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리뷰(460)
-
[오발탄] (유현목 감독, 1961)
한국영화 탄생 100년을 맞아 KBS와 영상자료원이 마련한 대형 프로젝트 ‘한국영화 100년 더 클래식’이 지난 주 김기영 감독의 방송에 이어 오늘 밤 두 번째 시간으로 유현목 감독의 을 방송한다. 영화와 함께 백승주 아나운서와 영화잡지 의 주성철 편집장이 영화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눈다.은 소설가 이범선이 1959년 발표한 단편소설 을 유현목 감독이 영화로 옮겼다. 당대 충무로 최고의 스타였던 김진규, 최무룡과 함께 서애자, 김혜정, 노재신, 문정숙, 윤일봉 등이 출연한다.계리사 사무소 서기인 철호(김진규)는 전쟁통에 미쳐 끊임없이 “가자!”를 외치는 어머니(노재신), 영양실조에 걸린 만삭의 아내(문정숙)와 어린 딸, ‘양공주’가 된 여동생 명숙(서애자), 실업자인 퇴역군인 동생 영호(최무룡),..
2019.10.30 -
[휴일] 그 때, 신성일은 왜 그랬을까 (이만희 감독, 1968)
한국영화 탄생 100년을 맞아 KBS와 한국영상자료원이 마련한 대형 프로젝트 ‘한국영화 100년 더 클래식’이 (김기영 감독), (유현목 감독)에 이어 지난 18일 늦은 밤 이만희 감독의 이 영화팬을 찾았다. 은 한국영화사, 특히 검열의 역사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 1931년 생 이만희 감독은 1961년 으로 영화감독에 데뷔를 한 후, (63) 등 흥행감독이 되었다. 하지만 곧바로 (65)는 반공법 위반으로 옥고를 치러야했다. 검열을 통과해서 상영허가를 받았지만 검찰이 당시 반공법위반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당시 검찰의 영장청구 논지는 ‘감상적 민족주의를 내세웠고’, ‘국군의 묘사가 허약하며’, ‘북괴병사를 찬양’하고, ‘양공주 참상을 과장했다’는 등의 이유였다. 이만희 감..
2019.10.29 -
[야구소녀] “주수인, 힘 내!” (최윤태 감독 Baseball Girl 2019)
한국에서 프로야구가 출범하고 붐이 일기 시작할 때 허영만 작가가 이라는 재밌는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김용화 감독이 로 영화화했었다) 야구를 사람만 하라는 법이 있냐며, 고질라가 타석에 들어서면서 펼쳐지는 ‘스포츠-애니멀’ 드라마였다. 그런데, 원래 프로야구에는 ‘프로야구에는 남자만 하는 법’이라는 규정이 있었던 모양이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야구소녀’를 보고 알게 된 사실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한 줄 설명이 나온다. “한국 프로야구 출범 당시 ‘의학적으로 남성이 아닌 자’는 부적격 선수로 분류됐다. 1996년, 규약에서 이 문구가 사라진 뒤 여자도 프로야구 선수로 뛸 수 있게 되었다”수많은 스타들이 한국에서,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할 동안 여자 프로야구선수가..
2019.10.16 -
[하녀] 외도의 끝, 파국 (김기영 감독 The Housemaid 1960)
1919년 10월 27일, 일제강점기 서울 시내에 위치한 극장 단성사에서는 연극이 아닌 특별한 볼거리가 시전되었다. 연쇄극이라 불리던 ‘필름’ 상영이었다. 35mm 흑백무성필름 1권 정도의 길이였다고 하니 10분도 채 안 되는 영화였다. (필름이, 실물이 남아있지 않으니 정확한 런닝타임은 알 수가 없다) 바로, 이 날이 우리나라 국산영화 탄생의 기점이다. 올해로 100년! 한국영화 100년에 맞춰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KBS도 특별히 을 편성하여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 12편을 방송한다. 지난 10월 4일, 그 첫 번째 주자로 김기영 감독의 가 선정되었다. 우리나라 영화판에서 가장 기이한 인물로 손꼽히는 김기영 감독의 필름은 반백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만신창이가 되어 겨우 전해졌다. 영상자료..
