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환 2014.7.22.) 여름 극장성수기를 맞아 흥행대작들이 줄지어 개봉채비를 하고 있다. 이번 주 하정우, 강동원 주연의 ‘군도: 민란의 시대’(윤종빈 감독)를 필두로 영화팬들은 선택의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지난 주 ‘군도’는 기자시사회를 열고 그 베일을 벗었다. 하정우의 박박머리는 빛났고, 강동원의 조각같은 얼굴은 윤이 났다.
영화 ‘군도’는 조선조 철종 13년을 배경으로 한다. 조선의 기세가 급전직하 망조가 들렸던 시기이다. 삼남 땅 곳곳에서는 배고픔과 세정에 억눌린 민초들이 살아남기 위해 낫과 창을 들고 관아에 쳐들어가서 아전나리를 아작(!)내던 시기이다. 저 먼 한양의 구중심처의 철종임금은 “어허, 걱정되구려..”라고 할 뿐 적절한 리액션을 전혀 취하지 못하던 시대였다.
철종 13년(1862년) 조선은....
양반과 탐관오리들의 착취가 극에 달했던 조선 철종13년. 자연재해와 수탈로 백성들의 삶은 날로 피폐해져간다. 백성들은 ‘지금’ 죽거나, ‘곧’ 죽을 운명이다. 이 비운의 땅에 두 운명이 마주한다. 나주의 대부호의 서자로 태어나, 홍길동 버금가는 설움을 받으며 꿋꿋하게 자라 애비 버금가는 악덕 세력이 된 조윤(강동원). 조선최고의 무관이 된 그는 적자인 (배다른) 형이 죽자 적자가 될 애를 임신한 형수를 죽이려 안간힘을 쓴다. 그럼, 서자의 신분에서 탈출할 수 있으니. 어느 날 밤, 백정 돌무치(하정우)에게 은밀히 명을 내린다. 사찰에 숨어있는 ‘그 년’을 죽이라고. 하지만 운명은 잔인하다. 밀명에 실패한 돌무치에게 돌아온 것은 온 가족의 몰살. 조윤에게 향한 분노를 자연스레 그를 지리산 군도(群盜, 떼도둑) 추설 무리에게 합류하게 한다. 이후 날렵한 칼솜씨로 삼남 땅의 못된 양반들을 부들부들 떨게 만든다. 그리고, 철천지원수 조윤과 마주서게 되니, 천하제일 검객과 천하제일 복수자의 천하제일 한판이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철종은 이러한 사실을 알 리도, 알아도 어찌할 수가 없을진대...
하정우의 민머리, 강동원의 풀은 머리
이 영화는 여러모로 화제가 되었다. ‘용서받지 못한 자’와 ‘비스티 보이즈’를 지나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로 충무로의 가장 주목받는 감독이 된 윤종빈의 회심의 대작이고, 믿을 수 있는 배우 하정우와 돌아온 꽃미남 강동원이 주연으로 캐스팅되었으니 말이다. 물론, ‘군도’ 제목답게 성격파, 명품조역이라고 내세울 수 있는 배우들이 그들의 뒤를 탄탄하게 받쳐준다.
영화가 공개되고 나서 나온 대부분의 반응은 이 영화가 ‘지리산 웨스턴’이라는 다소 어색한 평가였다. ‘7인의 사무라이’(7인의 총잡이)처럼 억압받던 민초에 대항하는 정의로운 칼잡이(총잡이)라는 컨셉은 사극 프레임의 웨스턴 컨셉임에 분명하다. 물론, ‘정의로운 총잡이’는 근대적 의미의 정의라기 보다는 로빈 후드 스타일의 전근대적 정서이다. ‘조선왕조실록’ 철종 대를 보면 끊임없이 계속되는 민란에 대한 우려와 걱정과 통탄의 말로 가득하다. 상황은 어느 정도 알지만 백방이 무효한 지경에 이미 이른 것이다. 삼정의 문란의 극에 달했고, 왕의 권세는 도저히 그곳까지는 다다르지 않는 시국이었다. 그렇다고 추설무리가 혁명세력으로 부상하지도 못했고.
‘군도: 민란의 시대’는 바로 그러한 지점에서 그러한 불쌍한 민초들의 발악에 가까운 생존투쟁을 그린다. 하정우의 몸과 마음까지 가벼워진 연기와 강동원의 화사한 춤사위는 이 영화를 화끈한 액션사극으로 자림매김한다. 물론, 영화의 상황을 중계하는듯한 여성 내레이터도 코믹하고, 영화 전편을 감싸는 서부극풍의 음악도 신난다. 특히 군도들이 떼거리로 말을 타고 달릴 때는 관객들이 함께 탐관오리들을 싹쓸이할 것 같은 기개를 느낄 만하다. 상영시간이 137분이다. (박재환,2014.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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