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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끝에서 널 기다려] 날 알아보지 못하더라도....
인간이 유한한 존재이다 보니 시간의 흐름을 제어하는 '타임슬립' 이야기는 끊임없이 나온다. 참신한 것도 있고, 적당히 재활용한 것도 있고, 쓸데없는 시도를 한 것도 있다. 여기, 또 한편의 ‘비틀린 시간의 운명’을 다룬 영화가 개봉한다. 17일 개봉된 중국영화 (감독:야오팅팅)이다. 최근 개봉된 대만영화 에 이어 또 하나의 기묘한 시간여행 로맨스를 만나볼 수 있다. 는 첫사랑의 애틋함, 속절없는 시간의 흐름, 그리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고결한 희생이 관객을 자극한다. 어린 시절 외로운 린커(리훙치)에게 손을 내민 유일한 사람이 치우옌(리이퉁)이다. 둘은 죽마고우가 되고, 소울메이트가 될 것이다. 그런데 춤추는 것을 좋아하는 치우옌이 어느 날 저 먼 도시로 전학을 간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고등학생이 된..
2021.02.20 -
[리뷰] 마이 미씽 발렌타인 ' 빠른 여자, 느린 남자'
아시아의 코로나 방역 우수국가는 단연 대만이다. 적절한 대응으로 남다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모든 대형 행사가 취소되거나 비대면 방식으로 축소되는 와중에 지난 11월 열린 대만 금마장 영화시상식은 예년과 다름없이 열렸다. 이날 시상식에서 최고의 승자는 대만영화 이었다. 다행히 후효현이나 양덕창 감독 작품 말고도 대만영화는 우리나라에 꾸준히 소개되고 있다. 같은 말랑말랑한 영화에서 알고 보면 끔찍한 에 이르기까지. 금마장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 등 5개 부문을 휩쓴 은 어떤 영화일까. 영화는 나이 서른에, ‘발렌타인데이’에도 혼자 집에서 국수를 말아먹으며 라디오의 남들 사연을 들으며 한숨을 쉬는 여자(샤오치)와 시내버스를 몰며 이것저것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남자(아타이)의 ..
2021.01.14 -
[영화리뷰] 나의 작은 동무, '나쁜 시절, 착한 아이' (The Little Comrade 감독:무니카 시멧츠)
소련(소비에트연방)이 붕괴되고 독립한 나라 중에 에스토니아가 있다. 지도에서 찾아보면 러시아의 왼쪽에 위치한 이른바 발트3국인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의 하나이다. 발트해 건너편엔 핀란드와 스웨덴이 있다. 에스토니아의 인구는 130만 명이다. 참 작은 나라이다. 에스토니아어를 사용하는 이곳 사람들은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오랫동안 덴마크, 스웨덴, 폴란드, (제정)러시아의 지배를 받아왔다. 그리고 스탈린시대 소련의 점령으로 소비에트에 병합된 것이다.(USSR) 그런 에스토니아 영화를 본 적이 있는지. 14일 개봉되는 (The Little Comrade 감독:무니카 시멧츠)가 바로 극장에서 만나게 되는 에스토니아 영화이다. 이 영화를 통해 에스토니아와 러시아과의 관계를 만나볼 수 있다. 스탈린의..
2021.01.14 -
[미드나이트 스카이] 마지막 지구인 (조지 클루니 감독 The Midnight Sky 2020)
할리우드의 파워맨 조지 클루니가 에 이어 다시 한 번 우주재난극의 외피를 두른 연약한 지구인의 이야기를 전한다. 지난 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원제:The Midnight Sky)는 2016년 미국 작가 릴리 브룩스돌턴의 소설 를 영화로 옮긴 것이다. 조지 클루니는 제작, 감독과 함께 주연을 맡아 열일을 한다. 소설에서는 정확한 시점을 밝히지 않지만 영화는 ‘2049년 2월’에 이야기가 시작된다. 북극의 과학탐사기지인 바르보 관측소에는 이제 오거스트만이 남아있다. 3주 전 기지의 모든 사람들이 허겁지겁 수송기를 타고 떠났다. 전 지구에 걸쳐 무슨 엄청난 재앙이 닥친 듯하다. 꾸준히 수혈을 받지 못하면 죽은 거나 다름없는 오거스트는 이곳에서 최후를 맞이할 생각이다. 외부와의 연락도 뚝 끊긴다. ..
