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리뷰(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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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날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한은지 감독,2018)
영화제목에 속지 말라! 이 영화엔 청춘의 푸르름도, 삶의 아름다움도 없다. 영화는 어두운 시절의 가슴 아픈, 분노가 치미는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25일(토 00시 45분) KBS 독립영화관을 통해 방송되는 한은지 감독의 단편영화 푸르른 날에>이다. 영화는 1978년 여름의 한국을 보여준다. 공장에서는 미싱(재봉틀)이 돌아간다. 당시 “공순이”라고 불린 그들은 못 배우고 못 먹었지만 고향에 있는 가족의 밥과, 동생의 미래를 짊어진 산업역군이다. 이들은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미싱을 돌리고 있다. 그 공장 맞은편에 사진관이 있었다. 월의 크리스마스>의 초원사진관보다 더 오래된 사진관이다. 사진관 주인 석윤(감승민)은 오늘도 필름을 인화하고, 사진을 현상한다. 어느 날, 공장에서 일하는 설란(주..
2019.08.23 -
[교도소 월드컵] 영화명가가 만든 졸작 (방성웅 감독 2001)
올해(2001년) 극장가는 유난히 한국영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에서 초특급 흥행기록을 세우고 있는 잔혹 무비 한니발>조차 쩔쩔 맬 정도로 우리영화가 그 어느 때보다도 초강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곧 개봉될 우리영화 한 편이 이러한 우리영화 전성시대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교도소 월드컵>은 은행나무침대>, 거짓말> 등 영화기획의 신기원을 이룬 '신씨네'가 의욕적으로 만든 영화이다. 게다가 이 영화의 배급은 작년 공동경비구역 JSA> 신화를 만들어낸 CJ엔터테인먼트가 맡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올해 나온 그 어떠한 한국영화보다도 함량미달의 작품이 되고 말았다. 영화는 UN인권위원회가 '자유 평등, 화합'의 슬로건 아래 '제1회 교도소 월드컵'을 개최한다는 팩스 한 장으로 시작..
2019.08.23 -
[운명의 손] 한국영화사상 최초 남녀주인공 키스장면 등장 (한형모 감독, 1954)
(‘운명의 손’ 리뷰 앞부분은 박진표 감독의 ‘죽어도 좋아’(2002)와 관련된 한국 영화심의에 대한 내용이 있었는데.. 삭제합니다) ..... 이런 영화판의 소란을 뒤로하고 아주 재미있는 우리영화 한 편을 보았다. 1954년 세밑에 개봉된 흑백영화 운명의 손>이란 작품이다. 한국전쟁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수선하던 시절에 개봉된 운명이 손>이 아직도 '한국영화사'에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는 이유는 바로 이 영화에서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남녀 주인공의 키스장면이 등장하기 때문이란다. 당시, 성인 남녀주인공의 2초짜리 키스 씬은 일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당시로서는 국산영화 애정 신의 코페르니쿠스 적인 전환이었다. 당시만 해도 '남녀7세 부동석'이니 '부부유별'이니 하는 유교적 가치관이 사회..
2019.08.23 -
[벌이 날다] 하늘 높이, 가슴 속 깊이.. (민병훈, 잠셋 우스마노프 감독 Flight Of The Bee, 1998)
타지키스탄의 한 마을을 보게 되면서도 새마을운동 전의 한국 시골모습을 보게 되는 것 같은 어떤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분명 그 지역 사람과는 혈연적 이질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 배우들과는 다른 유대의식을 갖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만이 갖게 되는 느낌이 아니라 감독의 말에 따르자면 그가 참가했던 국제영화제에서 들었던 소리라고 한다. 사실이지 이 영화의 최고의 미덕은 보편적인 정서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가난한 자가 있고, 권력 있는 자가 있고, 그들 간에 갈등이 있으며, 그리고 훌륭한 희생정신이 있기 때문에 관객은 더욱더 소중한 감동의 시간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민병훈 감독은 우리가 생각하는 영화의 본질을 생각해보게 하는 인물이다. 재작년 부산영화제에 를 들고 부산..