2019.10.15 -
[판소리 복서] 병구 리턴 (정혁기 감독 My punch-drunk boxer, 2019)
오래전 주말 낮이면 TV에선 항상 프로 복싱을 중계해주던 때가 있었다. 특별한 오락거리가 없던 시절이었기에 두 남자가 사각의 링에서 원초적 혈투를 펼치는 이 리얼 스포츠 드라마는 꽤 인기가 있었다. 어린 시절의 기억엔 두 가지가 남아 있다. 시합이 끝나고 클로징 멘트를 하는 아나운서와 해설자 옆으로 애 어른 할 것 없이 달라붙어 카메라에 얼굴 내보이려고 애쓰는 모습과, 시합 시작할 때 나오는 다이내믹한 음악, BGM. 찾아보니, 프랑스 군가 ‘Sambre et Meuse’와 영화 록키의 테마뮤직 ‘Gonna Fly Now’ 등이 사용되었다. 홍수환, 유재두, 염동균, 박종팔, 장정구, 유명우 등등 기라성 같은 챔피언들이 전설로 남은 가운데, 요즘 누가 복싱을 하나. 충무로에서 한다. 그 서글픈 스포츠를,..
2019.10.14 -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 김치를 담그다, 문득 생각나다 (이나연 감독,2018)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로 24회째를 맞이한다. 어제(3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위치한 근사한 건물, ‘영화의 전당’에서 화려한 개막식과 함께 열흘간의 영화축제가 시작되었다. 위대한 거장들의 거창한 작품들과 함께, 내일이 더 기대되는 영화감독의 소품들도 씨네필들을 기다린다.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단편영화 세 편이 오늘 밤 KBS 시간에 방송된다. 권성모 감독의 (임예은 홍지석 김도영,25분), 이나연 감독의 (신지이 손정윤 함상훈,28분), 김덕근 감독의 (최준우 박지호 김영선,19분)이다. 이나연 감독의 는 제목부터 궁금해진다. 영화가 시작되면 지혜, 지훈, 지윤 삼남매가 한자리에 모여 김치를 담그는 모습을 보여준다. 오랜만에 둘러앉은 것 같다. 아버지는 아예 언급 되지 않고, 엄마에 대한..
2019.10.04 -
[게임의 법칙] 장현수 감독의 열혈남아 (장현수 감독, The Rules Of The Game 1994)
이번 추석에도 이런저런 많은 영화가 쏟아져 나왔다. 가장 흥미를 끌었던 것은 이 게임의 법칙>이 가장 볼만했던 것 같다. 이 영화는 언젠가 비디오로 잠깐 봤는데 (열혈남아>보다 먼저 보았음..그래서, 한 동안 정체성의 혼란을 느꼈음) 언젠가 꼭 곱씹어 봐야지..하고 있었는데 다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장현수 감독은 1992년 걸어서 하늘까지>의 감독이다. 내가 좋아하는 우리 영화였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은 물새의 테마>라는 곡과 여주인공 배종옥이 소매치가 하다 잡힐 때의 슬로우모션 장면이다. 참 멋진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정보석의 "씨바씨바"하는 욕지거리도 당시에는 쇼킹했었고 말이다. 그 감독의 94년 작품으로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영화이다. 이야기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열혈남..