2021.01.04 -
[뱅가드] “날아다니던 성룡, 이번엔 계단으로!”
‘재키 찬’이라는 영어이름이 자연스럽던 홍콩 코믹액션배우 성룡은 1954년생이다. 올해 예순 여섯의 노익장이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자연스럽게 ‘청룽’이라고 불리더니 사생활 문제, 친중 행보 등이 뉴스에 오르내리며 ‘취권’에서 ‘폴리스스토리’ 등의 작품을 아직도 기억하는 팬에게는 아쉬움을 넘어 배신감을 느끼게 한다. 어쩌겠는가 세월의 강은 액션배우의 육신과 함께 다른 요소도 앗아간 모양이다. 12월 30일 개봉예정인 영화 (원제:急先鋒)는 성룡 주연의 최신작이다. 원래 올해 초 개봉예정이었지만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고 지난 9월 중국에서 개봉되었다. 저조한 흥행성적을 올린 이유는 코로나 탓만은 아니었다. 그게 더 서글프다. 영화가 시작하면 미국에서 활동 중인 기업 수장이 백주대로에 범죄조직들에 납치된다...
2021.01.04 -
[굿바이] 마지막 화장사 (おくりびと,2008)
혹시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적이 있는지. 정신없이 어수선한 시간들이 쏜살같이 지나가고, 관속에 누워있는 마지막 모습을 보면 회한의 눈물이 쏟아진다. 세월이 흐른 뒤 그때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려보게 된다. 수많은 영화에서 봤던 그런 장면. 그런데, 누가 마지막으로 그의 육신을 어루만지고, 거친 수의를 입혔고, 어떻게 관을 장식했는지 모르겠다. 여기 일본영화 [굿바이](원제:おくりびと,2008)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우리와는 장례의식, 절차가 조금 다르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절차와 과정, 수습의 결정적 순간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도쿄의 한 오케스트라 첼리스트 다이고(모토키 마사히로)가 막 베토벤의 합창 연주를 끝내고 주섬주섬 자신의 첼로를 챙길 때 청천벽력..
2021.01.04 -
[아비정전] 왕가위 전설의 초석 (阿飛正傳 Days Of Being Wild,1990)
홍콩 왕가위(왕지아웨이) 감독은 한때 많은 영화팬들의 우상이었다. 자기복제를 거듭하는 홍콩느와르와 넘쳐나는 쿵푸무협물 속에서 고고하게, 도도하게 자신만의 미학을 밀어붙였던 우직한 작가주의 영화감독의 전범이었다. 그의 전설적 작품 이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되었다. 물론, 그의 작품은 회고전을 통해, DVD를 통해, 왓챠를 통해 맘만 먹으면 쉽게 볼 수 있었다. 다시 보니 여전히 반갑고 우울했다. 왕가위 감독은 그 ‘화려하고도 분잡스러운’ 홍콩영화계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발을 디뎠다. 그가 각본을 쓴 작품목록을 말하면 아마 놀랄 것이다. 저런 대가가 저런 작품을? 여하튼 그런 과정을 거쳐 그는 1988년 를 내놓았다. 크리스토퍼 도일의 유려한 카메라에 잡힌 홍콩의 어두운 작품을 ‘왕가위스럽게’ 만든 것이다. 홍..