2019.08.18 -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아니나다를까 홍상수 스타일 (홍상수 감독 Woman Is The Future Of Man, 2004)
(박재환 2004/4/22) 한동안 척박했던 걸로 인식되던 한국영화계의 유일한 작가감독으로 추앙 받는 홍상수 감독의 신작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가 곧 개봉된다. 홍상수 감독으로서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96), [강원도의 힘](89), [오! 수정](00), [생활의 발견](02) 이후 5번째 작품이다. 국내 개봉도 되기 전에 희소식이 먼저 날아들었다. 다음 달에 열리는 프랑스 깐느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것이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 보이]와 함께!) 사실 홍상수 감독 작품은 똑같다. 김기덕 감독은 자신의 치열한 작가정신, 혹은 창작욕구를 끊임없이 소수의 대중과 다수의 평론가들과 투쟁하며 가다듬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에 비해 홍상수 감독은 첫 작품이나 최근 작품이나 똑같이 돋보기..
2019.08.17 -
[신라의 달밤] 경주로 간 '친구' (김상진 감독 2001)
(박재환 2001/6/15) 곽경택 감독의 친구>는 중장년층에게 노스탤지어를 불려 일으키는 고풍스런 교복과, 암울했던 1970년대의 사회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내용에 편승하여 전국관객 800만이라는 빅 히트를 거두고 있다. 친구>는 분명 부산사투리라는 제한된 언어 영역에서 느낄 수 있는 옛 정과 영화적 미학을 발견할 수 있는 많은 장치가 숨어 있었다. 이번에는 경주로 자리를 바꾼 또 한편의 영화가 노스탤지어를 불려 일으킨다. 물론, 이번에는 하와이에 갈 필요도 없고, 장동건의 비장미 넘치는 마지막 장면같이 눈물샘을 자극하는 라스트 씬도 없다. 단지, '그냥' 웃기려고만 덤벼들던 주유소 습격사건>의 그 철저한 오락정신으로만 무장되어있다.주유소 습격사건>을 만들었던 '좋은영화'라는 영화사의 김미희 대표..
2019.08.17 -
[해변으로 가다] 2000년 한국호러영화 (김인수 감독 Bloody Beach 2000)
(2000년에 쏟아진 한국호러영화에 대해 너무 부정적으로만 본 것 같네요. --;)올해(2000년) 충무로에서 만들어진 호러영화란 것을 몇 편 본 사람으로서는 이런 영화의 리뷰를 쓸 때마다 한계상황에 봉착한 듯 난감해진다. 여름방학이 다 끝나가도록 서울에서는 아직 개봉관도 잡지 못한 개그맨 출신의 김정식 감독의 데뷔작 공포특공대>로부터 시작하여, 하피>, 가위>, 그리고, 부천영화제에서 미리 선보였던 몇몇 작품들, 그리고 이번 주말에 개봉될 영화 해변으로 가다>까지. 여름 한 시즌동안 국내영화팬들이 극장에서 과연 한국산 호러물을 두 편 이상 볼까 의문스런 상황에서는 이런 영화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것이 조금은 안쓰럽기도 하다. 모르긴 해도 국내 영화발전과 평균적 영화팬들의 만족과 기쁨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2019.08.17 -
[봉오동 전투] “1920년의 전투, 2019년의 한국” (원신연 감독 The Battle: Roar to Victory 2019)
100년도 안 되는 대한민국의 역사는 그야말로 파란만장했고 다이나믹했다. 이 땅에 사는 사람은 모두 역사를 만들어가는 당사자이다. 물론, 역사를 승리로 이끈 선구자도 있었고, 일방적인피해자도 있었으며, 가해자와 방관자도 섞여 있다. 우리는 모두 그들의 유족이며, 후손이다. 99년 전, 1920년. 우리 땅이 아닌 국경 너머 중국 땅에서 ‘봉오동 전투’가 벌어졌다.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총을 든 독립군들이 추격해오는 일본군을 박살낸 역사적 사건이다. 190억 원이라는 엄청난 제작비로 그날의 승리를 담은 봉오동 전투>라는 영화가 만들어졌다. 영화에서는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 등이 열연한 이름 모를 전사들이 일본군과 싸우며 피를 흘린다. 영화 막판에는 홍범도 장군이 등장한다. 자, 봉오동 전투가 끝난 뒤 이..
