프랭크 올슨이 어느 날 뉴욕의 한 호텔에서 추락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그가 어떤 일에 관여했고, 미국의 CIA는 미소냉전체제하에서 어떤 끔찍한 작전을 꾸미고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럼 프랭크 올슨의 행적을 쫓아가보자. 프랭크 올슨(Frank Olson)은 미 육군 소속의 화학자였다.  그가 속한 부대는 메릴랜드 주 프레드릭에 위치한 포트 디트릭(Fort Detrick)이다. 그가 수행한 업무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CIA와 함께 어떤 비밀스런 업무..
[플라스틱 차이나] 언더 더 카펫 (왕지우랑 감독 塑料王國 Plastic China, 2016) (박재환 2018.02.20.) 지난주부터 ‘KBS 독립영화관’이 정상(!)적으로 방송되기 시작했다. 오늘밤 독립영화관>시간에는 꽤 의미 있는 독립영화 한 편이 영화 팬을 찾을 예정이다. 중국과 대만의 독립 다큐멘터리스트가 만든 플라스틱 차이나>(감독: 왕지우랑 원제: 塑料王國, Plastic China)이다. 작년 선댄스키드 영화제 등 많은 영화제를 통해 소개되면서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지구환경 보호를 위해 오늘도 ‘분리수거’를 기꺼이 한 지구인이라면 이 작품을 꼭 보시길 바란다.  작품은 ‘분리 수거된 쓰레기’의 종착역을 보여준다. 깡통, 종이, 비닐, 플라스틱류로 분리수거된 그 쓰레기들은 어디로 갈까. 막연하게 재처리공장에서 부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분리공장에서는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는 ..
[낮은 목소리3 - 숨결] 산 자의 숨결, 죽은 자의 회한 (변영주 감독 My Own Breathing, 1999) 지난 (2000년) 3월 1일. 서울 세종로 교보빌딩 앞에서는 한 무리의 할머니들이 모여 누군가를 향해, 뭔가를 부르짖고 있었다. 바로 '일본군 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집회'의 현장이다. 1992년 1월 8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의 구(舊) 일본대사관앞에서 첫 시위를 가졌던 할머니들은 이후 매주 수요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여 왔다. 예외는 단 한 차례, 지난 95년 일본 고베 지진 당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한 주를 걸렸을 때뿐이다. 작년 말, 일본대사관이 증축관계로 교보빌딩으로 이전한 후에는 할머니들도 자리를 옮겨 줄곧 이 '작은 외침의 시간'을 계속해왔다. 이날 모임은 정확히 400회째 된다. 삼일절 날 말이다.할머니들은 일본군 위안부(정신대)의 진실이 일본교과서에 실리고, 일본..
[어폴로지: 나비의 눈물] 피해자 상처는 천년이 가도 아물지 않는다 * 2019년 8월 17일(토) 00:45분 KBS 독립영화관 방송 *(박재환 2019.8.16) 일제강점기 때 강제적으로 끌려가서 일본군을 대상으로 성적인 행위를 강요받았던 ‘위안부’를 설명한 인터넷 위키백과의 영문 표제어는 ‘Comfort women’이다. 다분히 톤 다운된 용어이다. 역사적으로는, 그리고 국제법적으로는 ‘Japanese Military Sexual Slavery’로 일컫는다.  한국의 소녀들만 끌려간 것이 아니다. 20만에서 30만에 이르는 소녀들이 일본 제국주의 더러운 욕망의 가엾은 피해자가 된 것이다. 오랫동안 감춰졌던, 애써 외면했던 역사의 어두운 진실은 1990년대 들어 봇물처럼 터졌다. 한국(북한도 포함됨)과 중국인뿐만 아니라 필리핀과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카운터스] 일본극우 혐한데모대에 맞선 야쿠자 (이일화 감독 Counters, 2017) (박재환 2018.08.14.) 지난 2014년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는 특별한 전시회가 하나 열렸다. ‘일본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혐한(嫌韓) 출판물 전시회’였다. 당시 일본에서는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와 ‘혐한(嫌韓) 출판물’이 증가하면서 한일관계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었다. 일본에서 벌어지는 헤이트스피치의 대상은 ‘유태인’도 ‘예멘난민’도 아니었다. 주로 재일한국인과 조선인(조총련)을 대상으로 하는 인종차별적 증오발언이 문제였다. 이를 주도하는 일본단체는 ‘재특회’로 알려졌다. ‘재특회’는 ‘재일(在日)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의 약칭이다. 일본의 관점에서 보자면 우익단체이다. 당시 전시된 책 제목만 봐도 이들이 얼마나 한국/한국인을 싫어하고 증오하는지 ..
[안도 타다오] 빛, 물, 그리고 콘크리트 (미즈노 시게노리 감독 Tadao Ando – Samurai Architect, 2016) 조선의 궁궐 등 옛 건축물을 제외하고, 현재 한반도 땅에서 솟아오른 건축물 중 절로 눈이 가는 아름다운, 고혹적인, 멋진 건축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건물에 생명을 불어넣고, 도시를 살아 숨 쉬게 만드는 것이 건축물이다. 적어도, 여행사진의 멋진 배경사진이 되는 그런 존재 말이다. 단순히 공간이용의 효용성과 에너지사용의 효율성 문제를 떠나 오랫동안 시선을 사로잡는 건물이 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눈앞의 건물이 새롭게 보일지 모른다. 일본의 건축가 안도 타다오(安藤忠雄) 이야기이다. 25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감독:미즈노 시게노리)는 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에게 건축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건축가는 토목공사적 의미가 앞선다. 하지만 조금 규모가 큰 창작품을 디자인한다는 의미에서 확실히 예술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