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테벨룸] 컬러퍼플 원더랜드

2022. 10. 24. 13:04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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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미국인이 아닌 이상 인종갈등을 ‘피부’로 실감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뿌리(Roots)’와 ‘남과 북’,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혹은 ‘만딩고’까지) 등의 시청각 교재를 통해 링컨의 위대함과 통합의 중요성을 느끼게 될 것이다. 물론, 피상적일 뿐이다. ‘어스’(Us)와 ’겟아웃‘을 보게 되면서 ’피부 색깔‘이 찢어놓은 미국역사의 깊은 상처를 새삼 깨닫게 된다. 제라드 부시와 크리스토퍼 렌즈가 공동감독한 [안테벨룸]은 아물지 못한, 봉합하지 못한 미국의 흑역사가 아직도 미국인에게 크나큰 족쇄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 [안테벨룸]은 남북전쟁 당시의 남부연합군이 주둔한 듯한 마을을 보여준다. 여전히 ‘흑인’을 노예로 부리고 있다. 주인이 명하기 전에는 흑인노예는 말을 절대 해서는 안된다. 이곳을 도망가다 발각되면 모진 매질을 당한다. 총에 맞아 죽기도 한다. 그렇게 죽은 흑인의 시신은 마을 한 편에 마련된, 벽돌로 만든 화장시설에서 불태워진다. 이곳에서 노예신세의 흑인여자 ‘이든’이 탈출을 꿈꾼다. 어디로? 노예가 해방된 링컨의 북쪽 마을로? 죽어서라도 자유를 얻는 이승으로? 제랄드 부시의 ‘안테벨룸’은 놀라운 공간적 판타지를 보여준다. 그것은 평행이론도, 시간여행도, 꿈속의 자각도 아니다. 


영화는 윌리엄 포크너의 명문으로 시작된다. "The past is never dead. It's not even past."(과거는 결코 죽지 않았다. 지나가지도 않았다). 이 말은 포크너의 소설 [어느 수녀를 위한 진혼곡](Requiem for a Nun,1951)에 나오는 대사란다. 영화를 보고 나면 그 상황이 이해가 된다. 미국을 갈라놓은 흑백의 갈등은 결코 끝나지 않은 진행형의 비극이란 것을.

‘안테벨룸’(Antebellum)은 사전적 의미로 ‘전쟁(bellum) 전(前,ante-)’을 일컫는다. 세계대전도 아니고, 월남전도 아니다. 미국사의 가장 중요한 전쟁인 ‘남북전쟁/시민전쟁’(1861~)을 말한다. 그럼 그 ‘전쟁 전’은 언제부터인가. 대륙에서 영국군을 몰아낸 영미전쟁(1812) 이후부터이다. 특히 이 시절 미국 대륙은 ‘남과 북’이 노예제폐지 문제를 두고 격렬하게 찬반논쟁이 붙던 시기이다. 

아마도, 사전지식 없이, 결정적 스포일러를 듣지 않았다면 영화를 보면서 어느 지점에서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미국은 150년 전이나, 지금이나 'BLM'(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은 중요하다)이 나라를 둘로 쪼개 놓는 큰 문제이다. 


영화 마지막에 남부군을 지휘한 에드워드 E. 리(Robert E. Lee) 장군의 기마상이 잠깐 보인다. 미국에는 여전히 남군의 위엄을 과시하는 상징물, 역사유적이 많이 남아있다. 그중 하나가 버지니아 살로츠빌(Charlottesvillle)의 한 공원에 있는 로버트 리 장군 동상이다. 'BLM‘운동과 맞물러 시위가 이어지고, 동상 철거를 둘러싼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동상은 철거되었다. 시의회는 동상을 녹여 새로운 공공 미술작품을 만들 것이라고 한다. 포크너의 말이 다시 떠오른다. "The past is never dead. It's not even past."

누구에겐 ‘앤터벨룸’이 단지 ‘웨스트월드’(이색지대,1973) 이겠지만 그들에겐 ‘생존전쟁’이다. 

▶안테벨룸 (Antebellum,2020) ▷감독:제라드 부시, 크리스토퍼 렌즈 ▷출연: 자넬 모네, 잭 휴스턴, 지나 말론 ▷2022년 2월 23일 개봉/15세관람가 #박재환 KBS미디어 #영화리뷰

 

[리뷰] 안테벨룸 “컬러퍼플 원더랜드”

안테벨룸우리가 미국인이 아닌 이상 인종갈등을 ‘피부’로 실감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뿌리(Roots)’와 ‘남과 북’,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혹은 ‘만딩고’까지) 등의 시청각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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