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리뷰(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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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그 설산에 사람이 있다 (이석훈 감독 2015)
(박재환 2015.12.28) 영화 ‘히말라야’는 ‘국제시장’을 만든 JK필름 작품이다. 윤제균 감독은 감독데뷔작이었던 ‘색즉시공’부터 시작하여 장르가 무엇이었든 관객이 원하는 것을 잘 파악했고, 충무로의 제작능력 내에서, 그리고 지금 어떠한 영화가 필요한지를 절묘하게 기획하여 작품을 내놓고 있다. 대단한 능력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번 크리스마스 시즌에 전 세계가 ‘스타워즈’에 올인할 때 승부수로 ‘히말라야’를 띄운 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있어서일 것이다. 이달 초 기자시사회가 끝나나자마자 나온 ‘히말라야’에 대한 평가는 그 간의 윤제균 작품에 대한 평가와 다름없었다. “과잉감성, 기획력만 돋보이는 휴머니즘 영화”라는 평가와 “실화를 바탕으로 관객의 심금을 울리는 휴머니즘 영화”라는 전혀 상반된 평가들..
2019.08.10 -
[하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박재환 2016.1.14) ‘킹스 스피치’(10)로 아카데미를 휩쓸었던 톰 후퍼 감독의 신작 ‘대니쉬 걸’(The Danish Girl)이 내달 개봉된다. 이 영화는 의학사(史)에서 최초로 성전환수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덴마크의 화가 에이나르 베게너의 일대기를 담고 있다. 작년 ‘사랑에 대한 모든 것’에서 스티븐 호킹 역을 맡아 열연했던 에디 레드메인이 바로 그 베게너 역을 맡았다. 여하튼 ‘남자’ 에이나르 베게너가 수술을 받은 뒤 ‘여자’ 릴리 엘베가 된 것은 1930년이 일이다. 그런데, ‘대니쉬 걸’ 개봉에 앞서 ‘트랜스젠더’를 다룬 또 한 편의 영화가 개봉된다. 한국영화이다. (차승원의 ‘하이힐’도 트랜스젠더를 다룬 영화였다!) 김세연 감독의 ‘하프’라는 작품이다.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
2019.08.10 -
[장기왕] “세상에서 가장 의미 있는 퇴직금” (정다원 감독,2017)
★★★2019년 8월 10일(토) 00:45분 KBS 1TV 독립영화관 방송★★★올 봄 개봉되어 깜짝 흥행성공을 거둔 라미란-이성경 주연의 영화 의 감독은 정다원이다. 영화의 내용 때문에, 그리고 이름 때문에 여자인줄 알았는데, 어럽쇼 남자였다. 그 남자감독 정다원은 2017년 이란 작품으로 데뷔했다. 이미 ‘반칙왕’을 거쳐 ‘족구왕’,‘오목소녀‘ 까지 등장했기에 ’장기‘와 ’가락시장‘, 그리고 ’레볼루션‘의 결합이 궁금해질 것이다. 영화는 사회에 갓 진출한 청춘의 이야기이다. 고등학교 때 연극무대에 잠깐 올랐던 두수(정두원)는 가락시장 청과물센터에서 겨우 일자리를 구한다. 밤 12시 출근, 아침 10시 퇴근, 힘들어서 중간에 그만 두면 위약금 3배 낸다는 노예조건으로 일하기 시작한다. 걱정하시는 엄..
2019.08.09 -
[얼굴] 신승수 감독의 햇빛사냥꾼 (신승수 감독, 1999)
PC통신에 이 영화 홍보사가 올린 시놉시스를 읽어보니 이 영화를 상당히 사회학적 의미로 해석해 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과연 그럴까? 감독이 이야기하고자하는 것이 정말 사회학적으로 반추할 수 있는 우리 자신들의 페르소나인가? 이 영화에 대해서는 사전지식 없이 보았다. 그냥 '우 순경'을 다룬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다. 우순경 사건이란 1982년 4월 26일 경남 의령군 산골마을에서 한 순경이 술에 만취되어 총으로 마을 주민을 마구 쏘아 죽인 끔찍한 사건이었다. 그가 왜, 무엇 때문에, 어째서 그런 참혹한 일을 저질렀을까. 적어도 영화를 만들겠다는 사람이라면 몇 가지 상상의 뼈와 미화의 살을 바를 것이다. 전두환 군사독재에 대한 항거? 산골마을 사람이 갖고 있는 배타적 집단 따돌림에 반발? 아니면 애인..
