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리뷰(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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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뭐 어때요 괜찮아요. 아니 굉장해요” (이병윤 감독 Yuwol: The Boy Who Made the World Dance, 2018)
오늘(2020.8.14) 밤 KBS 1TV 시간에는 ‘바이러스에 관한 단편영화’ 두 편이 시청자를 찾는다. 좀비영화 열풍과 코로나19 사태에 시의적절한 영화인 듯하다. 이우동 감독의 과 이병윤(예명:BEFF) 감독의 은 각기 독특한 스타일의 영화로 한국 독립영화계의 깊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병윤 감독의 은 2018년 서울무용영화제에서 선을 보인 무용영화, 댄스무비이다. 아니 댄서가 드라큘라에게 물리기라도 했단 말인가. 웬 바이러스? 영화는 한 초등학교 교실을 배경으로 한다. 소년 유월(심현서)은 한시도 몸을 가만있지 못하고 온몸을 배배 꼰다. 온통 댄서의 열정에 가득한 아이 같다. 그런데 담임선생님 혜림(최민)은 그런 유월과, 그런 학생들이 끔찍히도 싫은 모양이다. 마치 ‘B사감과 러브레터’의 ..
2020.08.14 -
[병(病)] 코로나 시대의 에이즈공포 (이우동 감독 Sick, 2019)
오늘(2020.8.14) 밤 KBS 1TV 독립영화관 시간에는 ‘바이리스’를 다룬 두 편의 한국 독립단편영화가 소개된다. 이우동 감독의 과 이병윤(예명:BEFF) 감독의 이다. 각기 독특한 스타일의 영화로 한국 독립영화계의 깊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AIDS, 후천성면역결핍증이 대중적으로 각인된 것은 1980년대 중반 헐리우드 스타 록 허드슨의 발병과 죽음이 뉴스에 오르내리면서였다. 이후 오랫동안 AIDS는 천형으로 여겨졌고, 환자에게는 접근조차 꺼려하는 전염의 공포가 넘쳐났다.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한국단편독립영화가 바로 이우동 감독의 작품 단편 (病)이다. 상영시간은 38분. 1990년 경상도 시골의 한 작은 병원, ‘폐병’환자 한 사람이 피를 토하며 쓰러진다. 이 사람이 에이즈에 걸렸단다. ..
2020.08.14 -
[오케이 마담] 하와이 상공, 무명의 헌신 (이철하 감독,2020)
박정희 시절의 중앙정보부, 전두환 정권의 안전기획부(안기부), 그리고 국가정보원(국정원)까지. 이 명칭도 곧 바뀔 듯하다. 할리우드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인지 이런 정보기관에 대해서는 제임스 본드, 이단 헌트, 제이슨 본 같은 멋진 요원을 떠올리거나 민주인사를 잡아서 고문하고, 간첩조작사건도 뚝딱 만들어내는 사악한 집단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시대(?)가 좋아져서인지 이제 ‘국정원요원’이 등장하는 영화가 심심찮게 충무로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12일 개봉된 영화 에도 국정원이 등장한다. 영화 속에는 ‘김현희’부터 ‘흑금성’, 그리고 북한과의 공작전이 마구 펼쳐진다. 영화는 2009년 마카오에서 벌어진 북측 공작조의 ‘끝내지 못한’ 미션을 보여준다. 임무수행 중 철승(이상윤)은 ‘철목련’의 총을 맞고 쓰러진다..
2020.08.14 -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두 남자와 한 소녀, 그리고 박정민 (홍원찬 감독,2020)
3년 전 로 감독 데뷔를 한 홍원찬의 두 번째 영화 가 개봉된다. 영화 는 서울의 한 식품회사 본사 영업부서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애환을 담은 드라마이다. 저성과자로 낙인찍힌 배성우와 인턴직원으로 정규직 전환이라는 실낱같은 기대를 품고 있는 고아성이 정글과 다름없는 직장에서 서바이벌 게임을 펼친다. 호러인 듯, 사회물인 듯 나름 긴장감을 갖고 끝까지 보게 되는 작품이었다. 홍원찬 감독은 , , , 등의 작품의 각색 작업에 참가하며 스릴러의 감각을 키워왔다. 그런 홍 감독이 의 황정민과 이정재를 캐스팅하여 제대로 각 잡고 만든 영화가 이다. ‘히트맨’ 인남(황정민)은 방금 일본에서 한 암흑가 거물을 암살한다. 그는 오래 전 특수기관의 암살전문요원이었던 모양이다. 그가 있는 직장(혹은 부서)이 해체되고 그..