2020.12.24 -
[800] 피로 지킨 나라, 영화로 꽃피운 역사
코로나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가운데 영화산업이 바닥부터 흔들리고 있다. 극장가는 한파를 맞았고, 제작사들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그런 가운데 올해 중국에서 흥행 최고기록을 세운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된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진원지로 지목된 우한의 투쟁을 그린 [최미역행]이 아니다. 관후(管虎) 감독의 [팔백](원제:八佰)이란 작품이다. 지난 8월 개봉되어 ‘띄어 앉기’ 속에서 무려 30억 위앤(5천억원)의 흥행수익을 올렸다. 도대체 어떤 영화이기에 코로나로 꽁꽁 얼어붙었을 극장을 저렇게 달구었을까. [800]은 1930년대 항일전쟁시기의 격전을 다룬 영화이다. 느낌이 올 것이다. ‘애국’과 ‘항일’이라는 정서적 충격파로 가득한 프로파간다 영화이며, 이른바 ‘국뽕’영화일 것 같다. 과연 그럴까. 영화는..
2020.12.11 -
[겨울밤에] 춘천 오디세이 (장우진 감독,2018)
춘천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물안개, 닭갈비, 막국수? 아마도 가본 사람이라면 공지천, 소양강댐, 그리고 청평사를 떠올릴 것이다. 30년 전, 이곳에서 군 생활을 한 사람에게는 어떤 추억이 남아있을까. 극중 ‘잔나비띠’ 아저씨가 하룻밤 청평사를 배회한다. 은주(서영화)와 홍주(양흥주) 부부는 소양강댐을 들렸다 택시를 타고 돌아오는 길이다. 택시기사의 시답잖은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은주가 휴대폰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래서 둘은 다시 소양강댐에서 유람선을 타고 청평사로 올라간다. 이미 날은 저물었고, 인적을 끊어졌다. 송하가든에서 따뜻한 오뎅(어묵)국물을 먹고, 예상치 않은 하룻밤을 묶게 된다. 그런데, 오래 전 이곳에 왔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은주와 흥주가 그렇게 옛 생각을 떠올릴 때..
2020.12.10 -
넷플릭스-사자의 몫, "The Lion Sleeps Tonight"
넷플릭스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신작들을 쏟아내고 있다. 너무 많은 작품들이 쏟아지기에 채 알려지기도 전에 리스트 뒤쪽으로 밀려날 지경이다. 작년 공개된 작품 중에 ‘리마스터드: 사자의 몫’(원제: ReMastered:The Lion's Share 감독: 샘 컬먼)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있었다. 꼼꼼하게 보지 않으면 존재감 없이 밀려날 그런 수많은 작품 중의 하나이다. 다시 꺼내본다. 넷플릭스는 유명 아티스트의 궤적을 따라가는 8편의 [리마스터드] 시리즈를 내놓았다. 로버트 존슨, 빅토르 하라, 샘 쿡, 잼 마스터 제이, 밥 말리 등이 대상 아티스트이다. 아마 팝송에 관심이 있는 팬이라면 이 시리즈에 매료될 듯하다. ‘사자의 몫’은 어떤 작품일까. ‘The Lion Sleeps Tonight’이..
2020.12.10 -
[그날이 온다] ‘그들이 세상을 뒤집는 그날’이 과연 올까?
이번에 미국 대선을 거치면서 미국이라는 나라의 민낯이 다시 한 번 세상에 폭로되었다. 미국사회가 얼마나 계급적으로 분리되었는지, 그리고 ‘흑인(아프리칸 아메리칸)에 대한 차별과 억압이 얼마나 극악하다는 것을 뉴스를 통해 생생히 지켜볼 수 있었다. 그들에게 행해지는 공권력의 폭력과 집단적 증오를 바다 건너 우리로서는 쉽게 이해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들의 분노는 스파이크 리나 조던 필 감독을 통해 만나볼 수는 있었다. 여기, 또 다른 작품이 있다. 영화사에서는 ‘킹스 스피치’ 제작진이 만든 ‘풍자 코미디’라고 홍보하고 있는 영화 ‘그날이 온다’(원제:The Day Shall Come, 2019)이다. 억압받는 흑인에게 자유와 평등과 기회의 그날이 올까? ‘모세 알 샤베즈’는 마이애미에서 ‘육각성’(the ..