2019.08.06 -
[비하인드 홀] 몰카범의 눈알을 뽑아랏! (신서영 감독 BEHIND THE HOLE 2019)
지난 달 경기도 안양시에서는 제3회 안양申필름예술영화제(7월 12일~14일)가 열렸다. 신상옥 감독은 1960년대에 안양에 (당시로서는 초대형 규모랄 수 있는) 영화스튜디오를 만들고 한국영화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신상옥-최은희 커플의 영화혼을 이어받은 영화제가 ‘안양申필름예술영화제’이다. 상영작 중 ‘단편부문2’에 묶인 영화 ‘판문점 에어컨’, ‘BEHIND THE HOLE’ ,‘준이’ 등 세 편의 단편을 관람했다.‘BEHIND THE HOLE’은 여자화장실에 몰카를 설치한 남자를 응징하는 씩씩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회사 박 부장의 ‘취미’(범죄!)는 이렇다. 퇴근시간이 되면 야근하려는 직원들을 다 몰아낸다. “빨리빨리 퇴근들 해~“ 하고는 사무실 문단속하고는 혼자 PC를 켜서는 ‘야동 감상’을 ..
2019.08.05 -
[엑시트] 우연한 히어로 (이상근 감독, 2019)
“굼벵이에게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라는 말이 있다. 대학 졸업한 지가 언제인데 여전히 백수 신세인 용남(조정석)에게는 과연 어떤 재주가 있고, 어떤 상황에서 그 신기(神技)가 발휘될까. 지난주 개봉되어 전광석화같이 3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의 관람 포인트이다. 영화 는 재난영화의 탈을 선 신기한 영화이다. ‘센트럴역’이 등장하고 ‘국제신도시’라는 타이틀을 단 가상의 도시에 초대형 재난이 발생한다. 영화 전개상 전혀 중요하지 않지만,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특허권 문제로 밀려난 한 화학자가 화학공장(앤서화학) 본사 앞에 초대형 트럭을 갖다 대고 고압가스의 밸브를 열어젖힌다. 순식간에 도심은 하얀 가스가 퍼지기 시작한다. 맹독성이다. 사람들이 픽픽 쓰러지고, 살아남기 위해 건물 위, 높은 곳으로 올라가..
2019.08.05 -
[안시성] 645년의 고구려인, 중국에 맞서다 (김광식 감독, 2018)
(2018.09.27 박재환) 드라마 ‘대조영’과 ‘연개소문’ 등을 통해 당 태종 이세민은 우리에게도 친숙한 중국 역사인물이다. 그가 고구려를 정벌하기 위해 대군을 이끌고 기세등등하게 몰려온다. 고구려 북방의 성들을 차례로 공략하고 평양성을 치기 위한 길목에 위치한 안시성을 공격한다. 그런데 이곳 성주(城主)의 방어력이 만만찮다. 이세민은 엄청난 군사와 전략을 동원하지만 실패를 거듭한다. 게다가 안시성에서 날아온 화살에 한 쪽 눈까지 다치고 결국 패퇴한다. 안시성은 그렇게 지켜졌고, 고구려는 그렇게 수호되었고, 안시성은 그렇게 기록된다.물론, 1500년 전 이야기이다 보니 논란이 많다. 당시 기록이나 유물이 전혀 남아있지 않으니 말이다. 당시 안시성 성주의 이름이 ‘양만춘’이란 것도 한참 지난 뒤 갑자기..
2019.08.04 -
[개들의 전쟁]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 (조병옥 감독 2012)
이 영화를 보면 왕가위 감독의 감독 데뷔작 (1988)가 떠오른다. 이른바 홍콩느와르 영화 가운데 가장 단순하게 건달들의 삶의 방식을 감성적으로 풀어나갔던 영화이다. 물론 재미도 있었고 말이다. 물론 그 영화 이전에도, 이후에도 홍콩과 한국에서는 수많은 건달영화가 만들어졌다. 때로는 너무나 잔인하게, 때로는 겉멋만 넘쳐나게 과장하여서 말이다. 거의 25년의 세월이 지난 뒤 ‘왕가위 열혈남아’에 견주어도 전혀 뒤지지 않을 건달영화가 하나 탄생했다. 물론 한국적 정서가 넘쳐난다. 한국의 도심지 야밤에 나이트클럽 영업권을 둘러싼 ‘싸시미 전쟁’은 아니다. 어느 시골동네 다방 앞에서의 펼쳐지는 대낮의 ‘가오 잡기’전쟁이다. 터미널 앞 다방 풍경 다방, 그것도 읍내 시외버스 터미널 앞에 하나쯤은 있기 마련..
