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리뷰(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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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차례] 임신과 죄책감 (김나경 감독 My Turn, 2017)
29일(목)부터 9월 5일까지 8일 동안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열린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31개국 119편의 영화가 상영되며 포럼 및 부대행사가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영화제의 캐치프레이즈는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이고 슬로건은 ‘20+1, 벽을 깨는 얼굴들’이다. 여성영화제 기간에 맞춰 KBS 독립영화관에서는 ‘한국+여성+영화’의 현재를 엿볼 수 있는 단편 3편이 방송된다. 자유연기>, 증언>, 내 차례>이다. 세 작품 모두 오늘을 살고 있는 대한민국 여성이 처한 현실을 날카롭게 이야기한다. 김나경 감독의 내 차례>는 안타까운 상황을 이야기한다. 서울의 한 요양병원 간호사 현정(주가영)은 오늘도 환자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다. 할아버지의 자세를 고쳐주다(포지션 체인지) 갑자기 헛구역질을 ..
2019.08.28 -
[증언] 각자의 사정 (우경희 감독 2018)
29일(목)부터 9월 5일까지 8일 동안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열린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31개국 119편의 영화가 상영되며 포럼 및 부대행사가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영화제의 캐치프레이즈는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이고 슬로건은 ‘20+1, 벽을 깨는 얼굴들’이다. 여성영화제 기간에 맞춰 KBS 독립영화관에서는 ‘한국+여성+영화’의 현재를 엿볼 수 있는 단편 3편이 방송된다. 자유연기>, 증언>, 내 차례>이다. 세 작품 모두 오늘을 살고 있는 대한민국 여성이 처한 현실을 날카롭게 이야기한다. 우경희 감독의 단편 증언>은 직장에서 ‘을’의 위치에 있는 여성의 문제를 다룬다. 취업 준비 중인 혜인(문혜인)은 경력증명서를 받기 위해 이전에 일했던 작은 회사를 찾아온다. 서류를 건네주는 오 대..
2019.08.28 -
[DMZ,비무장지대] 군대에서 축구한 남자들의 이야기 (이규형 감독 Demilitarized Zone, 2004)
(박재환 2004.11.23.) [DMZ,비무장지대]라는 이 영화를 그런대로 감상하려며 남자들이 입에 침을 튀기며 이야기하는 군대에서 ‘초뺑이’치며 축구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끔찍한, 혹은 황홀한 30개월 전후의 남자들만의 세계에 대해 전우애, 동지애, 동질감, 공감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요즘은 공익요원이란 것까지 생겨 '빵위'가 무엇인지 '수색대대'가 얼마나 힘든지를 모를 것이다 ... 학교 다닐 때 휴가나온 동기들이 당구장에 모여 용감무쌍한 군대생활 이야기할 때 ‘방위 출신 친구 하나’는 군대PX에서 고추장 파는 이야기를 했다. (짠밥이 맛이 없어 고추장 팩 사다가 비벼먹는 일이 있었다!) 이 친구는 나중에 아들딸 낳아 키울 때 "아빤 군 생활 어디서 했어?"라는 곤란한 질문을 받을 땐..
2019.08.28 -
[제보자] 믿고 싶은 것과 보고 싶은 것 (임순례 감독 The Whistleblower 2014)
(박재환.2014) 지난 2005년, 노무현 대통령 재임기간에 한국을 발칵 뒤집은 사건이 하나 있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다들 지금도 씁쓸하게 생각할 ‘황우석 스캔들’이다. 1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그 사건이 남긴 생채기는 크다. 적어도 한때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함께 한국인의 위상을 세계에 떨칠 위대한 과학자로 여겼던 인물이니 말이다.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대한 과학적 성과’와 ‘그 과정에서의 사소한 실수’ 사이에서의 평균적 가치평가를 내릴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런데 우중(愚衆)과 결합한 미디어의 오발탄들 속에서 몇몇 언론(MBC ‘피디수첩’ 같은)에 의해 이 이야기는 급격하게 ‘과학적 진실’과 ‘과학자의 양심’으로 이동했다. 남은 것은 영웅 만들기에 골몰했던 그 당시 많은 언론과 그에 장단을..
2019.08.27 -
[우리집] 가족은 밥상에서 완성된다 (윤가은 감독 The House of Us 20192019)
(박재환 2019.8.26) 초등학교 5학년 ‘하나’(김나연)는 오늘도 집안의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아빠는 언제나 술에 취해 밤늦게 들어오고, 엄마는 ‘유리천장의 직장’에서 야근으로 분투 중이다. 아빠와 엄마는 매번 큰 소리로 싸운다. 둘 사이가 이상하다는 것을 이미 감지한 오빠. 오빠는 ‘넌 아직 몰라’라고 할 뿐이다. 하나가 할 수 있는 것은 자기가 엄마라도 된 듯, 요리하고, 밥하고, 밥상을 차리는 것이다. 아빠도, 엄마도, 오빠도 온가족이 다 함께 테이블에 모여 앉아 밥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리고 같이 여행이라도 다녀오면 ‘다시’ 행복해질 것 같다. 3년 전 우리들>로 평단의 극찬을 받았던 윤가은 감독의 신작 우리집>이다. ‘하나’의 노력은 헛되 보인다. 무엇보다 ..
