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삼각형] 벌거벗은 평등과 공정의 모계사회

2023. 7. 21. 22:22유럽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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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삼각형


올해도 5월이 되었고, 어김없이 칸에서 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작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스웨덴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슬픔의 삼각형>이 개봉되었다. 스웨덴과 황금종려상이라.. 품격과 파격이 기대되는 작품일 것이다. 감독은 이미 <더 스퀘어>(2018)로 한 차례 황금종려상을 받았었다. ,품격‘과 ’파격‘에 집착하는 칸의 선택을 한 번 보자. 영화는 젊은 패션모델 커플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둘은 젊고, 잘 생겼고, 그 나이의 젊은이답게 세상을 보는 눈이 자기중심적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젊은 남자들이 한껏 기대에 부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패션모델 오디션을 보는 중이다. 카메라를 든 남자가 그 사이를 누비며 가벼운 유튜브 영상이라도 찍는 모양이다. 관객들은 이 짧은 순간에 모델업계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게 된다. 발렌시아가의 도도한 모델 표정과 H&M의 저렴한 표정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남자모델은 여자모델에 비해 개런티가 1/3밖에 안 된다는 것, 그리고 젊은 모델은 픽업을 미끼로 게이들의 유혹이 많다는 등. 칼(해리스 디킨슨)의 경우가 그러하다. 애인 야야(찰비 딘)는 업계에서 그보다 잘 나간다. 둘이 레스토랑에서 데이트를 하고는 밥값 계산으로 결국 감정이 폭발한다. “너가 더 벌면서 왜 매번 내가 계산해?”라는 이야기는 바다 건너 한국에서 데이트하는 연인에게 ‘경제적 평등’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듯하다. 물론, 영화는 그런 젊은 모델업계의 남녀 이야기가 아니다. 이들은 곧 호화여객선에 올라탄다. 인플루엔서이기에 공짜탑승이 가능했으리라. 그리고, 영화는 급속하게 자본주의적 생태계의 민낯을 보여준다. 부유한 자들이 어떻게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지, 그리고 그 탑이 무너질 경우, 어떤 사람이 헤게모니를 장악하는지를 우스꽝스럽게 보여준다. 영화는 블랙코미디임에 분명하지만 절대 웃음이 나오지 않는 구조이다. 

슬픔의 삼각형


큐브릭–클라크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초반부에는 지구상의 한 생물체(집단)가 어떻게 하여 종의 우두머리로 우뚝 서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작게 보면 ‘위협적 무기의 발견(!)’이고, 길게 보면 ‘도구의 사용’이 종의 우월성을 담보한다. 시간이 백만(광)년 지나면 어떻게 될까. 세상은 결국 돈이 지배한다. 이념적으로는 자본주의란 것이다. 감독은 토마스 선장(우디 해럴슨) 선장과 드미트리(즐라트고 부리치)의 술 취한 대화를 통해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에 대한 심오하면서도 자조적인 농담을 듣게 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안다. 돈이 전부인 듯한 세상이지만,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사회가 아니란 것을.

 영화의 세 번째 챕터에서는 그런 벌거벗은 인간의 모습이 드러난다. ‘무인도’라고 생각되는 공간에서, ‘언제까지’ 버텨야하는지 모르는 환경에서 여덟 명의 표류자들은 살아남기 위한 나름의 방법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영화에서는 위선적인, 혹은 가장 손쉬운 방식의 새로운 계급질서가 구축되는 것을 보여준다. 재밌게 보고 있던 영화가 여기서 브레이크가 걸리게 된다. 적어도 세상을 지배할 정도의 돈과 권력을 지녔던 사람은 그 자리를 그냥 차지한 것은 아닐 것이다. 누구보다도 처절하게, 열심히, 혹은 냉정하게 세상과 사람을 재단하며 지배자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단지 ‘무인도’라고 주저 앉아있을까? 장사꾼은, 비즈니스맨은 오늘 지구의종말이 왔더라도 내일부터 산소를 팔고 있을 족속인데 말이다. (즉, 누구보다 먼저 산봉우리에 올라갈 것이고, 쓰레기더미에서 도구를 만들어낼 것이다!)

슬픔의 삼각형


결국 칼과 야야는 데이트 비용으로 서로의 감정에 상처를 남기지만, 배가 침몰하고, 전쟁으로 지옥이 되고, 혜성충돌로 문명이 사라지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면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다. 그것은 자본주의의 문제도, 인성의 문제도, 계급의 문제도 아니다. 종의 번식, 그리고 그에 앞서 생존의 문제에서는 ‘슬픔의 삼각형’이나 ‘미간을 조금 찌푸린다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이어크라시가 뒤집어진다고, 그런 새로운 세상에서 아비게일(돌리 드 레온)은 화장실 청소 말고 무엇을 더 할 수 있단 말인가. <30일간의 야유회>일 뿐이다. 참, 찰비 딘(살비 딘)의 유작이다. 

▶슬픔의 삼각형 (원제: Triangle of Sadness) ▶감독:루벤 외스틀룬드 ▶출연: 우디 해럴슨, 해리스 디킨슨, 찰비 딘, 돌리 드 레옹, 즐라트코 버릭, 비키 베를린 ▶2023년 5월 17일 개봉/147분

 

[리뷰] ‘슬픔의 삼각형’ 벌거벗은 평등과 공정의 모계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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