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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오펜하이머(Julius Robert Oppenheimer) 같은 과학자, 트루먼 같은 정치인, 그리고 여기에 히틀러 같은 적(敵)이 있을 경우, 지구는 굉장히 불안정할 것이다. (원자핵처럼 말이다) 지난 달, 광복절에 개봉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는 다양한 레이어의 감상을 안겨준다. 놀란 감독은 ‘지구인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할 여러 요인 중에 ‘핵문제’를 내놓았고, 그 이야기를 ‘핵폭탄의 아버지’라는 오펜하이머를 통해 불안정한 세계촌을 그린다. 이제 “칼을 휘두른 사람을 단죄해야지, 칼을 만든 사람을 단죄할 수 없다”는 이야기에서 한걸음 나아가 후쿠시마 앞 바다의 삼중수소에까지 이어질 원죄론을 살펴보자. 오펜하이머는 미국으로 건너온 유태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런데 유태인으로서의 자부심이나, 정체..
2023.11.24 -
[잔고: 분노의 적자] 백승기 No.5
어떤 저예산독립영화를 보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저 감독에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급 제작비를 안겨준다면, 어떤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라고. 이건 피터 잭슨 감독의 , 그러니까 (1987)가 떠올라 하는 말이다. 넘치는 끼, 샘솟는 아이디어, 그리고 영원불멸의 예술혼에 걸맞은 제작비가 주어진다면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 궁금해진다. 그 대상에는 백승기 감독이 있다. 백승기 감독 스타일로 말하자면 “세상엔 백승기 작품을 본 사람과 안 본 사람으로 나뉜다” 일지도 모르고, “끝까지 본 사람과 중간에 나온 사람으로 나뉜다”일지 모른다. 백승기 감독의 (12), (16), (19), (2020)를 (만약) 본 사람이라면 다음 작품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모른다. 작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었고..
2023.11.24 -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 1938년, 용서와 구원의 스탈린 앞잡이
‘나타샤’, ‘아나스타샤’ 같은 낭만적 이야기가 넘칠 것 같은 러시아 제국은 20세기 들어서면서 레닌과 볼세비키, 공산주의 같은 무서운 얼굴로 바뀐다. 결국 왕정국가는 무너지고 1922년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이 들어선다. 그리곤 1991년 고르바초프를 마지막으로 그 제국이 무너질 때까지 미국에 맞서는 초강대국가로 존재했다. 어떻게? ‘공산주의’라는 숭고한 이데올로기로? 시계추는 1938년으로 돌아간다. 레닌의 뒤를 이어 1922년 소련공산당 서기장을 맡은 스탈린은 죽을 때까지 30년 동안 소련과 세상의 절반을 ‘공산주의’로 장악했다. 물론 마르크스 사상만으로 인민을 무장시킨 것은 아니다. 영화 는 스탈린 치하의 한 시기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트로츠키도, 미제(!)와의 전쟁도, 카레스키의 강제이..
2023.11.24 -
[잠] 정유미의 美친 연기, 이선균의 필사의 연기.. “불 위의 곰국” (유재선 감독)
봉준호 감독의 의 연출부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개봉 전에 큰 주목을 받은 유재선 감독의 데뷔작 이 지난 6일 개봉되었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 개봉 전부터 과 유재선 감독에 대한 칭찬을 쏟아내어 영화팬들의 관심과 기대를 불러 일으켰다. 과연 은 어떤 영화일까. 영화는 제대로, 편안히 잠들지 못하는 한 남자와, 그로 인해 불안에 떨게 되는 여자의 이야기이다. 둘은 부부이다. ‘몽유병’이 부부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영화에서 잡아낸다. 영화가 시작되면 현수(이선규)의 나지막하게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에 잠을 깬 수진(정유미)은 남편이 침대에 앉아서 “누가 들어왔어..”라는 잠꼬대를 듣는다. 현수의 수면장애는 시간이 갈수록 증세가 심해진다. 자기 뺨을 마구 긁고, 한밤에 깨어 냉장고를 열어 생..
