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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주] 황윤석 판사, 홍은원 감독, 신수원 감독, 이정은 배우, 그리고 여성의 그림자
신수원 감독의 영화 [오마주]는 ‘여성’영화이다. 1950년대, 1960년대, 그리고 2020년대를 살아가는 한국 여성의 이야기를 꾹꾹 눌러 담고 있다. 예단하지 마라! 가부장적 남성사회에서 억압받는 불행한 여성의 이야기가 아니다. 꿈과 현실에서 방황하는 ‘여성’감독의 분투기이며, 공감기이니. 중년의 지완(이정은)은 영화감독이다. 아들(탕준상)은 엄마가 만든 영화가 재미없다고 말하고, 남편(권해효)은 이제 그만 돈 버는 작품을 만들라고 그런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었지만 ‘재미없고 돈 안 되는’ 영화의 길을 함께 걸어왔던 프로듀서가 그만두겠다고 선언한다. 의기소침해 있을 때 뜻밖의 요청이 들어온다. 영화자료원(영상자료원!)에서 옛날 흑백영화 한 편의 복원을 의뢰한 것이다. 1962년 홍은원 감독의..
2022.10.24 -
[더 렛지] 클리퍼행어 브리트니 애쉬워스
지난 주말 TV 영화소개 프로그램에서 스릴러 영화 한 편을 소개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영화 한 편을 다 본 듯한 친절한 줄거리 소개였다. 내용은 이랬다. 두 여자가 암벽 등반여행을 떠났다가 그곳에서 나쁜 남자들을 만나게 되고, 이 남자들이 한 여자를 죽인다. 나머지 여자가 이들을 피해 도망간다. 도망갈 곳은 위로! 깎아지른 듯한 높은 암벽을 타고 올라가는 것이다. 남자들이 뒤를 쫓는다. 이제 암벽등반실력만이 살 길이다. 여자는 살아날 수 있을까. 까마득한 절벽, 송진가루를 묻힌 손가락으로 아슬아슬 매달리고, 외줄에 의지하여 절벽 틈새에 뛰어든다. 시시각각 조여 오는 살인마 추적자들. 아이고, 조마조마해라. 그렇다. 영화는 결과가 궁금해진다. 그래서 끝까지 보게 된다. 물론, 관객들은 여자주인공이 살아남을..
2022.10.24 -
[열대왕사] 무더운 여름밤, 외로움과 죄책감의 무게 (중국 원쓰페이 감독,2021)
오랜만에 극장에서 만나게 되는 중국 범죄영화 [열대왕사](熱帶往事)의 영어제목은 ‘Are You Lonesome Tonight’이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1960년 불러 아직까지 사랑받는 곡이다. 그런데 이 노래는 1927년 찰스 하트가 처음 불렀었다. 프랭크 시나트라도 불렀고. 영화 분위기로 보자면 양덕창 감독의 [고령가소년살인사건]에서 꼬마친구가 부른 곡에 가깝다. 영화는 광동성 광저우를 배경으로 한다. 낡은 승합차를 타고 다니며 에어콘을 수리하는 수리기사 왕쉐밍(펑위엔)은 어느 늦은 밤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다. 누군가를 들이받은 것이다. 겁에 질린 왕은 시신을 강가에 내다버린다. 그리고 무더운 여름밤 죄책감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왕은 양후이팡(장애가)의 집에 에어콘 수리를 나갔다가 자신이 친 사람..
2022.10.24 -
[안테벨룸] 컬러퍼플 원더랜드
우리가 미국인이 아닌 이상 인종갈등을 ‘피부’로 실감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뿌리(Roots)’와 ‘남과 북’,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혹은 ‘만딩고’까지) 등의 시청각 교재를 통해 링컨의 위대함과 통합의 중요성을 느끼게 될 것이다. 물론, 피상적일 뿐이다. ‘어스’(Us)와 ’겟아웃‘을 보게 되면서 ’피부 색깔‘이 찢어놓은 미국역사의 깊은 상처를 새삼 깨닫게 된다. 제라드 부시와 크리스토퍼 렌즈가 공동감독한 [안테벨룸]은 아물지 못한, 봉합하지 못한 미국의 흑역사가 아직도 미국인에게 크나큰 족쇄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 [안테벨룸]은 남북전쟁 당시의 남부연합군이 주둔한 듯한 마을을 보여준다. 여전히 ‘흑인’을 노예로 부리고 있다. 주인이 명하기 전에는 흑인노예는 말을 절대 해서는 안된다..