2020.08.06 -
[강철비2: 정상회담] 잠수함은 춤춘다 (양우석 감독, Steel Rain2: Summit, 2020)
양우석 감독이 400만 관객을 불러 모았던 의 속편 을 내놓았다.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한반도정세와 트럼프라는 예측불가의 미국대통령이 엄존하는 2020년 여름에 등장한 가장 정치적인 드라마이다. 스스로 ‘밀덕’임을 자처하는 양우석 감독이 웹툰을 통해 선보인 한반도전쟁 가상시나리오를 다시 한 번 영화로 구현한 작품이다. 영화는 한국 대통령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북한 땅에서 북미 평화회담이 성사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지난 30년 동안 북한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핵에 올인 했고, 그것을 지렛대로 국제사회로부터 체제유지를 보장받으려한다. 힘들게 마련한 핵무기를 미국과의 평화협정이라는 미명하에 전격적으로 내놓기로 한 것이다. 우리가 기대하는 가장 좋은 그림 아닌가? 그런데 한반도 평화로 가는 길은 멀고도 ..
2020.08.04 -
[인천스텔라] 로켓트는 발사됐다 (백승기 감독, Super Nova, 2020) BIFAN2020리뷰
한국영화계에서 백승기 감독은 봉준호 감독만큼 특별한 위상을 갖고 있다. 봉준호 감독이 엘리트 코스의 계관시인이라면, 백승기 감독은 저잣거리의 떠돌이 약장수이다. 대부분의 충무로감독들이 단편영화로 자신의 영화미학을 세워나갈 때 백승기 감독은 'UCC'와 '짤'이 대표하는 키치스타일로 자신의 영화미학이란 것을 알렸다. 백승기 감독은 숫호구>(12), 시발,놈:인류의 시작>(16), 오늘도 평화로운>(19)에 이어 네 번째 영화를 완성시켰다. 인천스텔라>. 딱 봐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를 본뜬 영화일 것이다. 그의 엄청난 전작들의 스펙으로 예상하건대 이 영화는 이름만 거창한 패러디에, 애처로운 코미디, 바닥난 창의력의 C급 영화가 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과연 그런가. 최근 개막된 24회 부천국..
2020.07.13 -
[반도] 부산행 4년 뒤, 이 땅은 지옥이 되었다 (연상호 감독,2020)
영화감독은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그들이 상상하는 것을 구체화시키고 그 느낌을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시켜준다. 그림을 그리던 연상호 감독은 자신의 상상력을 화폭에, 모니터에, 그리고 스크린에 커다랗게, 그리고 화려하게 옮겨놓는다. 에서 좀비가 휩쓸고 간 한반도의 지옥 같은 풍경을 말이다. 는 2016년 1156만 관객을 불러 모았던 의 연상호 감독이 내놓은 신작이다. 애니메이션 에서 시작된 좀비 바이러스 -물리면 좀비가 된다-는 KTX를 통해 부산으로 돌진하며 한반도 곳곳을 전염시킨다. 감염자는 제 가족도 못 알아보고 열심히 깨물고 사람들을 감염시킨다. 백신을 연구할 틈도, 상황을 파악할 컨트롤타워도 부재한다. 연상호 감독은 이 난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는 ‘부산행’의 후속작품이다. 영화 초반부는..