2023.09.08 -
[달짝지근해:7510] 유해진-김희선, 궁극의 배합비율 (이한 감독,2023)
이전에 TV에서 식품업체 연구소에서 일하는 달인을 보여준 적이 있다. 끓인 라면을 한 입 맛보면서 그게 ‘무슨 라면인가’가 아니라, 어떤 물로 끓였는지를 알아맞히는 것이다. ‘생수’, ‘하루 전 받아놓은 수돗물’ 식으로. 정말 타고난 미각, 혹은 후각을 가진 사람은 그 재능을 십분 발휘하게 된다. 여기 그런 인물이 있다. 유해진은 제과업체 연구원이다. 최고의 맛을 알아내는, 그래서 그런 과자를 만들어 빅히트를 친 인물이다. 이 사람, 연애는 제대로 할까? 상대는 무려, 김희선이다! 치호(유해진)은 정해진 시간에 딱 일어나서, 출근해서는 종일 과자 맛만 본다. 점심도 연구실에서 혼자 과자만 먹는다. 현실감각은 제로이다. 그런 세상의 한편에는 일영(김희선)이 있다. 어릴 때 낳은 딸 진주(정다은)와 단 둘..
2023.08.23 -
[보호자] 정우성 같이 생긴 사람은 평범하게 살기가 어렵다 (정우성 감독,2023)
배우 정우성은 잘 생긴 얼굴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그런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은 발언과 행보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물론, 그게 일심동체라면 멋진 일일 테고. 정우성은 오랫동안 감독의 꿈을 품고 살았다. 언젠가는 멋진 자기만의 작품을 연출해 볼 것이라고. 아마 많은 시나리오를 검토한 끝에 자기의 얼굴과 자기의 꿈에 어울리는 작품을 골랐을 것이다. 마침내 그런 영화가 완성되었다. 15일 개봉된 영화 이다. 정우성이 감독과 함께 직접 주연을 맡았다. 그와 함께 김남길, 김준한, 박성웅, 박유나, 이엘리야 등이 출연한다. 충무로 대스타 정우성이 수십 년을 벼른 일검의 직격을 지켜본다. 영화 시작은 교도소에서 만기로 출소하는 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수혁(정우성)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2023.08.17 -
[콘크리트 유토피아] “평범한 사람들의 마지막 안식처” (엄태화 감독,2023)
아파트(건축물)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 적어도 왕이 사는 궁(宮)보다는 훨씬 짧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의 ‘세대’에 준할 만큼 다들 재개발과 재건축을 기대한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집에 대한 애착, 아파트에 대한 기대심이 높으니깐. 영화 는 바로 그런, 우리가 살고 있는 집에 대한 고찰이다. 집이 우리에게 실질적으로 무슨 기능을 하는지 가혹한 환경 속에서 테스트를 해본다. 어느 날 자연재해가 발생한다. 분명 우리 동네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서울, 대한민국, 아니면 지구 전체를 덮친 대재앙이다.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이 무너졌다. 도로는 뒤틀리고, 건물은 무너지고, 사람들은 죽어나간다. 오직 언덕배기에 있는 서민아파트 황궁아파트 한 동이 무너지지 않았다. 도대체 어느 건설사가 만든 아파트이기..
2023.08.17 -
[비공식작전] ‘88 서울올림픽의 뒤안길’ (김성훈 감독,2023)
전두환 정권시절로 시계바늘을 돌려보자. 그때 충무로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만들기 어려웠던 영화는 SF가 아니라 정치드라마였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거치면서 한국인의 시야가 넓어지고, 한국영화감독의 배포가 커진 모양이다. 은 그 시절의 이야기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중동, 레바논의 베이루트에서 대한민국 외교관 한 사람이 백주대낮에 소총을 든 무장 세력에 납치된다. 정부가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중동에 안기부(국정원의 전신) 요원이 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당시 정권에선 가용할 수단도 별로 없었다. 사실 그 당시 레바논은 엉망인 상태였다. ‘모자이크 국가’라 불릴 만큼 수많은 종교, 종파가 복잡하게 얽혀 헤게모니를 잡기 위해 내전을 펼치던 시절이었다. 많은 무장단체들이 이합집산하거나, ..