2019.08.03 -
[살아남은 아이] “아들이 죽었다!” (신동석 감독 Last Child, 2017)
KBS독립영화관 2019년 2월 15일 방송분 리뷰오늘(2019.2.15) 밤 방송되는 KBS 1TV 에서는 꽤 묵직한 이야기를 던져놓는다. 신동석 감독의 2017년도 작품 이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아마 극중 인물의 감정에 휘둘리게 될지 모른다. “나라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하다가,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지.” 하는 말이 절로 나올지 모른다.성철(최무성)은 작은 인테리어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중년남자이다. 묵묵히 낡은 집을 꼼꼼히 살펴본다. 새로 도배하고 전기작업을 할 준비를 한다. 아내 미숙(김여진)은 여전히 우울한 낯빛이다. 이들 부부의 사연이 조금씩 드러난다. 하나뿐인 아들이 물놀이 갔다가 죽은 것이다. 친구를 하나 구하고 물에 빠져죽었단다. 성철은 아들을 조금이라도 기리기 위해 의사자 신청을..
2019.08.01 -
[튼튼이의 모험] “레슬링은 위대하다!” (고봉수 감독 Loser’s Adventure, 2017)
KBS독립영화관 2019년 4월 5일 방송분 리뷰이렇게 멋진 스포츠 영화가 있다니! 제작비가 무려 2천만 원이 든 독립영화 이다. 우량아가 성인씨름계를 평정하는 영화가 아니다. 얼핏 봐도 꽤 늙어 보이는 배우들이 ‘무려’ 고등학생이라고 우기고 펼치는 레슬링 영화이다. 오늘밤(2019.4.5) KBS 1TV에서 방송되는 고봉수 감독의 이다. 제목이 유치하지만 감독이 ‘크라잉넛’의 노래에 반해 제목을 그리 붙였단다. (‘5분 세탁’이란 곡도 흘러나온다) 고봉수 감독은 이 영화 전에 라는 ‘음악’ 영화를 찍었다. 그 영화에 출연한 멤버 김충길, 백승환, 신민재와 함께 다시 한 번 ‘독립영화계의 전설적 작품’을 만든 것이다. 배경은 전라남도 함평의 고등학교(대풍고). 소년 충길은 레슬링을 너무나 사랑한다. 5년..
2019.08.01 -
[새벽] 취준생의 새벽 (임정은 감독 Dawn to Dawn, 2018)
KBS독립영화관 2019년 3월 29일 방송분 리뷰오늘 밤(2019.3.29) 12시 45분 KBS 1TV에서 방송되는 시간에는 임정은 감독의 단편영화 이 시청자를 찾는다. 임정은 감독의 은 작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인디포럼 등을 통해 소개된 자품이다. 영화는 취업준비생의 답답한 속사정을 드라마틱하게 담고 있다. 대학교 취업동아리.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안쓰럽다. 특히나 이 동아리를 이끄는 좌장은 4년째 취업의 문턱에서 번번히 고배를 마신 지수(정하담)이다. 함께 언론고시를 준비하던 선배, 동기들이 하나 둘 합격과 더불어 떠나간 캠퍼스에서 지수는 여전히 후배들을 이끈다. 예상문제와 모범답안, 경험에서 우러난 면접 테크닉 등을 알뜰하게, 성심성의껏 후배들에게 전수해준다. 무표정한 얼굴..