2019.08.16 -
[나탈리] 3D로 보여주마. 우리의 **장면을... (Natalie, 2010)
주말에 영화를 보러 갔다. 조조 타임에. 를. 다들 젊은 커플이거나 욕구불만의 중년 여성들이 오순도순 영화 보러 온 것 같은데, 이 아저씨 외따로 앉아 3D안경 쓰고 이 영화를 보려니 꽤나 민망도 하고 스릴도 넘친다. 어쩌겠는가. 3D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이니 말이다. 나탈리는 그런 영화이다. 남자 하나가 여자 하나를 어떻게 알게 되고 베드 위에서 함께 한다. 그걸 감독은 3D카메라 들이대고 실감나게 화면 잡으려고 노력한다. 여배우는 이 영화에 목숨 건 것 같이 아낌없이 다 보여준다. 또 다른 여배우는 그 여배우 못지않게 관객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기 위해 열심히 ‘몸짓’에 괴성을 내지른다. 관객은 영화시작하자마자 화면 가득 펼쳐지는 살색 향연에, 손을 뻗으면 잡힐 듯한 실감 영상에 “아, 아바타가 ..
2019.08.12 -
[강변호텔 ] 추레한 시인, 스산함 풍경, 애잔한 감독 (홍상수 감독 No.23 Hotel by the River, 2018)
(박재환 2019.4.10) 홍상수 감독의 새 영화 이 지난 달 말 개봉되었다. 1996년 이래 23년 만에 선보이는 23번째 장편영화이다. 홍 감독은 2009년 옴니버스 영화 의 단편 을 찍은 적이 있다. 그러니까 이번이 24번째 연출작이다. 그리고 은 김민희가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2015) 이래 6번 째 함께 한 작품이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철저한 사(私)영화이다. 그가 경험한 세상을, 그가 바라보는 시각으로, 그가 좋아하는 연기자를 데리고, 그의 방식으로(신속하게) 찍고, (해외영화제를 통해) 화려하게 공개하고, 정작 국내에서는 조용하게 “또 한편 만들었습니다”라며 흔적만 남긴다. 이번 영화도 예외는 아니다. ‘홍상수 스타일의 홍상수영화’이다. 기주봉은 시인이다. 두 아들이 어릴 때 ..
2019.08.12 -
[그녀의 전설] 김태용 단편 (김태용 감독 Where Mermaids Go, 2015)
(박재환 2018.7.10) 최근 위안부 할머니의 아픔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준 준 영화 의 민규동 감독의 이름을 들으면, 또 다른 이름이 떠오른다. 민규동 감독은 한국영화아카데미 동기인 김태용 감독과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를 함께 찍으면서 충무로의 무서운 신인감독으로 주목받았었다. 그후 김태용 감독은 를 찍었고, ‘만추’의 탕웨이와 결혼까지 한다. 그런데, 김태용 감독의 신작을 극장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다. 이런저런 단편을 찍고 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말이다. 그의 작품을 TV에서 만날 수가 있다. 오늘밤 KBS 에서 방송되는 ‘그녀의 전설’이다. 물론 탕웨이가 나오는 작품이 아니다. 은 27분짜리 단편이다. 제주도가 배경이다. 해녀들이 푸른 바다에서 자맥질을 하며 미역이랑 성게를 따고 있다. 그..