2022.10.24 -
[람보] 베트남 전쟁영웅, 본토에서 길을 잃다
실베스타 스탤론에게는 ‘록키’와 ‘람보’라는 두 개의 엄청난 프랜차이즈 영화가 있다. 특이한 것은 ‘록키’와 ‘람보’ 둘 다 첫 번째 작품은 엄청난 찬사를 받았지만 이어 만들어진 속편들은 엄청난 흥행수익을 안겨주지만 오리지널 같은 작품적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실베스터 스탤론의 [람보](원제:First Blood)는 1983년에 한국에서 개봉되었다.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는데 이달 말일까지만 서비스한단다. [람보] 아직 안 보신 분은 서두르시길.한 남자가 평화로운, 왠지 쓸쓸한 동네를 기웃거리고 있다. 덥수룩한 머리와 다듬지 못한 수염, 초라한 군복차림. 행색으로 보아 월남에서 막 돌아온 제대군인인 모양이다. 어렵게 찾아간 옛 전우의 집. 전우는 이미 죽었단다. 월남전 고엽제의 후유증으로 암에 걸려 죽었단..
2022.10.24 -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오늘은 파이(π)데이”
오늘(3월 14일)은 무슨 날일까요? 화이트데이라고 생각한다면 트랜디한 사람이고, 파이데이라고 한다면 조금 아카데믹한 사람이랄까. 원주율 3.1415926......에서 힌트를 얻어 오늘을 파이데이로 축하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한다. 수학자들은 물론이고, 모르긴 해도 초코파이도 곧 뻬뻬로데이 버금가게 판촉드라이브를 걸 것 같다. 어쨌든 파이데이를 맞아 딱 알맞은 영화를 소개한다. 지난 9일 개봉된 박동훈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이다. 주인공이 수학자이다. 그것도, 탈북한 수학자이다. 무려 ‘리만가설’을 증명하는 위대한 수학자이다. 최민식이 주인공을 연기한다. [쉬리](1999)에서 남조선의 썩어빠진 인민들의 작태에 일갈을 가하던 특수 8군단 비밀 특수대 박무영을 연기했던 그 최민식이다! ● 인민..
2022.10.24 -
[한산:용의 출현] 1592년의 조선 바다의 파고는 높았다 (김한민 감독,2022)
김한민 감독이 [명량]이후 8년 만에 내놓은 이순신 장군의 두 번 째 이야기 [한산:용의 출현]의 흥행추세가 예사롭지 않다. 장군 ‘이순신’의 명성과 감독 ‘김한민’의 능력이 극장가를 제대로 호령하고 있다. 전편 ‘명량’은 “신에겐 아직 열 두 척의 배가 있습니다”라는 온 국민의 심금을 울린 명대사가 있는 1597년의 명량해전을 다뤘다. 이번에 나온 ‘한산:용의 출현’은 그보다 5년 앞선 1592년, 임진왜란 발발 초기의 전황을 다룬다. 당시 조선의 왕은 14대 선조였다. 일본의 야심은 날로 끓어오르고 있었지만 당시 조선은 ‘십만양병설’은 꿈같은 이야기였고, 일본을 다녀온 통신사 일행의 전언보고는 정치적 논란거리로 변질되면서 “괜찮아. 그깟 왜구들이...”라던 시절이었다. 그래도 하늘이 조선을 버리지 않..