2019.08.01 -
[우중산책] ‘여성감독’ 임순례의 탄생 (임순례 감독 1994)
[KBS독립영화관 2019.7.20 방송분 리뷰]임순례 감독은 , , 등을 감독한 대한민국 ‘여성’ 감독이다. 굳이 ‘여성’ 감독이라고 하는 이유는 그만큼 그가 한국 영화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높기 때문이다. 한양대를 나와 프랑스에서 영화를 공부한 그는 여균동 감독의 의 조감독을 거쳐 현장에 뛰어든다. 그가 발표한 첫 영화는 단편 이다. 런닝 타임 13분의 이 영화는 그 해 열린 제1회 서울단편영화제에서 우수상을 수상한다. 기사를 찾아보면 이 영화를 두고 영화평론가 정성일은 “의심할 바 없는 ‘올해의 주목할 만한 시선’이다. 혜성처럼 나타났으며, 말 그대로 일시에 충무로의 신인감독들을 ‘낡은 물결’로 몰아치듯이 축제를 통해 여왕으로 군림했다”라며 “임순례 영화는 충무로 영화의 방부제 이상이다. 바로 여..
2019.08.01 -
[정] 어머니의 대사 "나는 닭 모가지가 더 맛있더라..." (배창호 감독 情, My Heart 1999)
'정'이란 어떤 걸까 네모난 것일까, 둥근 것일까. 주는 것일까 아니면 받는 것일까? 뭐 그런 구닥다리 개념이 우선 떠오를 제목의 이 영화는 배창호라는 한 세대의 인기감독이 21세기에 내놓은 뜻밖의 작품이다. 배창호 감독은 모 종합상사의 샐러리맨이었다. 그 자신의 말로는 아프리카 모 나라에 선박도 팔아봤던 수출역군이란다. 아마, 그의 초기작품인 철인들>이란 영화를 기억한다면 그의 전직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호시탐탐 충무로 영화계 진출을 노리던 그가, 이장호 감독의 바람 불어 좋은날>에서 안성기와 나란히 짜장면 먹는 단역으로 출연하였고, 이내 꼬방동네 사람들>, 고래사냥>, 깊고 푸른밤>, 적도의 꽃> 같은 명작들을 줄줄이 내놓았었다. 그러던 그가 몇 편의 흥행부진으로 잊힌 감독 대열에..
2019.07.30 -
[칙칙이의 내일은 챔피언] 심형래의 권투영화 (전유성 감독 칙칙이의 내일은 챰피온 1991)
내 세대는 확실히 심형래 세대는 아니다. 차라리 배삼룡 세대라고 해야 맞다. 아마 그러면 난 영원히 흑백TV의 노스탤지어에 빠진 노년층이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심형래는 1980년대 중반 아니면 말경에 KBS 개그맨 공채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하였다. 그는 KBS의 간판 코미디 프로에서 임하룡 등과 함께 수많은 코믹 캐릭터를 창조해 내었다. 그가 [용가리] 만들기 전에 바로 이런 수많은 캐릭터를 스크린에 옮겨놓았다. 바로 그 중의 하나가 '칙칙이'라는 캐릭터다. 아마 임하룡이 권투 도장의 코치를 맡았고 양종철이 맨날 그 주위에서 얼쩡대는 사람으로 나왔을 것이다. 자료를 보니 이 작품은 1991년에 여름방학 때 개봉된 것으로 나와 있다. 물론, 나는 비디오로 보았고 말이다. 영화의 완전한 제목은 [칙칙이의 ..
2019.07.30 -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배창호 감독 The Winter Of The Year Was Warm, 1984)
(박재환 1988) 난 한때 배창호의 지독한 팬이었다. 그게 아마도 안녕하세요 하느님>까지였을 것이다. 그의 데뷔작 꼬방동네 사람들>을 어린 나이에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물론 남아있는 기억이야 김보연이랑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남자랑 키스할 때 우산으로 카메라 앞을 탁 가리는 재기발랄한 장면과 공옥진 여사의 춤추던 장면만이 단편적으로 떠오를 뿐이지만 말이다. 당시 국산영화진흥책의 일환으로 ‘우수영화’란 것을 만드는 제작사에게는 외국영화 수입권이 주어졌다. 그래서 보지도 않을 영화들-반공영화나 문예물 같은-이 ‘우수영화’란 명목으로 만들어졌다. 배창호가 만든 그러한 ‘우수영화’는 현대 정주영의 쥬베일항 신화를 영화화한 철인들>이란 게 있다. 배창호는 물론 그러한 자신의 감독 데뷔작 전에 이..
2019.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