2019.08.12 -
[독립단편영화 3편] 고란살, 소똥냄새, 그리고 치욕일기 (KBS 독립영화관)
오늘(2018.7.17) 밤 KBS 1TV 시간에는 지난 주에 이어 두 번째 상영(!)이 이어진다. 서정신우 감독의 , 형슬우 감독의 , 이은정 감독 등 세 편이 시청자를 찾는다.서정신우 감독의 은 특별한, 혹은 보기에 따라선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한 남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화 첫 장면은 정원(이유영)이 사주관상을 보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명리학자’(점쟁이)는 정원에게 “고란살이 있네. 땅에 등을 대고 살 일이 없는 사주야. 딱히 어디 갈 데도 없고. 마침 올해 떠날 운이 있네.”란다. 정원은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대만으로 훌쩍 떠날 생각을 갖고 있긴 하지만, 사주를 본 것은 오빠(원태희)였기에. 무슨 사연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오빠는 오래 전 사기를 당했고, 사업이 망해서 여동생 집에..
2019.08.10 -
[여배우는 오늘도] 문소리 만세 (문소리 감독 The Running Actress, 2017)
(박재환 2018.5.29) 이창동 감독의 걸작영화 ‘박하사탕’(1999)에서 설경구의 첫사랑 윤순임을 연기하며 영화계에 데뷔한 문소리는 이창동 감독의 에 잇달아 출연했다. 이 작품에서 문소리는 뇌성마비장애인을 훌륭하게 연기하며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그 뒤 20여 년 동안 꽤 많은 영화에 출연하며 충무로의 중견 여배우로 당당히 자리를 잡았다. 최근 나온 작품 중에는 도 있다. 무슨 역할?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치는 시위선동자로 목소리연기를 했다. 그 영화는 ‘남편’ 장준환 감독의 작품이다. 여하튼, 베니스에서 상탄 충무로 중견배우, 남편도 유명영화감독인 문소리는 평소 어떻게 지낼까. 그녀의 이야기를 그녀가 직접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것이다. 물론 리얼 라이프를 ..
2019.08.10 -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이 영화가 궁금해? (홍상수 감독 Right Now, Wrong Then, 2015)
(박재환 2015.8.21) 지난 주말 막을 내린 제68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경쟁부문 대상인 황금표범상과 남우주연상(정재영)을 수상한 홍상수 감독의 신작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가 9월 중으로 국내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오늘 영화사 측은 영화제에 참석했던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의 로카르노 현장 소식을 리포트형태로 공개했다. 지난 8월 5일부터 15일까지 스위스 로카르노에서 열린 제68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 참석한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는 지난 8월 12일 출국, 4박 5일간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의 상영 및 기자 회견, 시상식 등 바쁜 시간을 보냈다. 특히 홍상수 감독은 빠듯한 공식일정 속에서도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 미국웹진 ‘인디와이어’, 그리고 프랑스 영화잡지 ‘까이에 뒤 시네마..
2019.08.10 -
[럭키볼]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 (곽민승 감독,2014)
(박재환 2015.11.27) 연말이면 한 해를 결산하는 각종 행사가 열린다. 영화계에서는 대종상과 청룡영화상 같은 충무로 주류영화제도 열리고, ‘서울독립영화제’ 같은 비주류/독립/단편 영화제도 열린다. 사단법인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영화진흥위원회와 공동으로 주최하는 ‘서울독립영화제’는 ‘미쟝센단편영화제’와 함께 오랫동안 한국 독립영화계의 보배 같은 역할을 해왔다. 올해도 꽤 많은 독립/단편영화들이 “나 좀 보소”라며 출사표를 던졌다. 어제(26일) 서울 CGV압구정에서 열린 41회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식 개막작품으로 곽민승 감독의 ‘럭키볼’이 상영되었다. 이 작품은 서독제가 기획한 ‘단편영화제작지원 선정작’이다. ‘럭키볼’에 대해 오랫동안 충무로 뒤안길에서 독립영화를 위해 헌신한 조영각 영화제집행위원장은 “..
2019.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