2020.07.13 -
[결백] 법의 신, 디케는 왜 눈을 가리고 있는가 (박상현 감독,2020)
법정드라마의 진정한 재미는 의외성에 있다. 검사와 변호사가 치열한 법리 공방을 펼치는 와중에 뜻밖의 증인이 등장하여 결정적 증언을 내놓거나, 무례하고 거만한 악당이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로 상황이 일거에 뒤집히는 그런 짜릿함 말이다. 지난 10일 개봉한 한국영화 결백>(감독 박상현)도 그런 짜릿한 법정공방을 기본으로 깔고, 한국적 정서를 가미한 작품이다.서울 로펌 소속의 변호사 정인(신혜선)은 결과가 뻔해 보이는 사건을 한순간에 뒤집어 놓는다. 재벌과 관련된 다소 역겨운 사건이었지만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는 사건이니까. 그런 정인이 TV뉴스에서 전하는 끔찍한 사건소식을 접하고는 오랜만에 고향으로 향한다. 바로 자신의 고향마을, 떠나온 고향집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향집은 엉망이..
2020.06.30 -
[살아있다] 아파트에 갇히면 얼마나 살 수 있을까 (조일형 감독 #ALIVE, 2020)
뉴스도 못 들으니 외부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감도 못 잡을 것이다. 어찌할 것인가. 자는 사이에 핵미사일이 떨어졌는지, 외계인이라도 침공했는지 모를 일이다. 살아있다>에서는 좀비가 나타났단다! 어쨌든 큰일이다. 언젠가부터 ‘좀비’가 여름영화의 주인공, K무비의 간판스타가 되었다. 지난 주 개봉된 유아인, 박신혜 주연의 영화 ‘#살아있다’는 어느 날 갑자기 ‘좀비천지’가 된 서울의 한 아파트에 갇힌 청춘의 이야기이다. ‘좀비’의 공격을 방어하고, 좀비들의 추적을 따돌리고, 좀비가 없는 안전지대로 피할 수 있을까. 좀비 영화는 그들을 전멸시키지 못하면 결국 그들이 없는 곳으로 도망치는 것이니. 눈을 뜬 준우(유아인)의 방에는 게임을 아주 좋아하는 청춘의 모습이다. 모니터와 피씨, 디지털 기기들, 핸드폰, ..
2020.06.30 -
[사라진 시간] 교사와 형사, 그 누구의 삶
어려운 가정 형편 등으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인문계 고등학교 취업반 학생들의 좌절과 참교육을 실천하려는 교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독립영화 〈닫힌 교문을 열며>(1992)에서 선생님 역으로 출연하며 영화계에 발을 디딘 정진영이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국어국문학과 출신의 정진영이 직접 시나리오까지 맡은 작품은 사라진 시간>이다. 정진영의 커리어만큼 흥미로운 작품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어딘가 홀린 듯한 모습의 조진웅을 보여준다. 스쳐가는 사람들. 이어 한적한 소도시의 작은 집을 보여준다. 시골 초등학교 교사인 수혁(배수빈)의 집이다. 아내 이영(차수연)과 함께 하는 한촌의 행복한 모습이 지나가면 왠지 불안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그가, 그들이 시골에 내려와서 은둔하듯 사는 이유가 밝혀진다. 아내는 밤이 ..
2020.06.25 -
[프랑스여자] 방황하는 넋 (김희정 감독,2019)
이 영화, 매혹적이다. 주인공 ‘미라’가 죽었다면? 김희정 감독의 영화 프랑스 여자>를 재미있게 보기 위해서는 그런 상상을 해야 할 것 같다. 아닐 수도 있다. 의심되면 한 번 더 보시길.프랑스 파리로 유학 갔던 미라(김호정)가 오랜만에 서울을 찾는다. 배우가 되기 위해 부푼 꿈을 안고 파리로 떠났던 미라는 배우가 되지 못하고, 프랑스 남자와 결혼한다. 그런데 그 프랑스 남편에게 딴 여자가 생기면서 이혼한다. 그렇다고 실패한 삶일까. 트렁크를 끌고 서울로 온다. 오래 전 그와 함께 공부한 친구, 후배들이 모인다. 영화감독이 된 영은(김지영), 연극 연출가 성우(김영민)이다. 술을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지만 미라가 기억하지 못하는, 혹은 다르게 기억하는 여러 상황이 펼쳐진다. 풋내기 연기학도들이 ..