2022.08.01 -
[외계+인 1부] 이 영화를 재밌게 보는 방법 “그는 그가 아니다!” (최동훈 감독,2022)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 ‘도둑들’, 그리고 ‘암살’까지 내놓는 작품마다 흥행 성공을 거둔 최동훈 감독의 ‘초’ 기대작 ‘외계+인’(1부)가 개봉된 뒤 관객의 환호성을 받지 못한 것은 예상 밖의 일이다. 초호화 캐스팅과 그동안의 한국영화계가 축적한 CG기술이 충분히 볼만하고, 무엇보다 최동훈 스타일의 상상력이 영화적 재미를 꽉 채웠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머뭇거린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를 찾는 것이 이 영화를 보는 재미일 수도 있다. 영화 ‘외계인’은 고려 말기 1381년과 현재를 오가면, 인간과 외계인이 뒤엉켜 싸우는 구도이다. 그들이 그렇게 바쁘게 오가며 싸우는 것은 단 하나 ‘신검’을 손에 쥐기 위해서이다. 엑스칼리버도, 청명검도 아닌, 그것은 외계에서 온 절..
2022.08.01 -
[헤어질 결심] 漂亮極了! 공교로운 형사와 불쌍한 여자 (박찬욱 감독,2022)
‘깐느 박’ 박찬욱에게 ‘마침내’ 감독상을 안겨준 깐느영화제 수상작 [헤어질 결심]이 개봉되었다. ‘헤어질 결심’은 시네필 박찬욱의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과 자신의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관계에 대한 집착이 완벽하게 구현된 ‘영화적’ 작품이다. 분명 이 영화는 볼 때마다 그 미장센에 매혹되고, 장면과 대사를 곱씹어볼 때마다 감탄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박찬욱이라는 명감독이 조율한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앙상블로 더욱 빛을 발한다. 영화는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아름다운 중국여자 서래(탕웨이)의 혐의를 파헤치다가 공교롭게 그 피의자에게 매혹되고 마는 형사 해준(박해일)의 이야기이다. 출중한 수사실력, 그리고 세련된 매너로 ‘최연소 경감’이라는 명성을 얻고 있는 박해일은 구소산에서 추락사한 남자(유승목)의 ..
2022.07.06 -
[인터뷰] 수지의 거짓말,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쿠팡플레이 ‘안나’)
2010년부터 7~8년 정도 활동하며 큰 사랑을 받았던 걸그룹 미쓰에이의 멤버 수지(배수지)는 가수 데뷔 이듬 해 KBS드라마 [드림하이]에서 주인공 고혜미를 연기했다. 그리고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에서의 연기로 ‘국민첫사랑’이 되어버린다. 이후 꾸준히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며 가수와 함께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런 연기자 수지를 만날 수 있는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가 지난 달 공개되었다. [안나]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정한아 작가의 장편소설 '친밀한 이방인'을 원작으로, '싱글라이더'를 통해 감성을 인정받은 이주영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수지를 만나 [안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안나]가 공개된 후 작품과..
2022.07.04 -
[공기살인] 가습기 살균제가 사람을 죽인다 (조용선 감독,2022)
[박재환 2022.04.26] 1994년 한국의 한 생활용품 제조사에서 ‘세계최초’라는 타이틀을 걸고 신제품을 내놓았다. 가습기살균제라는 것이었다. 방안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가습기를 사용하는 집이 늘어났고, 가습기의 최대 단점은 물곰팡이의 증식이 높다는 것. 이것을 막기 위해 가습기 물통에 ‘살균제’를 넣기만 하면 아주 좋다는 것이 업체 주장이었다. 불티나게 팔리자 업체마다 유사상품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몇 년 사이에 한국에서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봄만 되면 폐질환 환자가 생기기 시작한 것. 폐 조직이 굳어 심각한 호흡장애를 불러일으키는 폐섬유증 환자가 급증한 것이다. 죽는 사람도 생기고. 단지, 그 이유를 모를 뿐이었다. ‘가습기 살균제’때문이라는 사실을. 살균제 성분 ‘폴리헥사메..