2020.12.07 -
[잔칫날] 아이고아이고, 가족의 초상
주위를 둘러보면 이런 집안이 많다. 오랜 병치레에 아버지는 병원에서 오늘내일하고 엄마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오빠와 여동생이 번갈아가며 병원을 지킨다. 경만(하준)은 전국의 잔칫집을 찾아 집안행사 이벤트MC로 밥벌이를 하고 있고, 여동생 경미(소주연)는 디자인학원을 다니며, 아르바이트하며 오빠와 번갈아 아빠 병수발을 든다. 병원비는 밀렸고 의뢰들어오는 행사는 없다. 다행히 좀 멀긴 하지만 삼천포에서 200(만원)짜리 행사가 생겼다. 그런데 갑자기 아버지가 숨을 거두신다. 오빠와 동생은 아버지 장례를 어떻게 치를지 막막하다. 초상화 준비부터, 제단 장식도, 얼마나 찾아올지도 모를 문상객을 위해 머리고기도 마련해둬야 하는지 모른다. 수의는 어떻게 하고 장지는 어떻게 할지. 가르쳐주는 어른도 없다. 당장, 상주..
2020.12.07 -
[더 프롬] 넷플릭스 뮤지컬, 화려한 설교
1년 전만해도 ‘넷플릭스’의 확장성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모르긴 해도 디즈니플러스가 합류하면 판도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그런데,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세상은 훨씬 더 넷플릭스 중심으로 돌아간다. 아카데미도, 한국영화계도, 한국 TV드라마상황도. 여기에 흥미로운 작품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이다. 물론 극장 개봉은 애당초 염두에 두지도 않고,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 작품의 원작이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란 것이다. ‘프롬’은 ‘from'이 아니고, ’prom'이다. 미국 영화에서 흔히 보는 고등학교 졸업파티, 무도회를 말한다. 반(半) 성인이 된 그들은 이제 정장을 입고, 드레스를 근사하게 차려입고, 부모님과 선생님의 축복을 받으며 근사한 세레모니를 거치는 것..
2020.12.02 -
[이웃사촌] '담 너머 동지가 산다'
지난 주말 극장가에서는 이환경 감독의 ‘휴먼’ 정치드라마 이 흥행 정상을 차지했다. 수요일 개봉되어 닷새간 동원한 관객 수는 20만 명에 그쳤다. 코로나의 위력을 실감한 주말이었다. 로 1280만 관객을 끌어 모았던 흥행감독의 신작이지만 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이슈가 되었던 작품이라 흥행 결과가 주목되었다. 영화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어두웠던 정치사의 한 순간을 보여준다. 제작사는 구체적인 시기, 인물을 밝히기를, 혹은 알려지기를 꺼려하는 모양인데, 박정희 유신시절에서 전두환 정권 시절에 행해진 야당지도자 탄압을 모티브로 한다. 당시 ‘가택연금’을 당한 민주화 인사는 많았다. 아마도 영화를 만들 때 누구를, 어떤 사건에 초점을 맞출지 고민을 많이 했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로 나갔다가 기어이 귀국하고, 독재..
2020.11.30 -
[최미역행] “마스크 쓰고 영화 봅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올해 초, 마치 피휘(避諱) 하듯 ‘우한바이러스’ 대신 ‘코로나바이러스’라고 부르기 시작한 이 전(全) 지구적 재앙은 70억 지구인의 삶과 생명을 옥죄고 있다. 그런데 연말이 다가오면서 한 때는 진앙지로 여겨졌던 중국은 어느새 코로나 청정국까지는 아니지만 ‘방역 모범국’이 되어가고 있다. 중국의 통계를 전적으로 신뢰한다면 현재 중국의 확진자 수는 834명이란다. 사태 초기부터 지금까지의 누적 확진자는 93,004명, 사망자 수는 4,749명이란다.(11월 25일까지, 중국인터넷종합) 한국은 확진자수는 어제 하루 382명 증가하여 31,735명이 되었고, 누적 사망자 수는 513명이다.(11.25 0시기준) 정말 믿을 수 있는 수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사태초기의 급박..
2020.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