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는 소녀] “사려 깊은 아일랜드 연풍”

2023. 7. 21. 22:17유럽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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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없는 소녀


존 포드 감독과 존 웨인이 함께 한 영화 중에 <조용한 남자/아일랜드 연풍>(원제:The Quiet Man,1952)이라는 작품이 있다. 아일랜드(에이레)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이다. 아일랜드는 영국 제도의 왼쪽에 있는 '독립국가'이다. 수도는 더블린이고, 시인 예이츠와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를 배출한 나라이다. 31일 개봉하는 영화 <말 없는 소녀>는 바로 이 나라에서 만들어진 영화이다. 예이츠가 읊은 이니스프리의 목가적 풍경을 기대하거나, '벨파스트'의 총성을 떠올리게 하는 혁명의 영화일지 기대가 된다.

영화는 1981년의 아일랜드의 한 시골 마을에 사는 아홉 살 소녀 코오트(Cáit)의 이야기이다. 도박에 빠진 아버지, 자식이 네 명이 있지만 또 동생을 임신한 어머니의 방치 속에 위태롭게 자라고 있다. 학교에서 우유 잔을 엎질러 치마를 적시자 왠지 모를 부끄러움에 교실을 뛰쳐나오는 말없는 소녀이다. '왠지 겉도는' 코오트는 먼 친척집으로 보내지게 된다. 아버지는 세 시간을 운전해서 킨셀라 부부에게 딸을 맡긴다. 방학 동안, 그리고 엄마가 출산할 동안에. 낯선 곳에 남겨진 코오트는 모든 것이 불안하다. 첫날 밤에는 익숙하지 않은 잠자리에 실례를 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 다음날부터 코오트가 만나게 되는 세상은 따뜻함과 사려 깊음, 그리고 관심과 사랑으로 충만한 세상이었다. 아줌마는 농장을 소개하고, 우물로 데려간다. “물에는 치유력이 있고, 이 우물은 아주 깊으니 조심해야 해”라고 말한다. 아저씨 숀은 처음에는 코오트를 냉랭하게 대하며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지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는, 쿠키 하나를 살짝 건넨다. 그렇게 농장 생활에 적응이 되고, 킨셀라 부부와 행복한 삶을 누린다. 그러다가 마을 사람 장례식장에 따라갔다가 이웃의 사려 깊지 못한 이야기도 듣게 된다. 그리고, 시간을 휙 지나 동생의 출산 소식과 함께, 그 곳을 떠나야 한다. 코오트는 떠나가는 숀 아저씨를 다시 한 번 만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성큼성큼 달려간다. 

말 없는 소녀

영화는 아일랜드 작가 클레어 키건의 2010년 소설 을 기반으로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영화 개봉에 맞춰 <맡겨진 아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foster’는 ‘(친부모가 아닌 사람이) 아이를 맡아 기르다‘는 뜻이 있다. 콤 바이레드가 각본과 감독을 맡은 영화 <말없는 소녀>는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어 호평을 받았고 그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되었다. 지난 3월에 열린 제95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아일랜드 영화로 최우수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 올랐었다. (수상은 독일영화 <서부전선 이상없다>에 돌아갔다)

영화 <말없는 소녀>는 우선 코오트를 연기한 캐서린 클린치의 연기에 매료된다. 순수하다거나 풋풋하다는 표현으로는 결코 전할 수 없는 깊은 내면의 정서를 보여준다. 가난하고 힘든 삶을 대변하는 아버지 어머니와, 또 말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을 묵묵히 속으로 삼키는 킨셀라 아주머니, 아저씨의 묵직하고도 묵묵한 연기가 극장에서 만나는 또 다른 감동의 무게 추를 더한다. 

말 없는 소녀

코오트는 조용하고, 말없는 소녀이지만 그래도 할 말은 하는 아이이다. 숀 아저씨는 코오트에게 우편함까지 뛰어갔다오기를 시킨다. “런, 코오트, 런!” 소녀는 성큼성큼 달린다. 아마도 모든 사람이 힘들고 슬픈 일이 있겠지만,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의 장점을 찾으려는 배려의 마음이 있다면 세상은 아름답고, 살 만할 것이다. 아마. <말없는 소녀>는 올해 만나는 가장 사랑스럽고, 평화롭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영화일 것이다. 


주인공 이름은 Cáit이다. ‘코오트’라고 불린다. 아일랜드 출신 남자 ‘Seán’이 숀으로 불리듯이 그 동네 발음일 것이다. 


▶말없는 소녀(원제:The Quiet Girl/An Cailín Ciúin) ▶감독: 콤 바이레드 ▶출연: 캐서린 클린치(코오트), 캐리 크로울리(에블린 킨셀라), 앤드류 베넷(숀) ▶2023년5월31일 개봉/95분

[사진=슈아픽처스 제공]

 

[리뷰] 말없는 소녀 “사려 깊은 아일랜드 연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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