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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웨일] 역겨운 육신과 위~대한 유산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2022)

미국영화리뷰

by 내이름은★박재환 2023. 7. 2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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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웨일


 지난 1일 개봉된 할리우드 영화 <더 웨일>(원제:The Whale) 속 주인공의 몸무게는 273킬로그램이다. 엄청난 육신을 가누지 못하고 연신 숨을 헐떡이는 가련한 남자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 남자는 육신만 가련한 것이 아니라, 그의 가족 관계와 살아온 과거가 모두 가련하다. 올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수상이 유력해 보이는 브렌든 프레이저가 연기하는 영화 <더 웨일> 속 주인공이다. 물론 그는 고래가 아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미국 아이다호의 호젓한 시골길에 버스가 정차하고 한 남자가 내린다. 선교사 토마스(타이 심프킨스)이다. 그가 찾아간 곳은 찰리(브랜드 프레이저)의 집. 273킬로의 그 남자는 지금 한참 게이 포르노를 보면 수음 중이다. 이 남자는 순간 숨을 헐떡이며 곧 죽을 것 같다. 선교하려 왔다가, 뜻밖의 상황을 목도하게 된 토마스. 뚱보는 종이를 건네주며 읽어달라고 한다.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에 대한 에세이이다. 찰리는 온라인 강의만 하는 교수이다. 인터넷으로 접속한 학생들을 상대로 ‘문장을 올바르게, 진실 되게 쓰는 법’에 대해 강의를 한다. 그런데 절대 자신의 얼굴을 카메라로 비추진 않는다. ‘절대 과체중’이 부끄러운가. 알고 보면 이 남자는 과체중에, 울혈성 심부전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주말 곧 죽어도 이상할 것이 전혀 없는 상태이다. 거대한 고래가 소파에 꽉 끼어 있는 것만 같다. 이 축축한 공간에 사람들이 하나씩 끼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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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호사 리즈(훙 차오). 그는 매일 찰리의 집을 찾아, 먹을 것을 챙겨주고, 건강상태를 체크한다. 그리고 “제발 병원으로 가라”고 애원하지만 찰리는 절대 말을 듣지 않는다. 그리고 그날부터 토마스는 선교를 위해 매일 이집을 들락거린다. “진정한 삶을 찾으라”고. 그리고 저녁이면 피자배달부가 찾아온다. 배달부는 피자를 주문한 사람을 단 한 차례도 본적이 없다. 문 앞에 피자를 두면 ”20달러는 우편함에 넣어뒀어요”라는 소리만 듣는다. 그리고, 이 공간에 오래 전 헤어진 찰리의 딸, 엘리(세이디 싱크)가 들어온다. 학교의 말썽쟁이인 엘리는 정학을 면하기 위해 아빠에게서 에세이 첨삭지도를 받게 된다. 하지만, 아버지의 계획도, 딸의 속셈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오래된 분노와 오해, 죄의식과 도피, 외면과 좌절은 아버지도, 딸도, 선교사도 절망에 빠뜨린다. 보고 있는 관객들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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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이 놀라운 종교극 <마더!>이후 5년 만에 내놓은 <데 웨일>은 브렌던 프레이저의 육중한 몸매만큼 엄청난 종교적, 철학적, 그리고 인간적 과제를 던져놓는다. 영화는 소설 <모비딕>의 바다에서 헤매게 된다. 에이햅 선장이 왜 하얀 고래에 집착하는지, 허먼 멜빌의 소설이 왜 그렇게 고래 이야기로 독자들을 옭아매는지, 그리고 독자는 어떻게 그것을 정시(正視)하고, 정독(精讀)하고, 올바른 글을 써야하는지를 일깨운다. 모비딕과 찰리는 함께 유영하는 셈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허먼 멜빌의 걸작소설 <모비딕>에 등장하는 고래는 향유고래이다. 성체의 크기는 20미터, 몸무게는 50톤에 이른다. (수컷 35~74t, 암컷 20~36t/ 위키피디아) 이런 존재에 비해 인간, 273킬로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데 인간이기에 고민과 걱정, 우려와 근심이 향유고래급인 것이다. 

 찰리는 성경도 잘 읽었고, <백경>(모비딕)도 잘 이해한다. 하지만 젊은 날의 사랑의 좌절과 가족의 붕괴는 결국 그를 소파 속 고래로 내몰고 만다. 뒤늦게 딸아이의 백점짜리 답안지를 움켜잡고 흐느끼는 것이다. 가족의 삶도, 그의 인생도 불쌍하다. 다만, 그렇게라도 승천한다면야. 어쨌든 영화 마지막은 환하다.  예전에 남궁옥분이 불렀던 노래 <모두가 천사라면>의 가사 구절이 떠오른다. 


▶더 웨일 (The Whale)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 ▶출연: 브렌든 프레이저(찰리), 세이디 싱크(엘리), 홍 차우(리즈) ▶2023년 3월 1일 개봉/ 117분

 

[리뷰] 더 웨일, 역겨운 육신과 위~대한 유산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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