2019.10.01 -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이명흠 대위와 772명의 학도병 (곽경택 김태훈 감독 Battle of Jangsari, 2019)
* 이명흠은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이명훈 대위의 모델이 된 군인이다.* 지난 25일 개봉된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감독:곽경택 김태훈)은 특별한 영화이다. 한국전쟁 당시, 한반도의 한 지점에서 일어난 전투를 다룬다. 공산당이 쳐들어왔고, 국군이 낙동강 밑으로 내몰렸고,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으로 기사회생할 수 있었던 바로 그 시점의 이야기이다.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언제부터인가 별로 이야기하려 하지 않고, 들으려고 하지 않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서, 그리고 영화가 전해준 이야기를 알고 나서는 좀 더 다르게 이 영화를 생각하게 만든다. 왜, 2019년에 이 영화가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인천상륙작전과 장사리 상륙작전, 양동작전, 혹은 성동격서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2019.09.27 -
[호우시절] 한국남자, 중국여자, 그것도 사천미녀! (허진호 감독 好雨時節, A Good Rain Knows, 2009)
중국(시가)문학에서 '비'는 주요한 소재로 쓰인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망향가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첫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수호전에는 송강을 일러 '급시우'(及時雨)라 했다. 도움이 필요할 때, 딱 때를 맞춰 적절하게 등장하는 요긴한 인물이란 뜻이다. 두보는 ‘호우시절’(好雨知時節)에서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리는 비”라고 읊었다. 농업사회에서는 비가 내려야할 때와 그 양을 생각한다면 합당한 의미가 떠오를 것이다. 최근 과거의 아픈 기억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애써 잊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영화로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세월호, 성산대교 붕괴, 대구지하철 화재사건 등 국가적 재난사고를 경험한 한국인의 기억과 고통, 그리고 성장을 다룬다. 2009년에 개봉된 영화 호우시절>은..
2019.09.20 -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이 영화는 코미디가 아니다” (이계벽 감독 CHEER UP, MR. LEE, 2019)
한국전쟁이 아니더라도 대한민국은 참 ‘살아남기 어려운’ 나라이다. 잊을만하면 대형사고가 발생하니 말이다.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똑 같다. 적나라하게 현장모습을 전하는 생방송, 요란스런 정치권, 들끓는 여론, 희생양 찾기, 어느 순간 급전직하 ‘유족타령’, 그리고 다함께 망각하기. 참으로 잔인하지만 늘 그래왔다. 살아남은 사람, 그리고 그 주위사람의 고통은 애써 외면했는지 모른다. 한번 돌아보게 하는 영화가 만들어졌다. 차승원은 작은 칼국수가게를 하는 동생 집에서 일을 거들고 있다. 다 큰 아저씨가 일하는 품새가 조금 어수룩해 보인다. 그래도 시간 나는 대로 열심히 운동하여 팔뚝 근육은 마동석급이다. 무슨 사연이 갖고 있을까. 병원에서 어린 소녀 샛별(엄채영)을 만난다. 샛별의 머리를 보니 항암치료 중인 ..
2019.09.19 -
[BIFF리뷰] 메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스피탈” (이옥섭 감독, Maggie 2018)
지난 주말 막을 내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최고의 화제작은 개막작도 폐막작도 아닌, ‘한국영화의 오늘-비전’부문에서 상영된 한국독립영화 일 듯하다. ‘메기’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비를 지원한 저예산독립영화이다. ‘메기’낚시를 가는 낚시꾼의 인권을 다룬 영화는 절대 아니다. 이옥섭 감독과 이주영-구교환 등이 펼치는 재기발랄한 청춘드라마이다. 그렇다고 알콩달콩한 연애이야기는 더더군다나 아니다. 영화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장르의 대향연을 펼친다. 영화가 시작되면 퇴락한, 혹은 변두리의 한 병원-마리아사랑병원-을 보여준다. 뜬금없이 “우주선을 타지 않고 우주를 가려면 방사선과에 취직하는거다. 인간의 몸이 우주니까.”라는 내레이션이 흐른다. 천연덕스럽게 NASA로고가 박힌 이 병원 방사선과에..
2019.09.17 -
[효자동 이발사] 특강, 대한민국 현대사 (임찬상 감독 The President's Barber, 2004)
그제 서울극장에서 [효자동 이발사] 시사회가 있었다. 영화상영이 끝난 후 감독, 배우들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카메라맨과 기자들로 벅적대는 극장로비 뒤편에는 심재명 대표가 서 있었다. "아, 명필름 작품이었지." 사실 임찬상 감독이라는 신인 감독이 이 작품을 만든다고 했을 때 [공동경비구역 JSA]를 기대하기보다는 [YMCA야구단]의 우려가 먼저 일었다. 그런데 명필름은 이번에 [효자동 이발사]를 직접 제작을 한 것이 아니란다. 배급을 줄곧 하던 청어람이 제작을 하고 명필름은 마케팅을 담당했다고 한다. 재미없는 충무로 영화산업이야기는 이 정도 하고. 나는 이 영화를 감동적으로 보았다. 실제 꽤 공들인 몇 장면에서는 절로 눈물이 났다. 보고나선 이 영화가 [박하사탕2]라고 생각되었다.영화는 소문대로 이승만 ..