2020.06.11 -
[침입자] 구해줘 아빠 (손원평 감독, Intruder 2020)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극장가는 그야말로 엉망이 되어버렸다. 언제 끝날지 모를 우울한 전망 속에 지난주부터 충무로 신작이 하나씩 영화팬을 찾기 시작했다. 첫 주자는 손원평 감독의 스릴러 이다. 영화는 등장인물간의 관계구축과 사건전개에 꽤 공을 들인 작품이다. 누가, 왜, 누구의 안전지대에 침입하였을까. 궁극적으로 그 침입자의 목적은 무엇일까. 하나도 놓쳐서는 안 되는 작품이다. 여주인공의 목덜미에 새겨진 문신 디자인조차도! 건축사무소에 근무하는 서진(김무열)은 클라이언트를 상대로 ‘집’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심리적 공황상태를 맞는다. 서진은 얼마 전 바로 자신의 눈앞에서 아내가 뺑소니차에 치어 죽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어린 딸 예나와 함께 부모님 집에 당분간 머문다. 집안에는 온..
2020.06.08 -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임순례 감독의 판타지 로드쇼 (임순례 감독 Rolling Home with a Bull 2010)
소(牛)의 눈을 유심히 본 적이 있는가. 꾸역꾸역 되새김질을 하면서, 가만히 쳐다보며 끔뻑끔뻑 하는 순하디 순한 눈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순한 동물이 바로 이 소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임순례 감독이 소와 함께 길을 떠난다. 2010년 에 이어 개봉된 독립영화 이다. (코로나19로 연기된) ‘부처님 오신 날’에 맞춰 KBS 독립영화관 시간에 방송된다. 왜 이 영화를 선택했는지는 보면 알 것이다. 마흔을 훌쩍 넘긴 노총각 선호(김영필)는 고향으로 돌아와서 늙으신 부모님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트랙터로 하면 금세 끝날 일을 아버지는 코뚜레를 한 소에 쟁기를 묶어 땡볕에 종일토록 밭을 간다. 나이 드신 아버지의 구박, 어머니의 잔소리가 끝이 없다. 그래도 한때는 시인을 꿈꾸었던 청년이..
2020.05.29 -
[선희와 슬기] 선희의 거짓말, 하얀 거짓말 (박영주 감독, 2018)
한국 독립영화 는 여러모로 연약한 10대 청소년의 심리를 살포시 잡아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공개되어 화제가 된 넷플릭스 에 등장하는 고등학생들과는 많이 다르지만 그렇다고 전혀 없을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 어느 학교에나 한두 명씩은 있을 법한 그런 아이의 이야기이다. 선희(정다은)는 외롭다. 쉬는 시간에 옆에 와서 말을 걸어주는 친구가 없다. 모두가 어울리는 친구 생일축하 놀이에도 끼고 싶다. 같이 노래방에도 가고, 같이 남친 이야기 같은 것도 하고 싶다. 그런 선희에게 정미(박수연)가 유일하게 살갑게 말을 건다. 고맙다. 눈물이 날 것 같다. 선희는 그 친구를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해주고 싶다. ‘빵 먹고 싶지 않니?’ ‘아이돌 콘서트 티켓이 필요하구나..’ 선희는 그렇게라도 말을..
2020.05.22 -
[국도극장] 어중간한 삶의 중간역 (전지희 감독,2018)
작년(2019년)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상영된 전지희 감독의 이 코로나19로 엉망이 된 지금 극장에서 개봉한다. 영화는 처량하고 볼품없는 청년의 이야기를 담는다. 만년 고시생 기태(이동휘)는 고향 벌교로 돌아온다. 몇 년째 매달린 고시에 번번이 좌절하고, 사법고시마저 폐지되면서 이제 미래도 사라진 것이다. 축 처진 어깨를 토닥여줄 가족의 따뜻함도 없고, 오랜만에 내려온 ‘서울의 대학생’(졸업한지 오래겠지만)을 맞이하는 친구의 반가움도 없다. “곧 올라갈 것”이라고 말을 하지만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어쩔 수 없이 동네 낡은 재개봉관 ‘국도극장’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오래된 극장에서 매표원으로, 매점 직원으로, 청소하는 사람으로. 그의 말벗은 극장 관리인이자 간..
2020.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