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과 ‘배트맨’만이 존재하던 슈퍼히어로 마켓에 ‘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이 한동안 완전 장악하더니 어느 날 우주 공간의 이상한 것들만 잔뜩 끌어 모아서는 거창하게 ‘우주 보호자’라고 자처하고 나선 작품이 있다. 제임스 건 감독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Guardians of the Galaxy)이다. 말하는 너구리(라쿤)와 “아임 그루트”라는 말밖에 못하는 나무뭉치라니. 놀랍게도 1편(2014년), 2편(2017)이 차례로 박스오피스에서 대박 흥행기록을 세운다. 그리고, 코로나가 물러가고, 마블이 몇 차례 죽을 쑤더니 드디어 다시 한 번 놀라운 존재들의 집합체인 ‘가오갤’의 마블러스한 ‘우주보호자’의 파워를 보여줄 요량이다.
(‘가오갤2’이후 지구 시간으로 6년이 흐른 뒤) ‘Knowhere’에 새로운 근거지를 마련한 가디언즈. 가모라를 잃은 슬픔에 스타로드(크리스 프랫)가 할 수 있는 것은 술에 취하고, 어쿠스틱 버전의 ‘크리프’를 들으며 절망하는 것 뿐. 말하는 너구리(라쿤) ‘로켓’은 언뜻번뜻 뇌리를 스치는 과거의 악몽에 괴로워한다. ‘로켓’에게는 어떤 숨겨진 과거가 있는 것일까. 새로운 빌런인 ‘하이 에볼루셔너리’(추쿠디 이우지)는 금빛 찬란한 ‘슈퍼맨’ 스타일의 아담(윌 폴터)에게 로켓을 잡아 대령하라고 하면서 절망에 빠졌던 우주보호자들은 정렬을 재정비하고 행성의 평화와 친구들의 우정을 복원하기 위해 우주선에 올라탄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은 사랑하는 가모라를 잃은 스타로드가 어떻게 정신을 차리고, 정의의 히어로로 다시 우뚝 서는지 보여주면서, 로켓을 통해 ‘마블 슈퍼히어로물’답지 않게 강력한 메시지를 탑재한다. 영화 초반에 보여주는 꼬물거리는 ‘새끼 라쿤’들은 하이 에볼루셔너리에 의해 생체실험을 당하는 ‘모르모트’ 신세이다. 멀리 보자면 ‘닥터 모로의 섬’ 같은 곳에서 ‘닥터 프랑켄슈타인의 괴물’같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새로운 종으로 채워진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빌런의 희생목록에는 라쿤, 토끼, 수달, 바다코끼리 등등이 있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어린 인간’들도 우주선에 한 가득이다. 스타로드와 그 친구들은 이제 엄청난 우주전함 전단과 미래전쟁을 펼치는 것과 함께 동물권과 아동복지를 위한 시민운동에도 나서는 것이다.
제임스 건의 [가오갤3]의 여타 마블 슈퍼히어로와는 차별화된 포인트가 있다. ‘평범한’ 마이너 해적 일당의 영웅놀이라는 스토리라인에 캐릭터의 개성이 묻어나는 유머가 끊이지 않고 펼쳐진다. 서로 간에 펼치는 티키카카 유머는 ‘블록버스터 SF의 볼거리’보다 훨씬 더 영화를 풍요롭게 만든다. 스타로드의 입담은 여전하고, 맨티스와 드랙스의 대화, 크래글린(숀 건)과 ‘소련’ 우주견 코스모의 ‘배드독 농담’이 ‘갤럭시 오브 가디언즈’ 재미의 핵은 멤버들의 입씨름임을 다시 한 번 증명한다. (알록달록한 우주복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 오마주란다. 웃기면서도 챙길 것은 다 챙기는 감독이다!)
제임스 건 감독은 이제 마블을 떠나 ‘DC’의 우주를 디자인할 예정이다. 떠나면서 기이한 것도 남겨둔다. 빌런의 실험용 아이들 중 구출된 아이 중 하나가 필라벨(Phyla-Vell)이고, 이스트에그에는 '케빈 베이컨'이 등장한다. ‘가오갤’로 마블에 자신의 문양을 확실히 박은 제임스 건이 ‘DC’에서도 자신의 우월적 DNA를 잔뜩 남기기를 기대한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Volume3 (Guardians of the Galaxy Volume 3) ▶감독: 제임스 건 ▶출연: 크리스 프랫(스타로드), 조 샐다나(가모라), 데이브 바티스타(드랙스), 빈 디젤(그루트 목소리), 브래들리 쿠퍼(로켓 목소리), 카렌 길런(네뷸라), 폼 클레멘티에프(맨티스), 윌 폴터(아담 워록), 엘리자베스 데비키(아이샤), 숀 건(크래글린), 실베스터 스탤론(스타카르 오고르드), 마이클 루커(욘두) ▶2023년 5월 3일 개봉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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