2019.08.26 -
[오아시스] 아름다운 삶 (이창동 감독 Oasis, 2002)
그제(2002.8.28) 사회면에 난 끔찍한 기사내용이다. 80代노인이 정신지체자매 상습성폭행....정신장애 10대 자매를 꾀어 포르노테이프를 보여주고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일삼은 80대 노인이 경찰에 꼬리가 잡혀 철창행. **동부경찰서는 27일 **군 모 지역에 사는 B(80·무직)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구속. 경찰에 따르면 B씨는 같은 마을에 사는 K(14·정신지체 *급)양과 동생(11)을 올해 3월초부터 지난 19일까지 9회에 걸쳐 인근 야산과 다리 밑 등지로 끌고 다니며 번갈아 성폭행을 해 온 혐의다. 이창동 감독의 신작 의 내용은 내일이 없는 전과 3범이 지체장애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었다. 이창동의 문학적 능력으로 미루어보아 는 영화판 조세희의 이..
2019.08.26 -
[섬] 그 섬에는 악어가 산다 (김기덕 감독 The Isle, 2000)
(박재환 2000.4.6) 올해 개봉된 영화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김기덕 감독의 네 번째 영화 을 들고 싶다. 이 영화는 몇 개의 장르 관습과 한없는 열정에만 사로잡힌 채 만들어지는 많은 한국 영화들 중에서 가장 치열한 작가 정신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감독이 자신의 영화를 만들며 희열을 느낄 수 있고, 관객이 그 영화를 보고 나서는 감독의 의도에 공감하든 아니면 반발하든 하나의 느낌을 명확히 가질 수 있는 영화가 흔치 않은 요즘, 이 영화는 정말 기이할 정도의 매력을 가진다. 첫 시사회에서부터 흘러나온 찬사와 놀라움은 이제 점점 더 층을 넓혀간다. 김기덕 감독은 이미 , , 으로 한국 영화팬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던 영화감독이다. 서른이 넘어서야 영화라는 매체를..
2019.08.25 -
[와이키키 브라더스] 중년이 된 세친구 (임순례 감독 Waikiki Brothers, 2001, 명필름)
(박재환 2001/4/27) 대안영화를 표방하고, 지방문화의 국제화를 앞당기기 위해 개최되는 전주국제영화제 그 두 번째 장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임순례 감독의 는 분명 이 영화제의 위상을 한층 높여줄 작품으로 보인다. 작년 1회 영화제 개막작으로 ‘작가주의 감독’ 홍상수의 세 번째 영화 이 상영되면서 이 영화제는 단번에 부산영화제와 부천판타스틱영화제와는 분명 구별되는 작가주의 지향의 영화제임을 영화팬들에게 인식시켰다. 올해 개막작으로 선정된 임순례 감독의 신작 도 그러한 영화제 조직위원회와 영화팬들의 기대에 한껏 부응하는 작품이 되었다. 나이트클럽에서 연주하는 4인조 밴드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불경기로 인해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한 채 출장밴드로 전전한다. 지방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 시골 촌구석에서 열리..
2019.08.25 -
[화산고] 춤추는 매트릭스 (김태균 감독 Volcano High 2001)
(박재환 2002/10/7) 의 감독 김태균 감독의 필모그라피를 보면 흥미롭다. 와 의 제작담당으로 영화 일을 시작하여 와 의 조감독을 거쳐 , 를 감독했단다. 그리고 지난 연말 온갖 우려와 기대 속에 를 개봉시켰다. 다른 영화는 다 놔두고 은 참 희한한 영화였다.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영화였지만 형식의 특이함, 주제의 찬란함 등 여러 면에서 독창성이 느껴지는 신선한 한국영화였다. 그런 그가 에서 맘 먹고 돈을 펑펑 써가며 또 다른 '신선한' 한국영화 한 편을 건져내었다. 남들은 '화산고'의 어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영화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어떤 촌스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외가댁이 있는 경남 서생이란 곳에 '화산'이란 지명이 있기 때문이다. 아마, '기장-월래-좌천-일광'하..
2019.08.25 -
[푸르른 날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한은지 감독,2018)
영화제목에 속지 말라! 이 영화엔 청춘의 푸르름도, 삶의 아름다움도 없다. 영화는 어두운 시절의 가슴 아픈, 분노가 치미는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25일(토 00시 45분) KBS 독립영화관을 통해 방송되는 한은지 감독의 단편영화 이다. 영화는 1978년 여름의 한국을 보여준다. 공장에서는 미싱(재봉틀)이 돌아간다. 당시 “공순이”라고 불린 그들은 못 배우고 못 먹었지만 고향에 있는 가족의 밥과, 동생의 미래를 짊어진 산업역군이다. 이들은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미싱을 돌리고 있다. 그 공장 맞은편에 사진관이 있었다. 의 초원사진관보다 더 오래된 사진관이다. 사진관 주인 석윤(감승민)은 오늘도 필름을 인화하고, 사진을 현상한다. 어느 날, 공장에서 일하는 설란(주가영)이 불쑥 찾아와서는 한다..
