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들] 2%가 부족한 사람들 (최동훈 감독 The Thieves, 2012)

2019. 9. 6. 10:24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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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개봉된 최동훈 감독의 <범죄의 재구성>은 기존 충무로의 범죄물 답지 않게 튼튼한 시나리오에 깔끔한 구성, 그리고 살아 숨 쉬는 듯한 배우들의 열연 덕분에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동시에 받았다. 그리고 최 감독은 이어 허영만 원작만화 <타짜>로 한국형 범죄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기에 이른다. 보통 이 정도 되면 한 템포 쉬어갈만도 한데 그의 세 번째 작품 <전우치> 또한 빅 히트를 기록했다. 대단하지 않은가. 그가 네 번째 작품 <도둑들>을 찍는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불안불안했다. 버젯이 너무 커졌고 나오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프리 프로덕션’단계에선 아직 빅 스타 급에는 끼지 않았던 김수현마저 어느새 빅 스타가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한국의 내로라는 스타를 불러 모았고 게다가 홍콩 느와르의 알짜배기 연기자까지 수혈하여 ‘마카오에서 한탕’ 펼치는 도둑 이야기를 만들겠다니 이 또한 대단하지 않은가. 성공할 수 있을까? 도둑이 너무 많지 않을까? 마카오 호텔은 너무 멀지 않은가? 최동훈 감독의 실력을 믿을 수밖에.

국가대표급 한국도둑, 마카오로 진출하다

영화는 한국의 내로라하는 도둑들이 서로 손을 잡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들은 근사한 현대식 빌딩의 어딘가에서 철통보안 속에 보관되어 있는 초고가 물건을 훔쳐내기 위해 최고의 팀워크를 보여준다. 바람잡이, 와이어 담당, 침투조, 후반 정리담당까지. 물론 그 사이사이에는 <미션 임파서블> 급에는 못 미치지만 ‘뺀지와 도라이버’만 들고 설치던 아날로그 잡범이 아님을 충분히 보여준다. 털려고 하는 목표물이 고가이고 필요한 수법이 고차원일수록 전문가는 더 많이 필요한 법. 왕년의 큰 도둑 마카오 박(김윤석)이 새로운 작업에 들어가면서 이들이 한데 모이게 된다. 그들은 이전에 같이 작업해본 적이 있고 서로에 대해 들은 소문이 있기에 온전히 단합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완전히 믿기란 난망인 상태. 하지만 무려 2000만 US$라는 초고가 다이아 목걸이가 목표물이란 것을 알자 이들은 가슴 벅차하며 기꺼이 모험에 뛰어든다. 이번에 달라진 것이라면 한국의 도둑들과 함께 홍콩의 도둑들이 손을 잡는다는 것. 왜냐하면 마카오의 카지노의 철벽 프레지던트 슈트에 잠입하여 특수 장치의 금고를 열어야하니 말이다. 같은 한국 도둑들도 믿기 어려운 상황에 홍콩 도둑까지? 각자 사연과 속셈이 있는 이들이 완벽한 시나리오에 따라 다이아 목걸이를 훔쳐내지만...

다이아를 둘러싼 멜로 액션물 

<도둑들>은 기본적으로 제각기 기막힌 재주를 가진 도둑들이 공통의 목표를 위해 힘을 합쳐 온갖 난관과 CCTV보안을 뚫고 물건을 훔쳐내는 전반부의 이야기와 그 다이아를 독차지하기 위해 서로를 배신하는 후반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 그런데 최동훈 감독이 굳이 마카오의 카지노를 택하고 홍콩 느와르의 임달화까지 출연시킨 것은 좀 더 규모가 큰 액션물을 그리고 싶었기 때문이리라. 한국에서의 갱단의 결투의 한계는 해운대에 넘쳐나는 ‘사시미 칼’ 아니면 러시아 화물선을 통해 들어온 갈색봉투 속의 ‘총번이 지워진 권총’이 현실적일 테니 말이다. 그런데 홍콩 배우들이 등장하면서 영화는 할리우드 액션영화도 아니면서, 쉬리도 아니면서 총싸움이 질펀하게 펼쳐지고 액션이 폭발한다. 특히 아파트 하나를 날려버릴 것 같이 펼쳐지는 후반부 액션은 서극 감독의 <순류역류> 이래 최고의 ‘액션 아드레날린’을 선사한다. 임달화가 처음 총을 꺼내어 마구 쏘아대는 포스와 홍콩 악당 역의 기국서의 카리스마는 역시 명불허전이다.

<도둑들>은 개봉 12일 만에 688만 관객을 동원하며 최동훈 감독 자신의 최고 흥행작인 <타짜>의 기록을 넘어섰다. 개봉 전만 하더라도 최 감독은 꿈에 ‘배트맨’이 나타날 정도로 걱정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추세라면 천만 관객 영화에 도전할 만하다. 많은 사람이 우려한 ‘가능할까?’라는 우려를 날린 회심의 도둑질인 셈이다.

영화는 김윤석과 김혜수의 오래된 감정과 임달화와 김해숙의 숙성된 감정이 적절히 배합된 멜로드라마를 갖고 있다. 아무리 돈과 총이 사람의 인성을 갈라놓더라도 결국 ‘폼생폼사’하는 사람의 감정을 놓치지 않은 것이다. 그것이 영화팬에게는 불만일 수도 있지만 결국은 한국의 TV드라마처럼 ‘홍콩느와르’와의 변별점이 될지도 모른다. 영화 개봉 후 이 영화의 진정한 승자를 이야기할 때 많은 배우들이 한번 씩 거명되었지만 결국은 김윤석과 김혜수인 것으로 보아선 말이다. (박재환, 201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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