2023.08.17 -
[더 문] “메이데이 메이데이, 수동조작으로 바꿔라!” (김용화 감독,2023)
, 1,2의 흥행감독 김용화 감독이 이번엔 한국인을 우주로, 달로 보내는 초특급우주탐사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물론, 로켓에 우주인을 태워 카운트다운하고 환호성을 지르는데 그치지 않는다. 우주인은 사연이 있고, 여정에는 첩첩이 난관이다. 그 과정에서 한국인의 피와 땀과 눈물을 보여주고, 인류애적 희생과 함께 김용화 감독 특유의 ‘용서와 구원’을 선사한다. 만약 그걸 못 느꼈다면 화려한 CG와 놀라운 VFX에 현혹당한 것이다!! 한국, 우주를 향해, 미래를 향해영화는 5년 전 사고에서 시작된다. 광활한 우주를 향해 ‘나래호’가 발사되지만 지구 궤도를 벗어나기도 전에 폭발한다. 그 사고의 여파로 우주탐험을 진두지휘한 김재국(설경구) 센터장은 자리에서 물러나고 소백산탐사기지에 칩거한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우..
2023.08.07 -
[유랑지구2] 사과나무 대신 로켓을 개발하는 인류 (곽범 감독,2023)
[삼체](三體)로 휴고상을 받은 중국 작가 류츠신(劉慈欣)이 2000년에 SF잡지에 처음 발표한 는 중국작가, 혹은 중국SF의 스케일이 할리우드 버금가고, 사이즈가 롤랜드 애머리히 뺨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단편을 곽범(郭帆 구오판)감독이 영화로 옮겼는데 그야말로 어머어마했다. 설정은 대단히 과학적이다! 어느 날 태양이 급속팽창, 급속 노화한다는 것이다. 중국과학자는 300년 내에 태양이 팽창하여 지구를 삼키고, 태양계가 소멸될 것이란 것이다. 이런 천문현상은 별들의 역사에서 일반적인데, 과학자들은 100억 년 뒤에 실제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단다. 아주 먼 미래의 일로 여겨지던 재앙이 300년 뒤에 발생한다면? 과연 인류는 사과나무를 심을 것인가? 미래 세대를 위해 과연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
2023.07.23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가모라의 슬픈 기억, 로켓의 아픈 과거”
‘슈퍼맨’과 ‘배트맨’만이 존재하던 슈퍼히어로 마켓에 ‘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이 한동안 완전 장악하더니 어느 날 우주 공간의 이상한 것들만 잔뜩 끌어 모아서는 거창하게 ‘우주 보호자’라고 자처하고 나선 작품이 있다. 제임스 건 감독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Guardians of the Galaxy)이다. 말하는 너구리(라쿤)와 “아임 그루트”라는 말밖에 못하는 나무뭉치라니. 놀랍게도 1편(2014년), 2편(2017)이 차례로 박스오피스에서 대박 흥행기록을 세운다. 그리고, 코로나가 물러가고, 마블이 몇 차례 죽을 쑤더니 드디어 다시 한 번 놀라운 존재들의 집합체인 ‘가오갤’의 마블러스한 ‘우주보호자’의 파워를 보여줄 요량이다. (‘가오갤2’이후 지구 시간으로 6년이 흐른 뒤) ‘Knowhere..