2019.08.23 -
[교도소 월드컵] 영화명가가 만든 졸작 (방성웅 감독 2001)
올해(2001년) 극장가는 유난히 한국영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에서 초특급 흥행기록을 세우고 있는 잔혹 무비 조차 쩔쩔 맬 정도로 우리영화가 그 어느 때보다도 초강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곧 개봉될 우리영화 한 편이 이러한 우리영화 전성시대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은 , 등 영화기획의 신기원을 이룬 '신씨네'가 의욕적으로 만든 영화이다. 게다가 이 영화의 배급은 작년 신화를 만들어낸 CJ엔터테인먼트가 맡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올해 나온 그 어떠한 한국영화보다도 함량미달의 작품이 되고 말았다. 영화는 UN인권위원회가 '자유 평등, 화합'의 슬로건 아래 '제1회 교도소 월드컵'을 개최한다는 팩스 한 장으로 시작된다. 한국에도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고, 전국의 교정기관이 예선전을..
2019.08.23 -
[운명의 손] 한국영화사상 최초 남녀주인공 키스장면 등장 (한형모 감독, 1954)
(‘운명의 손’ 리뷰 앞부분은 박진표 감독의 ‘죽어도 좋아’(2002)와 관련된 한국 영화심의에 대한 내용이 있었는데.. 삭제합니다) ..... 이런 영화판의 소란을 뒤로하고 아주 재미있는 우리영화 한 편을 보았다. 1954년 세밑에 개봉된 흑백영화 이란 작품이다. 한국전쟁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수선하던 시절에 개봉된 이 아직도 '한국영화사'에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는 이유는 바로 이 영화에서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남녀 주인공의 키스장면이 등장하기 때문이란다. 당시, 성인 남녀주인공의 2초짜리 키스 씬은 일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당시로서는 국산영화 애정 신의 코페르니쿠스 적인 전환이었다. 당시만 해도 '남녀7세 부동석'이니 '부부유별'이니 하는 유교적 가치관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었지만 ..
2019.08.23 -
[벌이 날다] 하늘 높이, 가슴 속 깊이.. (민병훈, 잠셋 우스마노프 감독 Flight Of The Bee, 1998)
타지키스탄의 한 마을을 보게 되면서도 새마을운동 전의 한국 시골모습을 보게 되는 것 같은 어떤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분명 그 지역 사람과는 혈연적 이질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 배우들과는 다른 유대의식을 갖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만이 갖게 되는 느낌이 아니라 감독의 말에 따르자면 그가 참가했던 국제영화제에서 들었던 소리라고 한다. 사실이지 이 영화의 최고의 미덕은 보편적인 정서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가난한 자가 있고, 권력 있는 자가 있고, 그들 간에 갈등이 있으며, 그리고 훌륭한 희생정신이 있기 때문에 관객은 더욱더 소중한 감동의 시간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민병훈 감독은 우리가 생각하는 영화의 본질을 생각해보게 하는 인물이다. 재작년 부산영화제에 를 들고 부산..
2019.08.18 -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아니나다를까 홍상수 스타일 (홍상수 감독 Woman Is The Future Of Man, 2004)
(박재환 2004/4/22) 한동안 척박했던 걸로 인식되던 한국영화계의 유일한 작가감독으로 추앙 받는 홍상수 감독의 신작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가 곧 개봉된다. 홍상수 감독으로서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96), [강원도의 힘](89), [오! 수정](00), [생활의 발견](02) 이후 5번째 작품이다. 국내 개봉도 되기 전에 희소식이 먼저 날아들었다. 다음 달에 열리는 프랑스 깐느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것이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 보이]와 함께!) 사실 홍상수 감독 작품은 똑같다. 김기덕 감독은 자신의 치열한 작가정신, 혹은 창작욕구를 끊임없이 소수의 대중과 다수의 평론가들과 투쟁하며 가다듬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에 비해 홍상수 감독은 첫 작품이나 최근 작품이나 똑같이 돋보기..
2019.08.17 -
[신라의 달밤] 경주로 간 '친구' (김상진 감독 2001)
(박재환 2001/6/15) 곽경택 감독의 는 중장년층에게 노스탤지어를 불려 일으키는 고풍스런 교복과, 암울했던 1970년대의 사회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내용에 편승하여 전국관객 800만이라는 빅 히트를 거두고 있다. 는 분명 부산사투리라는 제한된 언어 영역에서 느낄 수 있는 옛 정과 영화적 미학을 발견할 수 있는 많은 장치가 숨어 있었다. 이번에는 경주로 자리를 바꾼 또 한편의 영화가 노스탤지어를 불려 일으킨다. 물론, 이번에는 하와이에 갈 필요도 없고, 장동건의 비장미 넘치는 마지막 장면같이 눈물샘을 자극하는 라스트 씬도 없다. 단지, '그냥' 웃기려고만 덤벼들던 의 그 철저한 오락정신으로만 무장되어있다. 을 만들었던 '좋은영화'라는 영화사의 김미희 대표는 대단한 여자 분이다. 가 개봉할 때만해도..
2019.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