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극장가는 그야말로 엉망이 되어버렸다. 언제 끝날지 모를 우울한 전망 속에 지난주부터 충무로 신작이 하나씩 영화팬을 찾기 시작했다. 첫 주자는 손원평 감독의 스릴러 <침입자>이다. 영화는 등장인물간의 관계구축과 사건전개에 꽤 공을 들인 작품이다. 누가, 왜, 누구의 안전지대에 침입하였을까. 궁극적으로 그 침입자의 목적은 무엇일까. 하나도 놓쳐서는 안 되는 작품이다. 여주인공의 목덜미에 새겨진 문신 디자인조차도!
건축사무소에 근무하는 서진(김무열)은 클라이언트를 상대로 ‘집’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심리적 공황상태를 맞는다. 서진은 얼마 전 바로 자신의 눈앞에서 아내가 뺑소니차에 치어 죽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어린 딸 예나와 함께 부모님 집에 당분간 머문다. 집안에는 온통 우울한 분위기가 감돈다. 아주 오래 전 서진의 여동생이 놀이동산에서 갑자기 행방불명, 실종된 일이 있었다. 서진은 뺑소니범을 잡기 위해 정신과를 찾아 최면치료에 매달린다. 그러던 어느 날 복지관으로부터 연락이 온다. 오래 전 잃어버린 여동생 유진(송지효)을 찾았다는 것. 집안에 활기가 돌기 시작한다. 그럴수록 서진은 점점 혼란스러워지고 피폐해간다.
손원평 감독은 집과 가족의 관계, 가족 간의 유대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공을 들인다. 관객들은 갑자기 나타난 유진의 정체에 대한 의문을 품는 것과 동시에 조금씩 서진의 정신 상태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영화는 잘 차려진 저택의 만찬에 초대된 인물이 조금씩 집주인의 호감을 차지하더니 어느새 ‘원래의 상속자’를 몰아내고는 모든 것을 차지하는 범죄극처럼 꾸며진다. <가스등>의 잉그리드 버그먼처럼, 혹은 <해빙>의 조진웅이 된 것처럼 혼돈에 싸인다.
서진의 ‘이상한 집’은 곧 ‘이상한 사람들’로 가득 채워진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것은 (각본을 직접 쓴) 손원평 감독이 어떤 방법으로 가족을 ‘정신적’으로 조종하는지, 그리고 그 궁극적 이유가 무엇인지이다. 우군은 갈수록 줄어들고 적군은 사방 천지에 포진해 있다. 조던 필 감독의 <겟 아웃>의 남자주인공처럼 가장 호의적이어야 할 공간에서 최악의 늪에 빠진 셈이다.
결국, 손 감독은 이 모든 난관의 해결책으로 시나리오의 탈출구를 ‘신전에 봉헌’하는 방식을 택한다. 시작부터 차곡차곡 죄어오던 미스터리는 그 순간 기적을 만난 듯이 해소되어 버린다. 아쉽게도 말이다. 결국, 영화 <침입자>에 기대했던 엄청난 비밀은 황급한 수습을 맞이한 셈이다. 사건은 해결되었지만 가족은 봉인된 것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위험한 접근은 ‘약물’일 듯하다. 어떤 성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유대와 신뢰를 끊는 역할을 한다. 또한 놀랍게도 종교는 아편이라는, 혹은 거대한 사기극이라는 것을 김무열의 희생을 통해 고스란히 보여준다. 냅다 달려온 노고에 비해 마지막 고개에서 그만 스텝이 꼬여버린게 아쉽다. 하지만 감독의 다음 작품이 충분히 기대된다. 물론 김무열과 송지효의 열연에 기댄 바 크다. 2020년 6월 4일 개봉/ 15세관람가 (박재환 202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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