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에덴] 타오르다 꺼져버린 남자의 초상 (Martin Eden,2019)

2020. 10. 23. 07:47유럽영화리뷰

 코로나가 극장을 쑥대밭으로 만들기 시작할 즈음 잭 런던(1876~1916) 소설을 영화화한 <콜 오브 와일드>가 극장에 잠깐 내걸렸다. 그리고 여전히 코로나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지금 잭 런던의 또 다른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져서 영화팬을 찾는다. 1908년 쓴 <마틴 에덴>(원제:Martin Eden)이다. 이 작품은 어쩌면 작가 잭 런던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잭 런던은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나 잡초같이 자랐다. 어릴 때부터 온갖 힘든 일과 사회 밑바닥 생활을 다 경험했던 그는 뱃사람이 되어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는 노동자였고, 프롤레타리아였고, 사회주의자였으며, 소설가였다. 그런 잭 런던의 궤적을 생각하며 이 영화를 본다면 훨씬 풍요로운 감상을 하게 될 것이다. 

 잭 런던이 동물의 왕국 <화이트 팽>과 사회주의자임을 보여준 <강철군화>에 이어 내놓은 작품이 <마틴 에덴>이다. 인간으로서, 작가로서, 사회주의 운동가로서의 삶의 궤적이 페이지를 가득 채운다. 이탈리아 피에트로 마르첼로 감독은 소설 속 캘리포니아 오클랜드를 이탈리아 나폴리로 배경을 옮긴다. 인물과 소품, 거리의 풍경은 그것이 1909년임을 관객에게 환기시킨다. 

 뱃사람 마틴 에덴(루카 마리넬리)은 부두에서 무뢰배에게 맞고 있는 한 청년을 도와준다. 그리고 그 청년의 집으로 초대받는다. 그곳은 여태 그가 살아온 더럽고, 지저분하고, ‘무식’한 사람들과의 세상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마틴은 친절한 엘레나(제시카 크레시)에게 매료되고, 조금씩 우아하고, 친절하고, 교양이 넘치는 그들의 세상에 편입되기를 갈망한다. 마틴은 엘레나를 통해 올바른 문법과 매너를 배운다. 마틴은 노력한다. 엘레나와 눈높이, 혹은 수준을 맞추기 위해 책을 읽고, 읽고, 또 읽는다. 그리고 오래된 타자기를 구해 직접 글을 쓰기 시작한다. 훌륭한 작가가 되리라 다짐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쓴 글을 받아주는 출판사, 신문사는 단 한 곳도 없다. 마틴이 책을 읽는 동안, 글을 쓰는 동안 나폴리의 풍경은 바뀌고 사회주의자의 목소리는 커지고, 젠 체하는 기득권자들의 담은 높아만 간다. 

마틴 에덴은 잭 런던이다

미천한 출신으로 교양 없는 바닥에서 시작하여 팔리는 작가가 되고 싶은 마틴 에덴은 자신의 글을 필사적으로 세상에 뿌린다. 사회 변혁에 일익을 담당하고 싶었던 잭 런던은 자신의 사상을 교묘하게 소설의 행간에 끼워 넣었고, 피에트로 마르첼로 감독은 루카 마리넬리의 훌륭한 연기와 뜨거운 웅변으로 그의 성장과 좌절, 영광과 고뇌, 그리고 마지막 추락의 순간까지 완벽하게 스크린에 담아낸다. 

 ‘벅’이 그랬고, ‘팽’이 그랬던 것처럼 마틴 에덴은 적으로 둘러싸인 무리에서 타자기로 투쟁하며 자신의 탑을 쌓아간다. 노동계급 출신이면서도 그는 사회주의자의 시위에서 ‘명확히’ 반대의사를 밝힌다. 

 이 영화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거친 영상, 투박한 화면이다. 때때로 삽입되는 옛 영상은 마틴 에덴이 관객을 무솔리니 시대의 이탈리아로 멱살을 잡고 끌어당기는 듯하다. 그게 정확히 언제적 인지는 몰라도 말이다. 2020년 10월 29일 개봉/12세관람가 (KBS미디어 박재환 2020.10.21)

 

[리뷰] 마틴 에덴, 타오르다 꺼져버린 남자의 초상

 코로나가 극장을 쑥대밭으로 만들기 시작할 즈음 잭 런던(1876~1916) 소설을 영화화한 <콜 오브 와일드>가 극장에 잠깐 내걸렸다. 그리고 여전히 코로나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지금 잭 런던의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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