2022.05.22 -
[뮤지컬 ‘킹키부츠’ 라이브] 커뮤니티, 정체성, 그리고 변태부츠 (Kinky Boots: The Musical, 2019)
“Everybody say yeah!” [박재환 2022.04.25] 뮤지컬 [킹키 부츠](원제:Kinky Boots)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콘텐츠이다. 21세기 들어 영국 노샘프턴에서 벌어진 일련의 산업적 변화과정을 담고 있다. 오랫동안 이 지역 사회를 지탱하고 있던 제화공장들이 불경기로 잇달아 문을 닫게 된다. 프라이스 제화공장을 물려받은 젊은 사장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4대 째 동고동락한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해고되고, 공장건물은 사라지고 그 곳에 번듯한 신축아파트거 들어서면 되는가? 그때 찰리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드랙 퀸’이다. 밤무대에서 여장을 하고 높은 하이힐을 신고 춤을 추는 인물이다. 문제는 거구(!)의 남자들이 신기에 하이힐의 뒷축이 부실하다는 것. 제화전문가의 눈에 새로운..
2022.05.22 -
[누가 총통을 쏘았나] 대만 대통령선거 총격사건의 재구성 (幻術, 티빙)
[박재환 2022.03.10] 대한민국의 앞으로의 5년을 이끌 20대 대통령선거가 끝났다. 선거 운동기간 후보와 진영 간에 펼쳐졌던 다이내믹한 열기는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기고, 흥미로운 정치영화 한 편을 소개한다. 현대사의 궤적에서 한국과 아주 흡사한 과정을 겪은, 그야말로 데칼꼬마니라고 할 수 있는 대만 정치판 이야기이다. 2004년, 대만 총통(대통령) 선거일 하루 전날 발생한 총격사건을 둘러싼 음모론이다. 티빙에 올라온 영화 ‘누가 총통을 쏘았나’(원제:幻術,2019)라는 영화이다. 흥미진진하다. 먼저, 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대만현대사를 잠깐 알아둘 필요가 있을 듯하다. 1910년 마지막 황제 푸이가 5천년 왕정시대를 끝장내고 대륙은 인민의 나라가 된다. 모택동(마오쩌뚱)의 중국공산당과 장..
2022.05.22 -
[더 배트맨] 토호세력에 맞선 고독한 자경단원
[박재환 2022.03.07] ‘DC Comics’는 1937년부터 끊임없이 미국식 영웅들을 창조해왔다.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이 DC에서 태어난 영웅들이다. 코흘리개의 만화책을 뛰어넘어 세대를 이어가며 팬들을 사로잡았던 영웅들은 할리우드로 진출하여 글로벌한 영웅놀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나 마블과의 경쟁을 통해 지구뿐만 아니라 우주적 차원의 정의놀음에 열중하고 있다. 마블에 항상 열세인 DC에서 내놓은 영웅담 최신담은 ‘더 배트맨’이다. 제목부터 거룩하다. 만화책 속 영웅 배트맨은 1939년에 처음 세상에 선을 보였다. 밥 케인과 빌 핑거가 창조해낸 배트맨은 고담 시티에서 악을 응징하는 브루스 웨인의 이야기이다. 80년의 세월이 지날 동안 브루스 웨인은 브루스 웨인대로 고민이 깊어지고, 배트맨은 배..
2022.05.22 -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하나님 (테무 니키 감독, 2021, 핀란드)
[박재환 2022.03.04] 1998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타이타닉]이 개봉되었을 때 그 영화의 인기는 어마어마했다. 친구와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선 필견의 무비였다. 그런데 그 [타이타닉]을 안 본, 못 본 사람이 있다면? 핀란드의 이 남자가 ‘타이타닉’을 여태 보지 않은 이유를 따라간 본다. 핀란드 탐페레에 살고 있는 야코는 다발성경화증을 앓고 있다. 병세는 악화되어 시력은 상실했고, 하반신이 마비되어 하루 종일 집에서 휠체어를 탄 신세이다. 그의 유일한 낙은 전화로 누군가와 수다를 떠는 것이다. 저 멀리 해멘린나에 살고 있는 시르파는 그의 '폰팔'이자 '소울메이트'이다. 시르파도 큰 병을 앓고 있다. 복지사의 도움 없이는 꼼짝도 못하는 야코는 어느 날 큰 결심을 한다. 해멘린나의 시르파의 집을 ..
2022.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