2023.07.23 -
[그녀의 묻혀진 이야기] 대만 백색테러 시기, 녹도의 비극 (주미령 감독)
우리나라에 소개되는 중화권 영화는 이런저런 이유로 극장에서 제때에 보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부산이나 전주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에서나 화제의 작품을 겨우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기간에 소개된 도 그런 작품 중 하나이다. 주미령(周美玲, 쩌우메이링=제로 츄) 감독의 2022년 영화이다. 국내에 소개되는 대만영화는 몇 가지 경향성이 있다. 청춘멜로드라마이거나 LGBTQ 영화, 아니면 그들의 슬픈 현대사가 응축된 작품이다. 한국영화팬에겐 양조위의 슬픈 눈빛으로만 이미지가 남아 있는 를 비롯하여 넷플릭스 드라마로도 소개된 이 그런 역사물이다. 에는 어떤 슬픈 대만 현대사가 숨어있을까. 의 대만 원제목은 ‘류마구15호’(流麻溝十五號)이다. 대만 섬 동쪽 앞바다의 작은 섬 녹도(綠島)의 한..
2023.07.23 -
[리턴 투 서울] 내 마음의 안식처는 어디인가 (데이비 추 감독, 2022)
태어나자마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해외로 입양 간 아이의 운명에 관한 이야기는 많다. TV 아침교양 프로그램에서, 사회고발 시사프로그램에서, 애니메이션에서, 절망적인 영화로도 만나봤다. 이런 해외 입양아의 처연한 모습은 한국전쟁 이후 대규모로 발생한 전쟁고아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개발시대에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갓난아기는 버려지거나 고아원을 거쳐 해외로 나간다. 그렇게 떠나간 한국출신의 해외입양아의 수가 20만을 뛰어넘는다고. ‘고아수출’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써야 했다. 거기까지이다. 각자의 사연이 있으니. 오늘(3일) 개봉하는 프랑스 영화 은 그렇게 떠난 한국입양아에 관한 이야기이다. 전쟁고아는 아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씩씩한 프레디(박지민)의 모습이 보인다. 프랑스인이다. 2주의 휴..
2023.07.23 -
[자전거 도둑] 살아남아라, 훔쳐서라도!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1948)
75년 전 영화가 한국 극장에서 개봉된다. 이탈리아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1948년 작품 이다. 파시스트 무솔리니의 이탈리아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국이 된 뒤 이탈리아의 모습은 짐작 가능할 것이다. 전쟁은 모든 국민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다. 당장 생계가 급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영화 은 냉혹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전쟁이 막 끝난 뒤. 로마의 발 멜라이나(Val Melaina)에 사는 안토니오(람베르토 마지오라니)는 아내 마리아(리아넬라 카렐), 아들 브루노(엔조 스타이올라), 그리고 갓난 아이를 부양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일자리를 찾고 있다. 겨우 일자리를 하나 구했는데 자전거가 꼭 필요하단다. 결국 아내는 침대시트를 전당포에 맡기고 예전에 저당잡힌 자전거를 찾아온다. ..
2023.07.23 -
[드림] “사람은 꼿꼿해야 해요. 그게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봐요” (이병헌 감독)
과 의 흥행감독 이병헌 감독의 신작 은 장항준 감독의 처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포츠영화이며, 보는 사람에게 재미와 감동, 혹은 삶에 대한 용기를 북돋아준다는 공통점이 있을 것이다. 를 보기 전에는 부산의 한 고등학교 농구부가 그런 경기를 펼쳤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었을 것이다. 이 영화 도 비슷하다. 2010년에 노숙자(홈리즈) 월드컵 경기가 있었고, 한국의 홈리스팀이 출전했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그 경기를 모티브로, 박서준과 아이유라는 스타캐스팅으로 영화가 만들어졌다. 과연 보다 강한 울림과 보다 더 높은 스코어를 안겨줄까. 영화은 축구선수 윤홍대(박서준)의 몰락과 함께 시작된다. 그라운드를 열심히 누벼야할 그가 같은 팀 에이스(강하늘 특별출연!)와 경쟁하는 어이없는 플레이를 펼치고, 가..
2023.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