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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리뷰

[오마주] 황윤석 판사, 홍은원 감독, 신수원 감독, 이정은 배우, 그리고 여성의 그림자

by 내이름은★박재환 2022.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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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원 감독의 영화 [오마주]는 ‘여성’영화이다. 1950년대, 1960년대, 그리고 2020년대를 살아가는 한국 여성의 이야기를 꾹꾹 눌러 담고 있다. 예단하지 마라! 가부장적 남성사회에서 억압받는 불행한 여성의 이야기가 아니다. 꿈과 현실에서 방황하는 ‘여성’감독의 분투기이며, 공감기이니.

중년의 지완(이정은)은 영화감독이다. 아들(탕준상)은 엄마가 만든 영화가 재미없다고 말하고, 남편(권해효)은 이제 그만 돈 버는 작품을 만들라고 그런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었지만 ‘재미없고 돈 안 되는’ 영화의 길을 함께 걸어왔던 프로듀서가 그만두겠다고 선언한다. 의기소침해 있을 때 뜻밖의 요청이 들어온다. 영화자료원(영상자료원!)에서 옛날 흑백영화 한 편의 복원을 의뢰한 것이다. 1962년 홍은원 감독의 [여판사]라는 필름이다. 오래된 필름의 상태는 최악이다. 망실된 부분도 있고, 오디오가 빠진 곳, 화질은 엉망이다. 몸도 마음도 너무나 아픈 지완 감독은 ‘여판사’ 필름을 붙잡고, 1960년대와 2022년대를 오가며 ‘힘든 길을 걸어가고 있는 자신의 처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 대한민국 최초의 여판사 황윤석

극중 지완 감독이 복원을 시도하는 영화 [여판사]는 1962년 개봉된 영화이다. 영화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판사였던 황윤석(黃允石))이란 인물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 3회 고등고시 사법과(사시)에 합격하여 1954년 서울 지방법원에 판사로 임명된 ‘한국여성사’에 길이 기억될 인물이다. 그런데, 그런 영광스러운 기록만이 남은 것은 아니다. 황 판사는 1961년 자택에서 사망한다. 그때 나이 고작 32살. (위키피디아 설명을 옮기자면) “....자택에서 변사하여 그 원인을 둘러싸고 사회적인 논란이 일었다. 사망 전날 부부가 함께 감기약만을 복용했다고 남편이 진술했으나, 평소 황윤석이 시어머니와 불화가 있었다는 점 등이 독살을 의심케 했다...” 실제 이 사건은 ‘서프라이즈’에서 소개됨직한 미스터리와 선정성을 갖추고 있다. 충무로에서는 서둘러 영화로 만들어지는데 내용은 많이 바뀐다. 더 선정적인 작품이 아니라 훨씬 아름다운 이야기로 윤색된다. 남편은 ‘여판사’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시어머니는 그런 며느리를 괴롭힌다. 하지만 한 가정의 아내와 며느리로서 의무를 다하는 한편 판사라는 직책에도 충실하다. 그런데 시어머니가 살인사건의 피고로 법정에 서게 되자, ‘며느리 여판사’는 변론을 맡아 무죄판결을 받게 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린다는 드라마틱한 법정드라마로 완성된다. (이 작품은 한국영상자료원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1961년 충무로필름의 보관 실태를 실감할 수 있다!)

영화 '여판사'(1962)

●  대한민국 두 번째 여자감독 홍은원

영화 [여판사]를 감독한 사람은 홍은원이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현)경기여고를 나온 인물이다. 책을 좋아하고 영화에 빠졌던 홍은원은 자연스레 영화판에 발을 들인다. 1950년대에 충무로 유명감독의 작품에서 스크립터와 조감독을 거쳐 [여판사](1962)로 감독 데뷔를 했다. 이후 [홀어머니](64), [오해가 남긴 것](65)까지 세 편을 감독 작품을 남긴다. 어쩌면 가장 ‘가부장적 권위’가 지배했을 것 같은 당시의 영화판 현장을 호령, 혹은 이끌었던 홍 감독의 모습이 궁금하다. 우리나라 첫 번째 여자감독은 박남옥이다. 1955년 [미망인]을 내놓았다. [오마주]에서 박남옥을 만나볼 수 있다. 아기를 업고 디렉팅를 하는 스틸사진으로 남아 있다. 박남옥은 [미망인]이 데뷔작이자, 마지막 작품이다. 국립극장에서 만든 음악극 [명색이 아프레걸]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감독’ 박남옥의 영화인생을 극화한 작품이다. 

● 신수원 감독 - 교사, 소설가, 그리고 영화감독

[오마주]의 신수원 감독은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가 소설을 두 편 집필한 뒤 한예종 영상원에 진학했다. 단편과 옴니버스를 거쳐 [레인보우](10)로 장편 영화감독 데뷔를 한다. 그리고 [명왕성], [마돈나], [유리정원], [젊은이의 꿈] 등 자신의 궤적에 어울리는(?) 작품들을 내놓았다. 흥행에서 크게 성공하거나 칸에서 상찬 받은 영화인은 아니지만 꾸준히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써내려가고 있다. [오마주]에서는 그런 신 감독이 처한 상황을 짐작하고 이해하게 장면이 넘친다. 아마도 가족은 ‘쯧쯧’하면서도 응원할지 모르고, ‘응원’하면서도 ‘쯧쯧’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도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고, 펀딩을 모색하고 있을 것이다. (신수원 감독 페북을 보니, [오마주]를 들고 뉴욕 트라이베카영화제를 거쳐 시드니영화제에 참석하고 있다!)



●  이정은 배우가 연기하는 지완

영화는 한국현대사에서, 한국영화사에서 여성이 처한 현실을 보여주며, 2022년의 ‘여성’감독의 현실을 생각하게 만든다. 지완 감독은 유리천장에 갇힌 ‘여성’은 아니다. 그렇다고 ‘유리천장의 여성’을 담은 영화만 만든 ‘재미없고, 돈 못 버는 감독’도 아니다. 어쩌면 영화 자체가 재미없을지 모른다. 세상엔 봉준호와 박찬욱만이 있는 것은 아니니. 지완은 현실의 벽, 혹은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열정은 그만 둘 수 없는 것이다. 오래된 극장에서 돌아가는 영사기의 옛 흑백필름에서 지완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찾았을까. 그것은 연기처럼 사라진 충무로의 옛 유물도 아니고, 내일에 대한 희망도 아닐 것이다. 물론, 지완은 시나리오를 쓸 것이고, 어떻게든 다음 영화를 완성시킬 것이다. 

첨예한 여성문제를 흑백충무로 시절과 연결시킨 점은 흥미롭다. 그리고 이 영화는 확실히 영화에 대한 영화이다.  ▶감독:신수원 출연:이정은,권해효,탕준상,김호정,유순철 2022년 5월26일 개봉

 

[리뷰] ‘오마주’ 황윤석 판사, 홍은원 감독, 신수원 감독, 이정은 배우, 그리고 여성의 그림자

영화 \'오마주\'신수원 감독의 영화 [오마주]는 ‘여성’영화이다. 1950년대, 1960년대, 그리고 2020년대를 살아가는 한국 여성의 이야기를 꾹꾹 눌러 담고 있다. 예단하지 마라! 가부장적 남성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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