2019.09.15 -
광해 왕이 된 남자: 보름간의 왕노릇 (추창민 감독 Masquerade, 2012)
우리나라의 국보급 문화재 조선왕조실록>은 임금들의 하루 일과가 오롯이 기록된 세계에 둘도 없는 희귀한 기록물이다. 조선시대 궁궐 내에서 펼쳐지는 임금님의 통치행위가 일지개념으로 빼곡하게 기록되어있다. 매일매일 기록한 초고는 그 임금이 죽은 뒤 하나의 실록으로 묶인다. 태조에서 철종까지 25대 왕들의 연대기인 셈이다. 물론 연산군과 광해군은 ‘실록’대신 ‘일기’로 불린다. 이 기록물은 사대사고(四代史庫)에 보관되었고 수많은 전화를 거쳐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것이다. 이 기록물은 10여 년 전에 디지털로 DB화가 되었고, 이제는 인터넷에 한자 원문과 한글해석본이 나란히 올라있어 어느 왕 어느 시절에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를 누구나 열람해볼 수 있다. 광해군은 조선의 15대 왕에 해당한다. 어릴 때부터 영특한 ..
2019.09.13 -
[성난황소] 마동석표 핵주먹 (김민호 감독 Unstoppable, 2018)
예전엔 추석 명절엔 어김없이 성룡 영화가 극장에 내걸렸었다. 차례 지내고 송편 먹고 용돈 받으면 극장에서 성룡의 아크로바틱한 영화를 보는 것이 영화팬의 나름 명절보내기였다. 언젠가 부터는 성룡영화가 TV특선영화로 걸리기 시작하더니 이젠 새로운 인물을 만나게 된다. 마동석이다. 할리우드 마블 히어로로 픽업된 마동석은 충무로에서 오랜 단역 생활을 끝내고 자기만의 아우라를 뽐내는 액션스타로 자리 잡았다. 작년 쏟아진 그의 출연작 중 성난황소>가 이번 추석연휴기간에 KBS에서 방송된다. 역시 핵주먹을 자랑하는 100% 마동석표 영화이다. 누가 감히 내 아내를 납치했어? 마동석은 오늘도 수산물시장에서 짐을 나른다. 동생 춘식(박지환)이 하는 말로 보아 왕년에 한 주먹한 거친 과거를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
2019.09.11 -
[뺑반] 토끼몰이 고육지책 (한준희 감독 Hit-and-Run Squad 2019)
김혜수-김고은이라는 충무로 대표 여배우를 투톱으로 내세운 영화 ‘차이나타운’으로 각광받은 한준희 감독의 그 다음 작품은 한국형 카 체이싱 영화 뺑반>이다. 할리우드 ‘분노의 질주’ 시리즈로 한껏 눈이 높아진 한국 영화팬에게 인천 하이웨이를 달리는 자동차의 속도감이 제대로 전달될까. 일단 시동부터 걸고, “부릉부릉~” 광역수사대 내사반 은시연(공효진)은 상사(염정아)의 비호 아래, JC모터스 정재철 대표(조정석)와 검은 커넥션을 갖고 있는 경찰청장의 비리를 수사하다 결국 인천서 뺑소니전담반으로 좌천된다. 그곳에서 특이한 순경 서민재(류준열)를 만나게 되고 함께 ‘JC 잡기’ 작전에 뛰어든다. 미국 수사물에서는 FBI와 동네 보안관 사이에 벌어지는 수사권 관할다툼을 자주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영화에서는 ..
2019.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